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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세에 맞춰서....중딩아들과 아빠의 게임라이프

늘 유행에 맞춘 썰만 푸는 까닭에 음슴체로 씁니다(?)
남편과 난 중딩때 채팅으로 만난 동네친구
그 때 이미 남편은 (제 기준으로) 겜 중독자
친구에서 연인에서 남남에서 다시 친구로 연인으로 가던 끝에...
사고쳐서 대학생인데 부부가 됨(올레)
23살에 부부가 되고 보니 겜하는 이 인간이 너무 후줄구레하고
인생포기자같고 나랑 안 놀아주고 등등 너무 얄미워서
1년 간 싸움.
(아무리 노력해도 난 게임 별루임. 모든 종류 망라하고 다 별루임) 
그런데 남편은 초당당을 넘어서 게임의 위대함을 매일매일 설파함
게임이란 제8의 예술이요, 현대 문명이 이룩한 모든 기술을 집약한
작품이요, 현대기술의 초석이요.....어쩌고 저쩌고....
몰래 한다든가, 게임 하는 걸 미안해 하는 구석은 1도 없고
도대체 이 아름답고 경이로운 것을 너는 왜 안하느냐는 식...
그렇게 1년 지나고 결국 인정.
그래 예술해라 맘대로 해라 문명발달에 기여해라.
정말 완전히 마음을 오픈함.
아들이 자라자 남편은 아내에게 게임전도를 포기하고
아들에게 조기교육을 시킴.
그런데 아들은 그닥 게임을 즐기지 않는거임!!
초딩 입학하자 본격적으로 게임입문을 시켜주는데도
나가서 놀이터 구르는 게 더 좋았던 거임.
그러다 4학년이 되니 슬슬 게임을 시작함.
남편은 신났음.
본인이 습득한 게임예술의 경이로움을 같이 나누고 싶었나봄.
6학년이 되면서부터는 본격적으로 게임을 즐기고
중1인 지금은 피시방이 곧 친구들과의 사랑방이 됨.
그렇지만 아들한테 게임으로 잔소리 군소리 1도 안해봄.
일단 아들은 아빠의 전폭적인 지원과 사상교육으로
게임이 무척 건전하고 다양한 재미가 있다는 걸 알아서
이걸 도무지 몰래 해야한다거나 숨길거리라는 개념이 아예 없음
음악을 좋아해서 인디게임의 배경음악도 많이 듣고는
오히려 좀 들어보라고 나한테 추천도 많이 해줌
문 열어놓고 당당하게 게임하는데 늘 그날그날의 실적을 말해줌. 
당근 두 사람의 경쟁심은 말도 못함. 
최근 나이탓 업무탓으로 게임력이 부진한 아버지를 향해
아들이 날리는 디스전은 쇼미더머니급.
이 진풍경에서 언제나 나는 미우새 엄마 역할 정도.
내가 혀를 차고, 어이없어 하는 표정을 지어줘야
저들은 더 즐거워함.
나는 전혀 거슬리지 않지만
굉장히 거슬리고 한심하다는 듯한 제스춰를
해줘야 뭔가 시트콤의 양념이 완성됨.
(솔직히 난 이 부분이 매우 좋음.
아들과 아버지가 취미가 같으니 사춘기여도
대화량이 엄청 많음)
 게임을 오픈하고 살면 솔직히...
애나 남편이나 하루 한시간?
가끔 진짜 재밌는 새게임 나오면 길어야 세시간?
그게 다임.
그런데 아들의 친구들을 보면 엄마한테 혼나나까 밤에 자다 일어나서
새벽에 많이들 함.
어차피 안 하지들 않는데 그냥 다 맘대로 하게 내버려 뒀음 좋겠음.  
아들은 게임으로 인디음악, 뉴에이지풍 음악을 즐기더니
온갖 영화의 그래픽을 논하고 이젠 코딩 배운다고 하니
아빠의 철학이 틀리지 않았음.
 
참고로 아들은 아직 현질을 못하고
남편은 본인 용돈 내에서 해결하니 이것도 터치할 이유가 없음.
다 커서 아들과 아버지가 나란히 게임비평하는 대화,
게임 디스전하는 코미디 보는 재미 매우 쏠쏠함.  
결론은.....남편은 이미 다 자랐으니 인간 됨됨이를 보고
백퍼 믿고 알아서 조절하라고 맡길지 중간중간 잔소리를 할지
따져봐야 하겠지만
혹시 자녀가 있는데 게임하는 게 맘에 걸리면
아예 대놓고 오픈하는 게 건전하게 즐기는 길일 수 있다 생각함.
멍석 깔아놓고 햇빛 아래 두는 게 통제보다 효과적일 수 있음.  

댓글
  • LazyLazy 2017/07/11 13:57

    우리집도 아들이 크면 아빠랑 둘이서 게임할것같아요! 두명이 취향이 비슷해서 ㅋㅋㅋ
    이런거 참 좋아요~~ 부모자식 같이 게임하는거요!!
    울집은.. 친정 엄마아빠는 두분이서 모두의마블하심..아빠 퇴근하고 나면 두분 전화통화해서 방만들어. 들어와 막 이러심..ㅋㅋ(주말부부시라..)
    엄마랑 나는 애니팡3 같이함 ㅋ
    아들이 커서 게임할나이되면 아빠랑 총싸움 할듯..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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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치행님 2017/07/11 15:52

    아는형님네 아들이 메이플 했는데
    아빠 난 레벨도 낮고 아이템도 꾸지고..
    형님이 밤샘해서 렙업해주고 현질해서 장비맞춰줌
    학교 지존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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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가존나나네 2017/07/12 09:45

    뭐든 억압하고 제한(?)하면 어떻게든 하려고 하다가 더 안좋은 결과가 나오는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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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쨘쨘짜라라 2017/07/12 09:53

    게임은 제일 중요한게
    재미있게 적절하게 즐기는 법을 배워야 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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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나미나짱 2017/07/12 09:57

    제가 원하는 풍경이군요.. 진짜 좋아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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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의날 2017/07/12 10:03

    정도만 잘지키면 이만한 취미가 없죠.
    집밖에 나돌고 술먹고 사고치고
    장비사는데 몇백만원 써서 한달에 2시간쓰고.
    이런 취미들 간간히 봅니다...
    거기에 비용적으로도 보통 한달에 몇만원으로 스트레스 이만큼 푸는 취미도 찾기 힘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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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다르 2017/07/12 10:05

    현명하신 분이네영 존경합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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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덕후덕후 2017/07/12 10:18

    정말 자상하신 부모님이시네요 ㅎㅎ 저도 게임 엄청 좋아합니다. 가끔 피방에서 날새는건 기본이요, 많이할땐 5시간은 기본으로 했거든요.
    겜많이함녀의 입장에서 하나 말씀드리고 싶은건 아이 게임활동도 존중해 주되, 올바른 게임 예절을 알려주는거예요.
    요즘 보통 학생들 오버워치, 배그, 롤 이런거 주로할텐데 주 골칫거리가 중고생들이예요. 아직 어리다보니 인터넷방송에서 못된말들을 배워와서 게임에 쓰고, 그걸다른아이들이 유행인 양 써나가는거죠.
    자칫 휩쌀리지않게 그런걸 흡수하지못하게 아이 유심히 봐쥬셔요 ㅎㅎ 이상 20년차겜순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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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급뤼팽 2017/07/12 10:43

    너무 재밌는 가족이네요..ㅋ
    특히 엄마와 와이프의 한심하다는 억지 표정에 더 희열을 느낀다니 빵 터졌습니당.ㅋㅋ
    어떤 분위기의 가족인지 상상이 되네요.ㅎㅎ
    너무 부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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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6남자사람 2017/07/12 10:52

    게임을 없애는 방법에 가장 획기적이였던게
    게임성적제 였죠 ㅋㅋ
    결과적으로 게임성적제로 만드신거같네요
    게임이 건전한 취미생활이 된다면 그렇게 나쁘다고 보는쪽이 아니기에
    작성자님께서 가정을 올바른길로 향하게 하고계신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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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을이가을이 2017/07/12 11:21

    저도 겜을 좋아해서 내년 우리 아들 돌 선물로 플스 생각 중입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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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압킹하늘웤 2017/07/12 11:21

    이 글만 봐도 알 수 있죠..
    대상이(게임)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어떤 사람이 다루냐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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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넉울휘 2017/07/12 11:28

    울 신랑도 얼마전 초4아들 데리고 피시방을 가더군요~아들 피시방 처음은 자기가 데려가고 싶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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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깔짝대고싶다 2017/07/12 11:37

    부럽네요..
    저는 집에서 게임을 증오하다싶이 했는데
    게임을 하고 싶으니 밤 1~2시쯤 부모님 잘때 컴퓨터 있는 방에 몰래 들어가서 하고,
    못한걸 하게 되니 1시간만 하나요? 자제가 안 되서 3~4시까지 하고, 학교 가야되니 4시에 자서 7시에 일어나고,
    3시간만 잤는데 학교가서 공부가 되나요? 수업중에 잠이나 자고,
    그러다 밤중에 일어난 부모님한테 걸려서 아버지가 컴퓨터 부셔버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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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리브나무 2017/07/12 11:39

    우리 가족도 모두 함께 게임을 하는데 아이가 무척 행복해해요. 아빠는 사냥가고 엄마는 애가어려서 게임을 잘못하기에 알짱거리는거 돌보고...
    아빠는 현실과 게임에서 먹여살리는건 똑같다며ㅠ 열심히 노가다 하고...
    부모가 게임을 잘알고 함께한다면 좋은 가족 놀이가 될수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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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rizona그린티 2017/07/12 11:43

    양성화의 바람직한 케이스네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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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방사장 2017/07/12 11:47

    게임남는거없더라구요 ㅜㅜ 물론전게임으로남겨먹었지만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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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곰돌이후우 2017/07/12 11:49

    우리집상황과 너무 똑같네요. 울 와이파이 오유하는줄 착각할정도로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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