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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은...누군가에게 들킬 때가 가장 아프다.

7살 때 엄마 돌아가시고나서 여러 친적집과 동네 이장님댁등을 돌아다니며 살다가... 결국 모두에게 버림받고 시골에서 혼자 살고계신 할아버지 댁에서 산적이 있다.
젊었을 때 논도 꽤 있으셨다는 할아버지는 도박으로 모든 재산을 날리시고 남의집 농사일을 도우며 혼자 산 밑에 초가집 같은 걸 짓고 사셨다. 집에 냉장고나 싱크대는 커녕 수도 시설도 없어 제대로 씻거나 마실수도 없는 환경...
어찌어찌하여 국민학교를 들어갔지만 꾀죄죄하고 왜소한 체격 때문에 친구들과는 쉽게 친해지지 못하고 혼자 겉돌기 일수였다.
국민학교 1학년 따뜻한 봄날 처음으로 학교에서 걸어서 1시간 거리인 계곡 유원지로 소풍을 가게되었다. 다른 친구들은 소풍이라 들떠있었겠지만 난 소풍날이 너무 걱정이었다.
시골에서 저학년들이 소풍을 가는날엔 동네 학부모들도 김밥, 과자, 과일등을 싸들고 다같이 모이는 동네 잔치였지만,난 김밥을 싸줄 사람도, 같이 가줄 사람도 없었기 때문이다.
바위를 들추면 가재들이 있을만큼 맑고 시원한 계곡물이 흐르는 곳에서 선생님들과 온가족들이 함께 돗자리를 피고 왁자지껄 떠들며 맛있는 음식으로 그들만의 축제를 보내던 점심시간...
난 소풍 때 가져가서 먹으라고 할아버지가 하루전에 분식집에서 사오신 만두가 들어있는 일회용 도시락통을 들고 아무도 안보이는 산속으로 들어가 혼자 도시락을 먹었다...
먹는 당시엔 서럽고 외롭지만 눈물은 나오지 않았고...행여 누구한테 들킬까 몰래 몰래 먹고 있는데... 뒤에서 누군가의 인기척이 들렸다. 보물찾기 게임을 위해 보물을 숨기러 다니는 선생님이였는데...
나를 보고 왜 혼자 여기서 이러고 있냐는 말을 듣자 그제서야 눈물이 쏟아졌다.
외로움은...누군가에게 들킬 때가 가장 아프다..

댓글
  • 서브라이즈 2017/08/28 22:36

    또는 내가 기다리고 있다는것을
    아무도 몰라줄때 아픕니다.지금 제가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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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택철쮸♥ 2017/08/29 00:09

    추석과 설날이 즐겁지도, 혹은 귀찮거나 싫지도 않고.  그저 적적한지 17년째.
    아직도 시작과 동시에 장을 잔뜩 봐서 방안에 틀어박혀  끝날때 묵혀둔 쓰레기봉투들과 함께 나옵니다.
    여전히 힘들어요.
    인간이 살면서 외로움이란 감정은 영원불멸히 함께 짊어지고 가야할,  어쩌면 가장 먼저 친해져야될 감정인것 같아요.
    그치만 고독은.... 정말.. 여전히 힘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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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피구느림동 2017/08/29 00:18

    글쓰신분의  유년시절에 작은 위로를 보냅니다.
    쌩뚱 맞지만
    글을 참 잘 쓰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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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youngpops19 2017/08/29 00:38

    전 지금이 그런데....
    늘 행복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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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가현빈엄마 2017/08/29 00:39

    제가 가슴이 다 저릿하네요
    힘든시기 정말 잘견디셨어요
    대견합니다
    쓰담쓰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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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사만루 2017/08/29 00:47

    그 어린나이에 외로움을 알아버렸다는 사실이 서글프네요. 부디 지금은 행복한 삶 속에서 유년시절의 기억을 그저 곱씹어보는 것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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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투맘 2017/08/29 01:19

    국민학교 라고 하시는것을 보니 어느정도
    나이가 있으신분 같은데
    그 선생님이란 분은 학생들의 가정환경을
    모르나요?
    그때는 가정환경 조사서 라고 하는게
    있었는데... 꼭 그게 아니어도 작은 마을에서
    그런 처지와 상황에 있는 학생을 모를수가
    있었을까 싶어요
    선생님이 여기서 왜 이러고 있느냐고
    하셨다고 하는데 좀 어이가 없더군요
    애초에 아이가 혼자서 그리되지 않도록
    선생님께서 미리 챙기셔야 하지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읽다가 화고 좀 나더라구요
    어쨌거나 어린 나이에 정말  힘들고 어려운
    날들을 보내셨는데 이젠 지난날의
    추억으로만 회상하시고 힘내시길 바랍니다
    마음 아프다 라기보다는 마음이 저리네요
    응원하겠습니다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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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시찾은인생 2017/08/29 01:31

    글쓴님 이제는 외롭지 않고 행복한 일만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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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테라야 2017/08/29 01:34

    앞으로는 행복한 일들이 더욱 많아지길 기도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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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뇌국인 2017/08/29 01:45

    제가 그때 선생님이었다면
    눈치 빠르게 상황을 파악하곤, 짐짓 모른채..
    "선생님이 도시락 싸온것 있는데 혼자먹기엔 좀 많네~ 같이 먹어줄래?
    그 대신 여기에 보물 숨긴거는 우리 둘만의 비밀이다?
    약속! 여기에서 우리 둘이 있었다는건 비밀."
    이렇게 서로가 서로의 비밀을 지켜주도록 했었다면 슬픔은 조금 덜어주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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