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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겪은 일인데요. 제인생 30줄 가장 고민스런 상황이었네요.

정말 거짓말 하나 안섞고 있었던 일 그대로 얘기하겠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 길이었는데요. 좌석 한쪽 끝에서 고성이 들리는겁니다. 


웬 성질 사나워보이는 남자가 통화를 하고 있는데, 쌍욕을 마구 내뱉고 있더군요. 


아무도 없는 자리를 발로 마구 차고 전철칸 한 3칸정도는 다 들릴 정도로 


바락바락 소리를 지르고 완전히 이성을 잃은 상태였습니다. 퇴근시간이라 주변에 사람들이


꽤 많았는데도 아랑곳 않더군요. 몇몇 사람이 시끄럽다고 다그쳐도 소용없었습니다.


그러면서 통화 상대방에게 이러더군요. 


'아니 니들이 말한대로 어플을 깔았는데 왜 안되냐!! 너 지금 어디야? 서울이면 내가 지금 갈게! 주소 불러!!'


여기서 바로 직감했습니다. 아 이사람 보이스피싱 당하고 있구나.... 


제가 오지랖이 그래도 넓은 편입니다. 곤경에 빠진 사람 있으면, 그래도 어떻게든 도와주려하는 편입니다. 


만약에 조금 덜 날카로워진 상태가 되면 넌지시 통화를 끊게 유도하고 차분히 얘기하거나 경찰에 신고하려는 찰나..


전철역에서 멈추더니 전철 직원과 사회복무요원 하나가 소란 신고 받고 왔다고 그 사람에게 말을 걸더군요.


그러더니 그사람이 무슨 무임승차한줄 아쇼? 내 신경 쓰지 말고 다른데 가쇼. 이런 식으로 말하는 겁니다. 


그러더니 통화를 계속하며, 당신과 얘기 못하겠으니 당신 팀장 불러. 당신 팀장 불르라고! 아님 고객지원센터 연결해!


이런식으로 계속 통화하더군요..


여기서 좀 웃겼던게...이 지하철 직원과 사회요원은....그냥 내리더군요. 지 할일 다했다 이거죠.


뭐 무슨 체포를 하고 강제로 내리게 한다던가 하는걸 기대한건 아닌데, 


이건 뭐.......그냥 방치수준이더군요... 



갑자기 다른 얘길 하자면, 전 서비스업을 합니다.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하는 일이지요.


그리고 이 사람의 진가를 바로 알아봤죠.



다른사람들 아랑곳 않는 것 하며, 좌석을 발로 차는 폭력적인 행동에 고압적인 말투까지


제가 일하면서 가장 극혐하는 부류


바로 '진상손님'입니다


그리고 보이스피싱하는 놈들은 뭐...말할 것도 없지요. 그야말로 인간쓰.레.기들이지요. 


즉 진상손님이 보이스피싱에 걸린 상황인 셈입니다. 


아무튼 이때 갑자기 통화상대가 바뀌더니, 진상손님이 좀 차분해지는것 같더니만...


그대로 내려버리더군요.


아마 그대로 보이스피싱 일당들이 시키는 대로 하다가.....후회할 일을 하겟지요. 


그렇게 만드는 거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하는 놈들이니까요.


그렇게 진상손님 vs 보이스피싱범의 싸움이 끝나버렸습니다.



제가 성인이 되고 나서 거의 처음으로 위기에 빠진 사람을 그냥 내버려둔 첫 케이스였네요.


경찰 신고도 안했습니다. 고민하는 사이 이미 내려버렸으니까요


솔직히 개인적으론 어쩔 수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사람이 말과 행위가 너무 폭력적이었어요.


잘못 끼여들다 더 골치아픈일 겪을 거 같다는 생각도 들었고...무엇보다..그 사람 자체가 맘에 들질 않았어요. 


다만 집에 와서 다시 생각해보니, 그래도 보이스피싱범들이 좋아하는 상황을 방치해둔 건 역시 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역시 경찰 신고는 할걸 그랬나봅니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하셨을 것 같나요? 
  



  



댓글
  • 겸둥현진 2024/08/20 22:02

    직접 나서서 도와줄거 아닌이상 신경끕니다.
    어플깔아도 안된다 이거가지곤 보이스피싱인지도 모르는거니깐요.
    나이가 있으신 분들은 로그인을 하는 법을 알려드려도 모르는 경우가 있어서
    옆에서 일일히 해주지 않으면 못하시는 분 많이 봤음..
    어플깔고 로그인을 해야하는데 아이디를 모르는 경우도 많고..
    폰의 경우 영문은 첫글자가 대문자로 써지는 경우가 있어서 대소문자 구분하는 경우 틀린비번이라 하는데
    본인은 제대로 입력했다만 반복하시는 분도 봤음..


  • 홀림목
    2024/08/20 21:45

    신고하는게 맞겠죠 안타깝네요

    (l59evD)


  • 겸둥현진
    2024/08/20 22:02

    직접 나서서 도와줄거 아닌이상 신경끕니다.
    어플깔아도 안된다 이거가지곤 보이스피싱인지도 모르는거니깐요.
    나이가 있으신 분들은 로그인을 하는 법을 알려드려도 모르는 경우가 있어서
    옆에서 일일히 해주지 않으면 못하시는 분 많이 봤음..
    어플깔고 로그인을 해야하는데 아이디를 모르는 경우도 많고..
    폰의 경우 영문은 첫글자가 대문자로 써지는 경우가 있어서 대소문자 구분하는 경우 틀린비번이라 하는데
    본인은 제대로 입력했다만 반복하시는 분도 봤음..

    (l59evD)


  • 세리드℠
    2024/08/20 23:24

    잘하셨습니다.
    100인 100색이고
    말이 얼을 낳고 얼이 말을 낳는다고
    말에서 묻어나오는 인성을 글쓴분이 느끼신게 맞다면
    글쓴분이 가만히 계셨던게 정답이라고 생각합니다.

    (l59evD)


  • 세리드℠
    2024/08/20 23:30

    혹시여나 이글을 쓰신 이유가 계속 마음에 담아두신
    '내가 행동하지 않았던게 잘못되었나'라는 의문에 쓰신거라면
    전혀 괘념치 마시길 바랍니다.
    생각보다 자신의 불행을 주변으로 돌리는 사람들이 많고
    그러한 사람들 때문에 행동하는 사람이 하나 줄어드는게
    오히려 더 사회적으로 봤을때 큰 손실이니깐
    잘 판단하신 선택이라 저는 생각합니다

    (l59evD)


  • 조용히지내고싶다
    2024/08/21 00:09

    굳이 ... 신경쓰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l59evD)

(l59ev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