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이 키보토스에 온 첫날부터, 꾸준히 샬레에 발도장을 찍으며
매일 아침마다 선생님을 만날 생각에 들뜬 유우카의 미소를 보고 싶다.
선생님의 식습관과 소비습관, 가계부까지 하나하나 관리하면서 자신이 다른 학생들보다 한발짝 앞서고 있다고
내심 흐뭇해하는 유우카의 모습을 보고 싶다.
'유우카는 좋은 아내가 될거야' 같은 말을 선생님에게 듣고, 짐짓 화내는 체 하다가도
뒤돌아서서 선생님의 아내가 되는 미래를 상상해보곤 볼을 붉히는 유우카의 모습이 보고 싶다.
자신의 다리를 모른 척 몰래 쳐다보는 선생님의 시선에 부끄러워 하면서도,
아침에 옷을 갈아입을 때마다 전신거울로 치마길이를 신경쓰는 유우카를 보고싶다.
선생님에 대한 연심을 더 이상 참을수 없게 되어서,
노아에게 상담하여 메이크업을 다듬거나, 연애기술 서적도 찾아보면서
고백준비를 위한 계산으로 머리를 싸매는 유우카의 모습을 보고 싶다.
내 계산대로라면 완벽해, 라고 마음을 다잡은 후 온 용기를 짜내어
노을이 비치는 로맨틱한 분위기 속에 샬레의 사무실에서 선생님에게 고백하는 유우카를 보고싶다.
하지만 완벽했던 계산과 다르게,
선생님의 미안하다는 답변을 들은 유우카의 표정을 보고 싶다.
도망치듯 샬레에서 뛰쳐나와서는
어디서 계산이 틀렸는지, 무슨 실수를 했는지, 빠진 요소는 없는지 등
늘상 하던대로 검토해보다가도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 같은 걸 계산할 수 있을 리가 없는데,
라며
자신의 하찮은 허영심을 깨닫고는
뭐가 완벽한 계산이냐며 손에 든 계산기를 바닥에 떨어뜨리곤
여태껏 한 적 없는 큰 실수를 한 어린아이처럼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끼는 유우카의 모습을 보고 싶다
갈?까마귀
2023/04/14 10:40
와 이런 묘사력 부러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