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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스럽게 말해볼 걸.

수업 끝나고 집에 가는 내게 다가와
'오빠, 오빤 왜 맨날 바빠요?'
하고 물어봤을 때
'ㅎㅎ 수고해~' 하면서 지나치는 대신
다른 사람한테 하는 것 처럼
'나 완전 한가한데?
이렇게 된 거 밥이나 먹으러 가자.'하고
장난스럽게 말해볼 걸.
과 술자리에서 선,후배들이 자꾸 엮어서
아무 이유 없이 서로 러브샷하게 됐을 때
'ㅎㅎ 죄송해요 오빠..' 하는 너한테
'ㅎㅎ 내가 미안' 하며 같이 사과하는 대신
평소의 나처럼
'그럼 저희 이쁜 사랑하겠습니다~'하고
장난스럽게 말해볼 걸.
어느 여름날
내 카톡 상태메세지를 보고
어쩌다 팥빙수 얘기를 한 후에
'근데 오빠 우리 빙수는 언제 먹어요??'
하고 물어보는 네게
'글쎄? 좋은 날이 있지 않을까?' 하며
이랬던 말장난으로 넘기는 대신
'어? 지금 가려고 만난 건데?' 하고
장난스럽지만 진지하게 말해볼 걸.
과제 준비하다가
컴퓨터 고장났다고 해서
해결책 몇 개 찾아서 보내줬는데
'오빠가 와서 해주면 좋을 것 같은데 ㅎㅎ'
하고 물었을 때
'?? 진심인가? 집에서 다니는 애라 부모님도 계실텐데
어휴.. 안 봐도 가시방석^^' 이런 생각하느라
'응?? 나??' 하며 못 들은 척, 놀란 척 말하는 대신
'음...... 그래! 출장비는 꼭 줘야돼?'
하고 장난스럽게 말해볼 걸.
두번씩이나 물어봐줬는데.
혼자 운동하다가 다리 다쳤는데
절뚝거리는 날 보고
'오빠 어디 다치셨어요??' 하며
조금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어보는 네게
그냥 왠지 모르게 엄살 부리기 싫어
'응? 아닌데? ㅎㅎ' 하고 대답 피하는 대신
'아... 응.' 하고 말해주며
연기로라도 슬픈 얼굴 지어볼 걸.
어차피 며칠 뒤 다른 후배가 물어봤을 때
아무 생각 없이 얘기해주는 나 보고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돌아서는 너 보며
혼자 몰래 슬퍼할 거면서.

댓글
  • hapon 2017/06/26 00:45

    그때 조금 덜 진지했더라면...
    너가 조금만 더 편안했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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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뭐라하징 2017/06/26 01:15

    항상 그게 안되더라구요...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는 항상 심각한 사람이 돼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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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냐옹이는냐옹 2017/06/30 01:44

    한국인들이 어릴 때부터 이성이 서로 익숙해지게 공부 좀 그만 시켜라 시발것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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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여덟 2017/06/30 01:45

    아직 늦지 않았다면 제발 놓치지 말아줘요
    환희가 추억으로 사그러드는게 너무 안타까워요
    우리 친구 힘힘 죽창 준비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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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침뱉는놈 2017/06/30 01:46

    지나간 기억이 아니라면, 후회없이 지금당장 말 하시는건 어때요? 아무말 없이 이글 그대로 보내드려도 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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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집트 2017/06/30 01:47

    거절 당해 쪽 팔리는 건 한 순간이지만 후회는 오래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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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암 2017/06/30 02:02

    시간은 지나가면 답을 알려주더라구요
    그리고 시간이 지나 아프게 되구요
    늘 겪는 일이지만, 너무 마음 저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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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까까먹자까까 2017/06/30 02:19

    비난하려는건 아니구요 그냥 정말 객관적으로
    여자분은 님을 철벽 끝판왕이라고 생각하셨을듯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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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할뚜이따 2017/06/30 02:47

    연애뿐만이 아니라 인생이 그런거 같아요.
    좀 더 즐겼다면.. 좀 더 가볍게 살았다면, 용기 냈더라면 지금쯤 많은게 달라졌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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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리 2017/06/30 03:53

    아 답답해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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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eeho 2017/06/30 06:18

    고구마가 여기 계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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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얘들아자니 2017/06/30 06:38

    이구.....이 x x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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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우라비 2017/06/30 06:52

    준비가 되지 않았을땐 너무 어렸고
    준비가 된 다음에는 이미 늙어져 버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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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따슈 2017/06/30 06:52

    아니 다 알면서 왜...
    ~~해볼걸 하고 적으신 대사들은
    오히려 센스만점 연애고수 수준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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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돌변 2017/06/30 06:58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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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컴퓨터과학과 2017/06/30 07:23

    노래 가사를 이야기로 풀어 쓴 것 같다.
    노래 제목은 King of Iron w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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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누꽉다리ㅠ 2017/06/30 07:26

    이 시대의 참 오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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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전만화 2017/06/30 07:34

    이 글 쓸 시간에 문자라도 보내세요 아직 늦지 않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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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푸핥핥 2017/06/30 07:38

    내일 밤 11시에 문자 보내세요. 계속 껄 껄 껄 거리다 보면 아무것도 안 됩니다.
    "날씨도 더운데 주유소가서 무연 휘발유 한잔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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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머리에바람 2017/06/30 07:59

    모쏠의 정석
    단원 제 1 장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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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잭에프론 2017/06/30 08:05

    아직 안늦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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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혼의끝에서 2017/06/30 08:14

    그저 인연이 아닌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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