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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장인장모님 공항 배웅 후기

벌써 지난주일입니다.
장인장모님은 백두산 패키지 여행을 가셨는데, 새벽 5시45분에 공항 미팅이 예정되어 있어서 제가 4시반까지 부천 처가 앞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사실 그 시간에 공항버스가 다니긴 하는데, 일흔 넘으신 두 양반이 버스에 짐 싣고 타시는 것도 불편하실거고 택시 부를 비용을 아까워하시는거 같아서 먼저 말씀드리고 모셔드렸습니다.

마침 제가 다른일 때문에 휴가였구요.


처가가 주택가라 약간 일찍 도착해서 내려오시려나..하고 기다리는데 집안에 빛이 하나도 안보이고 너무 조용하더군요. 

설마 아직까지 주무실까 싶어 5분 정도 기다리다가 들어가서 문을 두드렸는데 대답이 없으십니다 ;;;

당황해서 전화를 드려도 받지 않으시고....

아예 주먹으로 문을 쾅쾅 두드리면서 장인어른을 불렀는데, 잠시 뒤에 장인어른이 난닝구(?)바람으로 퀭하게 문을 열어주시더군요.

여태 주무셨답니다 ;;; 

짐을 새벽 1시까지 꾸리셨다네요 ;


부랴부랴 준비하고 나오시니 4시 45분.

그런데 장모님이 당뇨가 있으셔서 아침식사를 거르시면 안되시기에, 근처에 김밥집에 잠깐 들렀습니다.

제 김밥까지 사신다길래 저는 필요없다고 말씀드렸지만 "어차피 다 싸놓은거 들고오는거다" 라며 굳이 김밥집으로 휘적휘적 가셔서 주문을 하셨는데,  이제서야 김밥을 말기 시작하시는 주인장 ㅎㅎㅎ

결국 5시가 다 되어서야 부천에서 출발을 했습니다.


두분이서 차안에서 저한테 연신 고맙다고 하시면서, 집에 가서 푹 자고 일어나서 점심을 맛난거 사먹으라고 돈을 주시겠답니다. 제가 한사코 사양했는데 이따가 주시겠다고 계속 말씀하시면서....... 점심을 뭘 먹을거냐고 느닷없이 캐물으시는 장모님 ㅋㅋ

들깨수제비도 맛있고, 돼지불백도 맛있는데 어떡하지.... 라면서 사위가 뭘 먹을지 걱정해주시는데, 정작 저는 공항 미팅 시간에 늦을까봐 안절부절중이었습죠 ;;;


그 와중에도 연신 "사위 아니었으면 못갈뻔했다" "이 시간에는 버스도 안다닌다" 고 제 칭찬을 하시는데, 장모님 바로 옆으로 부천에서 인천공항가는 302번이 눈치없게 스윽 지나가더군요.

두 분 모두 당황하셔서 장모님은 "저거 그거 아니지잉?" ,  장인어른은 "저거 번호만 같은 버스야. 공항 안가"

전 속으로 웃음 참느라 끅끅대면서 운전하고 ㅎㅎ


그러시다가 두분이서 김밥을 차 안에서 지금 먹을 것인가, 아니면 공항에 도착해서 먹을 것인가로 옥신각신하시다가 결국 5시반 쯤 차안에서 드시기로 하시고 한줄씩 드시고는, 목이 마르신지 근처 편의점에 잠깐 들르자고 하시네요.

이대로라면 지각은 불보듯 뻔한지라, "조금만 가면 번화가가 나올거에요. 그때 잠깐 내려서 물 사올께요" 라고 말씀드리고는 그대로 북인천 IC 를 타버렸습니다 ㅎㅎㅎ


공항에 다 와서 주차장으로 들어가려고 하니, 장인어른께서 한사코 주차장 들어가지 말고 그냥 내려주고 가라고 큰소리로 역정을 내시네요.  일행분들께 전화해보면 된다시며 G와 F 사이에 내려달라고 하셔서 하는수없이 내려드리고 바른 방향으로 가시는지 조금 지켜보다가 왔는데, 이 때가 5시 43분이었으니 지각은 면했습니다.


차를 돌려서 나오는 길에 잘 만나셨냐고 전화를 드렸는데, 저 먹으라고 남겨두신 김밥 봉지에 봉투 있다고 이따 점심먹으라고 하시네요. 집에오니까 5만원이 들어있는데 웃음이 베시시 나더군요.


집에 6시반쯤 들어와서 마눌한테 두분 모셔다드린 얘길 했더니, 잠이 덜깬 상태로 듣다가 깔깔대고 웃습니다.

며칠 뒤 주말에 애들 데리고 다시 찾아뵈었는데 두분 좋은 추억 만들고 오셨다네요.


간만에 사위노릇 한 거 같아서 기분 좋습니다 ㅎㅎ


댓글
  • 아침방송 2017/08/21 17:42

    사위 자랑 엄청 하시겠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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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엘마리아치 2017/08/21 17:42

    짝짝짝 잘 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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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휴일웜츄 2017/08/21 17:42

    자랑 엄청 하실듯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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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onDraper 2017/08/21 17:42

    초코올이님 칭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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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Vajra 2017/08/21 17:43

    글이 따뜻하네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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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킹카아님 2017/08/21 17:44

    조마조마했네요. 괜히 도와드린다고 나섰다가 지각하면 맘이 편치 않죠. 수고하셨네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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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통돌멩이 2017/08/21 17:44

    훈훈한 글이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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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계인45 2017/08/21 17:45

    칭찬해(2) 잘하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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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티거마로 2017/08/21 17:46

    ㅊ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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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시리즈 2017/08/21 17:47

    따뜻한글이네요. 엄지척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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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엘재균 2017/08/21 17:48

    ㅋㅋㅋㅋ 첨엔 보다가 중간에 갈등이 생길것 같은 구조였는데,
    다 좋게 마무리되네요. 보기 좋습니다.ㅎ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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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코올이 2017/08/21 17:49

    장모님이 알아주는 만담가 이신지라 운전하는 내내 뒤에서 저한테 이런저런 말씀을 해주셨는데, 시끄럽다고 면박주는 장인어른이 너무 고마웠습니다 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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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으른카페 2017/08/21 17:50

    안 늦어서 다행이네요.
    새벽한시까지 싸셨으면 얼마나 설레였을까... ㅎㅎㅎ
    기대했던 해외여행을 몰라서 망쳐 버릴 뻔 한 걸 살리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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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코올이 2017/08/21 17:53

    게으른카페 // 생각해보니, 사위가 온다는 말에 더욱 맘을 놓고 주무신게 아닐까 싶습니다만, 그래도 당분간 면은 좀 설거 같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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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라부세 2017/08/22 00:47

    이런 착한 사위를 보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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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왕좌의게이 2017/08/22 00:55

    참 좋은 사위시네요...부인께서 웃으면서 속으로 뭉클하셨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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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loryRoad 2017/08/22 01:09

    사람 사는 냄새나는 좋은 글이네요. 제가 다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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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식윤RanomA탱율팁] 2017/08/22 01:33

    아, 이렇게 편안하고 씨익 웃게 되는 걸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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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림슨블루 2017/08/22 01:55

    반전만 기다리다... 끝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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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만공룡 2017/08/22 01:57

    추천 드리려고 로그인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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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이트 2017/08/22 02:23

    잘봤습니다^^
    당분간 면 제대로 서실듯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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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톱솔아치 2017/08/22 04:52

    ㅎㅎ 송내에서 인천공항가는 302번 반갑네요. 요즘은 불친절하고 탑승거부하는경우도 있더군요. 잘 모셔다 드린거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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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aemil 2017/08/22 06:37

    잘 하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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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렌지악어 2017/08/22 07:04

    만담가 장모님에, 김밥을 여기서 먹을 것이냐 들어가서 먹을 것이냐로 옥신각신. 그래도 사이 좋은 부부의 모습이구 ㅋㅋㅋ 귀여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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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포드 2017/08/22 07:09

    기분 좋은 글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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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이 2017/08/22 07:30

    읽는 내내 즐거웠어요. ㅎㅎ 앞으로 두분 여행 가실 때마다 우리 사위 얘기 하실 것 같아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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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Justice 2017/08/22 07:35

    사위 노릇 잘하셨네요. 근데 장인 장모님도 좋은 분들이시네요 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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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피니스! 2017/08/22 07:53

    좋은 사람이 좋은 인연을 만났네요ㅎㅎ 글쓴분도 장인장모님도 다 좋으신 분들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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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파고 2017/08/22 08:09

    훈훈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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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큰아우또 2017/08/22 08:30

    배시시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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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코올이 2017/08/22 08:32

    헉..... 자고 일어나니 좌측담장으로 갔네요 ;; 따뜻하고 즐겁게 살려고 노력하겠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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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살아내기 2017/08/22 09:25

    장모님께서 치매를 오래 앓으시다가 지난달에 하늘나라로 가셨습니다.
    장모님 치매가 심해지시기 전에 여행이라도 보내드렸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게 한이되네요.
    좋은 글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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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트정 2017/08/22 09:26

    이른 새벽에 다녀오신다고 수고하셨어요. 부모님 정말 기쁘셨겠다. 사위 맛있는 점심 먹으라고 용돈도 챙겨주시고 너무 보기 좋습니다.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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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angam 2017/08/22 09:29

    읽는 내내 조마조마+훈훈했어요.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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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텍사스 2017/08/22 10:19

    요즘 302번은 20인치 기내용 캐리어까지만 허용해줘요
    그 이상은 거의 거부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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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코올이 2017/08/22 10:29

    텍사스 // 조언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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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닉네임없음 2017/08/22 10:32

    302번 타고 인천공항 5년차 출근중인데 요즘이 과거에 비하면 정말 친절(?)해진겁니다. 근데 이 버스 공항버스 아니고 그냥 좌석버스일 뿐인데 큰 짐 싣는걸 되게 당연시 하려는 분들이 많아서 어이가 없긴 합니다. 짐칸이 없으므로 들고 타서 의자에 올려두면 의자 다 찢어지고 통로쪽에 두면 관리 안 해서 운전석까지 굴러오고... 저는 기내용만 받는게 당연하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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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테네리페 2017/08/22 10:41

    [리플수정]글 잘 쓰시네요! ^^ 따뜻한 생활툰 봤을 때 처럼 기분 좋아지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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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lowns에이브이e 2017/08/22 10:57

    시트콤 에피소드처럼 재밌고 따뜻합니다^^
    행복이 느껴지는 글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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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몽잔 2017/08/22 11:09

    읽기만해도 기분좋아지는 얘기네요. 좋은 사위분과 좋은 장인장모님이 잘 만나신거같습니다. 저런걸 당연하게 생각하고 별 고마움 표시도 안하는 어른들도 많아서.. 가까울수록 더 고마움 표시하고 잘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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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마징가 2017/08/22 11:19

    짝짝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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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소쑥쑥 2017/08/22 11:38

    정말 좋은 사위분이시네요.
    글만 읽어도 기분이 좋아지네요.
    글쓴이에게 항상 좋은 일만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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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동구유지 2017/08/22 12:22

    멋진사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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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꼬추바사삭 2017/08/22 12:36

    초코올이님 아주 칭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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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르에르 2017/08/22 12:46

    맘이 훈훈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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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저스 2017/08/22 12:50

    어딜가나 사랑받으실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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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십상시 2017/08/22 12:50

    훈훈한 글이네요.. 어르신들 모습이 눈에 선하네요..
    따뜻한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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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성애비 2017/08/22 12:52

    302번 타면 아무리 빨라야 한시간이죠
    자차로 가면 4-50분이고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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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B1S 2017/08/22 13:14

    훈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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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enterFly 2017/08/22 13:59

    이게 사람사는 거 아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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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yMineral 2017/08/22 14:08

    오랜만에 불펜 글 읽고 기분 좋네요~ ^^
    감사합니다, 좋은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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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톱솔아치 2017/08/22 14:29

    닉네임없음//님께서는 출근용으로만 이용하시니까 그만큼 북적대지 않고 그런게 빠르게 목적지 도착할꺼고 긍정적인면만 많아졌다고 생각해요. 다만 오랜만에 한번씩 여행가시는분들중에 과거에는 탑승하고 다닌분들이 현재는 탑승거부당하고 안태워주니까 불만이 생긴거죠 뭐. 과거에는 되던게안되면 사람 심리가 불만이 생기기 마련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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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창기 2017/08/22 15:13

    훈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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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페리 2017/08/22 15:32

    살아가는 소소한 얘기에 사람들은 감동하죠.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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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영아빠 2017/08/22 16:14

    이런걸로 사위가 점수 따면 좋죠. 마누라한테도 점수따고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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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유 2017/08/22 16:30

    소소하고 훈훈하고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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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연아 2017/08/22 16:46

    멋지네요 ㅎㅎ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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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드리햇밥 2017/08/22 16:59

    간만에 따뜻한 글 잘 읽었습니다.
    어르신들이 어디가서 사위자랑 많이 하시겠어요. 요런게 바로 효도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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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코올이 2017/08/22 17:04

    헉.... 일하다 들어왔는데 추천이 ;;;;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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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타투인 2017/08/22 17:11

    별 내용 없는데 되게 사랑스러운 글이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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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eOubli 2017/08/22 17:28

    글을 읽으면서 '그래, 우리는 이렇게 살아가고 있지.'하는 생각이 불현듯 드네요. 마음이 따뜻해 지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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