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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환생을 믿습니까?

" 제발 한 달만! 아,아니! 보름만 시간을 더 주십시오! 제발! 이렇게 부탁드립니다! 이 가게가 없으면 저는 죽습니다! "

식당을 지키려는 사내의 간절한 말이, 사채업자 최무정에게는 우스웠다.

" 우리 고객님, 굉장히 편하게 자랐나 보네~ "
" 예? "
" 그렇게 부탁하면, 내가 예~ 알겠습니다 하고 들어주면 되나? "

무릎 꿇은 사내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식당 의자의 최무정은 사내를 보지도 않았고, 그저 느긋하게 담배를 빼 물었다.

" 나는 굉장히 엄한 가정에서 자란 사람이라서 말이야. 돈 문제를 이렇게 쉽게 말하는 고객님이 참 부럽네 부러워. "
" 제발 보름만 시간을 주시면-! "
" 나는 말이야. "

한 손을 들어 말을 막은 최무정이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는 연기를 한숨 쉬듯 내뱉으며 멀리 바라보았다.

" 거스름돈 300원을 훔쳤단 이유로, 아버지한테 1시간 동안 매를 맞았어. 그 어린 애가 얼마나 아팠을까? "
" 그...! "
" 준비물 값 500원을 거짓말했다고, 야구방망이로 피멍이 들 때까지 맞고 발가벗겨져서 집 밖으로 쫓겨났어. 집구석에 굴러다니던 100원짜리 하나 주웠다가 재떨이가 날아왔어. 내가 아주, 하루도 안 맞은 날이 없어 내가. "
" ... "

사내의 표정이 굳자, 최무정이 씩 웃었다. 

" 보름만 시간을 달라? 허이구~ 아주 편하게 자라셨어. 아주. 나는 너무 힘들게 자라서 그런지, 돈 얘기를 이렇게 쉽게 하는 고객님이 이해가 안 되네? 응? "

최무정은 사내의 얼굴에 연기를 뿜으며 싸늘하게 말했다.

" 갚을 능력이 없으면 빌리질 말든가. 되지도 않는 소리하지 말고 가게 넘기세요 고객님. 나도 자꾸 이렇게 고객님 괴롭히는 게 지겨워. 응? "
" ... "
" 내일까지. 응. "

고개 숙인 사내는 이를 악물었고, 최무정은 빙긋 웃으며 의자에서 일어났다. 
한데 최무정이 사내를 지나치자마자,

" ...환생을 믿습니까. "

굳은 얼굴로 일어난 사내가 최무정을 불러세웠다.

" 환생? 무슨 소리야? "

최무정이 의아한 얼굴로 돌아보자, 사내는 대답 없이 윗옷을 벗었다. 
최무정의 눈살이 찌푸려지고, 사내는 한 손을 들어보였다. 그의 겨드랑이 쪽에 특이하게도, 점 3개가 삼각형을 이루고 있었다.

" ? "

손가락으로 점을 가리키던 사내는 이를 갈며 말했다.

" 기억해. 내가 죽으면 반드시 환생해서 당신에게 복수할 거야. 이 모든 고통을 갚아줄 거라고. "
" ... "

미간을 좁히던 최무정은 "미친..." 무시하며 가게를 나섰다.

밖에 세워둔 차에 올라타기 전, 어딘가 찜찜해진 얼굴로 가게를 돌아보는 최무정.
그동안 최무정이 작업한 사람들 중에서도 복수를 논하는 사람은 많았다. 하지만 환생해서 복수한다는 사람은 그가 처음이었다.

" 환생...? "

최무정은 고개를 흔들었다. 머리가 이상한 놈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
.
.

사무실의 최무정은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검색 키워드는 환생. 그는 어제 보았던 사내의 눈빛이 잊히지가 않았던 것이다.

그때, 최무정이 보고 있던 스마트폰이 울렸다. 사랑하는 아내의 전화였다.

" 어~ 여보야 왜? "

[ 여, 여보! 나 애 나올 것 같아! 빠, 빨리! 빨리 병원! ] 

" 어,어?! 벌써?! 아,알았어! 지금 당장 갈게!"

헐레벌떡 자리에서 일어나는 최무정! 예정일보다 이른 출산에 당황한 모양새였다.
한데 그때, 최무정만큼이나 당황한 듯한 직원이 사무실로 달려와 소리쳤다! 

" 혀, 형님! 복식당 그놈이 자살했답니다! "
" 뭐?? "

최무정의 눈빛이 흔들렸다. 어제 그 사내가 죽었다고?
순간, 최무정은 사내의 그 말이 떠올랐다.

' 기억해. 내가 죽으면 반드시 환생해서 당신에게 복수할 거야. 이 모든 고통을 갚아줄 거라고. '

.
.
.


" 하이고 고놈 참 남자답게도 생겼네! 참 장하다 애미야! "
" 애미야 정말 고생 많았다. 뭐 먹고 싶은 건 없고? "
" 아니에요 어머님. "

출산을 끝낸 아내의 병실. 온 가족이 잠든 아기를 사랑스럽게 바라보고 있었지만, 최무정만은 어딘가 경직되어 있었다.
그 꼴이 보기 싫었는지, 인상을 찌푸리는 아버지가 버럭댔다.

" 이 새끼는, 제 아들내미를 보고도 멀뚱히 왜 저래?! 인마! "
" 아, "

움찔 놀란 최무정이 황급히 아들에게로 다가갔다.
잠든 아이의 얼굴은 너무나 사랑스러웠지만, 최무정은 자꾸만 사내의 말이 떠올랐다. 
타이밍이 너무 공교로웠다. 환생을 말한 사내가 죽자마자, 예정일을 앞당겨 태어난 아들. 
설마 환생을 해서 복수한다는 것이, 아들로 태어나서 복수하겠단 말이었을까?

최무정은 이 순간, 아들의 겨드랑이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설마 하는 생각에, 아직 아들의 겨드랑이를 확인하지 않았다. 두려웠다. 만약 사내가 보여준 삼각형의 점이 아들의 겨드랑이에 있다면? 
그는 세상에 누가 복수를 한다고 덤벼도 자신이 있었지만, 자신의 아들은 아니었다. 그건 너무 가혹했다.

" ...! "

최무정은 심각한 상태의 자신을 깨닫는 순간, 너무나 화가 났다. 생에 가장 기쁜 날을 이런 더러운 기분으로 보내야 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짜증 났다.

' 그래! 옘병, 세상에 환생이 어딨어?! '

이를 악문 최무정은, 홧김에 손을 뻗어 아기의 양팔을 번쩍 들어 올렸다! 

" 응애애-앵! "

깜짝 놀란 아기가 잠에서 깨어 울어댔지만, 눈을 부릅뜨고 쳐다보는 최무정!

" 이, 이 미친 새끼가 왜 이래?! "

아버지가 최무정의 목덜미를 가차 없이 잡아당겼지만, 최무정은 환하게 웃고 있었다!

" 없다! 없어! 점이 없어! 으하하하! "
" 응애애앵-!! "
" 이 정신 나간 새끼가?! 멀쩡히 자는 애를 왜 깨워 이 새끼야?! 어우~ 이걸 확 그냥! "

아버지는 습관적으로 손을 들어 올렸다. 며느리 앞만 아니었어도 그대로 싸대기를 날렸을 것 같은 자세였다. 
반사적으로 움찔하던 최무정은 순간,

" 어? "

두 눈이 격하게 흔들렸다. 
그의 시선은, 아버지의 반팔 티셔츠 안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 아, 아버지.. 겨드랑이에 그 점이 언제부터 있었어요...? "

" 뭐? 언제부터? 태어날 때부터다 이 새끼야! 이 정신빠진 새끼가 왜 이래? 맞아야 좀 정신을 차리려나! "

" ... "
댓글
  • 복날은간다 2017/08/28 23:58

    컴퓨터가 하루 종일 안 켜지다가 겨우 켜지고 그러네요. 이야기를 쓸 수가 없네요. 아무래도 바꿔야 될 것 같은데 걱정입니다. 최근에 산 그래픽카드 때문에;
    조립 주문할 때 그래픽 카드랑 SSD 빼고 주문해도 조립해서 배송이되나요? 그리고 된다면 거기에 그래픽카드 조립은 쉬울까요? 으아아악-!
    이번 이야기는 컴퓨터가 안 켜지는 와중에 대충이라 그런지 티가 나네요.
    항상 행복하세요! 꼭이요~!

    (eb4QOt)

  • 사치열병 2017/08/29 00:00

    아버지로 돌아오다니 상상도 못했네요
    그런데 아버지로 돌아오려면 최무정이 태어나기전에 자살을 해야하지 않나요?

    (eb4QOt)

  • 배고파파 2017/08/29 00:01

    ㅋㅋㅋㅋㅋㅋ 하긴 영혼이며 환생에 시간적 개념이 상관이 없다고 해도 이상할건 없네요
    아버지로 환생해서 두드려 팬거였다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b4QOt)

  • 묻어가자 2017/08/29 00:18

    깔끔하고 아주 좋네요

    (eb4QOt)

  • 라인레인저스 2017/08/29 01:19

    근데 반대로 아버지가 저렇게 돈에 트라우마 생기게 안키웠으면 좀 더 관대한 사람으로 자랄 수 있었으니 결국 자업자득이네요

    (eb4QOt)

  • 내방구향기로와 2017/08/29 03:49

    예전에 봤던 그 얘기가 생각나요
    그 사실 과거 현재 미래의 모든 사람들은 전부 나의 환생,환생이다 그런 내용잉었는데..

    (eb4QOt)

  • 브레멘음악대 2017/08/29 04:33

    이건 아이가 그 사람의 환생이 아니더라도
    점 하나 때문에 평생 아이를 의심하고 제대로 사랑해주지 못하는 것 자체가 큰 복수인 듯...

    (eb4QOt)

  • 칸오165 2017/08/29 08:12

    넌 이미 맞고 있다

    (eb4QOt)

  • VeritasLxmea 2017/08/29 15:11

    와 이거 좋았다..

    (eb4QOt)

  • 과장금지 2017/08/29 22:04

    타임패러독스당... 항상 재밌는 소재.

    (eb4QOt)

(eb4Q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