수감자끼리 웅성웅성 의견을 모으는것에 지루함을 느낀 에이해브가 끼어들었다.
그점을 가장 수감자들의 경계하고 있음을 그녀는 알고 있을까?
설득이라기 보단, 설명에 가까운 문장...
필연을 언급하며 왜 나의 손을 잡지 않는것인지 진지하게 묻고 있는 선장의 태도에
싱클레어는 U사의 바다 같은 대호수들을 떠돌며 겪은 악몽들을 떠올리며 속에서 매스꺼움을 느꼈다.
한편 이런식으로 선동을 하여 선원들을 지옥 끝 밑바닥으로 추락 시킨 선장의 태도에 다시금 적의를 다지며,
"당신은 하나도 변한게 없어." 말과 함께 짙은 연두색 눈동자로 선장을 지긋이 노려본다.
분노와 증오를 여과 없이 드러내 보이는 그녀, 최대한 이자리에서 무기를 휘두르지 않는것만으로도 감사하라는 태도였다.
허나 그런 그녀의 태도에도 에이해브는 부서진 배에 떨어져 나간 전직 선원의 모습에 태평하게 웃으며 칭찬하였다.
"이제서야 보기 좋은 얼굴이 되었어."
물론 그런 칭찬을 들은 이스마엘은 똥씹은 표정이 되었다.
그때의 괴로운 일을 기억하고 있는 선장은 광소를 지으며 이스마엘의 내면을 들어다 보고 속삭인다.
"네가 뭘 원하는지 나는 너무나 잘 알고있지."
그 말에 잠시나마 이스마엘의 눈동자가 떨렸다는건 지금 이순간을 놓치지 않고 보고있는 나만이 알 수 있었다.
그렇게 서로가 서로를 바라본다.
한쪽은 오만함으로 한쪽은 분함이 가득한 표정으로 내려다가 보고 올려다본다.
이 자리에서 당장이라도 무기가 휘둘려져 서로의 살점이 뜯겨져나가고 뼈가 부서져도
이상하지 않을 순간의 긴장감 속에서
두명은 서로를 짙게 노려봤다.
선장 : 얻을태냐?
...
이스마엘 : 무엇을?
이스마엘 : 알고 있을탠데 나는...
선장 : 나의 맥동하는 심장을 너는 바라고 있지.
거침없는 서로의 생명을 놓고 나누는 대화 속에서 나는 고래 입속으로 들어가기 전 이스마엘의 환상이 생각났다.
어떻게 가장 고통스럽게 해야 내 비참함과 울분을 해소시킬 수 있을것인가...
라고 상상하던 이스마엘의 환상 속 선장과 그녀의 모습.
비틀린 소망이라 부를 수 있을 복수의 현장 그것이 생각났다.
속마음을 들켜버린 이스마엘이 화들짝 놀라며 길고 긴 대치상황에서 먼저 뒤로 물러났다.
악마가 그녀에게 속삭인다.
거부한 수 없는 거래를 요구한다.
이것은 그야말로 악마의 거래.
악마가 속삭인다.
악마가 이스마엘의 내면을 완벽하게 꿰뚫었다.
악마가 내면을 뒤흔든다.
네가 원하는걸 줄께.
대신...
너도 내가 원하는걸 들어주렴.
악마는 그렇게 이스마엘에게 속삭였다.
악마가 유혹한 거래는 성공했다.
악마는 마침내 한명의 복수자를 자신의 계획에 끌어들이는데 성공했다.
복수자의 내면을 꿰뚫고 바라보는 악마 앞에 그녀가 무얼 할 수 있겠는가?
사악한 계약에 이스마엘을 분함에 치를 떨어도 어깨를, 얼굴을, 영혼을 스쳐가는
선장의 손길을 떨칠 수도 외면 할 수도 없었다.
목적이 인생이 되어버린 악마의 거대한 망집의 크기는
그날의 침몰하던 배를 뒤로하고 가까스로 살아남아 복수의 작살을 날을 세우던 이스마엘의 분노를 삼켜버렸다.
계획은 변경 될 수 있다.
하지만...
복수가 주체인 계획은 바뀔 수 있을까?
누가 나에게 그렇게 묻는다면.
이 상황을 곁에서 지켜본 나로선.
'그렇다' 라고 밖엔 달리 할 말이 없다.
에이해브는 목적을 달성했다.
창백한 고래를 죽이기 위해서 모든것 을 받쳤고 또 타인의 목숨도 제물을 던져줄 수 있는
그 사악한 근성이 이번에도 여지 없이 빛을 발휘하여
전 선원이였던 누구보다 그녀의 파멸을 원하던 이스마엘을 간단하게
고래처럼 집어 삼켜버리는데 성공하였다.
고래를 사냥하고자 하는 이가 고래가 되어 상대를 인어로 만들어버린 이 끔찍한 광경 속에서
관리자로서 해줄 수 없는 사실이 나를 비참하게 만들뿐이였다.
악마와의 계약은 성립되었다.
에이해브란 고래에 삼켜진 이스마엘은 복수를 위한 인어가 되었다.
사람을 삼키는 고래의 뱃속에서 악마의 인어가 된 아이러니한 순간이다.
그런 이스마엘을 쳐다보며 뿌듯해하는 선장에게 나는...
나는...
참을수 없는 모독을 느끼며 대신 주먹을 휘둘러 저 비열한 안면에 꼿아 넣고 싶은 감정을
꾹꾹 눌러 참아야만 했다.
고래를 잡기 위해 고래가 되어버린 인간이나
그런 인간을 잡기위해 작살의 날처럼 날카롭게 벼려진 인간이 끝내 인어처럼 되어버린 모습은...
너무나 끔찍한 광경이니까 떨쳐내기 위해서 폭력이라도 쓰고 싶었으니까.
에인헤리아르
2024/08/22 22:49
악마와의 거래라...
딱 맞는 표현이네요.
자기 목숨을 저울에 매달정도로 고래에 미쳐있는 악마인줄은 몰랐었지만요.
치에P
2024/08/22 22:50
싱클이가 떠는 건 '쥐어잡는'다는 단어 때문인듯
검은달하얀달
2024/08/22 22:53
협상은 역시 에이해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