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천국 코하비닷컴
https://cohabe.com/sisa/331644

박기영이 '그깟 이름 하나 올린 게' 무슨 잘못이냐고요?

과학계에서 논문에 이름 하나 올리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모르시는 분들이 많으신 것 같아서 글씁니다.
과학계에서, 특히 순수생명과학계에서는 논문 하나 내는데 3~4년씩 걸려요.
왜냐고요?
실험을 하는 세포도 생물이고 그 생물이 자라는 데 시간이 걸리니까요.
사람 뱃속에서 수정란이 성인도 아니고 애기가 되는 데만 10달 걸리는 거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나마 세포주 단위 실험은 1달 정도면 웬만한 세포들은 자라지만
쥐로 실험하면 유전자 조작한 쥐 정자 받아서 대리모 쥐에 주입하고 낳아서 키우는 데만 최소 6개월입니다
근데 그나마 '쉽다는' 세포들은 자라는 데 시간이 덜 드는 대신 배양액을 계속 주기적으로 갈아줘야 합니다.
동물이 아니라서 알아서 음식을 못 드시거든요.
그 중에서도 제일 헬파이어난이도는 바로 '줄기세포'입니다.
저희 학교 줄기세포실험실에서
줄기세포 죽지 말라고 '유지'만 하기 위해서 아침 저녁으로 연구원들이 출근해서 배양액 갈아 줍니다.
그렇게 안하면 줄기세포는 바로 죽거든요.
여기까지가 기초작업입니다.
이걸로 핵 갈아넣고 복제하는 거요?
세포 생존률 1%면 잘 된 겁니다.
말 그대로 미친 듯이 예산 잡아먹고 실험해야 합니다.
그럼 매일 와서 배양액 갈아주고 세포 유지시키는 일은 누가 하는 줄 아시나요?
제일 밑 대학원생이 하는 게 그겁니다.
농담 아니라 줄기세포 랩에서는 그거만 잘 해도 대학원 1~2년차 잘 보낸 거예요.
그 다음 자기 아이디어로 그 세포들 실험하는 거고요.
그러니까 매일같이 휴일 없이 세포 살리는 데만 고생해 봐야 제일 하급 일이라고요.
당연히 저자로 이름 안 올라갑니다.
그러면 저자로는 누가 올라가냐고요?
연구에 결정적인 실험을 해서, 소위 논문에 핵심적으로 들어가는 그래프, 표 만든 사람
또는 연구에 핵심이 되는 아이디어예요.
따라서 논문에 이름이 1저자 아니라 2,3저자라도 최소한 핵심적인 실험은 해야 이름이 들어가요.
그리고 그게 세계적인 논문이 될 경우 그에 대한 본인의 공헌도가 되고요.
당연히 이름 하나 넣느냐 안 넣느냐 가지고도 치열하게 다툴 수밖에 없습니다.
저희 학과에서는 교수님들끼리 아이디어 갖고 콜라보 해놓고도 같이 아이디어 낸 사람이 2저자로 가냐 3저자로 가냐 갖고 사이가 틀어집니다.
그냥 동네 애들 보고서 올리는 데
'응 나도 조금 도와줬어~' 수준이 아니라고요.
그런데
조작 발견되기 전에 황우석의 논문의 권위를 생각하면,
그것도 그냥 사이언스도 아니고 전면 1페이지에 게시될 논문에 박기영이 아무 것도 안 해놓고 이름만 올린 것 같으세요?
제정신 박힌 생명과학자라면 아무도 그렇게 생각 안 합니다.
어떤 멍청한 트짹이들이 박기영 까면 창조과학자라고 드립치던데 진짜 뚝배기 깨주고 싶습니다.
박기영씨는 심지어 전공분야가 줄기세포도 아니예요
그런 사람이 줄기세포 인지도 탑을 달리던 논문에 이름을 공저자로 실었다?
일반 대학원생은 거기에 이름 올린 것만으로도 포닥 자리 보장인데요?
최소한 박기영씨가 연구에 외적으로나 내적으로 결정적 관여를 하지 않았으면 이름 절대 못 올립니다.
제가 왜 이 얘기를 하냐고요?
저는 문재인 대통령을 사랑하고 대한민국을 사랑하니까요.
박기영씨는 아무 논문에 '그냥' 이름을 올린 게 아니라
그냥 사기극도 아니고 전세계적으로 개망신인 사기극논문에
'무려' 이름을 올린 거예요.
그런 사람이 과학기술혁신센터장에 이름 올리는 것만으로
Strongman's Daughter가 대통령이 되는 거랑 똑같이 나라 망신이예요.
국격 제대로 '올라가는' 거라고요.
그리고 이미 몇몇 분이 지적하셨지만
박기영씨는 근 20년 가까이 있으면서 자기가 1저자로 올린 논문이 2개인가밖에 없어요.
이 사람이 폴리페서 아니었으면 에진작에 잘렸을 실적입니다.
근데 뭐가 더 문제냐면
그런 사람이 논문 질이 아니라, 논문의 독창성이 아니라 숫자로 성과를 평가하고 예산을 줄 자리에 간다는 거예요.
저 사람이 그런 막강한 자리에 올라가면
자기가 민주당 비례대표에 이름 넣고 간봤던 것처럼 하라는 연구는 안 하고 정치에 기웃거리는 사람이 예산 따기 쉬울까요?
아니면 야마나카 교수처럼 아무도 안 쳐다보는 연구 10년씩 파는 사람이 예산을 따기 쉬울까요?
대한민국 과학계가 제정신이니까 저 사람 반대하는 거예요.
적폐들이 좋아할 사람으로 저만한 사람이 없어요.
진짜 연구를 필사적으로 해 본 사람만이
참 연구를 알아보고 아무도 지원 안 할 연구에서 보석을 찾습니다.
박기영씨가 과거를 아무리 사죄한다고 해도
그 사람이 저지른 실수와 보여준 무능함은 가려지지 않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저 사람이 적폐를 청산하겠어요?
괜히 문재인 대통령한테 폐나 끼치지 않으면 천만다행입니다.
비판적 지지로 마냥 매도하시지 마세요.
저는요.
대통령이 누구를 임명했을 때
대통령의 뜻이 이래서 이랬고 이래서 이 사람을 뽑았구나 하고 지지해 줄 국민이 늘어나는 걸 바라는 사람입니다.
그게 성숙한 국민의 능동적 정치참여니까요.
근데요.
박기영씨는 아무리 봐도 그 결정적인 이유가 안 보여요.
심지어 제가 생명과학과에서 10년을 굴렀는데도요.
저도 이런데
몇십 년씩 있는 교수님들이 반대하는 이유가 너무 명백한데
그냥 반대하면 어휴 적폐 ㅉㅉ 거리면서 넘어간다고요?
저한테는 용납이 안되네요 그런 맹목적인 광신은.
오히려 그런 지지는 대통령께 누가 될 뿐입니다.
박사모가 박근혜 욕을 더 먹이는 것처럼요.

댓글
  • 커피시러 2017/08/11 11:38

    공감합니다. 연구논문의 authorship으로 문제되어서 갈라서는 일들이 종종 있는 이 분야에서 '그냥' 이름을 넣어주는 경우는 없다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이 분이 논문의 '수' 보다 논문과 연구의 '질'을 따져서 단기간에 실적이 안나오는 연구를 장기지원 할 수 있을까...
    아직 실적이 미미한 신진연구자에 대한 지원을 늘릴까...를 생각해 보면 조금 답답합니다.
    그 분야에서 명망있고 이미 실적이 많은 교실이나 교수님에게 연구비를 몰아주는 것은 일견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사다리를 제거하는 것과 같은 일 일 수 있다 생각이 듭니다.
    그 동안 지지해 왔고 그건 앞으로도 변함이 없을테지만
    과학에 대한 깊이있는 성찰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네요...
    과거에 대한 깊이 있는 반성이 어떤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제 경험상 마흔 이후에 사람이 크게 바뀌는 경우는 잘 못 본 것 같습니다.

    (aQDcVy)

  • 고무열매 2017/08/11 11:39

    503이 전우주 망신시켜는데 --

    (aQDcVy)

  • 아오린 2017/08/11 11:53

    저도 이번 인사는 비판의 여지가 있다고 봅니다
    그전 장관급 임명할 때는 그 전문성과 인성은 인정되었으나
    현실에 맞지 않는 법실정 때문에 야당의 공격을 많이 받아왔고, 임명강행때 열혈이 지지했습니다.
    이번 차관급 인사는 상황도 조건도 많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황우석 사태가 대표적으로 박기영 차관 임명은 적재적소로 보기 어려운 느낌이 듭니다.
    물론 장관과 당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여 진행된 인사겠지만,
    박기영교수의 행적은 그간 문재인정부 인사와는 다르게 범법과 편법에 가까운 것이라고 생각되기에
    실력은 둘째 치고, 조직의 투명성이나 공정성에 의문을 가질 분들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어떤 경우에도 문재인 대통령 지지를 철회할 생각은 없으나,
    박기영 임명은 상식선에서 본다면 조금 우려스럽지 않나 생각합니다.

    (aQDcVy)

  • 촘촘 2017/08/11 21:51

    국민들이 반대하니 바로 이렇게 답하는 문대통령 참 좋네요 굿굿

    (aQDcVy)

  • 언젠간되겠지 2017/08/11 21:57

    무조건 지지자는 광신?
    논문을 몰라서 지지?
    저도 얄팍하지만 학위논문 적었어요
    그래도 문재인대통령이 임명하시면 그럴 이유가 있을거라 믿고 지지합니다.

    (aQDcVy)

  • 울트라샷 2017/08/11 22:10

    문제는 문대통령이 그걸 모르고 임명했게느냐입니다
    박기영후보자의 과는 많은 국민들이 알고 스스로도
    인정하고 사과까지 했죠그런데 왜 임명하셨을까요? 문통이 몰라서? 회의조차 안했을까봐  당신같은 사람이 알려줘야 하고 가르쳐야할 대상인겁니까? 와 ㅅㅂ  대단하시네

    (aQDcVy)

  • 라이너스담력 2017/08/11 22:19

    근데 여기 서울대 교수들 의외로 많네요
    이번에 성명서낸 서울대교수님들 할일 많겠네요

    (aQDcVy)

  • 튼튼건강 2017/08/11 22:21

    저는 생명과학 박사학위 갖고 있습니다.
    논문쓰는데 3-4년 걸리는거 맞고..
    좋은 논문에 퍼스트 세컨 써드 아니라도 이름 올리는거 쉽지 않은 것도 알기에
    박기영씨의 황우석 박사 논문 관련 문제점이 가볍게 보이지는 않지만...
    우리 달님이 하신 일이라면 알아서 잘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비판적지지는 개나 줘버려...라고 생각하고 삽니다.

    (aQDcVy)

  • 제미니Red 2017/08/11 22:21

    어휴
    대학교 과제할때 아무것도 안하던 조원 과제에 이름 올린 썰 들으면
    암걸리겠다고 할사람이 대부분일텐데....
    왜 이렇게 큰 문제를 이렇게 아무것도 아닌걸로 보나...,

    (aQDcVy)

  • Ah몰랑몰랑 2017/08/11 22:24

    분야가 다른데 공동교신으로 들어가 있다? 이 사람은 분명 연구비 브로커를 한 겁니다.
    연구비 좀 대 주는 대신 공동저자로 이름 올리기. 즉 그 연구비를 끌어온 건 진짜 참여해서가 아니라 다 정치질입니다.
    "내가 연구재단에 XX를 좀 아는데 좀 도와달라고 부탁해 dream ㅇㅇ" 이런 거.
    황우석이 저렇게 터졌음에도 이 사람이 10년 동안 살아남았다는 건 그 줄이 진짜 어마어마하게 많다는 겁니다.
    황우석 줄이 어마어마하니 아직도 연구한다고 입 털고 있는 거고.
    마치 전두환이 자녀들 혼맥이 엄청나서 아직 대한민국에서 당당히 살아있는 거랑 똑같습니다.
    이런 사람이 돈 주무르는 자리에 가면 얼마나 인맥 위주의 예산 배분이 이루어지겠습니까?
    이 사람은 이런 이유에서라도 절대 기용되면 안 됩니다. 적폐의 포르말린 표본이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닐걸요?

    (aQDcVy)

  • 언젠간되겠지 2017/08/11 22:36

    문재인 대통령이 과학논문을 몰라서 임명했다고?
    여튼 모르는게 없는 사람들이네  ㅋㅋㅋㅋ

    (aQDcVy)

  • 과녁이있는삶 2017/08/11 22:43

    종교인과세 2년 유예 공동발의한 여당 국회의원도 까는데 하물며 논문은...

    (aQDcVy)

  • 시냅그간극 2017/08/11 23:03

    100번 양보해서 문통이 과학계를 뛰어넘는 깊은 뜻이 있어서 박기영을 뽑은 깊은 뜻이 있었다고 칩시다.
    그런데 그걸 과학계에서 용납못하겠다는 겁니다.
    윤리적, 능력적 자질이 안 된 사람이 알엔디 예산을 좌지우지하는건데 과연 그 분야가 5년간 아무런 흠집 없이 굴러갈까요?
    대체 누구 좋으라고 이니 하고싶은 거 다 하라는 건가요? 문통을 위해서입니까 아니면 문통의 팬을 자처하는 자칭 문꿀오소리들의 자존심을 위해서입니까? 전자라면 ..... 반성 많이 하시길

    (aQDcVy)

  • nasake 2017/08/11 23:13

    지금 생각해 보니....
    정보과학기술보좌관이면 처음에 기획을 함께 했을텐데 그렇다면 이름을 올릴수 있는거 아닙니까?

    (aQDcVy)

(aQDcV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