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의 최종화가 많이 논란이 되는데, 가장 큰 문제는 "미도리야 이즈쿠가 꿈을 포기했다"는 점임.
이 때문에 미도리야 이즈쿠에 대한 비하로 이어지고, 이게 마음에 안 들어서 결말에 관한 여러 글을 썼음:
https://bbs.ruliweb.com/community/board/300143/read/67145037
https://bbs.ruliweb.com/community/board/300143/read/67220884
그런데 만화를 다시 보면서 미도리야 이즈쿠의 테마 자체가 절망이라고 생각하고 이번 글을 썼음.
1. 절망한 소년
최종화에서 작가가 미도리야가 단순히 개성이 없다고 히어로의 꿈을 포기했다고, 무성의하게 연출하는 바람에 미도리야가 과연 히어로가 될 생각이 있긴 했냐는 비판이 쏟아짐.
(사실 작가가 별 설명없이 그냥 넘어간 탓. 올마이트처럼 몸이 엉망이라던가, 번아웃 증후군에 시달린다던가, 하다못해 잔불이 남아있던 2년 동안 뭘 했는지 알려주든가.)
종국에는 1화에서도 "히어로 지망생이 신체 단련도 안 하고 노트에다가 히어로 덕질만 하고 의지도 없었던 소년"이라는 폄하까지 받고 있음.
하지만 이건 1화의 미도리야 이즈쿠가 가진 절망을 제대로 알아채지 못한 평가라고 봄.
결말의 미도리야 이즈쿠의 하드카운터로 자주 언급되는 너클 더스터
외전에 나오는 너클 더스터나 최종장의 미르코처럼 무개성이라도 히어로를 되고자 하면, 신체 단련도 안 했냐는 힐난이 많지만, 이들은 베테랑 히어로 출신임.
잃은 개성을 경험으로 매꿀 수 있고, 신체 단련을 한다고 해도 경험을 토대로 어떻게 해야할지 암.
하지만, 1화 당시 미도리야는 무개성으로는 히어로가 되는 데에 가망이 없다는 것을 내심을 알고 있었고, 모든 사람에게 꿈을 부정당하고 있었음.
자신이 노력해서 뭔가 성취할 수 있을 거란 믿음이 없는 사람은 노력할 엄두도 못 내는 법.
올마이트와 히어로 덕질도 자신이 스타트라인에 설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더 집착한 것.
만약 무개성이라도 히어로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면, 올마이트에게 애걸하듯이 묻지도 않았지.
올마이트에게 무개성은 히어로가 될 수 없다는 소리를 들은 미도리야 이즈쿠
그럼에도 바쿠고를 구하기 위해 뛰어든다.
즉, 미도리야에게 필요했던 것은 누군가가 길잡이가 되어주는 것.
그리고 다름아닌 올마이트가 길잡이가 되어주자 올마이트 상상이상으로 노력하고,
어머니가 졸도할 정도로 열성적으로 활동하게 됨.
미도리야가 다름아닌 올마이트에게 구원을 받게 되는데, 이는 단순히 원포올을 받게 되는 게 아니라 누군가가 긍정해주었으면 한 자신의 꿈을 긍정해준 것.
이후 절망에서 구원 받은 자가 남을 절망에서 구원하는 서사를 씀.
단순히 위기에서 구해주는 게 아니라 (올마이트가 그랬듯이) 자신의 꿈과 존재 자체를 긍정할 수 있도록.
1.1. 미도리야의 히어로 분석 노트
히어로 덕질로 노트에서 망상만 적었다고 폄하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절망한 미도리야가 히어로에 대한 미련을 담아 작성한 노트인지라 엄청 세세하게 적혀있음.
꽤나 자세히 분석해서, 예로 첫 실습에서 초반에 바쿠고를 상대로 무개성으로 상대하고, 바쿠고의 행동 패턴을 모조리 읽어서 기어이 이기게 되었음.
이를 보면 미도리야의 히어로와 개성 분석은 단순한 덕질의 영역을 넘어선 것을 알 수 있다.
원포올 단련도 이 "히어로 분석 노트"의 도움을 많이 받았고 아예 미도리야의 능력 중 하나로 여겨졌었음.
만약 미도리야가 원포올을 잃은 뒤에도 히어로 분석 노트로 선생님 일을 하는 것을 보여줬거나, 랙돌처럼 히어로 보조 업무라도 했다면 최종화에 대한 비판이 없었을 거임.
그런데 이 히어로 분석 노트는 점차 이야기에서 소리소문없이 사라짐.
작가의 무성의함을 알 수 있는 부분.
2. 남을 절망에서 구해주다
본인이 절망에 빠져살았던지라 절망에 빠진 사람들을 계속해서 구하게 됨.
불행한 가정사 때문에 자신의 왼쪽을 부정하고자 하는 쇼토
체육대회의 승리와 자기 팔을 버려가며 토도로키 쇼토를 구원함.
3. 빌런 구원서사
빌런 구원서사도 같은 맥락
빌런 연합의 구성원들을 잘 뜯어보면, 사회의 어두운 면에서 탄생한 빌런들임
올포원도 좌절하고 만 인간을 빌런이라 불린다고 비웃으니.
절망에 속박되어 빌런으로 전락한 소년 대 절망에서 해방되어 히어로가 된 소년
나중에 작가가 빌런에게 너무 감정이입을 하고, 연출이 엉망이어서 문제일뿐.
다만, 짚고 넘어가야할 것은 미도리야는 절망에 빠진 사람을 구하고자만 하지, 그 악행에 대해서는 미화와 옹호도 없음.
"사과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며, 그 마음을 만약 에리에게도 먹을 수 있다면, 레이디 나강과의 약속은 내가 이어받을게."
이렇듯 나강을 구했어도 오버홀과는 완벽히 선을 그음.
머스큘러 같은 쾌락범도 가차없음.
미도리야의 활약이 세계에 방송되었고, 일반인도 도움이 필요한 아이에게 손을 건내게 됨.
이로서 제2의 시가라키 토무라가 될 수도 있던 소년은 절망에서 벗어나게 된다.
429화까지는 분명 모두가 최고의 히어로가 되었었다.
4. 최종화의 문제
여러 번 말하지만, 최종화의 근본적인 문제는 작가가 수미상관에 집착해서 429화 동안의 빌드업을 모조리 날려버린 것.
(관련 글: https://bbs.ruliweb.com/community/board/300143/read/67145037)
429화까지의 미도리야의 이야기는 절망에 빠졌던 소년이 남을 절망에서 구해내는 이야기.
그런데 작가는 그냥 캐릭터의 성장과 서사를 그냥 리셋해서, 미도리야를 다시 절망에 빠져 뭘 해야할지도 모르는 꼬맹이로 만들어 놓음.
보듯이 작가가 미도리야가 무개성으로도 얼마든지 활약할 수 있다고 빌드업을 해놨음.
다른 빌드업과 마찬가지로 최종화에서 날려먹어서 그렇지.
만약 미도리야가 도로 절망에 빠졌다면 더 그럴 듯한 이유가 필요했고, 절망에 빠졌다면 미도리야가 자신의 초심, 그 오리진을 되찾는 이야기가 필요했음.
그런데, 작가는 올마이트의 열화판 슈트로 이를 카타르시스(감정의 분출)없이 때우고 끝을 내버리고, 팬들의 해소 되지 못한 불만이 폭주하게 됨.
잉게니움의 복사 붙여넣기도 그렇고, 작가가 그냥 최종화를 13페이지 안에 끝내려고 너무 무성의하게 처리했음.
작가가 스타워즈 팬이라더니 마치 시퀄 시리즈마냥 알맹이는 빼놓고, 그냥 1화를 수박 겉핡기식으로 재탕해버린 격.
마지막으로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의 진정한 결말:
제가 이렇게 화나서 글을 쓰는 것을 보면 제가 정말로 이 만화를 좋아했구나 싶네요.
내히로아카돌려줘
2024/08/14 19:13
제가 이렇게 화나서 글을 쓰는 것을 보면 제가 정말로 이 만화를 좋아했구나 싶네요.
플라보노이드
2024/08/14 19:17
막상 히어로가 한가로운 사회가 도래했냐면 그것도 아님. 놀랍게도 히로아카 연재 10년간 남긴게 아무것도 없음. 올포원 시무라 없애지 않았냐 할 수도 있지만 막상 작중에서도 얼마든지 더 한놈들이 튀어나올 수 있단 떡밥을 깔아버렸고
내히로아카돌려줘
2024/08/14 20:21
429화까지만이라면 그래도 "모두가 히어로인 사회에서 충분히 도와줄 수 있다"라는 식으로 마무리를 할 수 있었겠죠. 그런데 작가는 도대체 왜 430화를 초반의 가장 나쁜 것만 모아서 그 꼴로 그렸는지...
루리웹-0105900765
2024/08/14 20:28
미도리야는 더나아가 이만화는 도대체 뭐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