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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아카) 괴문서) 추하게 재업하는 히후미가 선생 덮치는 이야기.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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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후미는 늘 자신이 평범하다고 말하지만, 선생이 보기에 그녀는 평범이라는 단어와 거리가 꽤 멀었다.
하지만 히후미는 진정으로 자신이 평범하다 믿고 있는 모양인지, 언젠가는 히후미가 선생에게 상담을 요청한 적이 있었다. 그 때 히후미는 꽤나 심각한 얼굴로 제 고민을 털어놓았다.
"저기, 선생님, 저는 그,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면 너무 평범한 게 아닐까요?"
도대체 히후미의 어느 모습에 평범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것일까. 선생은 그 질문을 듣자마자 선생이 알고 있는 히후미의 행적을 되짚었다.
우선은 히후미가 보충수업부에 들어온 이유부터가 평범하지 않았다. 페로로 님의 게릴라 이벤트를 보기 위해 시험을 무단으로 빠졌다니.
사실 그게 다른 날이었다면 선생도 뭐 그 정도야, 학생이라면 무단 결석 한 번 해보고 그러는거지, 라며 넘어갔을지도 몰랐다. 만일 선생에게 걸렸다면 다음부터는 그러지 마렴, 하는 가벼운 훈계로 넘어갈 터였다.
하지만 무단 결석을 저지른 것이 시험 날이라는 것이 문제였다.
이 일화에서도 엿볼 수 있는 것처럼 히후미의 심상치 않은 행동력도 비범했다. 페로로 님의 한정 상품을 구하기 위해서 블랙 마켓에 들어갔고, 거기서 시비에 휘말렸다 아비도스 대책위원회 학생들에게 구출된 있지 않나.
거기까지라면 선생도 와, 페로로를 정말 좋아하나보네, 하며 끝내고 말았겠지만 그 이후가 문제였다.
빵봉투를 쓰고, 은행 강도질하는 아비도스의 대책위원회를 도왔다.
당최 무슨 이유에서란 말인가. 선생은 거기서 머리를 부여잡았다. 그야 아비도스 대책위원회는, 특히 그 중에서도 시로코는 워낙 특이하기는 했다. 빚을 갚기 위해, 라는 핑계로 은행 강도에 대해 그리도 철저하게 조사하는 학생이 어디에 있단 말인가.
하지만 그런 시로코에게 휩쓸렸다, 라는 말로는 표현하기에는 은행 강도라는 그 단어의 파괴력이 너무 강력했다.
그 외에 전투력도 그 순해보이는 얼굴과 달리 꽤나 출중했다. 바다에 가기 위한 일념으로 정의실현부의 전차를 탈취, 이 조차도 평범하지 않았다, 했을 때, 그 과정에서 아즈사의 도움이 있었다 한들 트리티니의 정의실현부와 오랜 시간 대치까지 하지 않았나.
히후미의 이런 모습 어디에서 평범함을 찾아야 하는걸까.
히후미의 행적을 되짚을 때마다 조금씩 일그러지는 선생의 표정에 무슨 착각을 한 건지, 히후미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저는 아즈사처럼 강하지도 않고, 코하루처럼 귀엽지도 않고, 하나코처럼 스타일이 좋지도 않구요……."
"아무리 그래도 그 걸어다니는 외설물하고 비교하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해."
정색하며 내뱉은 단호한 선생의 말에 히후미가 차마 반박하지 못하고 "아하하……." 하며 난처한 웃음을 지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히후미가 선생의 눈 밖에 났다는 뜻은 아니었다. 선생은 히후미를 굉장히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 밝은 성격과 친화력은 누구나 마음 편하게 히후미를 대하게 해줄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 나중에 상담사 같은 직업을 가진다면 딱 맞지 않을까. 키보토스의 신성을 가진 학생이 정말 그런 직업을 가질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그런 히후미에게 선생이 해줄 수 있는 말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히후미, 모든 것이 중간인 사람은 평범한걸까?"
"네? 음, 아뇨. 오히려 그게 더 신기하지 않을까요?"
"히후미도 그렇게 생각하지? 그렇다면 히후미가 생각하는 평범의 정의가 뭐야?"
"평범의 정의라, 말씀하신다면……, 음, 으음……."
히후미가 고개를 갸웃하며 고민했다. 선생은 들고 있던 커피를 한 모금 들이켰다. 이런 것은 으레 학생이 한 번 더 생각하게 유도해주기만 하면 해결되는 문제였다.
"글, 쎄요."
제법 긴 시간이 지나서 나온 히후미의 답변은 그랬다. 선생은 고개를 주억거리고, 마시던 커피 잔을 내려놓으며 툭 내뱉었다.
"사전적 정의를 내린다면야 얼마든지 말할 수 있겠지만, 사실 평범하다, 라는 말이 어떤 사람을 지칭하냐고 한다면 나도 정의를 내릴 수 없을 거야. 하지만 일단 세상에 평범한 사람은 없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딱히 이 이상 깊이 생각할 건 없어. 철학적으로 심각하게 생각할 건 더더욱 없고.
요는, 히후미는 특별하단 거야."
제법 민망한 이야기였지만, 그게 선생의 진솔한 생각이었다.
"괜히 부끄러워지는 이야기였네. 그냥 가볍게 듣고 흘려도 괜찮아."
"선생님은, 선생님에겐, 제가 특별한가요?"
히후미의 물음에 선생은 픽 웃었다. 이 개성 강한 키보토스에서 히후미는 도리어 눈에 띄는 존재였다.
"적어도 선생인 내 입장에선 히후미만큼 특별한 학생은 손에 꼽지 않을까."
더 이상 할 말은 딱히 없었다. 히후미를 들고 있는 커피 잔을 꼭 쥔 채, 턱을 괴곤 커피를 마시는 선생을 바라보다가 한참 뒤에 환한 웃음을 지었다. 누구든 매료시킬 수 있는 미소였다.
거봐, 평범할 리가.
선생은 덜컹거리는 전차 안에서 그리 생각했다.
그래, 전차 안이었다.
발단은 평범했다. 히후미가 선생에게 모모톡을 보냈다. 가까운 곳에 예쁜 해변이 있으니 놀러가자는 이야기였다.
마침 이번 주는 일도 그다지 남아있지 않았고, 샬레에만 있는 것도 답답했던 차였기에 선생은 흔쾌히 히후미의 제안을 수락했다. 선생이라고 늘상 샬레에 박혀있는 것은 질색이었다. 아로나나 유우카에게 잔소리를 듣는 건 나중 일이었으니 괜찮았다.
그래서 언제 갈래, 라며 히후미에게 모모톡을 보내려는 순간, 히후미는 전차─크루세이더를 타고 샬레에 나타났다.
해치를 열고 나타나 환한 미소를 지으며 팔을 흔드는 히후미를 보며 선생의 머릿 속에는 수많은 의문이 떠올랐다. 왜 벌써부터 수영복만 입고 있는지, 오늘은 수업이 있는 날이 아닌지, 여하튼 그런 것들.
우선은 가장 중요한 한 마디만 하기로 했다.
"저번처럼 탈취한 건 아니지?"
"나기사 님이 흔쾌히 빌려주셨어요!"
흔쾌히요.
히후미는 방긋 웃으며 그 한 마디를 덧붙였다. 더는 묻지 말라는 의미인 듯 했다. 그래 뭐, 본인이 저리 말하는데 선생이 더 왈가왈부할 것도 없었다. 수완이 꽤 좋은 히후미니 어련히 알아서 구해왔겠지. 적어도 저번처럼 탈취한 건 아닐 터였다.
주변에서 수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제야 선생은 제 상황을 돌아볼 수 있었다.
평일 백주대낮에 전차를 타고, 이건 키보토스에서 그리 드문 건 아니었지만, 도심지 한복판에서 수영복을 입은 채인 학생과 그 학생과 대화를 하고 있는 선생이라.
선생은 그 시선에서 도망치듯 전차에 몸을 실었다.
그게 방금까지의 이야기였다. 제 발로 움직이기는 했다만, 이건 선생을 향한 사회적 시선과 평판을 인질로 삼은 납치극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덜컹거리는 전차 안에서 가볍게 한숨을 내쉰 선생이 콧노래를 부르며 전차를 모는 히후미에게 물었다.
"그런데 왜 벌써부터 수영복이야?"
"으음, 말씀드린 곳이 인적이 드문 해변이라 탈의실 같은 편의 시설이 따로 없대요. 갈아입을 곳도 마땅찮다고 하구요. 그래서 미리 입고 왔어요. 사실, 무엇보다 선생님하고 가는 바다가 너무 기대됐어요!"
"빈 말이라도 고마워."
"빈 말은 아니에요, 에헤헤."
무엇이 그리 기쁜지 방실방실 웃는 히후미가 귀여웠다. 과격할 정도의 행동력이 당혹스러워도 저 웃음을 보면 마음이 풀리는 게 당연했다. 그래 뭐, 이미 늦은 이상 그따위 생각은 접어두고 바다를 즐기면 되는 노릇이었다.
"도착이에요!"
먼저 뛰쳐나가는 히후미의 뒤를 쫓은 선생이 느긋하게 전차에서 나와 주변을 바라보았다. 너른 해변이었다. 깨끗한 모래사장과 파도 소리가 마음을 편하게 했다.
이리 경치가 좋으면 사람들이 몰릴 법도 한데 아무도 없는 게 신기할 정도였다. 주변을 둘러보아도 히후미의 전차 외에는 아무런 전차도 없었다. 그리 생각하고 나서야 선생도 키보토스에 물들고 말았다는 걸 깨달았다.
히후미는 뭐가 그리 급한지 파라솔을 설치하는 것도 뒤로 미룬 채 바다에 뛰어들었다. 덕분에 잡일은 선생의 몫이었지만, 저리 즐겁게 물놀이를 하는 모습을 보면 그 정도 일은 기꺼이 맡아줄 수 있었다.
바다에서 히후미가 선생을 향해 손을 크게 흔들었다. 선생도 손을 가볍게 흔들어 화답해주었다.
수영복을 가져오진 않아 선생은 바다 깊숙히 들어가진 못하고 발을 적시는 정도로 끝났다. 그래도 탁 트인 해변과 히후미가 노는 모습만 봐도 만족스러웠다. 반짝이는 해변과 깨끗한 모래사장, 그리고 거기서 뛰어노는 미소녀라, 싫어할 사람이 어디에 있을까.
오후에 출발해서 그런건지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해가 뉘엿뉘엿 저물고 있었다. 노을이 그리는 풍경도 그럴싸해서 선생이 가볍게 탄식을 흘렸다.
한참을 바다에서 놀다 온 히후미가 방실방실 웃으며 파라솔로 다가왔다. 물에 젖은 머리칼이 햇빛에 반사하는 모습에 선생이 눈을 가늘게 떴다.
히후미는 그런 선생의 모습에 살풋 웃음 짓고는 선생의 옆에 털썩 주저 앉았다.
"헤헤, 오늘 같이 와주셔서 감사해요!"
"아니, 나는 지켜보기만 했잖아."
팔이 마주 닿을 듯 히후미가 선생과 가까이 앉았다. 히후미의 목덜미에 맺힌 물방울이 목선에 이어 쇄골을 타고 떨어지는 광경에 선생이 무심코 고개를 돌렸다.
"조금만 더 구경하다가 돌아갈까요?"
히후미가 선생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며 그리 말했다. 아직 마르지 않은 머리카락, 선생의 셔츠 어깨 부분이 천천히 젖어갔지만 그런 걸 신경 쓸 틈은 없었다.
바로 옆에서 풍기는 짠내 섞인 살내음에 선생은 히후미가 조잘거리는 소리에 전혀 집중하지 못했다.
지나치게 가까울 정도의 거리감이었다. 하긴, 히후미는 누구에게나 친밀하게 대하곤 했다. 아즈사나 코하루를 툭하면 끌어안는 모습을 볼 정도였으니. 그 친화력이 히후미의 장점이었다.
애시당초 그는 남자이기 이전에 선생이지 않은가.
저녁을 겸해서 히후미가 챙겨온 가단한 요깃거리를 먹으며 둘은 한참 동안 담소를 나누었다. 부담스러울 정도의 그 가까운 거리도 어느새 편안해졌다. 히후미에겐 사람을 편하게 하는 마력이 있었다.
해가 완전히 떨어질 때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바다 너머로 해가 가라 앉아갈 때쯤 두 사람이 일어나 전차로 향했다. 그리고 시동을 걸려는 찰나, 히후미가 난처하다는 눈빛으로 선생을 바라보았다.
"저기, 그, 선생님……, 기름이 다 떨어졌어요."
"응?"
"제, 제가 계산을 잘못 했나봐요. 죄송해요!"
연신 고개를 숙이는 히후미를 진정시키고 난 뒤에는 이미 날이 어둑어둑했다. 인적 없는 바닷가, 주변엔 그 흔한 편의점도 없었다.
어쩔 수 있나. 히후미를 고생시킬 수는 없으니 걸어서 갔다오는 수 밖에. 그래도 지금 천천히 걸어가면 자정 전엔 샬레에 도착하지 않을까. 샬레에 탈만한 게 있던가.
히후미는 해치를 열고 밖으로 향하려는 선생의 옷자락을 잡아챘다.
"선생님, 위험하지 않을까요? 보세요, 날도 어둡고, 오는 길에 가로등도 드물었잖아요. 전차에라도 치이시면 어쩌시려구요."
아무리 이곳으로 오는 동안 차가 잘 보이지 않았다고 한들 틀린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별다른 뾰족한 수가 있지는 않았다.
굳이 꼽자면 다른 학생들에게 염치불구하고 부탁하는 것 정도려나. 히후미를 끔찍이 아끼는 나기사나 아즈사에게 연락한다면 한달음에 달려오긴 할 터다.
휴대폰을 바라보며 고민하는 선생을 바라보며 히후미가 물었다.
"저기, 선생님, 내일 바쁘세요?"
"아니, 그건 아닌데."
"그럼 내일 아침에 가시는 게 낫지 않을까요? 다른 아이들에게 지금 부탁하는 것도 민폐잖아요. 크루세이더 안은 충분히 넓으니까, 여기서 하루 보내면 될 것 같아요."
"으음, 불편하지 않겠어? 갈아입을 옷도 안 가져왔다며. 수영복 입고 자기엔 밤이 슬슬 추운데."
선생의 말에 히후미가 방긋 웃으며 답했다.
"선생님이 안아주시면 되지 않을까요?"
선생의 얼굴에 당혹이 감돌았다. 히후미는 방실방실 웃고 있었다. 알 거 다 알 나이일텐데. 학생 앞에서 한숨은 가급적 자제하고 싶었건만 요즈음따라 한숨이 늘어나는 기분이었다.
"히후미. 날 믿어주는 건 기쁘고, 물론 나도 남자이기 이전에 선생이지만, 지켜야 할 선은 있지 않을까. 그런 농담은 조금……."
"농담이 아니라면요?"
히후미가 선생에게 성큼 다가갔다. 히후미는 웃고 있었다.
다만 늘상 보던 밝고 천진한 웃음이 아니었다.
"사실은 모든 게 계산되어 있었다면, 어떨까요, 선생님?"
글쎄, 말하자면, 여자의 웃음이었다.
"인적 드문 해변으로 선생님을 데려온 것도, 수영복만 입고 온 것도, 일부러 해가 떨어질 때까지 있었던 것도, 기름이 떨어진 것도, 전부 다 제 계산이었다면 어떨까요?"
"저기, 히후미?"
"네에, 선생님."
"장난이지……?"
"글쎄요, 선생님은 어떤 쪽을 원하세요?"
히후미의 반 쯤 뜬 눈이 선생을 바라보았다. 슬쩍 올라간 입꼬리가 그리는 미소가 평소에 방실방실 웃던 히후미의 모습이 맞나 싶을 정도로 낯설었다.
사실 이중인격이었다던가. 하, 선생은 자신이 생각해도 현실성 떨어지는 추리에 헛웃음을 흘렸다.
해치 너머 반 쯤 몸을 내밀고 있던 선생의 허리를 히후미가 끌어안았다. 셔츠 너머로 닿는 숨결이 간지러웠다. 히후미가 선생의 품에 얼굴을 파묻은 채로 말을 이었다.
"선생님, 저는 욕심쟁이인가봐요. 선생님이 평범했던 저를 특별하게 만들어 주셨잖아요. 그런데, 그걸로는 만족을 못하겠어요."
"……."
"선생님의 하나 뿐인 특별이 되기를 바라요."
품 속에서 웅얼거리는 목소리는 다시 평소의 히후미의 목소리로 돌아와 있었다.
"안 될까요?"
씁쓸하지만, 그도 선생이기 이전에 남자인 모양이었다.
남자는 여자의 애원에 약했다.
선생이 해치를 닫고 전차 안으로 들어왔다. 허리를 끌어안고 있던 히후미의 팔은 풀렸지만, 히후미는 선생의 옷자락을 잡은 채 여전히 그의 품에 얼굴을 묻고 있었다.
선생의 말마따나 날이 쌀쌀했다. 히후미가 옅게 몸을 떨었다.
팔자에도 없는 노릇을 하게 될 줄이야. 선생이 쓴웃음을 지으며 입고 있었던 재킷을 히후미에게 걸쳐 주곤 가볍게 히후미를 끌어안았다.
바다에서 놀았던데다가 얇은 수영복 하나만 걸치고 있던 몸이다. 아무리 신비를 몸에 새긴 그녀들이 일반인보다 강하다 한들 체온이 떨어지는 건 당연했다.
서늘한 히후미의 몸을 끌어안은 채 선생은 히후미의 머리를 한참을 쓰다듬었다. 식었던 히후미의 몸이 선생의 체온으로 데워질 때쯤이야 히후미는 선생의 품 안에서 빼꼼 고개를 들었다.
히후미의 얼굴은 당장이라도 터질 것처럼 잔뜩 발갛게 달아 올라 있었다. 흐, 선생이 웃음을 흘렸다. 그렇게 당돌하게 굴었던 게 고작 십 여분 쯤이나 전인데 고작 이 정도로 부끄러워 해서야.
"피곤하진 않아?"
"너무 긴장했어요."
"내가 그냥 가면 어떻게 하려고 했어?"
"으음, 그대로 붙잡아 두려고 했어요. 그리고, 그리고, 덮치려고 했어요."
"농담이지……?"
"아하하……."
거기서 그렇게 웃지 말아줬으면 좋겠는데. 선생의 등에서 식은땀 한 방울이 흘러내렸다. 히후미의 행동력을 감안한다면 정말 그랬을지도 몰랐다.
"저기, 선생님."
"응."
"키스해주세요."
선생의 품에 뺨을 부비던 히후미가 선생을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 당혹스러운 요구였다. 발갛게 달아올랐던 히후미의 얼굴은 어느새 긴장이 풀렸는지 노곤한 얼굴로 돌아와 있었다.
"안 해주시면, 제가 할 거에요."
정말 농담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선생이 만약 이 전차를 떠나 기름을 가지러 가려했다면, 선생은 히후미에게 잡아먹혔을 게 뻔했다.
히후미의 입술에서는 옅은 바다의 짠맛이 남아있었다. 불쾌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히후미의 타액의 달콤함과 딱 좋게 어우러진 짠맛이었다. 그러고보니 언젠가 방과 후 디저트부의 학생들이 단맛과 짠맛의 조화는 디저트 계의 극의라며 주장한 적이 있었다.
과연, 틀린 말은 아닌 듯 했다.
"다른 학생 생각 하셨죠?"
입술이 떨어졌다. 히후미가 부루퉁한 얼굴로 선생을 바라보았다. 학생이래도 여자는 여자인걸까. 그 귀신 같은 감에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
"안 돼요, 선생님. 선생님의 특별은 저 하나여야 해요."
히후미가 선생에게 제 흔적을 남기듯 목덜미에 얼굴을 묻었다. 쪽, 하는 소리. 목덜미에 시큰한 통증이 일었다.
거울을 찾아볼 필요도 없이 목덜미에 발갛게 부푼 자국이 남아있을 게 뻔했다. 히후미가 어떻게 이런 수위 높은 애정 표현을 알고 있는지 보다, 내일 출근할 때 넥타이를 하고 가야하나, 그런 시덥잖은 생각이 먼저 들었다.
히후미는 선생의 목덜미에 두 어 번 더 흔적을 남기고 나서야 입술을 떼어냈다.
"생각외로 질투가 심하구나."
"수집가는 원래 자기 물건은 남에게 빼앗기지 않는 법이에요."
"그럼 나는 수집품이 되는 셈인가."
"네, 맞아요. 페로로 님 다음이에요."
"그건 조금 씁쓸한데."
이럴 때도 페로로 님이 먼저라니, 선생이 쓴웃음을 지었다. 히후미는 그런 선생을 보고 빙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페로로 님보다 먼저가 될 수 있는 방법, 알려드릴까요?"
"뭔데?"
"절 안아주시면 돼요."
히후미가 선생을 바닥에 쓰러트렸다. 얇은 돗자리 하나가 깔려있는 전차 바닥에서 냉기가 올라왔다. 이런 장소에서 학생을 재울 수는 없었다.
그러니 그가 기꺼이 침대가 되어주는 수 밖에.
둘의 입술이 다시 맞닿았다. 이번엔 조금 깊은 입맞춤이었다. 짠맛은 진즉에 쓸려나가 타액의 달콤함만이 남았다.
상체를 일으킨 선생의 팔이 선생의 허벅지에 걸터앉은 히후미의 허리를 감쌌다. 히후미는 선생의 팔을 거부하지 않았다. 날이 꽤나 쌀쌀했으니 체온이 그리웠을 터다. 수영복을 입었으니 더더욱.
히후미의 허리 라인을 따라 움직이던 손이 수영복 위를 더듬었다. 수영복 너머에서도 그 궤적을 그릴 수 있을 정도. 히후미의 입가에서 옅은 ㅅㅇ이 흘러나왔다.
입술이 떨어졌다. 부끄러움에 발갛게 달아오른 히후미가 말했다.
"평범하죠?"
선생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히후미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었다. 이번엔 선생이 흔적을 남길 차례였다. 교복을 입어도 보일 위치였지만 히후미는 거절하지 않고 선생의 흔적을 받아들였다.
목덜미에 흔적이 남을 때마다 히후미가 찌릿하게 올라오는 쾌락에 몸을 떨었다.
따스하고 상냥한 손길이었다. 그래서 몸이 더 달아올랐다. 히후미의 부탁처럼 선생은 히후미를 안아 그녀의 몸을 따뜻하게 해주고 있었다.
목덜미에 세 개의 자욱을 남기고 나서야 선생은 히후미를 마주보았다. 서로의 목덜미에는 세 개의 불긋한 자국이 남아있었다.
히후미가 사랑스럽다는 얼굴로 선생의 목덜미에 남은 그 흔적을 쓸어내렸다. 저도 모르게 배시시 웃음이 새어나왔다. 이번엔 선생의 얼굴이 터질 것처럼 달아오를 차례였다.
히후미가 선생을 끌어안으며 그의 귀에 속삭였다.
"선생님, 추운데, 안아주세요."
"괜찮아?"
"네에, 선생님의 특별이 되고 싶은걸요."
몸이 뭉근하게 달아올랐다. 부족할지도 몰랐다. 그녀라고 성에 대한 지식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다만 그래, 이 이상 기다리기 힘들 뿐이었다. 한시라도 빨리 선생의 하나 뿐인 특별이 되고 싶었다.
히후미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약한 통증이 일었지만 참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이 기쁜 순간에 이 정도 고통이라면 오히려 반가울 지경이었다. 그야, 선생의 특별이 된다는 증거였으니까.
이윽고 히후미는 황홀한 한숨을 내쉬었다.
아릿하게 남은 통증의 여운이 있었다. 그 밑에서 스물스물 올라오는 쾌감이 있었다. 싸늘한 공기, 식은 몸에 선생과 맞닿은 피부가 따스했고, 선생이 품은 곳이 뜨거웠다.
"흐으, 이제, 선생님이 페로로 님보다, 먼저에요."
"고마워."
과연, 이게 한 사람의 특별이 된다는 기분이구나.
히후미가 웃었다.
밤은 아직 남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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힛힛후미

댓글

  • 깡지르
    2024/07/27 16:33

    흐흐흐

    (yE97ZD)

(yE97Z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