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천국 코하비닷컴
https://cohabe.com/sisa/2966019

우아하게 막걸리 한잔하는 시간입니다.

04.jpg
어릴적 산골에서 살았던 기억을 떠올려보면, 간식 이라는게 대부분이 자연에서 나온것들 뿐인듯 생각됩니다.
떫은감이 녹색일때, 녀석을 먹으면 타닌이라는 성분에 입속이 초토화되곤 합니다.
하지만 그 떫은 녀석을 자그마한 항아리에 넣고 물을 가득히 채운 다음에 소금을 한줌 넣어줍니다.
한밤이 지나면 그 떫기만 한 초록색의 감이 단감보다 더 달콤하게 변하지요.
같은 기억을 가지신 분들이 있을는지 모르겠습니다.
요즘은 이런말을 하면, “그 떫은감을 왜 먹을라그래? 단감이 널렸는데?” 라고들 하지만, 35년쯤 전 산골에서는 단감을 볼수 없었습니다.
시작부터 삐걱거리기 시작하네요?
고구마 이야기 하려다 뜬금없이 감으로 시작을 하다니……
그 어린시절 산골 아이는 고구마를 미친듯이 좋아했습니다.
구운 고구마, 찐 고구마, 하다못해 생 고구마를 깍아서 간식처럼 먹기도 했었고, 밥할때 넣어주면 미친듯 좋아했지요.
반면에 고구마친구 감자는 쳐다보지도 않았습니다.
구워도 쪄도, 설탕이나 조청이 없으면 본척도 하지 않았지요.
그런데 하나둘, 내 의지와 상관없이 주는데로 처묵처묵 나이를 먹다보니 입맛도 변해가는 모양입니다.
단 음식을 정말이지 먹지 못하네요.
과자는 말할것도 없고, 초컬릿은 경멸하는 음식입니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고구마도 곁에서 멀어지게 되더군요.
정말, 하나 먹는게 고문입니다.
지인이, 나 생각한다고 농사지은 고우미 12알을 건내는데, 어쩌지 못하고 받아 왔습니다.
먹고자하는 의지가 생길때까지 기다리다간 인석들 싹이 나던가 썩던가 둘중 하나일거라, 미리 몇알 삶아둡니다.
삶의 지혜라고 해야 할까요?
제가 술이 취하면, 단걸 또 미친듯이 먹어치우는 주사가 있어서…..
조만간 찐하게 한잔해야 할까봅니다.
11.jpg12.jpg
그 좋아하던 닭은 브랜드 가리지도 않고, 요리방법 가리지도 않고, 가장 좋아하는 음식중 하나였지요.
헌데, 언제 부터인지 닭값은 자꾸 올라가는데 맛은 사라지기 시작 하더군요.
한마리를 주문하면 둘이서 다 먹지도 못하는 날이 있는가 하면, 어떤날은 아까워 몇점 먹다가 화가나기도 하고,
같은집 같은 닭인데도 맛이 달라지는 묘한 상황에 짜증이 나서 어느날 결정 했습니다.
‘브랜드 통닭은 내돈주고 먹지 않는다.’ 라고 말입니다.
제가 결정이 좀 더딜뿐, 한번 결정하면 똑부러지는 사람이라…..
담배 끊을때도 새담배 한갑을 주머니에 넣어두고 끝내 한가치도 꺼내지 않고 끊었지요.
육칠년쯤 되는 모양입니다.
닭이 생각나면 생닭 한마리를 데려와서 먹고픈 양념으로 직접 만듭니다.
가장 자주하는건 간장구이가 편하고 입에도 맞긴 합니다만, 정말 귀찮고 하기싫은 날이면 이렇게 아무런 첨가없이 구워서 소금으로 먹습니다.
마지막에 토치로 살짝 그을려주면 딱 좋은데, 이사할때 이넘의 토치를 어디다 둔건지 도무지 찾을수가 없네요.
조만간 하나더 주문하면 나올듯 합니다.
삶이 늘 그러니까요.
14.jpg
한조각은 아닐겁니다.
아홉조각 구웠습니다.
하나씩 접시에 담아서 칼질하며 먹어줍니다.
소금이 질리기 시작하면 김치를 한점씩 먹어주면 또다른 음식인듯 하지요.
13.jpg
지난주에 병원에서 당분간 술 좀 끊어보자고 하기에 흔쾌히 그러겠다고 했습니다.
요즘좀 달린듯 생각도 되네요.
술은 주말에만 찾고, 평일날은 마시지 않는걸로 결정 했습니다.
다만, 오늘만 한잔하고 할까봅니다.
포항와서 막걸리를 아직 한번도 마셔보지 않았더니, 막걸리 생각이 나더군요.
미나리 생막걸리 라는 막걸리 3병을 담아왔습니다.
잔뜩 기대하고 한모금 했습니다.
음…..
단맛이 좀 덜하니 괜찮습니다.
탄산도 보통보단 덜한듯 하네요.
자주 마시다보면 적응하고 삼킬수 있을듯 하지만, 굳이 그러고 싶지는 않습니다.
미나리 막걸리는 오늘 첫만남 이지만 에프트 신청은 없을듯 합니다.
15.jpg
요렇게 썰어주면 스테끼 부럽지 않습니다.
한입크기로 잘라 우아하게 막걸리 한잔하는 시간입니다.

7번국도 포항에서 영덕으로 가는 사잇길에 들어가면 보이는 마을들 입니다.
댓글
  • 알고보니할부36개월 2023/05/08 19:40

    그런 경험이 하나씩은 있을겁니다.
    저두 어릴적 할머님 품에서 자랐습니다.
    할머님 돌아가셔도 별 느낌이 없었는데, 어느날 할머니의 장떡이 그렇게 먹고싶더군요.
    감자조림, 감자 찌개가 생각납니다.
    편한 저녁시간 보내세요~

    (1kHB3z)

  • WHA!BANG™ 2023/05/09 12:04

    한수 배웠습니다.. 36개월님은 음식 참 맛나게 해드시고 드시는것 마다 다 이야기가 있는 음식들이네요 ㅋ

    (1kHB3z)

(1kHB3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