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뻘글][과거] 펜탁스는 왜 망했는가? 잃어버린 역사 10년편 (1990년~ 2000년)

돌아오신 Miriya님께서 좋은 글 쓰셨습니다.
미래를 예측 해 주셨군요.
저는 그런 천리안이 없어서, 반대로 펜탁스가 왜 망했는지 과거를 파보기로 했습니다.
펜탁스가 망한 1탄. 1990년~2000년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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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slrclub.com/bbs/vx2.php?id=pentax_forum&no=405195
SAFOX 개발역사를 보면 펜탁스가 왜 망했는지를 알 수 있는데요.
펜탁스 가세가 본격 기울기 시작한 것은 1990년~2000년.
요 90년대가 가장 핵심이었고
그 중심에는 Z-1이 있습니다.
캐논이 눈동자 굴리면 측거점이 따라가는(!!) 크로스 5측거점 EOS5를 만드는 동안
펜탁스는 싱글1측거점(...) Z-1가지고 놀고있었죠.
이 시기가 자그마치 10년입니다.
펜탁스는 10년동안 AF 손도 안대고 뭘 하고 있었는가?
90년대에 펜탁스는 무슨짓을 하고 있었는가?
(1) 회사가 돈이 없던건 아닙니다. FA렌즈 라인업 충실하게 깔아놓은거 보면 알 수 있죠.
지금보다 사정이 100배는 나았습니다. FA300/2.8? FA600? FA250-600? 이런 렌즈 지금 뭐 상상이나 하나요?
(2) 세계최초 중형AF 645N을 개발(1997년) 했습니다.
하지만 판매량은 개폭망...뭐 그래도 지금의 645Z까지 곁다리로 먹여살릴 중형AF라는 신시장 개척에는 선방 한 편이죠.
(3) 똑딱이 줌카메라 개발 (Espio 같은거...)
이게 과연 펜탁스에게 얼마나 돈줄이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4) 의료기기에 더욱 투자
펜탁스 메디컬(현재 호야꺼)은 1980년대부터 본격 투자를 시작했습니다.(비디오 내시경 등이 이때부터 본격 출시) 이 시기는 바로 위상차AF 개발이 시작되던 시기와 일치합니다.
즉. AF개발할 돈을 빼돌려 의료기기에 투자했다 볼 수 있습니다.
(5) 남은 돈으로 파워줌이라는 이상야릇한 기술에 돈을 또 퍼부었다.
파워줌이 제가 Z-5 설명서를 읽어보니 단순히 자동 줌 기능으로 끝나는게 아니더라구요.
상당한 알고리즘이 들어가있으며
특정 줌구간 기억해놨다 버튼누르면 즉시 돌아간다던지. 생각보다 매우 복잡한 기능이었습니다.
그래서 뭐다?
사람들이 어렵고 쓸데없다고 아무도 안썼다. 파워줌 모듈 고장이나 빈번하지....
연구개발 다해놓고 빛도 못보고 망한 펜탁스 연구개발 흑역사 맛보기 입니다.
참고로
파워줌을 유용하게 쓰고싶으면 측거점과 AF속도가 뒷받침 되어야 합니다. 줌 옮기면서도 피사체를 물고 있어야 하잖아요.
AF-C 알고리즘과 결합해서 지속적인 트래킹을 전제로 하는 기술이므로
파워줌에 AF는 매우 중요한데요.
그걸 싱글1측거점 Z시리즈 가지고 하고 있으니 사람들이 이걸 쓰냐고 야이놈들아 ㅡㅡ
결론은 뭐다?
(6) AF 개발을 갖다버렸다.
1998년 기준으로
캐논 필카가 45측거점 동체추적 짜던 시기에
펜탁스는 싱글3측거점 (...) 카메라나 팔고 앉아있는 사태에 직면합니다.
더 웃긴것은요
펜탁스 LX 와 이 사골카메라를 2000년까지 신품 생산 하고 있었습니다. 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
AF만들라고 AF 이놈들아 수동필카 말고 AF 이놈들아 ㅠㅠ....
덕분에.
2000년 초반대부터 이미 회사의 재정상태는 맛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2000년 초반대?
90년대 이야기하는데 왜 2000년 초반대로 끝나죠?
2000년~2005년 사이의 5년도 못지않게 막장이기 때문입니다.
남은 5년의 가슴아픈 역사는 글 길어지기 전에 짤라서 다시 2탄에서 뵙겠습니다 (__)
이 글에서 찾아낸 펜탁스가 망한 원인.
- 없는 살림에 아이템 확장했지만 문어발 자식들이 그닥 돈을 벌어다 주지도 못했음
- AF 몰빵해서 뒤쳐지지 말아야 할 시기에 내시경에 손을 댐.
물론(후술하겠지만) 2000년대의 지속적인 적자 망테크를 버티게 한 장본인(=의료기기 흑자)이지만...
어쨌든 AF기술개발에 뒤쳐져 날린 10년의 시기는 문어발 확장테크 시기와 일치함.
이후 펜탁스는 카메라에서 두번다시 돈을 못벌게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