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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사진을 왜 찍느냐고 물어보시면

사실 여기 SLR 클럽부터 페이스북이나 블로그에서도 조류 사진은 꽃 사진만큼 마이너한 분야입니다.
유튜브에서도 조류 관련 영상은 안 그래도 마이너한 동물 분야에서도 정말 시청자 수부터 좋아요 숫자는 처참할 지경입니다.
그런데도 적지 않은 수의 사람들이 조류 촬영을 하는 까닭은 무엇인가가 있기 때문 아니겠습니까?
저 같은 경우에는 아주 어릴 때부터 새와 관련한 꿈도 많이 꾸었고 새를 너무 좋아해서 새 사진을 찍으려고 쫓아 다니는데 움직이는 거리도 많지만 다른 사람과 대화도 하지 않고 그저 새만 기다리며 멈춰 서 있는 시간도 많고 또 새들의 자연스러운 생활상을 보면서 어설픈 철학도 하게 됩니다.
가령 이렇게 관상용 새인 잉꼬 (사랑앵무) 가 어느 집 새장을 탈출해 자연속에 나왔을 때 그것을 보는 입장에서 저 새의 뻔한 미래와 과연 새장을 탈출하여 자유로워진 저 새가 앞으로 얼마 남지 않은 그 자유의 시간을 행복해 할까 하는 의문으로부터 실존주의 철학에 대해 생각하고
(카프카의 단편 ‘어느 학술원의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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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대만으로 이직한 후 대만의 공원을 돌아다니다가 찍은 사진
새들에게 잡아 먹히는 벌레들의 몸부림이나 큰 새나 고양이, 족제비들이 새들을 잡아 먹는 순간에 느끼게 되는 자연의 냉정함, 그럼에도 당당하게 날아 오르는 그 힘찬 날개 짓들을 보면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되는 것이 아마 새 사진을 찍는 재미가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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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독일 출장을 갔다가 아침에 호텔 주변을 산책하다가 찍은 사진
물론 호승심이나 공명심, 변태심으로 새들의 둥지에 지나치게 접근하거나 새들을 괴롭히거나 ( 여기도 참새의 발을 낚시줄로 묶어 놓고 매가 사냥하는 사진을 찍어 올린 인간말종도 있긴 합니다. - 1970년대 초에 발생한 그 유명한 살인 사건 - 안면이 있는 미용사 아가씨에게 사진을 찍어 주겠다며 속여서 음료수라고 독약을 먹이고 죽어가는 모습을 찍었다가 경찰에 잡힌 인간이 생각나게 하더라는…)
하는 인간도 있고
밤중에 플래시 날리며 새들을 찍는 몰상식한 인간도 있지만
새를 찍는 사람들 대부분은 새들을 사랑해서 새 사진을 찍는 사람들일 것입니다.
특히나 자연 학습을 많이 하는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진짜 새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긴 글을 답글로 올립니다만…
간단하게 말하자면…
새가 너무 좋아서 새를 찍습니다.
새의 눈을 보면 좋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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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S. 1. 혹시 새들을 좋아하시면 좋아하실 만한 영상입니다.


저작권에 문제가 있다면 이 영상은 지우겠습니다.
남미 끝부분 파타고니아에 사는 Hooded Grebe 라는 희귀종 논병아리의 박력 넘치는 짝짓기 탱고입니다.
미국에 사는 새 사진 찍는 친구들은 저 새들 찍겠다고 돈 모으고 있답니다.
P. S. 2. 짱e님 강연중에도 말씀하셨지만
내가 새 사진을 몇년 찍었다느니, 구리게 탐론 렌즈가 뭐냐 렌즈는 어쩌고 바디는 어쩌고 하는 주책 바가지는 거르는 것이 답입니다.
댓글
  • 플래티넘pt 2023/01/12 22:14

    좋은 말씀이네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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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꺽지001 2023/01/12 22:23

    어줍잖은 글인데 좋다시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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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osman 2023/01/12 22:15

    그냥 좋아해서는 안될 것 같고 미치도록 좋아해야 가능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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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꺽지001 2023/01/12 22:26

    직업으로 600-800밀리 렌즈에 삼각대, 무거운 카메라 들고 몇 킬로미터 걸어 다니면서 생기는 돈도 없다면 심각하게 이직을 고민할지도 모르지요.
    그럼에도 돈도 안되는 새 사진 찍고 다니는 것은 미치도록 새가 좋아서...가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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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J_PHOTOGRAPHY 2023/01/12 22:53

    글솜씨가 참 좋으시네요~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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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꺽지001 2023/01/12 23:33

    과찬이십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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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9]다희아빠 2023/01/12 23:10

    와..순식간에 읽어버렸네요.
    사진실력도 글솜씨도 대단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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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꺽지001 2023/01/12 23:34

    사진 실력도 글 솜씨도 정말 하찮은데... 인사말인 줄 알면서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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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hilen 2023/01/12 23:22

    멋집니다. ㅎㅎ 저는 별사진을 찍으러 자주 나가는데, 나갈때마다 항상 혼자 이거저거 생각하게 되더군요.. 어두운 밤 하늘아래 혼자서 인적없는곳에 있는 그 느낌이 너무 좋으면서도.. 야생동물이나 뭐 이런걸 마주치지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고..
    제일 아래 말씀도 너무 공감이 갑니다. 제가사는 캐나다에서도 그런분들 많아요...ㅋㅋㅋ 필카때부터 몇십년 찍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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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꺽지001 2023/01/12 23:38

    캐나다라면...
    북극곰부터 그리즐리, 흑곰, 코요테, 늑대, 퓨마 등등이 주변을 돌아다닐 것인데...
    혼자서 다니시기 힘드시겠습니다.
    저도 홋카이도에 혼자서 남들 안 가는 곳 돌아다니다 곰 팻말 보면 움츠려 들긴 하더군요.
    사진 오래 했느니 어쩌니 하는 사람들은 제끼면 됩니다...
    그 세월 사진 찍었다는 것이 그 꼬라지냐 싶은 인간들이 참 많죠.
    제가 아는 진짜 사진 작가님들은 너무나 친절하고 겸손하시던데...
    오히려 요런 부분 저런 부분 조금만 더 고려해 보자고 넌저시 조언은 할지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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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로그。 2023/01/12 23:23

    자연에 있는 새 라는 존재는 제가 어찌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죠
    환경도 빛도 포즈도 뭣 하나 원하는 대로 되는게 없습니다
    그러다 운 좋게 한장을 얻는다는거 그게 매력인거 같아요^^
    어느 취미건 여러명이 몰려 다니면 꼭 문제가 터지기 마련입니다
    정말 마음 맞는 한명 정도만 동행해서 다니면 좋습니다
    혼자도 좋구요~ 혼자서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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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꺽지001 2023/01/12 23:40

    그렇죠... 사진기 피하는 2-4살짜리 아기들보다 더 사진찍기 힘든 것이 새와 야생동물들 아닐까요?
    자연 사진은 잘 아는 지역이면 혼자 다니고
    모르는 지역은 가이드 한 명하고 단촐하게 다니는 것이 제일 편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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