짤방 상황이 완전히 일치하진 않는데
요점은 소비자가 창작물은 보는 이유는 자신이 보고 싶은 장면 혹은 그 이상의 것을 기대하기 때문임.
그걸 충족시키는 게 창작자의 역할이고
그렇다면 여기서 작가가 가장 중요시 해야하는 건
만드는 입장과 보는 입장의 차이를 이해하여 자신의 욕망을 억누르고 보다 많은 소비자의 기대치를 충족시키는 거임.
이걸 설명해주는 내용이 있는데
예전에 TV에서 본 이야기인데
어떤 유명 작가가 아마추어 시절에 히트 편집자에게 원고를 보여줬더니
'이 부분은 삭제하는 편이 좋다' 라면서 제일 마음에 들어한 부분을 지적받았다, 는 이야기를 했다.
작가가 항의하자 그 편집자는
'이런 부분을 지울 수 있게되면 너는 거물이 될 수 있다' 고 했는데 나중에 되돌아보니
'확실히 이건 아저씨가 노래방에서 MY WAY를 부르는 듯한 파트라 없는 편이 좋다' 고 생각해서 지웠다...고 했다
'작가가 제일 마음에 들어하는 장면을 지우는 게 어째서 좋다는 거지?'
라고 오랜 세월 의문이었는데 수많은 연재 콘티를 읽어보는 입장이 되자
'확실히 그럴 수 있네...!' 라고 알게되었다.
예컨대 콘티를 보고 불필요하다고 느껴지는 부분을 지적하면
'그건 작가님이 특별히 그리고 싶다는 부분이라...' 며 담당자가 전해주는 적이 많았는데
어째서 '특별히' 그리고 싶은 부분이 불필요하게 느껴지는가 하면
그 시점에서는 독자가 보고 싶어하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
창작자도 사람이다 보니까 특별히 애정이 가는 애도 있을 거고 넣고 싶은 장면도 있을 거임.
근데 그게 독자들이 바라지 않는다면 과감히 빼거나 최소한으로 넣어야함.
하지만 작가는 그러지 않고 다 챙기려다 보니까 비중은 제각각이고 주인공은 겉돌고 전개는 산만해져버림.
하다못해 기대치라도 충족시켰음 유종의 미라도 거뒀을텐데
팬들이 보편적으로 미도리야에게 기대했던
'차기 평화의 상징으로서의 활약', '시가라키와의 결전', '프로 히어로가 된 미래상', '우라라카와의 연애' , 등등을
충족시키지 못했음.
뉘앙스가 딱
예상을 뒤엎어 충격을 주자!
이런 방식은 웬만해선 욕먹음.
내가 원하던 장면이 안 나왔거든.
이게 먹히려면 내가 원하는 것 이상으로 잘 만들거나 진짜 참신하다 느낄만큼 긍정적으로 배신을 해야 하는데
애석하게도 작가는 그 정도까지 해내지는 못했지.
세줄 요약
1. 소비자들은 작품을 접하는 과정 속에서 최종적으로 바라는 기대치가 생김.
2. 이에 대한 흥미를 잃지 않도록 조율을 잘해 기대 이상 적어도 그 기대치만큼은 답하는 것이 작가의 역할
3.하지만 작가는 이를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기대치도 충족시키지 못했다.
아야어여오요
2024/08/04 12:50
스캔본 비평가들도 소비자로 친다면 맞는 말이군
로리에트연방
2024/08/04 12:51
이런거 보면 창작이란게 진짜 어려운거 같음.
작가의 이상을 쓰는건 좋지만 결국 읽은 사람이 있어야 하고 그 사람들과 공감도 필요하다 보니
이걸 조율하는게 가장 힘들거 같음.
슬리핑캣
2024/08/04 12:52
독자들이 원하는 놀라움이란
김치찌개를 먹었는데 두부만 보이던 김치찌개에 스팸과 참치가 동시에 들어가 있는 걸 원하는거지
김치찌개를 먹었는데 두부라고 생각했던 게 까망베르 치즈 인걸 원하는 게 아님.
흰색석유발전기
2024/08/04 12:52
작가가 작품에 쏟은 시간도 있지만
그에 비례해서 독자들도 작품에 돈과 시간을 쏟는다는 걸 몰라주는 느낌적인 느낌
스틸레이지
2024/08/04 12:53
엔딩도 이 엔딩 저 엔딩 다 욕심이 나니 그걸 다 넣는 욕심을 부린거라고 개인적으로 보고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