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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동생이 하늘 나라에 갔습니다.

 
며칠전에 16살 강아지를 돌보는 마음의 고충을 털어놨었습니다.
 
 
아이가 평생 건강체질이었고 견디면 나을 수 있다 믿으며 희망을 가졌는데, 의사 선생님이 검사를 하면 할수록 상태가 심하더군요.
그래도 치료는 끝까지 해보자, 하며 입원도 하고 통원치료도 했습니다.
 
9월의 마지막 날 저녁 제가 밖에 있는데 어머니가 아이가 위독하니 어서 돌아오라 하셨습니다.
서둘러 귀가하는데 10분 후 아이가 세상을 떴다는 문자를 받았습니다.
 
연남동 길거리에서 몇십분을 펑펑 울었습니다. 성인이 되고 나서 이래본 적이 있나 싶네요. 
택시도 참 안오더군요. 집에 가니 아직 아이의 몸이 따듯했습니다.
 
다음날인 10월의 첫날 아침, 온 가족이 함께 김포에 위치한 반려동물 장례식장에서 아이에게 마지막 인사를 했습니다. 화장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저는 전날부터 그때까지 머리가 아플 정도로 계속해서 울었습니다. 그래도 조금은 괜찮은 모습을 보였기에 상상한 가장 나쁜 일이 생기더라도 그게 오늘일줄은 몰랐고요. 항상 다음이 있을거라 생각하며 지난주마저 평소처럼 대한게, 그리고 평소같은 모습을 보여준 제 강아지가 생각나서 너무 마음이 아프고 후회스러웠어요. 유골을 안고 허전한 집에 앉아 다시 울었습니다.
 
이젠 많은 것을 안해도 된다는 게 슬퍼요.
 
부스러기가 떨어지지 않게 몽쉘이나 초코파이를 싱크대에서 먹기,
또 오줌을 밟지 않을까 하고 긴장하거나,
간식과 물이 부족하지 않게 신경쓰기,
아이가 화장실에서 바닥을 핧을 수도 있으니까 샤워 후엔 화장실 꼭 깨끗이 닦기,
매일 쇼핑몰에 접속하면 반려동물 용품 체크하기,
산책 후 전쟁같던 샤워..
 
실은 계속 하고 싶었어요.
 
저는 처음으로 강아지를 집 안에서, 아기일 때 첫주사를 맞추고 함께 늙을 때까지 살아봤습니다.
젊은 날의16년을 오롯이 제 강아지와 함께 했고 녀석이 생을 다 하는 동안 어른이 되었습니다.
마지막이 이렇게 슬픈건지 미리 알았더라면 시작도 안했을테지만 너무너무 행복했어요.
강아지가 저를 너무 오래 기다리지 않도록, 바라건데 천국에서의 50년이 5초 같았으면.
 
그리고 며칠전 글에 용기와 격려와 위로를 주신 분들께도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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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은B까비 2017/10/02 03:48

    노견을 기르고 있는 사람으로 마음이 아프네요 ㅠㅠ 점점 눈이며 귀도 안좋아지고 늙어가는 모습보면서 가끔 우리강아지가 떠난다면.. 하는 생각이 들때가 있는데 보내고 나면 다시 반려동물을 키우기는 아마 힘들 것 같다라고 저도 생각했었거든요 이렇게 슬픈지 알았다면 시작도 안했을거라는 말이 공감되네요ㅠ 그래도 함께 행복하셨던 것 처럼 강아지도 16년동안 행복했을꺼에요~ 이렇게 생각해주고 또 슬퍼해주는 주인과 함께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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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큰곰 2017/10/02 08:30

    천국가서 기다리고 있을꺼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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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지기-마님 2017/10/02 09:42

    행복했을꺼에요..........
    조금 일찍 가서 기다리고있을꺼에요.............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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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블류첸코 2017/10/02 09:59

    너무 슬픕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그 곳에서는 강아지도 환히 웃고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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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날치 2017/10/02 10:08

    저도 작년에 15살 나이로 떠난 우리개를 차에 싣고 혼자서 세시간 넘게 운전해서 김포에 있는 장례식장에 가서 화장하고 왔습니다 대형견은 그곳밖에 받아주는곳이 없어서....시간이 지나면 생각이 안난다는건 거짓말입니다. 보낸놈들 다 그립고 언제나 사랑합니다
    억지로 잊으려고 말고 생각나면 생각하고 눈물나면 울고 하세요 모든개들은 천국에 간다고 하니 지금쯤 구름위를 날라다니고 있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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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빵깨두무구 2017/10/02 10:19


    아이는 고향별에서 신나게 뛰어놀면서 작성자님 기다릴거에요. 어여 기운 차리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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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엽상 2017/10/02 10:50

    아이는 작성자분을 만나서 참 행복했을거에요 ㅠㅠ
    토닥토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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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라라J 2017/10/02 11:50


    사랑했기에 후회없으리라 믿어요. 사랑했기에 더 아픈 거구요. ㅠ.ㅠ 사랑받은 아이는 티가 나죠. 칸나도  사랑받은 티가 보여요. 우리도 죽는 존재. 작성자님 말씀대로 지루하지 않게 기다리고 있을테니 잠시 동안 서로 휴식기간 갖는 거라 생각해요. 그림의 순간을;;; 어쩌면 칸나는 아주 먼 먼 훗날이기를 바라고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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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달무슨달! 2017/10/02 13:37

    얼마전에 떠난 우리 하늘이랑 같이 잘 지내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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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비꼬랑내♥ 2017/10/02 14:49


    너무 슬프고 아직 다 믿기지 않죠..저도 29일에 14살 우리나비가 무지개를 건너서 30일에 김포에서 보내줬는데..이 긴 연휴동안 뭘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매일 먹던 약이랑 보조제들..처방사료도 안먹어서 이것저것 해먹였는데 아침 저녁으로 2시간씩 걸리던 그시간에 뭘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계속 드라마만 연이어 봤어요..만성 신부전 진단받고 4달..약도 물도 밥막이는것도 쉬운게 하나 없어 잘먹고 잘 싸고 잘자기만 했음 소원이 없겠다 했는데 이젠 아프지 않고 좋아하는 냠냠 많이 먹고 잠도 잘 자겠지 하고..그생각으로 버티네요.쓰신 글이 정말 딱 제 마음이네요 칸타랑 우리 나비 생긴것도 너무 닮았어요ㅜㅜ둘이 지금 같이 있겠네요 사이좋게 잘지내길..우리도 힘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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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랑팔랑팔 2017/10/02 17:33

    https://youtu.be/Z-BESwjUF_4
    위로가 되셨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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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먹 2017/10/02 21:30

    저희집 멀티즈도 오늘 내일 하고 있어요...
    집이 외국인데 전 한국이라 위급할때마다 가 볼수도 없고 병원비만 보내면서 후회하지 않게 할 수 있는 치료는 다 해주자고 하고 있어요 ㅠ
    내년봄에나 집에 갈 수 있는데 그 때까지 살아 있을 수 있을까여....
    지금 한국에서 키우는 고양이도 매일 아침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자고 얘기해주고 있어요
    이런글 볼 때마다 준비하자. 힘들어하지 말자 하면서도 마음이 아프네요 ㅠㅠ 힘내세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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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상님이시다 2017/10/02 22:40

    이쁜 아가야네..
    아가야 하늘에서 아프지 말고 잘놀고 있어라 그리고 우리 공주 만나걸랑 이젠 오빠 기다리지 말고 이제 니가 가고 싶은데 가라고 전해줄레
    그리고 공주야 만약에 다시 만나면 우리 다시 한번 꼭 안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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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멍3냥6거북1 2017/10/02 23:02

    저도 올 4월에 우리 복순이 보내고 참 힘들었는데
    그 마음이 구구절절 공감이 되어 마음이 아파요
    특히 방금 가족여행을 마친 후 집에 도착하고서 복순이 유골함을 꼬옥 끌어안고 그 아이를 추억하다 맘이 아파서 오유에 들어왔는데 이 글을 보게 되었네요
    눈물날 것 같은 거 꾹 참고 댓글 남겨요ㅎㅎ
    너무 슬퍼하지 말아요
    꼭 다시 만날 날이있을거라고, 못난모습 보여 걱정시키지 말자고 마음 잡아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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