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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드마이어 베가(본편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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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
오르페브르:
티엠 오페라 오를 표현하는 말은 다양하다.
하지만 수많은 별명 중 그녀를 명확하게 하는 단 하나의 별명이 있었다.
세기말 패왕.
처음에는 나르시시즘이 가득한 그녀가 자신을 지칭할 때 쓰는 별칭이었지만, 이제는 달랐다.
당장 우승한 G1만 꼽아보자.
2년 차, 클래식의 사츠키상.
3년 차, 트윙클 시리즈 사상 최초의 봄의 삼관.
3년 차, 아리마 기념.
4년 차, 트윙클 시리즈 사상 최초의 봄의 삼관 2연패.
5년 차 상반기, 사상 최초의 봄의 천황상 3연패.
그리고 마지막 5년 차 하반기.
URA 규정으로 정해둔, 연장 가능한 마지막 현역의 연장전.
「티엠 오페라 오! 티엠 오페라 오가 마침내! 가을의 삼관이라는 영광을 손에 넣었습니다! 믿을 수 없습니다! 최후의 순간, 최고의 명예를 얻은 우마무스메로 등극했습니다!」
그녀는 갈망하던 마지막 영광을 손에 넣었다.
최후의 현역 경주.
4년 차에서 절친한 친우, 메이쇼 도토와 새로운 시대의 중심, 정글 포켓에게 추구하던 패도가 가로막히며 전성기가 끝나가고 있음을 직감하긴 했었다. 그럼에도 최후의 영광을 위해 마지막 불꽃을 불태운 패왕은 고대하던 명예를 손에 쥐었다.
가을의 천황상부터 재팬컵, 그리고 오늘, 아리마 기념까지 이어진 반 마신 차이 이상의 연승의 행진.
티엠 오페라 오는 마침내 가을의 삼관을 손에 넣었다.
G1만 따져도 12승.
비록 오랜 라이벌들과 새로운 세대에 밀려 연승을 이룩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걸로 되었다.
이제 역사에는 그녀의 이름이 절대 지워지지 않을 수준으로 새겨졌으니.
-⏲-
“결국 해낸 건 기쁘긴 한데.”
화려한 마지막 위닝 라이브가 끝난 후, 트레센으로 돌아가는 길.
준비시간은 물론이고 앙코르까지 받아서 생각보다 더 오래 진행된 최후의 위닝 라이브가 끝나자, 시간은 어느새 밤 10시를 향하고 있었다. 혹여나 있을 사고를 막기 위해 최대한 안전한 길로 돌아가고 있는 그녀의 트레이너는 핸들을 쥔 채 말했다.
“마지막으로 한 연설, 하루 이틀 고민했던 게 아니지?”
“흠, 그렇게 보였는가? 트레이너 군에겐.”
“1, 2년도 아니고 5년 동안 같이 있었으면 어느 정도 파악이 되지.”
“아, 핫핫핫! 이거 참 날 너무 잘 알아도 문제로군!”
보통은 잠자리에 들어가고도 남았을 시각.
점점 더 밤이 깊어져 가고 있음에도 평소와 달리 아직 잔열이 남은 듯, 쌩쌩하기 이를 데 없는 오페라 오는 그 말에 크게 웃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내 좌석에 몸을 푹 기댔다. 그리고 잠시 말없이 창 너머를 바라봤다. 어두운 밤의 광경이 스쳐 지나가는 것을 보며 잠시 침묵하던 그녀는 곧 입을 열었다.
“늘 생각하고 있었네. 내 치세가 끝나는 순간, 어떻게 마무리를 지어야 할지. 그리고 걱정이 끊이지 않았지.”
본래의 다소 과장되고 경박한 말투 대신, 오페라 오는
“이 몸이 너무 과한 그림자를 남기고 가는 것이 아닐까? 혹여나 도전을 생각하는 새로운 세대의 마음이 이 내가 새긴 궤적으로 인해 꺾이진 않을까? 그런 생각이 끊이질 않았지.”
평소에 보이는 다소 경박한 모습과 달리, ‘패왕’은 정말 오랜만에 그녀의 속내를 드러내고 있었다.
“난 분명 영광스러운 패도의 시대를 열었지. 하지만 그것이 후대에 짐이 되기를 원하지 않아. 오히려 새로운 시대의 디딤돌이 되길 원할 뿐.”
“.....”
평소라면 그녀의 가극왕을 떠올리게 하는 말에 맞장구치거나 소소하게 딴지를 걸었을 트레이너였지만, 이번에는 조금 상황이 달랐다. 그의 머리에는 아리마 기념을 끝낸 후 이루어진 수많은 기자가 모인 회견에서 그녀가 한 말을 곱씹고 있었다.
-⏲-
보통 한 시대를 풍미한 우마무스메가 은퇴 경기를 끝낸 후의 분위기는 훈훈하거나, 아쉽거나 둘 중 하나다.
그야 그럴 게 전자는 마지막 경기에서 1착으로 입성해 아름다운 마무리를 했다는 뜻이고, 후자의 경우는 아쉽게도 그러지 못했다는 뜻이니까.
“경청하라, 새로운 세대의 기수들이여!”
그러니 티엠 오페라 오가 자리에서 일어나 외치기 시작한 지금 순간은 분명 독특한 것이었다. 세상에 은퇴 경기가 끝나고도 아직 저리 기운이 넘치다니.
“이 순간부터, 이 몸의, ‘세기말 패왕’의 패도는 역사의 한 장으로 남게 된다! 그래, 마침내 진정으로 새로운 시대의 막이 오른다!”
처음 한 말은 그녀의 현역 은퇴를 재확인하는 것과 별 차이 없었다. 나르시시즘이 느껴지는 그 말은 언뜻 보면 초기부터 이어진 선언의 자가복제와도 같이 느껴졌다.
“이 몸은 분명 장대한 패도의 역사를 새겼다, 하지만 새로이 열린 시대가 그것에 짓눌리기를 바라면 그건 왕도(王道)가 아닌 폭정일 뿐! 언제나 역사는 곧 새로운 도전의 주춧돌이 되어야 한다! 이는 이 내가 달려온 영광의 역사도 다르지 않도다!”
그러나 뒤에 나온 말은 예상과 달랐다.
물론 그녀의 은퇴 경기를 보러 온 클래식 시즌의 동기들은 ‘아 얘가 진짜 자기 생각을 이제야 밝히네’하고 다소 무덤덤했다지만, 오페라 오가 속내에 품고 있던 걸 처음 접한 기자나 아리마 기념에서 같이 뛴 신세대들이 느끼기엔 달랐다.
이건 선언이었다.
새로운 시대를 향한 거대한 선언.
“쓰러져도 일어나라! 모든 걸 걸고 경쟁하라! 한계를 뛰어넘어라! 이 몸이 새긴 역사라는 벽을 부숴라!”
기자들이 대체 어떻게 이걸 써내야 할지 고민하던 와중에, 역사에 이름을 새긴 위대한 패왕은 선언했다.
“이 몸은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물러난다. 하지만 그대들이, 새로운 세대가 내가 걸어온 패도라는 이름의 위업을 뛰어넘고자 하는 도전에는 뒤에서 갈채를 아끼지 않을 것이다!”
승자의 여유, 라고 넘기기에는 어려운 찾아올 가능성이 있는 미래에 대한 기대. 아니, 정확히는 자신의 위업에 대한 도전을 오히려 갈망하는 것만 같은 그 말은 기어코 기자들이 생각하는 것을 포기하게 했다.
“‘세기말 패왕’의 역사는 그대들이 추구하는 새로운 영광의 미래를, 한계를 뛰어넘는 도전을 위한 디딤돌로 남을 것이다!”
그리고 이내 쐐기를 박듯 마무리 지은 티엠 오페라 오의 은퇴 연설은 기자들에게 철야를 예고했다. 한 박자 늦게 터지는 카메라 플래시의 향연과 그걸 신호로 그제야 겨우 준비해 온 질문을 건네기 시작하는 모습이 그들이 겪은 압박감을 잘 드러내고 있었다. 패왕은 은퇴사를 연설하는 그 순간까지도 패왕이구나, 하는 생각을 모두 품은 건 당연한 결과였고 말이다.
물론 그들로서도 이 광오한 선언이 담긴 은퇴사에 새로이 입학했거나, 데뷔를 준비하는 차세대 우마무스메들이 대거 자극받으리라는 건 결코 예상할 수 없던 것이었다.
‘패왕’이 남긴 유산이 중앙 트레센은 물론이고 지방 트레센 학생들의 마음에, 꿈에 불을 지피기 시작했다.
-⏲-
역시 생각이 깊다.
트레이너는 내심 그 순간을 다시 떠올린 후 생각했다.
가극왕, 트레센의 광대 왕, 심지어는 입에 담기 힘든 멸칭까지 있었던 티엠 오페라 오.
그러나 그 모습이 어디까지나 자신의 꿈으로 향한 질주를 멈추지 못하게끔 가면을 쓴 모습이었음을 이제는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아, 물론 초기에는 그조차도 약간 이해가 안 가긴 했다. 과장된 연극을 하는 것 같은 말투와 행동. 솔직히 어딜 봐도 광대가 떠오르지 않는가. 심지어 특유의 작은 왕관 모자는 잘 때 외에는 항상 끼고 다니기도 해서 그냥 손가락 안에 드는 괴짜라고 여기기도 했었다.
클래식 시즌, 사츠키상이 다가오는 시기 이상하게 무리하기를 자처하다가 늦잠을 자서 수업에도 안 나갔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가기 전까지는.
광대를 연상케 하는 평소의 행보와 달리, 누가 봐도 초췌하기 이를 데 없던 모습.
물론 그 모습이 들키자마자 다시금 평소의 표정과 말투로 돌아오긴 했지만, 그 잠깐 볼 수 있었던 부담감에 찌들어 있던 것이 진짜 오페라 오의 모습일 거라고 트레이너는 생각했다. 그리고 그건 정답에 가깝긴 했다. 이러나저러나 오페라 오도 결국 사춘기 여학생. 어쩌면 자작 오페라를 쓸 정도로 우스꽝스럽게 행동하는 평소의 모습은 오히려 짓눌려오는 부담감을 드러내지 않기 위한 철저한 가면이 아니었을까.
‘황제’와 ‘제왕’ 이후 이름을 새길 ‘패왕’이라는 목표 자체가 저런 나이에 쉽게 입을 올릴 목표는 절대 아니니까.
“흠, 그대. 생각이 많은 모습이군.”
“뭐, 내가 항상 그렇지.”
“생각해 보니 그렇군. 나를 담당하겠다고 했던 날부터 그래왔으니.”
오페라 오의 말에는 여러 감정이 느껴졌다.
처음 만났던 날, 그 이후로 지금까지 이어진 여정. 그 장대한 연대기가 마침내 끝을 맺었으니 그런 걸까.
“돌이켜 보면 참 많은 일이 있었군. 그래, 정말 많은 일이 있었어.”
모든 게 끝났음에도, 그것이 좀처럼 믿기지 않는 것 같은 그녀의 목소리는 무언가 회한에 잠긴 듯했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법이지.”
그리고 나름대로 생각해서 트레이너는 말했지만, 돌아온 답이 잠깐 멈칫하게 했다.
“흐음, 뭔가 아야베 씨나 할 법한 이야기인데.”
“그랬나?”
“몰랐나? 가끔 말하는 것이 비슷해서 조금씩 흠칫하곤 했는데.”
“아, 그래서였구먼. 가끔 귀를 움찔거리던 게.”
어느 시점에서의 라이벌과 비슷하다는 건지, 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지만 크게 캐묻지 않기로 했다. 아니, 그렇지 않은가. 졸업식 때도 사달을 내버린 그 이빨을 썩어 문드러지게 만들고 튀어버린 듀오에 대해서 일부러 생각 안 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판에.
그 멀쩡해 보이지만 어딘가 나사 빠진 애에 곧 죽어도 한번 결심한 거 안 꺾는 대쪽 같은 놈 때문에 트레센에 터진 온갖 사건 사고를 생각하면 한숨부터 쉬고 싶었다. 심지어 졸업식날 끝난 순간 거하게 대형 사고도 저질렀지. 이제 학원 눈치 볼 거 없다고 그냥 급발진을 박다니 지금 생각해도 어지러울 지경이었다.
돌아오면 두고보자, 이 망할 녀석.
“정확히는 국화상 이후의 그녀일세.”
“야, 난 걔처럼 이상한 데 집착은 안 해.”
트레센이 쑥대밭이 되던 게 생생히 남아있던 탓일까. 솔직히 인간 대 인간으로서는 그 둘의 결단에 뭐, 격려는 해줄 수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 은은한 광기에 비유되는 건 아니야.
자주 본 건 아닌 그 폭신병… 아니, 오페라 오의 친구가 가끔 보이는 이상한 곳에 대한 집착은 정상으로 넘기기 힘들다고. 아무리 그가 프랑스에서 살다 온 적이 있어서 상대적으로 오픈마인드라고 해도 정상의 범주에 넣기 힘든 것이 분명 존재했는데, 하필 그 안에 딱 들어간 것이 담당의 라이벌이자 친구라니.
세상 잘 돌아간다. 진짜.
“그건 그렇군. 확실히 그녀의 폭신함에 대한 집착은 좀 유별나긴 했지.”
수긍하듯 말한 오페라 오는 이내 턱을 짚은 채 야경을 향해 눈을 돌렸다.
아무리 마지막의 여운이 남아있어도 피곤이 서서히 찾아오는 모양인지, 오페라 오의 눈꺼풀은 살짝 내려갔다.
“....아야베 씨의 선택이 부럽긴 하지만 말이지.”
뭔가 섬뜩해지는 말이 희미하게 들린 거 같은데 기분 탓이겠지.
그래, 피곤한 상태로 운전 중이라 뭔가 잘못 들은 걸 거야.
아니, 그래야만 한다.
오페라 오, 아니 폐하.
제발 잠 와서 아무 말이나 한 거라고 해주세요.
“.....”
하지만 그의 바람과 달리 패왕의 보라색 눈은 무언가 생각에 잠긴 채 스쳐 지나가는 야경을 향하고 있었다.
담당의 동기가 굴리기 시작한 눈덩이가 오페라 오와 그 트레이너를 덮치기 시작했다.
-⏲-
한편 비슷한 시각.
“탑 로드?”
“네!”
“난 네가 갓 초등학교에 들어갔을 때부터 함께 했다, 기억하지?”
“네!”
나리타 탑 로드의 트레이너는 어떻게든 달라붙어 오는 담당을 막기 위해 결단을 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기억 못 할지도 모르겠지만, 네가 아직 옹알이하던 시절에도 네 아버지 만나러 갔을 때 본 적이 있고.”
“네!”
“그런데 대체 이게 뭐니, 난 네 아빠뻘이야. 왜 이렇게 달라붙는 거니?”
일반적이라면 ‘헤헤, 그러네요. 앞으론 주의할게요.’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 그런데 이 이마에 틱택토를 해도 공간이 남는 우마무스메는.
“트레이너 씨, 뭔가 잘못 알고 계시는 거 같은데요.”
그 말에 그저 생글생글 웃으며.
“그래서 더 좋은 거라고요?”
패왕 세대 중 최고의 광기를 드러냈다.
그렇게 오늘도 탑 로드의 트레이너는 이마에 주름만 늘어갔다.
대체 최근 폭발하는 각종 연애 소문은 이 순진한 애를 어떤 괴물로 만든 것이란 말인가.
점차 깊어져 가는 겨울밤.
오늘도 트레센의 하루는 평화로이 흘러갔다.
올붕이 쓰던 중에 갑자기 떠오른 티엠 소재, 일등성 시리즈와 같은 세계선
페피니에르
2024/08/18 08:09
들불처럼 번지는 연애 바람
린성신관알타
2024/08/18 08:20
아야베가 쏘아올린 작은 공
스마일무장조아르헨티나백브레이커
2024/08/18 08:35
이마에 틱택토를 해도 공간이 남는 우마무스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