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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할아버지의 마지막 면회

안녕하세요. 뻐터늑대입니다.
이번에는 제 실화를 올려볼려고 하는데요.  무섭거나 잔인한 내용은
전혀 없구요. 제 기준으로는 너무 슬픈 기억입니다. 대화체로 제 기준
으로 쓸께요..아참 모바일로 쓰는거라..ㅜㅜ
나에게는 정말 인자하시고 너그러우신 외할아버지가 계셨어. 초등학교
때부터 방학때마다 동생을 데리고 2시간 거리를 버스타고 오는 또 엄마
는 장사를 하시고 아버지는 직장을 다니셨는데 어릴때부터 엄마른 도
와드리는 내모습이 이쁘고 기특하셨나봐. 다른 손주들도 많이 있었는
데 유독 나를 정말 이뻐하셨어.
방학때 놀러가면 주변 관광지를 데리고 다니시고 넉넉하지 않은 살림
이셨는데도 장난감이며 그저 내가 좋다고 사달라고 하시면 다 사주시
고 하셨어. 본인이 좋아하시는 장터에서 순대국에 잔소주 한잔 할 돈도
남기시지 않은시고..(아침부터 청승맞게 눈물나네..)
할아버지와 기차타고 여행갔다가 소세지며 오징어, 계란.. 너무 많이
먹고 속이 안좋아서 토하면 '허허~ 많이도 먹더라~ 허허' 하는 너털
웃음을 보이시던 것도 생각이나네.. 코피가 유독 잘 나던 나를 위해서
민간요법이라시며 산속을 다니시면서 풀뿌리(?) 산 열매  이것 저것
을 다려서 먹이시고 하셨어.. 여담인데 하루에 한번씩 꼭 코피를 흘렸
었거든? 그런데 정말 거짓말 안하고 지금까지 코피는 충격..ㅡㅡ 받았
을때 말고는 안흘려..ㅡㅇㅡ;;;
아무튼 추억은 정말 많은데.. 더 쓰면 눈물이 흐를거 같아서. 때는
2004년 가을이였어.할아버지께서 여름부터 거동을 못하시고 누워만
계셨거든. 대학생인 나는 간간히 찾아 뵈었었고.. 내가 04년 10월 군번
인데 입대전 마지막으로(?) 할아버지를 찾아 뵈었지.. 힘든.. 수척해
지신 얼굴이셨는데 나를 보시고 활짝 웃으셨어.. 그때 덥수룩한 수염
을 면도해드리고 옷갈아 입혀 드리고 식사도 챙겨드리고.. 할아버지께
100일 휴가 나오면 그때 같이 놀러가요. 라는 말씀을 드리고...
나는 논산훈련소로 입대를 했어.. 그때 훈련조교가 힘든일 걱정되는
일이 있으면 상담을 받으라고 하더라고 그래서 이차 저차 외할아버지
이야기를 하니깐. 혹시라도 돌아가시면 휴가 받아서 나갈수 있으니
일단 걱정은 하지 말자. 라고 이야기를 하더라고..
3주정도 훈련소 생활에 적응해가면서 초번 불침번으로 기억이되는데
불침번 끝나고 잠이 들었지.. 그런데 꿈에서 조교가 나를 찾데? 그러
면서 할아버지가 면회 오셨다~ 나가봐~ 라고 이야기를 하는거야.
그래서 바로 뛰어나갔지.. 그런데 나가니깐.. 분명히 할아버지 뒷모습
인데 연무대 정문으로 나가고 계시는거야.. 그래서 뛰어갔는데.  발걸
음은 느려지고 도저히 못쫒아서 가겠더라고..
그러던중에 꿈에서 깨고.. 어안이 벙벙하더라구..혹시? 아닐꺼야..
하면서 애써 마음을 진정시켰지.. 그때가 새벽 4시정도 였어...
무사히 훈련소를 수료하고 자대배치 받아서 첫 면회가 있었어. 그때
부모님, 큰외삼촌, 막내이모 가족분들하고 성대하게 면회를 했지..
밥먹으면서 다들 할아버지 이야기가 없어서..괜한 걱정이구나 했지..
그래서 꿈이야기를 했어.. 그러자.  갑자기 외삼촌부터 다들..  
꺼이꺼이 우시는거야.. 난 설마설마 했던 기대감이 무너져서 같이
울었지...
단들 진정이 되고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맞어 상상했던 그 부분..
내가 11월 3번째주 화요일.. 새벽에 3시쯤 돌아가신거야....
참 허망하면서.. 내가 못가니깐 오신건가?  하는.. 아.. 마지막에 임종
할때 나오지 않는 목소리로.. 내이름을 부르셨데..어디있냐고..
에휴.. 참 쓰는데 눈물은 고이고.. 마무리는..  이대로 끄읏~!!!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ㅠㅇㅠ

댓글
  • PARU 2017/08/21 10:38

    군대 제대하고 서울에서 일하고 있던 때입니다.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즈음. 뜬금없이 시골집에 가고 싶었죠.
    그래서 출근해서 일하다가 오전 11시경 '집에 다녀오겠습니다. ' 라고 했더니, 또 그냥 가라고 하더라구요.
    슬슬 집으로 내려가서 형이랑 술한잔하고,  할머님을 뵈러 갔습니다.
    할머니는 약 2년간 누워만 계셨죠. 평소 소원이 '애들 고생 안 시키고 한번에 가는 거' 셨습니다.
    그런데, 2년을 누워만 계셨죠. 그리고 한 1년 동안은 어느 누구도 알아보지 못하셨다고 합니다.
    막내동생이 내내 수발을 들었는데, 자기도 못 알아 본다고 했죠.
    술 취한 김에 못 알아보시는 할머님을 붙들고 이런 저런 얘기를 했죠.
    양갓집 막내딸로 태어나 시집 잘못가고, 전쟁 나서 월남하여, 홀로 다섯 남매를 키우신 대하소설 급 인생을 살아오신 분입니다.
    한참 혼자말 중, 저랑 눈이 마주치는 게 느껴졌습니다.  한참을 쳐다 보시길래 동생한테 '봐, 나 알아본다.'라고 했고, 동생도 정말 그러네...라고 했습니다.
    그 상태로 한참을 마주보다가 눈을 감고 고개를 돌리시더군요.
    그러고 나서, 다음날 아침 서울로 오려고 일어난 순간 할머님이 돌아가신 걸 알았습니다.
    할머님 임종을 지켜본 마지막 핏줄이 저 였던 거죠.
    장례식에 온 막내 고모는 '니 몸이 부른거다' 라는 말씀을 하시더군요.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나는 2000년도의 일입니다.

    (Y1nDBw)

  • 무적퍼스트 2017/08/21 12:14

    저는 어렸을 때 부터 중학교때까지 외할머니 손에 자랐어요. 종교적인 점이라 보시는 분들 입장에서 좀 불편하실 수도 있지만, 기독교였던 할머니는 '엄마, 아빠'밖에 말 못하는 꼬맹이가 찬송가는 그렇게 잘 따라부른다고 엄청 이뻐해 하셨다고 해요.
    집안 사정으로 고등학교부터 따로 살았고, 저도 나이를 먹고 군대를 가서 기초군사교육 8주 후 후반기교욱 마지막주 4주차에 금요일로 넘어가는 새벽이었어요.
    몸은 몸대로 축나서 힘든데 새벽 4시쯤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정말 복잡미묘한 감정이 들면서 그냥 눈이 떠지더라구요. 무겁고 슬픈 그런 기분이요. 6시까지 뜬 눈으로 지샌 후 별일이야 있겠냐는 심정으로 마지막 훈련 받으려 환복하고 있는데 교관이 조용히 부르더니 외출 준비하라더군요. 새벽 내내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준비는 하고 있었는데 정말 멍해지더라구요.
    입대 전 손 잡으며 나 훈련받고 올게라고 말하는 손주를 기력이 없으셔서 대답 없이 지그시 바라보던 눈빛이 10년이 지난 지금도 눈에 선하네요.
    아..... 할머니 보고싶다.....

    (Y1nDBw)

  • 아델라 2017/08/21 18:25

    나는 왜 시외할머니가 꿈에 나왔는가...-_-;;
    저는 시외할머니랑 버스를 타고 어디를 가고 있는데 할머님께서 제무릎을 뵈고 가만히 누우셨어요.
    그리고 또 바로 다음 꿈에서 제가 하늘을 나는데 아래에서 검은 연기가 무럭무럭 나는거...
    그 꿈꾸고 바로 시댁에 전화했으나.
    외손주며느리가 그런 꿈꿨다고 말하긴 그렇고 안부만 물었었는데... 그날 사고로 돌아가셨어요....
    나한테 시어머니랑 시누,남편을 맡기신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Y1nDBw)

  • 비아엘 2017/08/22 01:02

    저는 친할머니 돌아가실때 괜히 우울하고 꿈자리가 뒤숭숭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때 저랑 동생은 해외유학중이였는데 마침 동생은 한국 잠깐 들어간 사이여서 저 혼자 지냈었어요. 자고 일어났는데 기분이 이상해서 한국에 전화해보니 돌아가셨다고.. 그전에 한국들어가서 찾아뵈었을때 이것저것 다 꺼내서 먹이시고, 당시 유방암으로 가슴절제하시고 그러셨었는데 그 이야기하시며 아기처럼 훌쩍거리시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해요. 돌아가신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친할머니까지 다 생각나게 하는 글이네요.

    (Y1nDBw)

  • 구너구 2017/08/22 03:35

    너무 슬픈꿈이네요..
    그렇지만 꿈에서라도 할아버지가 손주보고가셔서 가시는갈 마음이라도 편하시지 않았을까 합니다.
    좋은곳으로 거셨을테니 작성자 눈물 뚝!
    오늘은 행복한 꿈 꾸세요:)

    (Y1nDBw)

  • 요약쟁이흑형 2017/08/22 06:37

    우리 숙모는 참 나쁜 사람이었어요.
    평생 우리 삼춘은 세탁소에서 다리미를 하루도 놓은 적이 없었어요.
    그도 그럴 것이 우리 삼춘은 귀가 안들렸거든요.
    맨날맨날 자기가 하는 일에만 충실한 사람이었어요.
    그런 삼춘은 맨날 우리 아부지한테 "형님! 선생님하면 돈 안된다! 나랑 세탁소 하자!" 하고 웃곤 했는데,
    어느날 가게가 전세로 바뀌었대요.
    우리 할부지께서 주신 논 밭을 다 팔아서 겨우 1년 계약 했다네요?
    알고보니 숙모가 나쁜짓이라는 나쁜 짓은 다 했더이다.
    바람에 도박에 친정으로 재산 빼돌리고...
    그러고는 어느날 머리 감다가 저세상으로 갔어요.
    그 후로 우리 삼춘은 그래도 숙모를 사랑했는지 울다가 일하다가 울다가 일하다가 했네요.
    어느날 숙모가 안장된 납골당 앞에서 오열하다 뇌출혈로 누워계셨고, 그러다 결국 가셨어요.
    전 그때 서울에서 일을 하고 있었고,
    어무니한테 "주말에는 삼춘 좀 찾아뵈어야겠어요."라고 말했어요.
    어무이는 매일매일 삼촌 좋은쪽으로 무슨 일이든 일어나라고 기도 하셨어요.
    그러다가 어무니 꿈에 할아버지께서 웃으면서 고생 많았다고 하셨고, 그날 오후에 삼춘은 가셨어요...
    저는 마침 그날 일하다가 갑자기 속이 매스껍고 머리가 너무 아파서 병원을 가는데, 엘리베이터를 탔더니 갑자기 어두컴컴한 통로가 보이더군요. 뭐지? 하면서 걸어가려는 순간 누가 저를 잡아 당겼는데, 그게 우리 삼춘이었던거 같아요.
    그날 간절하게 집에 가야겠다고 짐을 싸러 가고 있는데, 결국 못 찾아뵙게 되었지요...
    그 자리에서 어뮤니는 왜 그딴 가도를 했냐면서 원망하고 울었습니다. 양재역에서 하염없이 울려고 했는데, 타지에서 참던 버릇 했는지 울분은 목구멍 아래까지만 차올랐어요.
    가시고나서 가장 화가 나는건, 우리 삼춘은 가족사진도 한장 없고, 증명사진도 한장 없었네요...
    그냥... 2년이 지난 그 날 생각이 나서 한번 끄적여봤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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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yess 2017/08/22 06:52

    엄마없는 저를 아들처럼 키워주신 우리할머니도 저 군에 있을 때 돌아가셨는데.. 나 그렇게 이뻐하셨으면서 꿈에서 인사할 시간조차 안주셨는지 참 야속하네요

    (Y1nDB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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