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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동안 노래 해준 카나리아가 죽었어요.

삼년 전에 카나리아 한 쌍을 사다가 베란다에서 키웠어요. 추운 겨울에는 거실에 들여  놓고요.
숫놈은 카나이고 암놈은 리아인데요.
카나가 아주아주 노래를 잘했어요.
햇빛이 들기 시작하면 뽀로로로롱 뽀로로로롱 하면서
예쁘게도 울었어요. 어쩌면 저렇게 잘 울까 싶을 만큼
노래를 잘 했어요.
키운지 일년여만에 리아가 알을 하나 낳았어요.
근데 리아는 카나보다 성격이 좀 예민하고 까칠했는데
처음 낳은 알이라서 어찌 해야좋을지를 모르더라구요.
알을 품을 줄을 몰랐어요.
그래서 일주일 후에 알을 버려야했어요.
올 봄에 또 리아가 알을 낳았는데요
이번에는 모이도 안먹고 납작 엎드려서 알을 품었어요.
그동안 철없는 카나는 지 아내가 고생하는 줄도 모르고
노래~~  노래~~
열흘 넘게 알을 품었는데 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
알이 깨질 않고 리아만 쇠약해지는 것 같아서
억지로 알을 새장에서 빼냈답니다.
알을 깨보니 생기다만 새끼가 곯아있었어요.
두번째 알이 그렇게 되고 일주일 만에 리아가 죽었어요.
그렇게 열심히 알을 품다가 새끼도 못보고.
리아가 죽고나서 새 아내를 얻어주려고 했는데
이상하게 그 때부터 카나가 울지를 않았어요.
햇빛이 드는 동안 참 부지런히도 노래했었는데
이제는 노래를 안해요.
노래를 못하게 되고도 카나는 서너달을 더 살았어요.
가끔 덩그렇게 비어있는 새장을 보면
아직도 적응이 안되네요.
카나야 리아야 거기서는 행복하렴.
새끼도 많이 낳고 노래도 많이 하고.

댓글
  • 이륙중 2017/09/17 23:21

    새끼한 번 보지못하고 떠난 리아랑 그 때문인지 울지 않던 카나를 생각하니 마음이 너무 아파요 ...
    분명 다른 세상에서는 마음껏 노래하고 오순도순 행복하게 살고있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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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론냠냠 2017/09/17 23:38

    노래로 맞아주던 볕과 빛을 혼자서는 볼 수가없어,
    리아를 따라 별빛이 되었구나.
    고운 목소리 쉼없이 지저귈수있는
    그곳에서, 리아와 만나 행복하길.

    (FOAmhq)

  • 호이 2017/09/18 00:00

    마음이 짠하네요..
    하늘의 그곳에서 새끼들과 맘껏 노래를 지저귀렴!

    (FOAmhq)

  • 한놈만깐다 2017/09/18 00:15


    저희도 요놈 키웠는데. 다른 놈들은 포로록 집안에서 날아다닐 수 있도록 했었는데. 요놈은 맘껏 날아다닐 기회가 적었었는지 유독 더 약했었죠.
    요녀석도 올 초여름에 먼저 하늘로 갔어요. 애완동물과 함께할 때의 행복이 클수록 헤어진 담의 허전함은 그만큼 크더라고요.
    좋은 곳으로 갔기를 같이 빌어드려요.

    (FOAmhq)

  • 디카뽀려 2017/09/18 00:16

    화이팅! 안타깝지만 둘은 최선을 다해 산거 같아요.  힘내세요.

    (FOAmhq)

  • 사어유수 2017/09/18 00:28

    그냥 쓰신 글이 한편의 시 같네요

    (FOAmhq)

  • 앵덕어멈 2017/09/18 00:43

    안타까워요... 카나리아와 조류의 습성에 대해 공부하셨다면 오래오래 살았을지도 몰라요...ㅠㅠ
    번식철은 새들에게 가장 큰 체력을 요하는 시기예요...
    암컷에게는 알껍질을 만들기 위한 '칼슘'과 고지방 고단백 먹이가 필요해요...안그러면 알껍질이 물렁해서 알을 낳지 못하고 뱃속에 품은채로 죽기도하고...체력부족으로 죽기도해요... 알을 품는동안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기 때문에 수컷이 토해주는 먹이가 절실한데 수컷이 제역할을 하지 못하는거죠...
    카나리아가 사실 알을 품고 육추하는 것을 잘 못해요...그래서 십자매를 가모로 써서 부화시키고 키우는 것 까지 시키는게 일반적이예요... 먹이를 먹지 못하고 쇠약해진 상태에서 많은 생명력이 깎였기에 온습도의 미세한 차이와 먹이의 신선도에 따라 곰팡이균 감염, 소낭염, 급성장염 등이 찾아와서 죽기도해요... 면역력이 떨어졌기 때문이예요...품던 알이 사라졌다고 억지로 추가 알을 만드려고 애를 쓰다가 모든 생명력을 다 소진했을 수도 있구요.... 또한 사이좋던 한쌍이 한녀석이 죽으면 남은 한녀석도 혼자지내며 우울해하다가 점점 먹이 먹는 것에도 관심이 사라져 굶어죽기도하고, 최근의 일교차가 극심한 기온에 체온을 나눌 짝이 없어서 소화력이 떨어졌을 수도 있어요....
    생명을 키우는 것은...그만큼 공부를 해서 만반의 준비를 해도 피치못할 상황들이 닥쳐 슬픈일이 생기기도 하는데... 이번 일 같은 경우는... 너무 새들을 믿으셨던 것 같아요... 새장 속에서 살기에 사람이 챙겨줘야하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은 아이들이라서요....

    (FOAmhq)

  • 꼬마링크 2017/09/18 01:26

    먼저 작성자님 많이 슬프실텐데 위로의 말씀전합니다...
    그리고 앵덕어멈님 카나리아나 앵무새들 키우는 상세한 정보는 어디서 얻는게좋나요?
    이런 애완조류들도 참 매력있고 귀여운아이들같은데 말씀하신대로 쉽게 키울수있는 생명은 아닌것같아요.
    정보 공유해주심 관심있는분들도 이런 일이 있을때 더 대처잘할수있을거같아서요 ㅎㅎ

    (FOAmh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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