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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딸, 괴문서) 에이신 플래시의 밝은...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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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었다.



담당 우마무스메, 에이신 플래시는 향시 작은 수첩을 휴대하고 다닌다. 때로는 그 수첩에 뭔가를 적기도 하고, 가만히 들여다볼 때도 있으며, 레이스 직전에도 꺼내어 읽는 모습을 몇 번이고 봤다.



그 수첩과 내용에 관해 물어보지 않은 건 아니다. 몇 번 반복적으로 물어보기도 했지만, 에이신 플래시는 번번이 수첩과 그 내용에 대해선 함구한다.



뭐. 고향 집의 비밀 레시피라도 적혀있는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제법 논리적인 추론이다.



레이스 직전까지 그 수첩을 보는 것이 아니었다면 말이다.



뭔가 작전, 혹은 상대 우마무스메의 정보를 메모해 둔 노트인가? 라고 생각했지만, 그렇다면 담당 트레이너에게까지 안 보여줄 이유가 없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보여주며 깊이 있는 토의를 나누는 것이 맞잖는가.



그러니까…레이스 관련된 내용이 적혀있는 것은 분명 아닐 것이다.



그럼 도대체 뭐냔 말인가. 에이신 플래시가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고 소중히 작성하고 간직하는 그 수첩의 정체! 수첩의 내용! 정말로 궁금해 미칠 것 같았다.



궁금하다 궁금해…정말 궁금해. 너무 궁금한 나머지 일도 손에 안 잡히고, 방 청소도 대충 어질러놔서 에이신 플래시에게 한 소리 듣고, 심지어 밤늦게까지 머릿속에 떠오는 나머지 우마무스메도 아닌 히토미미가 밤샘 기미를 획득하기까지 했다.



솔직히, 이 정도 중증이면 수단과 방법을 가릴 이유가 없다.



그래, 결심했다. 에이신 플래시의 수첩에 무슨 내용이 적혀있는지…반드시 알아내고야 말리라 맹세했다.



중앙 트레센 학원의 엘리트 트레이너의 명예를 걸고.



당연히 그냥 에이신, 수첩 좀 보여줄래? 하면 보여주지 않을 것이 뻔하니, 간접적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그래, 예를 들자면.



“그럼…먼저 씻을래, 에이신?”



“네……!”



눈을 반짝이며 꼬리를 붕붕 흔든다. 귀가 팔락거리는 것이 기분이 매우 고조된 것임을 누구라도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트레이너 기숙사에서 단둘, 먼저 씻고 오라는 말. 에이신 플래시라면 분명…뾰이를 생각할 것이다.



“그러면, 먼저 씻도록 할게요, 트레이너 씨♪”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욕실로 들어가는 에이신 플래시는 상당히 즐거워 보였다. 그야 그렇겠지. 평소에는 에이신 쪽에서 (강제)뾰이를 요구했지만, 내 쪽에서 먼저 요구하는 것은 손에 꼽을 만한 일이기 때문이다.



뭐라던가, 서로 교감하는 것 같아 굉장히 기분이 좋다고 하던가. 한번 에이신 플래시에게 그렇게 들은 적이 있었다.



“…….”



물론, 이쪽은 뾰이할 생각이 없다.



당연한 거 아닌가? 한번 시작하면 서너 번 정도는 너무 당연하게 하는데, 아무리 창창한 나이라고 해도 체력이 못 따라간다. 우마무스메와 히토미미의 체력을 같게 보면 곤란하다고.



그러니, 에이신 플래시가 씻고 나올 때까지 수첩의 내용을 후다닥 보고, 그녀가 나올 때쯤 타이밍 좋게 갑작스럽게 일이 생겼다고 말하며 트레이너 사무실로 도망가는 것이다.



이미 그라스 원더네 트레이너와 나이스 네이처네 트레이너를 포섭해 두었다. 지금부터 정확하게 5분 후에 전화가 올 것이다. 그리고 급한 일이 생겼으니 트레이너 사무실로 오라고 스피커 폰으로 말을 할 것이다.



그러면, 에이신 플래시도 어쩔 수 없을 것이다. 급한 일이라는데, 다른 트레이너들이 부르는데, 아무리 에이신 플래시라지만 그런 상황에서 강제뾰이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후후, 하하하―!



속으로 승리의 웃음을 터트리며, 조용히 에이신 플래시의 옷을 뒤져 수첩을 찾았다. 수첩 첫 페이지는 Familienplanung 라며 독일어로 적혀있었다. 독일어를 모르니 뭐라고 쓰여 있는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다행이랄까, 두 번째 페이지부터는 일본어로 적혀있었다. 간간이 한국어도 섞여 있는 것은 조금 귀엽다.



한 페이지를 더 넘기며, 수첩의 내용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 * * * * * * * * *




OO 년 06 월 XX 일.



일주일째 트레이너 씨를 유혹하고 있는데, 계속 거부하신다.



이미 다 알고 있는데, 트레이너 씨도 나를 좋아하시는 것을 알고 있는데.



더는 못 참을 것 같다.



요리를 가르쳐 달라는 핑계로 단둘만의 시간을 만들어 봐야겠다.




* * * * * * * * * *




OO 년 06 월 OO 일.



떡볶이를 가르쳐 달라고 했다. 가르쳐 주신다길래 조금 기대했다.



그런데 정말로 요리만 가르쳐 주셨다.



트레이너 씨…혹시 불능인가?



아니야, 그럴 리 없다. 가끔 코를 자극하는 인자의 냄새가 나기 때문에, 불능은 아닐 것이다.



아니 그럼 진짜 다 아시면서 왜 그러시는 거지?



떡볶이를 요리해 드린다고 말해놨으니, 이번 주말에…반드시 뾰이할 것이다.



반드시 뾰이한다.




* * * * * * * * * *




OO 년 06 월 OX 일.



트레이너 씨가 나를 살살 피하시는 느낌이 난다.



서로 몸도 섞은 사이인데…왜 피하시는 걸까.



열 번도 더 뾰이하고 싶은 걸 간신히 참으며, 할 때마다 세 번 정도밖에 안 했는데.



내일은 쉬는 날이니까, 트레이너 씨 붙잡고 온종일 뾰이해야겠다.




* * * * * * * * * *




OO 년 06 월 27 일.



악몽의 날이다.



카잔의 저주다.



독일이 한국에게 0-2로 석패했다.



조별리그에서 떨어졌다.



조별리그에서 독일이 떨어졌다.



독일이…대독일의 기사가, 우리 전차군단이! 한국에게…57위의 나약한 국가에 졌다고!



하지만 그것보다 화가 났던 것은, 경기를 같이 보던 트레이너 씨가 나를 놀린 것이다.



참을 수 없었다.



축구는 졌지만 뾰이는 이겨드릴게요, 라고 홧김에 뱉어버리곤, 그날 밤 내내 트레이너 씨와 우마뾰이 전설을 노래했다. 솔직히 어떻게 스키닷치 했는지, 언제까지 승리의 여신이 미소지었는지, 트레이너 씨가 무슨 얼굴이었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다음날에 사과하려 했지만, 트레이너 씨도 기억이 없으신 것 같아서 그냥 넘어갔다.



혹시 거짓말로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하는 것인지, 유도심문을 조금 진행해 보았다. 다행히 정말로 기억이 없으신 것 같았다.



아, 약은 먹어둬야겠다. 아직…아직은 트레이너 씨를 위해서라도 더 달려야 하니까.




* * * * * * * * * *




“…….”



이런 일이 있었단…말이야?



아니 그보다, 이거 뾰이랑 관련된 날만 적어놓은 것이 묘하게 무섭다. 그래도 아직 단순 일기 수준이긴 했다.



항상 들고 다니며 적을 만한 내용은 아닌 것 같은데, 조금 더 살펴봐야겠다.




* * * * * * * * * *




OO 년 07 월 OX 일.



요즘 트레이너 씨와 만나는 일이 드물다. 하루에 다섯 번밖에 얼굴을 보지 못한다.



트레이너 씨를 생각하면서 솔로뾰이 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트레이너 씨의 리틀 트레이너 씨를 생각하면…정말 미칠 것만 같다.



계획을 세워야겠다.



트레이너 씨 앞에서 살짝 가슴을 노출하자. 화를 내시겠지만, 5분 내로 화장실에 가실 것이다. 혼자 처리하실 생각이겠지만, 들키지 않게 따라 들어간 뒤에, 화장실에서 그대로 뾰이해야겠다.



―성공. 잘 먹었습니다♡




* * * * * * * * * *




OO 년 07 월 XX 일.



골드 시티 씨는 확실히 예쁘다. 같은 우마무스메가 봐도 정말로 예쁘다.



그러니까 트레이너 씨가 잠시 눈을 돌리는 것 정도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머리로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가슴으로는 납득 하지 못하겠는걸요.



에이신 플래시라는 여자친구이자 사실상 미래의 아내가 있음에도, 다른 우마무스메를 쳐다보다니.



벌이 필요하겠어요.



이번 주 트레이너 씨의 스케줄을 입수했다. 오늘의 퇴근 시간은 23분 15초 뒤. 트레이너 씨 몰래 인기척을 죽이고 숨어 있다가, 트레이너 기숙사의 문을 여는 것과 동시에 따라 들어가 벌을 줄 것이다.



다섯 번 정도는 각오하시라고요, 트레이너 씨.



―완벽한 계획이었어요. 잘 먹었습니다♡




* * * * * * * * * *




“…….”



소름이 돋았다. 내용은 감정적이지만, 행동은 계획적이었다.



이 수첩을 더 읽어도 되나, 그런 느낌이 들었다. 차라리 지금 당장 에이신의 옷주머니 속으로 돌려놓고, 아무것도 보지 못한 척 대하는 것이 안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 뒷면에도, 그 뒤의 뒷면에도, 다음 장에도 전부, 전부 나와 뾰이하고 싶다는 말, 그리고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으로 나를 잡아두고 뾰이할지 상세하게 적혀있었다.



에이신 플래시답다면 답다고 생각했지만, 한편으로는 이 무슨 광기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수첩을 파라락 넘겼다. 얼핏 보이는 것만, 트레이너 씨와 방울 레이스 해서 뾰이하자 라거나, 트레이너 씨에게 한국 문화를 가르쳐 달라고 했다가, 성적인 욕을 가르쳐 주셨길래 그대로 뾰이했다는 내용이나, 에이신 플래시의 인형을 가지고 있는 것이 너무 꼴려서 덮쳐버렸다는 내용 등이 적혀있었다.



가끔은 충동적이기도 하구나, 의외로.



아니, 그런 생각보다 우선, 이 광기를 어떻게 잠재워야 할지 먼저 고민해야 한다.



그렇게 수첩을 파라라락 넘기다, 마지막으로 적혀있는 내용이 눈에 들어왔다.




* * * * * * * * * *




XX 년 10 월 OO 일.



최근, 트레이너 씨가 내 수첩에 관심을 가지시는 것 같다.



물론, 보여드릴 생각은 없다. 뭐, 조금이라면 보여드려도 상관없긴 하지만…아무래도 프라이버시니까.



오늘도 보라는 가슴은 안 보시고, 수첩에 이것을 적는 때에만 수첩을 뚫어져라 쳐다보셨다.



그렇게 쳐다보셔도 수첩엔 구멍이 나지 않아요, 트레이너 씨. 대신 제 구멍을 뚫어주시는 것이 서로에게 더 좋지 않나요.



아무튼, 트레이너 씨가 뭔가 하실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주의해서 지켜봐야겠다.




* * * * * * * * * *




XX 년 10 월 OX 일.



그라스 원더 씨에게 우리 트레이너 씨의 계획을 들었다.



다른 트레이너분들까지 끌어들여 계획을 짜다니, 생각보다 트레이너 씨는 치밀하게 계획하시는 편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니 아랫배가 큥큥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정보의 대가로, 그라스 원더네 트레이너 씨가 그녀와의 약속을 취소하고, 친구들이랑 밤새 게임 했다는 작은 정보를 건네주었다.



나기나타를 챙기는 그라스 원더 씨의 모습이 심상찮았지만, 그쪽 우마무스메와 트레이너 간의 일이다.



지금은 에이신 플래시와 우리 사랑스럽고 괘씸한 트레이너 씨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집으로 초대해서 샤워 시키는 틈을 타 훔쳐보시겠다…그리고 샤워 끝나고 나오는 타이밍에 맞춰 트레이너 사무실로 도망가시겠다?



제법 훌륭한 계획이었어요, 트레이너 씨.



들키기 전 까지는 말이죠.




* * * * * * * * * *




XX 년 10 월 XO 일.



트레이너 씨에게 오늘 저녁, 초대받았다. 결의에 찬 눈동자를 보아하니, 결전의 날이 오늘인 것 같았다.



좋다.



오늘 개같이 뾰이해야지.



계획대로라면 9시간 48분 46초 후에 트레이너 씨를 범할 수 있을 것이다.



2시간 남았다.



1시간 남았다.



30분 남았다.



트레이너 씨의 성격대로라면, 지금부터 20~25분 정도 더 참다가, 어색한 분위기를 이기지 못하고 어떻게든 욕실로 보낼 것이다.



그리고 5분 뒤에, 트레이너 씨에게 닥칠 운명의 뾰이를 받아들이셔야만 할 것이다.



마침, 오늘은 날도 딱 좋은 날이다.




* * * * * * * * * *




“……?!”



오늘 있었던 일과, 뾰이에 관한 내용이 적혀있었다. 내용에 따르면, 에이신 플래시는 이미 내 계획을 모두 알고 있던 것이다.



당장 도망가야 한다.



하지만 수첩에 적혀있는 마지막 내용에, 몸을 굳힐 수밖에 없었다.




* * * * * * * * * *




XX 년 10 월 XO 일.



……생략.



지금쯤 트레이너는 수첩을 뒤져서 이 글을 보고 계실 것이다.



도망갈 생각이나 하고 계시겠지.



하지 마세요.



포기하시고 당근이나 세우고 기다리세요.



5초 남았거든요.




* * * * * * * * * *




“……!!”



등골이 오싹해졌다. 갑자기 인기척이 느껴졌다.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승부복이 보였다. 애초에 씻지 않은 것이다. 들어가는 척만 하고, 이쪽을 관찰하고 있던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모두. 계획대로.



뒤에 서 있는 담당 우마무스메는, 소름 끼칠 정도로 행복하게 웃고 있었다.



“……보셨네요?”



“아, 아아, 아무것도 못 봤어, 아무것도 보지 못했습니다!”



“후후, 거짓말쟁이에겐 벌이 필요하겠어요♡”



침대에 내던져진다. 에이신 플래시가 차분하게 위에 올라탄다. 에이신 플래시의 체취가 코를 파고든다. 서양 우마무스메답지 않게 향기로운 냄새다.



이렇게 된 거, 어떻게든 최악의 상황만은 피해야 한다. 그래서, 쥐어짜는 듯한 목소리로, 구걸하듯 말했다.



“에이신…이러면 안 돼.”



“……트레이너 씨, 수첩에 적혀있던 Familienplanung가 무슨 뜻인지 아시나요?”



“그, 글쎄. 일단 부탁이니까 떨어―”



“가족 계획, 이라는 뜻이에요. 아이 이름은 오냥코퐁이나 벨라 아줄이 좋겠어요♡”



“야! 멈춰, 에이신! 잠깐, 안 돼, 멈춰…! 흐아악?!”



어림도 없죠.



오늘은 딱 좋은 날이니까요.



“으응…반항이라니요. 그러면 안 돼요. 트레이너 씨…아니,”



그러니 받아들이세요.



더는 도망칠 수 없으실 테니까요.



“―파파♡”



그날, 트레이너 기숙사에서는 밤새 우마뾰이 전설이 울려 퍼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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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신 후랏슈 생일 기념

 

에이신 플래시의 밝은가족계획 Censored version.

 

그런데 어떻게 아이 이름이 오냥코퐁인? 코이츠ww

 

 

댓글

  • 이도현
    2023/03/27 16:28

    노트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ZpreAz)

(ZpreA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