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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환자는 스스로 가필드라 생각하고, 난 일을 관둘까 고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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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이라고 생각하고 넘기기 전에, 내 말을 좀 끝까지 들어봐라.




 나는 얼마 전에 졸업한 의대생이고, 비교적 작은 동네에서 살고 있다. 이 빡센 분야에서 살아남으려고 하는 다른 모든 사람들처럼, 난 경험과 인맥을 얻기 위해 레지던트 생활을 하고 있었다. 정신건강의학 분야에서 쉐도잉(다른 의사의 진료 과정을 참관하며 이해도를 높이는 것)을 한 채 2년이 됐지만, 이 일로 인해 나는 처음으로 내가 기술자라든지, 아무튼 사람과 마주하지 않는 직업을 선택할걸 그랬는지 고민했다.




 나는 항상 환자의 비밀을 보장해왔지만, 단 한번의 예외를 두어 처음으로 환자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이 이야기를 끝까지 읽는다면 왜 그러는지 알게 될 것이다. 연관된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인물들의 이름은 전부 바꿨다. 






 3개월 전, 나와 함께 일하던 정신과 의사 킴 박사는 나에게 직접 환자를 진료해볼 기회를 주었다. 우리가 일하는 곳은 작은 개인 진료소였고 같은 건물 안에 다른 의사 6명이 있었다. 지금까지는 내가 상담할 동안 항상 킴 박사가 지켜봤었으므로, 나는 이번 기회로 내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고 싶었다. 




 킴 박사가 말하기로는 이번 환자는 1차 진료자로부터 전문의를 만나보라는 소견을 듣고 찾아온 사람이었다. 새로 찾아오는 환자들은 대부분 그랬다. 난 서류를 펼쳤다.




 네이선 소머스, 27, 남성


 본인의 신원에 대한 망상


 진단적 소견: 조현병




 조현병을 처음 상대해보는 건 아니었다.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설명하자면, 조현병이란 망상을 현실이라고 믿는 병이다. 예시를 들자면, 자신이 공격받고 있다고 망상하거나, 일상 속 물건에 암호가 숨겨져 있다고 믿는 것이다. 아니면 이번 케이스처럼 본인의 정체까지 혼돈하거나. 




 어느 조용한 날, 진료소의 문이 활짝 열렸고 접수대로 다가가는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난 몇 분 동안 필요한 서류를 챙기고 진료실 밖으로 머리를 내밀었다. 




 "이쪽으로 와주세요." 흐릿한 말소리가 문 뒤에서 들려왔다. 내가 나갈 타이밍이었다.




 "네이선?" 내가 불렀다.




 나는 환자 네이선을 예상했지만, 푸석푸석한 갈색 머리와 짙은 다크서클의 왜소한 여성이 걸어들어왔다. 여성은 눈썹을 찌푸리고 있었고 표정은 금방이라도 울 것 같았다.




 "저는 레나, 그의 아내에요." 그녀가 비참하게 말했다. 레나는 애써 웃으려 하며 손을 내밀었다.




 "만나서 반가워요, 레나. 저는 (수정됨)입니다." 내가 레나와 악수하며 말했다. 레나를 따라 들어오는 것은 그녀의 남편으로 추정되는... 무언가였다. 그는 1.8미터쯤 돼 보이는 인형 옷을 입고 있었다. 인형탈을 보며 나는 단번에 가필드를 떠올렸다.




 그래, 나도 웃었다. 물론 소리내어 웃진 않았지만, 그 우스꽝스러운 의상을 보고 마음 속으로 웃지 않는 건 힘든 일이다. 난 이게 분명히 농담이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킴 박사가 내가 헛짓거리를 구분할 수 있는지 테스트하는 것 같기도 했다. 어찌됐든 무척 흥미로웠다.




 인형탈의 주황색과 흰색 털은 지저분하게 뭉쳐있고 음식물로 얼룩져있었다. 그리고 거기서 나는 악취는... 내가 그 순간 환자를 맡기로 한 걸 살짝 후회했다고만 해두자.




 어쨌거나, 환자를 거절할 순 없었고 내가 누군가를 저울질할 입장도 안 되었다. 정신적 질환이 사람의 자기관리와 위생을 얼마나 심각하게 망치는지, 내가 가장 잘 알았다. 내가 심리학을 공부하게 된 것도 사실 그래서였다. 나와 같은 위치에 놓인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두 사람에게 미소지으며 앉으라고 손짓했다.




 "그럼 네이선이시겠군요?" 내가 아내의 도움으로 자리에 착석한 남성에게 물었다.




 "왜 자꾸..." 레나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남편은 말을 안하고 있어요."




 "아...?"




 "이렇게... 변하기 시작한 이후로 남편은 말을 안 해요."




 "그렇군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아내와 함께 병원을 찾아야했구나, 라고 생각했다. 환자와 직접 대화를 할 수 없다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겠지만, 어쩔 수 없었다.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아요." 난 레나를 안심시켰다. "레나, 문제가 뭐고 언제부터 시작됐죠?"




 레나는 손을 꽉 쥐고 심호흡했다.




 "한 달 전에, 남편은 집에 와서 자신의 새로운 정체성을 발견했다고 말했어요."




 "가필드요?"




 "네." 레나의 눈에 맺힌 눈물방울이 더 굵어졌다. "남편은 이름에 대꾸하지도 않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남편과 남편 친구들이 치는 장난인줄 알았는데..."




 "하지만 장난이 아니었군요."




 "네, 몇 주째 이러고 있어요."




 난 남자를 걱정스럽게 바라봤다. "이 인형탈을 몇 주째 입고 있었다고요, 네이선?"




 레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뇨, 그-"




 "아, 말을 하지 않는다고 하셨군요." 내가 떠올렸다.




 가필드가 말을 할 수 있는 캐릭터였는지 가물가물했다. 예전 3D 영화에서는 했던 걸로 기억하지만, 내 착각일지도 몰랐다.




 "먹지도 씻지도 않아요." 레나가 울며 말했다. "남편한테 간절히 빌었는데 말을 안 들어요. 전 남편을 되찾고 싶어요."




 씻지도 않았다고? 네이선의 몸에서 나는 악취는 설명됐다.




 "마지막으로 남편분이 식사를 한 건 언제죠?" 




 "3주 전에요. 망상이 시작되기 전에..."




 "그렇군요."




 "그리고, 라자냐까지 줘봤어요."




 "라자냐?"




 "가필드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요." 레나가 소매에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난 레나에게 휴지를 건네고 바인더의 페이지를 넘겼다. 그가 축축한 인형탈 속에서 지저분한 오물에 갇혀있는 생각을 하니 끔찍했다.




 난 이 모든 게 정교한 속임수고 레나가 사실은 아카데미상을 수상할 만한 여배우가 아닐까 생각했다. 대체 누가, 왜 이런 짓을 스스로 한단 말인가.




 "남편분이 전에 정신질환을 앓거나 비슷한 행동을 한 적 있나요?" 내가 물었다. 물론 가정 의사한테서 받은 진료 기록은 내 책상 위에 펼쳐져 있었지만, 아내니까 좀 더 자세히 알지도 모른다.




 "아... 아뇨. 저희는 5년 동안 함께지만 제가 아는 일은 아무것도 없어요. 물론 가끔 울적하다고 할 때는 있지만 우울증이랑은 거리가 멀고요." 레나는 코를 훌쩍였다. "쓸데없는 생각을 많이 하는 건 오히려 제가 더 심하죠." 그녀는 살짝 웃었다.




 "그렇군요." 난 석상처럼 굳어있는 네이선을 쳐다봤다. 아내의 슬픔에 반응하지 않을까, 했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레나의 말이 맞았다. 네이선의 기록을 보니 이 남자는 완벽하게 건강했다. 멀쩡한 혈당, 건강한 심장과 간, 조현병은 찾아볼 수 없는 가족 내력... 물론 네이선의 질병이 조현병은 맞는지도 의심해봐야 한다.




 "그, 그런데... 조금은 제 잘못도 있는 것 같아요." 레나가 관자놀이를 손으로 문지르며 말했다. 눈물이 다시 고이고 있었다.




 "왜 그렇게 생각하시죠?"




 "남편한테 칭... 칭찬을 많이 하는데, 남편이 그걸 싫어해요."




 칭찬받는 걸 싫어한다고?




 "더 자세히 말해주실 수 있나요?" 




 "이상하게 들리는 건 알지만, 남편은 겸손해서 칭찬받는 걸 안 좋아해요. '이건 진짜 자기 모습이 아니다' 라거나, 내가 그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던가... 그렇게 말해요."




 "알겠습니다. 예시를 들어주실 수 있나요?" 




 "음, 남편이 자랑스럽다고 말하거나, 오늘 멋있어 보인다고 말하면 남편은 화를 내고 그 말을 부정해요."




 "흥미롭네요." 난 바인더에 몇 가지 메모를 했다.




 "잘 모르겠어요... 남편이 주변의 기대치에 비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내가 생각하는 남편이 아니라는 걸 증명이라도 하려는데, 그건 남편이 스스로에게 너무 엄격해서 그래요. 더한 건 필요없으니 그냥 돌아와줬으면 좋겠어요..."




 주변의 기대가 너무 부담스러웠던 나머지 떠나버리고 싶었던 걸까? 확실히 아내는 네이선을 사랑하는 것 같지만, 가족이나 일자리에서 부담을 줬을지도 모른다. 일단 외부적인 요인이 있었다는 건 확실하다. 애초에 이건 정말 망상병이 아니라, 관심을 얻기 위한 자작극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레나 씨의 탓은 아닌 게 확실해요." 내가 말했다.




 "고마워요." 레나가 조용히 말했지만, 내 말을 믿지 않는 눈치였다.




 "가끔은 트라우마 같은 것이 없어도 조현병이 발현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저희가 결론을 내리기 이전에 남편분이 저희에게 직접 말해줘야 해요. 한 달 전에 남편 분의 삶에 큰 변화가 있었나요? 이직이라던가, 가족의 사망처럼 트리거가 될 수 있는 것 말입니다."




 레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뇨, 생각나는 건 없어요."




 대화는 점점 막다른 길을 향하고 있었다. 네이선이 말을 하지 않으니 해결책을 도저히 찾을 수 없었다. 




 나는 천천히 네이선을 돌아보았다. "부탁하는데, 저에게 말을 하실 수 있나요?"




 남자의 머리는 움직였지만 끄덕임 대신 '음.' 하는 소리만 들렸다. 인형탈의 눈구멍은 검고 끝이 보이지 않아, 그 뒤에 있는 사람을 완전히 가려버렸다. 게으르지만 오만한 가필드의 표정이 인형탈에 선명했다. 난 저 뒤에 과연 인간이 남아 있을지 두려워졌다.




 난 다시 말했다. "아내분이 네이선 씨를 아주 걱정하고 있어요. 저희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싶을 뿐입니다. 한 달 전에 당신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요?"




 네이선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난 기대함과 동시에 겁이 났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 저희는 네이선 씨를 돕고 싶어요."




 남자는 천천히 한쪽 팔을 들어 머리를 가리켰다. 그리고 손으로 작은 동그라미를 그리기 시작했다. 




 레나와 나는 동시에 그 행동을 따라했다. 행동을 해석하려는 시도였다.




 "무...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네요. 동그라미인가요?" 내가 말했다.




 네이선은 고개를 저으며 인형탈의 윗부분을 쓰다듬었다.




 "머리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네이선은 끄덕였다. 드디어 실마리를 찾았다는 생각에 내 심박수가 조금 빨라졌다.




 난 레나를 돌아보았다. "남편분이 머리에 이상이 있나요?"




 "한 달 전에 친구들과 낚시하러 갔었는데..." 레나가 자세를 고쳐앉았다. "미끄러져서 돌바닥에 뒤통수를 부딪혔어요. 심각한 부상은 아니었지만."




 "잠시만요, 정확히 얼마나 심한 부상이었죠?" 난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이 중요한 일을 지금까지 언급하지 않다니, 의아했다.




 "작은 혹이 날 정도요. 피도 나지 않았어요. 남편의 친구들은 몇 분 만에 멀쩡해졌다고 했어요."




 "부상이 눈에 보이는 것보다 더 심각했을 수도 있어요."




 레나는 멈칫했다. "세상에, 그러네요! 그 생각은... 아예 하지도 못했어요."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건 하나밖에 없었다. 난 다시 네이선을 돌아봤다. 죽은 듯한 검은 눈구멍이 내 영혼을 꿰뚫는 것 같았다. 인형탈은 무표정했다. 지금 그는 평온할까? 화가 났을까? 무슨 감각을 느끼고 있지? 모두 알 수 없었다. 




 "인형탈을 벗어주실 수 있을까요?" 나는 초조함을 억누르며 최대한 침착하게 말했다. "머리에 있는 부상을 살펴봐야 할 것 같아요. 괜찮으실까요?"




 네이선은 고개를 저었다. 나는 심호흡을 하고 목소리 톤을 바꿨다. 아이를 달래는 느낌이었다. 




 "잠시만 살펴보면 됩니다. 2분 밖에 안 걸려요. 끝나자마자 인형탈을 다시 써도 됩니다."




 그는 다시 고개를 저었다. 레나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다 다시 나를 쳐다봤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인형탈을 확 벗겨내고 제발 정신 좀 차려달라고 말하고 싶었다. 인형 옷에서 나는 끔찍한 악취는 진료실을 가득 채워 마스크를 쓴 내게도 느껴졌다. 




 한편 나는 인형탈을 벗겼을 때 어떤 것이 있을지 두렵기도 했다. 몇 주 동안 먹지도, 씻지도 않은 사람이라니, 얼마나 끔찍한 몰골일지 상상도 가지 않았다. 어쩌면 그 아래에 있는 건 네이선이 아닐지도 몰랐다. 레나도 그가 인형탈을 벗은 모습은 본 적이 없다면?




 인형탈은 엄밀히 말하자면 옷의 일부였다. 나는 법적으로 네이선의 동의 없이 인형탈을 벗길 수 없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레나 씨." 내가 말했다. "남편분의 인형탈을 벗겨주실 수 있나요?" 부탁보다는 명령에 가까웠다.




 "저..." 레나의 눈빛은 겁에 질려 있었다. 그녀는 방어하듯 손을 가슴팍에 얹었다. 




 "그, 그게 좋은 생각일까요? 남편이 다치거나 하면 어떡하죠?" 




 나는 심호흡했다. 레나가 머뭇거릴 것은 예상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이대로는 남편분을 치료할 수 없어요. 아내처럼 신뢰하고 사랑하는 사람이 하는 게 나을 겁니다. 그렇지 않다면 대형 병원으로 데려가야 하고, 그곳에서는 아마 힘으로 남편분을 제압할 거에요."




 레나는 손을 덜덜 떨며 고개를 숙였다. 그녀는 크게 숨을 내쉬더니 고개를 들어 나와 눈을 마주쳤다. 




 "알겠어요." 목소리는 겁에 질렸는지 떨리고 있었다. "제, 제가 할게요..."




 레나는 의자에서 일어서서 두 손을 우스꽝스럽게 큰 인형탈 위에 얹었다.




 "미안해, 여보. 내가 당신을 사랑해서 이렇게 하는 거야." 레나는 인형탈을 들었고, 인형탈이 벗겨지며 네이선의 목이 드러났다.




 쾅.




 그 다음 순간, 여러 가지 일이 한꺼번에 벌어졌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레나가 소름끼치는 비명을 질렀다. 네이선은 레나를 붙잡았고, 둘은 바닥과 세게 부딪쳐 나뒹굴었다. 네이선은 레나를 내리꽂은 채 털로 뒤덮힌 손으로 그녀의 목을 졸랐다. 끔찍한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격분한 짐승같은 소리였다. 




 "안돼, 안돼! 멈춰! 미안해!" 레나가 소리쳤다. 네이선은 경련하듯 몸을 떨었다. 검붉은 액체가 남자의 눈과 입에서 흘러나왔다. 레나는 얼굴에 떨어지는 피를 피해 몸을 비틀었다.




 난 문을 열고 복도를 향해 소리쳤다. "도와주세요!! 제발, 도와주세요!!" 




 레나는 숨이 막혀 켁켁거렸다. 눈물이 흐르는 눈은 곧 튀어나올 것 같았고, 손은 애써 네이선을 뿌리치려고 했다. 내 두 다리는 덜덜 떨리고 있었다. 나는 온 힘을 다해 네이선을 잡아당겼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5초도 채 안됐을 때, 네 명의 사람이 진료실 안으로 뛰어들어 왔다.




 "떨어져!" 두 명의 의사가 네이선을 잡아당기자 그는 휘청거리며 뒷걸음질쳤다. 그가 맹수처럼 으르렁거리는 동안 얼굴에서 피가 뚝뚝 떨어졌다. 




 "다리를 잡아!" 누군가 소리쳤고, 대기실에 있던 환자 중 한 명이 의사들을 도와 네이선을 바닥에 눌러 제압했다.




 나는 식은땀에 범벅이 된 채로 덜덜 떠는 레나를 살폈다. 그녀의 얼굴은 새빨개져 있었다. 우리는 급히 옆 방으로 옮겨 활력 징후를 체크했다. 심장 박동은 약했지만 다행히 있었다. 




 진료실에서, 네이선은 바닥에 엎드린채 팔다리를 하나씩 붙잡혀 제압당한 채였다. 대기실에 있던 남은 환자들은 사이렌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자 다급히 자리를 떴다. 




 "무슨 일이죠!?" 킴 박사가 진찰대에 누워 떨고 있는 레나를 보고 한 말이었다. 




 좋은 질문이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난 겉으로는 침착해보였지만 심장은 터질 것처럼 뛰고 있었다. 아침 식사를 토해내지 않는 것도 힘들었다. 




 "화, 환자가 목을 졸랐어요." 내가 레나의 혈압을 재며 애써 말했다. 내 첫번째 진료가 이보다 더 끔찍할 순 없었다. 




 "괜찮으신가요?" 킴 박사가 물었다. 다행히도 화났기보다는 걱정스러운 것 같았다.




 "상황을 고려하면 괜찮은 편이죠." 




 "다행이네요. 경찰이 거의 도착했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킴 박사는 내가 레나의 건강을 확인하는 것을 도와줬다. 우리는 조심스럽게 레나의 목과 호흡을 확인했다. 멍은 좀 들겠지만, 다행스럽게도 기도에는 이상이 없었다. 




 진찰대에 누운 레나는 몸을 웅크리고 얼굴을 감쌌다. "안돼, 안돼, 제발, 안돼, 안돼......" 레나는 앞뒤로 기우뚱거리며 말을 실성한 듯이 반복했다.




 난 위로의 의미로 그녀의 등을 쓰다듬었다. "물 좀 가져다 드릴까요?" 환자에게 이렇게 해도 되는 걸까? 하지만 이 시점에서 이미 난 환자를 바라보는 의사의 입장이 아니었다. 그냥 사람으로서 친절하게 대해주고 싶었다.




 "아, 아, 아뇨. 괜찮아요." 그녀가 대꾸했다. 고개를 거의 들지도 않은 채였다.




 "필요한 게 있으면 말해주세요." 난 물병을 레나 옆에 내려놓았다. 웃기게도 나중에 그녀는 그 물을 다 마셨다.




 옆방에서는 4명의 사람들이 경찰이 오기 전까지 네이선을 감시했다. 그동안 네이선은 끊임없이 자신을 붙잡고 있는 사람들에게 저항했다. 우리 사이에 닫힌 문이 두 개나 있었는데도 네이선이 내는 끙끙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진료소의 앞문이 열리자 사람들은 모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경찰은 신속하게 네이선을 연행했다. 가필드가 수갑을 찬 채로 경찰차에 타는 모습은 다소 비현실적이었다. 인터넷에서 이걸 사진으로 봤다면 웃었겠지만, 이건 내가 직접 경험한 공포스러운 현실이었다. 




 경찰은 우리에게 명함을 주고, 다시 연락하기 전에 좀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처음에 경찰은 레나를 심문하기 위해 연행하려고 했지만, 그녀의 상태를 보고 미루는 게 낫겠다고 판단한 모양이었다.




 경찰차가 멀어지자 나는 마침내 진정할 수 있었다. 네이선이 더 이상 나와 같은 건물 안에 있지 않았다. 킴 박사는 이 환자를 맡긴 것에 대해 끊임없이 사과했지만 나는 레나에게 인형탈을 벗기라고 시킨 내 잘못이라고 느꼈다. 우리 둘 다 이 사건을 자신의 책임으로 돌렸다.




 난 의무적으로 일주일을 쉬었다. '의무적'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내 의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바닥에 묻은 피를 소독해야 했고, 킴 박사는 이런 일을 겪었으니 우리 모두가 좀 쉬는 게 나을 거라고 말했다.




 일주일의 휴가는 금새 끝났고 일은 계속됐지만 그 사건은 모두의 뇌리에서 잊혀지지 않았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 사건을 목격한 사람들은 아직도 충격받은 상태였다. 국내 소식의 헤드라인에 나오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사람들 모두 동네 뉴스는 주시했다. 




 난 네이선의 죄목이 뭔지 궁금하지 않았다. 난 오로지 그가 가필드 인형탈에서 벗어났는지, 그리고 그 아래 어떻게 생겼는지가 궁금할 뿐이었다. 모두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일주일, 2주, 3주가 지났지만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한 달이 지났지만 경찰은 연락하지 않았다. 판결의 소식이 우리 귀에 들어올 때까지 총 3달이 걸렸다.




 조사결과 한 달 전 네이선은 낚시하러 가긴 했지만, 친구들은 커녕 본인 혼자였다고 했다. 더한 것은 네이선의 친구들은 연락이 끊긴지 한 달이 넘어 그가 해외로 떠났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네이선은 호수 근처에서 혼자 낚시하다가 둔기로 머리에 가해진 충격으로 정신을 잃었다. 




 가필드 옷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자면, 벗기기 매우 힘들었다고 한다. 피부에 직접 바느질된 인형 옷을 벗기기 위해 낚싯줄 총 82바늘을 조심스럽게 제거했다고 했다. 상처는 감염되어 괴사하고 있었고 고름이 흘렀다. 특히 눈과 입에 난 상처는 네이선이 말을 하는 것을 막고 있었다. 결국 그 수트 안에서 서서히 썩어가고 있던 존재는 네이선이 맞았다. 




 집을 뒤지자 그 집에는 정신병자가 거주하고 있음이 명백해졌다. 집에는 가필드가 그려진 물건이 빼곡했다. 쿠션, 식기, 비누, 거의 모든 물건이 가필드였다. 서랍에서는 조작된 것이 분명한 "가필드와 레나 탬우드" 라고 적힌 결혼증명서가 발견됐다. 옷장 속에는 네이선이 입고 있었던 것과 똑같은 인형 옷이 몇 벌 더 있었고, 네이선의 피부를 바느질한 것과 똑같은 낚싯줄도 쌓여있었다. 




 우리가 예상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 가지를 제외하면.




 뉴스에 나왔을 때, 수갑을 차고 있는 건 레나였다. 헝클어진 갈색 머리카락과 진지한 표정을 담은 머그샷이 TV 화면에 떠올랐다.


 


 난 3개월 전의 그 상담을 다시 되짚어봤다. 레나는 한번도 자신의 남편을 '네이선' 이라고 부른 적이 없었다.




 심리치료사 일은 관두는 게 좋을 것 같다.

댓글

  • 괘안나?
    2024/08/03 23:59

    레딧 괴담 출처 유게 ㄷㄷㄷㄷㄷㄷ

    (fudsaI)

(fuds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