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혹시 알고 계십니까?
누군가에게 여우는 농작물을 해치는 나쁜 동물이기도 하지만, 다른 누군가에게 여우는 작물을 해치는 다른 작은 동물을 잡는 이로운 동물이기도 하다는 사실 말입니다.
되게 편의적인데?
제가 하고 싶은 말이 바로 그겁니다.
여우는 그저 자신의 생활을 영위하고 있었을 뿐 이건만...
인간들이 자기 멋대로 여우를 좋은 동물 내지는 나쁜 동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우에게 선택의 기회를 주지도 않고 말이지요.
식칼도 마찬가지입니다.
요리사의 손에 쥐여진 식칼은
주린 이를 먹여살리는 활인검이 되지만
살인마의 손에 쥐여진 식칼은
남을 해치는 살인검이 되지요.
......
꼭 누군가를 닮지 않았습니까?
글쎄.
식칼을 자처하는 다 큰 여우가 지금 여기 있습니다.
그리고 그 여우 눈 앞에는 요리사일지 살인마일지 모를 사람이 여우를 붙잡고 있고요.
그... 선생님이 나쁜 사람이라는건 아닙니다만...
선생님 손에 쥐여진 저희들은 활인검이 될까요, 살인검이 될까요?
선생님이라면 답을 알고 계실 듯 합니다.
글쎄, 전제부터가 잘못되었는걸?
예?
나는 그런 대단한 사람이 아니야.
내 생각에 더 나은 길을 학생들에게 제시하는 역할이지,
그걸 선택하는 건 각자의 몫이야.
......
차라리 잔뜩 질책하고 목줄을 걸어 속박하시지,
끝까지 우리들에게 생각의 여지를 주는 나쁜 사람.
루리웹-7490549863
2024/07/27 12:06
참선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