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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기 쉬운 현대수학 3화 : 3차방정식의 해법

2화 : 지수함수


2차방정식의 근의 공식은 아마도 중학교 수학에서 배우는 공식 중에서 가장 임팩트 있는 공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인데, 그에 대한 반대급수로 3차방정식의 해법에 대해서는 의외로 대학교 와서도 딱히 접할 일이 없음.


중학교, 고등학교 수학에서야 3차 방정식이 나와도 해를 구해야 하면 무조건 인수분해로 풀 수 있는 형태로 문제를 내고, 설령 수학과에 진학한다 하여도 대수학에서는 "5차 방정식 이상은 대수적인 해법이 없다"라는 사실이 중요한 사실이고, 3차 방정식에 대해서는 "존재한다"가 중요하지 구체적인 방법론은 중요하게 다루지 않음. 응용수학적인 관점에서는 애초에 수치적으로 풀어버리면 되기 때문에 역시 굳이 대수적 해를 찾을 필요가 없음. 수학과에서 다루기에는 너무 쉽고, 덜 중요하면서 고등학교에서 다루기에는 좀 복잡한 애매한 난이도와 중요도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음.


그래도 인터넷에 보면 해법에 대해서 다루는 글도 많고, 실제로 3차 방정식의 해법을 설명하는 방법은 크게 몇 종류가 있는데, 그 중 하나를 간단하게 소개한다면

    1. ax^3 + bx^2 + cx + d = 0 에서 x = y - b/(3a) 를 이용해서 2차식을 소거해서 y^3 + py + q = 0 꼴로 변형

    2. y = u + v 라고 놓으면 y^3 = (u+v)^3 = u^3 + 3uv(u+v) + v^3 = u^3 + v^3 + 3uvy 가 되는 것을 이용하여 y^3 - 3uv y - (u^3 + v^3) = 0 을 확인

    3. 3uv = -p, u^3 + v^3 = -q를 만족하는 u, v를 2차 방정식의 근과 계수, 그리고 w^3 = 1이 되는 복소수 w를 이용해서 찾음.

    4. x = u + v - b/(3a)가 해


가 됨. 이 외에도 대수적이지는 않지만 삼각함수의 삼배각 공식을 이용하는 해법 등도 있음.



저기에 일일이 계수를 넣어버리면 근의 공식도 완성할 수 있지만, 어디까지나 할 수 있다 뿐이지 굳이 외우고 다닐 가치는 없음. 차라리 위 해법을 외우고 있는 것이 훨씬 나음.



수학적인 얘기는 다소 제쳐두고 보면, 사실 위 3차 방정식의 해법은 실제로는 고등학교 수학 내용으로 충분함. 그럼에도 역사적으로 보면, 2차 방정식의 해법 이후 이 방법이 발견될 때까지 천년 단위 세월이 소모됨. 그리고 3차 방정식의 공식에는 'Ars Magna' 라는 책으로 해법을 공표한 카르다노의 이름을 따서 '카르다노의 공식'이라는 별명이 있음.


사실 이 해법은 카르다노가 발견한 것은 아니고, 어디까지나 비밀로 하기로 하고 누가 알려준 건데, 추후 연구 결과 들은 해법이 최초가 아니라 더 오래된 결과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또한 불완전한 점을 보완할 수 있었기에 그 내용을 정리해서 공표한 것이긴 함. 이 부분에 있어서 카르다노의 업적은 크게 두 개가 있는데, 하나는 실제로 이 해법을 "공표"했다는 것이고, 둘째는 저 해법에서 1.에 해당하는 2차항 소거법을 발견해낸 것임.


처음 것이 업적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역사적인 이유가 있는데, 당시 수학계는 비밀주의 대세라서, 업적을 대대적으로 발표하기보다는 단순히 우리는 알고 있다! 같은 식으로 말하면 이제 다른 사람들이 문제를 던져주고, 그럼 그걸 풀어서 증명하는 방식이 많았음. 해법은 자기 제자한테만 알려주고, 서로 다른 계파끼리는 서로 문제풀이 배틀을 해서 자기네 계파가 더 훌륭하다! 하는 식으로 흘러가고 그랬는데, 카르다노는 그러니 않고 이를 대대적으로 공표한 것임.


두 번째 것은 현대수학의 관점에서 보면 굉장히 간단한 내용인데, 이 또한 역사적인 맥락에서 보면 이게 왜 어려웠는지 이해할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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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실제 Ars Magna의 일부임. 라틴어로 쓰인 거야 그 당시 학문은 죄다 그런 거니 현재로 치면 그냥 영어로 쓰여진 거나 다름 없고, 중요한 것인 이 내용이 문장이 아니라 이 페이지 내용이 거의 대부분 "수식" 이라는 거임.


아직 수학 기호가 제대로 정착되지 않은 시절의 수학책은 이런 식이었음. qd는 제곱, cu는 세제곱, &는 덧셈을 의미함. 이 덧셈 &에 해당하는 라틴어 et의 필기체에서 현재 쓰이는 + 기호가 나옴. 즉 Numerus aeqlis qd qd & qd는 현대 수식을 사용해서 쓰면 단순히 N = x^4 + x^2 이 됨. 여기에 추가적으로 계수가 생략되고, 최고차항의 계수는 1로 생각하는 점등을 고려하면 실제로 저 문장이 말하고 싶은 수식은 N = x^4 + ax^2 에 해당함.


둘째로, 당시 수학은 기하학의 시대임. 따라서 음수라는 개념조차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던 시절임. 당연히 이 책의 증명 또한 기하학적인 관점에서 서술되어 있으며, 계수에 음수도 사용하지 않음. 그럼에도 카르다노는 실제로 이 책에서 허수 i 에 대응되는 개념을 처음으로 제시하기도 해서 그 부분에서도 평가받음.


실제로 책을 보면


img/24/07/18/190c5c98ec84d3426.jpg

이런 식으로 열심히 풀이를 기하학적으로 설명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음. 게다가 이런 식의 방정식 풀이를 3차 방정식에 대해서만

x^3 + bx = N

x^3 = bx + N

x^3 + N = bx

x^3 = ax^2 + N

x^3 + ax^2 = N

x^3 + N = ax^2

x^3 + ax^2 + bx = N

x^3 + bx = ax^2 + N

x^3 + ax^2 = bx + N

x^3 = ax^2 + bx + N

x^3 + N = ax^2 + bx

x^3 + bx + N = ax^2

x^3 + ax^2 + N = bx


으로 경우를 나눠서 일일이 설명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음. 주목해야 할 점은 x^3 + ax^2 + bx + N = 0 같은 경우를 다루지 않는데, 이는 모든 계수가 양수라면 당연히 이 식은 음수해를 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임.


참고로 이 책은 3차 방정식의 해법만 다루고 있는 책은 아님. 2차 방정식이나 다변수 방정식, 그리고 더 낮은 차수 방정식으로 환원될 수 있는 고차 방정식 등 더 폭넓은 내용을 다루고 있음.



여하튼, 카르다노의 업적은 지금에서야 세련된 대수적 표현식과 음수의 도입 등을 통해 고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 되었지만, 당시의 역사적인 맥락에서 보면 굉장히 대단한 업적이었고, 카르다노가 책의 이름을 "위업 (Ars Magna)"라고 짓기에 충분한 내용이었던 셈.



이러한 면에서, 현대의 대수식, 그리고 기하학에서 대수학으로 패러다임 전환을 겪은 현대 수학은 별 거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중세에서는 치트급 위력을 발휘할 수 있으니 라틴어만 익혀두면 이제 중세로 건너가도 먹고 살 수 있을지도 모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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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Qebq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