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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죄인 입니다.


어제 이태원에 있었고,
참사를 직접 겪은 건 아니었지만,
그 현장에 본의 아니게 있었습니다
본의 아니게 상황을 보고 당연히 부상자들 CPR하는 것도 봤습니다.
당연히 너무 기분이 안 좋고 무섭고, 두려웠습니다.
그 모습들이 자꾸 눈에 아른거리는 데다가 경찰도 빨리 귀가해 달라고 하고
당장 돌아가고 싶었지만, 막상 도로에 차가 빠지질 않아 발이 묶였다가
1시 40분 쯤 차가 빠지자마자 일찍 귀가 했습니다.
하루 종이 머리가 너무 복잡한데
마음이 착찹하기 그지 없습니다.
주변에선 위로반 걱정반으로 연락들을 주셔서 겨우 힘내고 있습니다.
오늘 한 끼도 먹지를 못했습니다. 잠도 별로 못 잤고요.
사람들 시신을 보고,
그렇게 CPR받던 부상자가 죽었다는 소식들을 들으니
자꾸 떠올라서 그렇습니다.
그런데 그런 것보다 저를 더 힘들게 하는 건
인터넷이에요.
가짜뉴스도 너무 많고 왜곡보도도 너무 많고
말을 진짜 막하고 함부로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
볼 대마다 정말 가슴이 쿵하고 꺼집니다.
어제 여러분들이 욕 하는 건 그 또라이 같은 애들도 있었겠죠. 예 압니다. 저도 싫습니다.
100명 중에 4명은 소시오패스고
군대가도 꼭 싸이코가 5명은 있고
도로만 가도 정신나간 운전자만 수두룩 보는데
10만명 중에 또라이들 없었겠습니까
걔들 욕 하는 건 욕먹을만 하니까 저도 개념치 않습니다.
저라도 당연히 욕합니다. 구급활동을 절대 방해하고 조롱하면 안 되죠.
잘못을 했다? 당연히 처벌 받아야죠. 그러면 안되죠 사람이 죽었는데.
그런데, 그냥 전부 싸 잡아서 그들이 바로 저와 같다고 저에게 욕을 합니다.
생각 없이 발정난 MZ라며, 세상에 가장 망한 세대라며 욕하고
남의 명절에 노는 정신 나간 것들, 안전불감증 걸린 것들이라며
심지어 저는 빨간색이라면 치를 떠는 골수 1찍인데 2찍남이라며 당적도 바꿔주십니다.
제가 오늘 본 가장 충격적인 댓글들이
"그 자리에 있었던 모든 사람이 죄인이다 라는 겁니다."
이 말이 정말 저에게 상처를 크게 주는 말입니다.
저희가, 제가. 죄인입니까?
정말 미안합니다. 제가 갔을 때는 이미 경찰이 통제를 하고 있어서 어떻게 할 수가 없었습니다.
차라리 그 꽃다운 친구들이 아니라
저 따위가 그 참담한 현장에서 시신팩에 담겼어야 하는 데 감히 살아있어서 미안합니다.
근데 거기서 사람들을 도와준 사람들도 정말 많았고,
사람들을 구할 수 있도록 팔에 팔을 엮고 지키던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럼 정신 나간 애들보다 정상적인 일반 사람들이 훨씬 많았습니다.
양보하는 분도 계셨고, 한 명이라도 더 못 살려서 우는 분도 있었습니다.
친구를 못 찾아서 찾아 우는 분도 많았고요.
뉴스를 보니 3시까지 옆 동네에서 술판이었다고 하는데,
저는 그 전에 가서 모르겠습니다. 단지 제가 대강 참사의 규모를 파악한 것은 집에 오고 3시 즈음이었습니다.
모르기 때문에 그 부분은 제가 입에 담지도 않고 안다고 할 수도 없습니다.
그리고 전 구급차 옆에서 O스 온 더 비치를 추지도 않았고 원래부터 춤을 안 춥니다.
뉴스 보도처럼 경찰차를 막으면서 사진을 찍지도 않았습니다.
그 상활을 관측하며 상황과 보도되는 영상 내용과 뉘앙스가 다른 걸 안 것 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분들은 제가 그 자리에 있었기 때문에 전부 똑같은 것들이라고 합니다.
아니라고 항변을 해도 수두룩 달려들어서 욕하기 바쁩니다.
그냥 그들은 10만 명 전부 죄인이고 때려 죽여야 할 것들인가 봅니다.
그래도 사망자한테는 명복을 빈다며 다시 우리를 욕합니다.
칼로 가슴을 쑤셔 찌르는 듯 글을 써서 제 가슴에 수십 수백자가 찔려 들어옵니다.
상황을 직접 본 사람인 저에게
자기들이 트위터나 커뮤, SNS에서 본 이상한 이야기가 맞다고 합니다.
저는 최소한 이상한 사람들 말고, 거기서 그래도 최선을 다했던 사람들
정상적인 생각을 가지고 경찰의 통제에 따른 사람들.
상처 받은 사람들은 욕을 왜 먹어야 하는 지 모르겠습니다.
감히 할로윈 축제에 간 이유로 먹어야 하는 건가요? 그냥 그렇다고 이야기 해주세요.
그런 거라면 애초에 미리 말해주셨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이런 곳에 가면 그렇게 취급 받는 다고요.
사람들에게 특정 연예인이 와서 사고가 났다며, 연예인의 실명까지 쓰셨던 그 루머를 적으시던 분은
함부로 저에게 편협하다느니 그런 말을 남기고
그런 댓글들이 다수의 호응을 받습니다.
그들에겐 제가 어떤 상황을 봤고, 어떤 참사를 봤는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감히, 그 자리에 있었다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제가 감히 그런 분들께, 좋은 사람도 다수였고 오해도,악의적인 왜곡도 분명히 있으니
무차별적으로 모두에 대한 비난 만은 삼가 달라고 한 것이 잘못입니다.
뒤늦게 어제 그 희생자들이 모자이크도 안 된 모습으로 사진이 찍혀 SNS에 퍼졌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추모를 한다면서 한다는 게 이런 고인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도 없는 행위구나...
어제 SNS영상 짜집기 한 렉카들이 유튜브에 진짜인냥 영상을 양산해 냅니다.
모든 컨텐츠의 결론은 하납니다.
그날 할로윈 축제에 간 10만명이 죄인이다. 라는 겁니다.
그게 젊은 세대고 젊은 세대가 사람들을 죽였다.
이 이야기인 겁니다.
아. 싫습니다. 지칩니다. 희망을 잃어버렸습니다.
그냥 그렇게 우리를 이용하고 싶은 거구나. 이게 대중이고, 한국이구나. 배웁니다.
누구던 타겟으로 잡고 욕 받이로 쓰고 싶은 거구나 새벽이 들어서야 깨닫습니다.
그 타겟이 어떤 애건, 어제 어떤 충격과 공포를 떨었건, 자기가 요리할 수 있다면
요리되어야 하는 물고기에 불과하구나...싶습니다.
그렇다는 데 어쩌겠습니까. 어차피 시간 지나면 뻔뻔하게 모른 척 할텐데요. 남의 일이니까.
선거나 정치에 필요하면 선동이나 유세하러 다가오겠죠.
우리는 그 분들의 아젠다를 위해 바르고 버리는 도료구나.
몇몇 글들 중에 CPR 하다가 결국 돌아가셔서 울었다는 글을 봤습니다.
저도 많이 울었습니다. 집에 와서 안 우려고 했는데 할머니 돌아가시고 나서 이렇게 울어보긴 오랜만입니다.
맞습니다. 그 곳에서 저는 쓸모도 없었던 죄인입니다. 저를 욕해주세요.
그리고 최소한 그런 착한 분들을 이상한 사람들과 같이 엮어서 욕하지 말아주시길 소원해봅니다.
누군가의 자식이고, 애인이고, 동생들이고 형제입니다.
그분들은 저보다 더한 충격을 받으셨을 겁니다.
그 분들에 대한 무차별적인 비난, 세대차별적인 비하는
최소한 좀 마음에 딱지라도 붙고 나서 해주세요.
친한 친구도 가족도 저에게 PTSD중증 같다며 진지하게 정신과치료를 권하더군요.
받으러 가야 할 것 같습니다. 이렇게 글을 쓰면서도
손이 떨리고, 머리가 멍해집니다. 한 글자 한글자 누르는 이 키압도 무겁습니다.
감히 살아서 미안합니다.
대신 돌아가신 희생자 여러분께 정말 미안합니다.
저희가, 힘도 없고 젊고 쪽수도 딸리고
할로윈 축제에 참여했다는 원죄가 있어서
결국 여러분들의 명예를 지켜드리지 못해서 미안합니다.
차라리 저를 비난하십시오.
저는 죄인입니다. 여러분들이 저를 압사시켜 주시고 계십니다.
지금 이렇게 글을 남기는데도
저는 길에서 CPR받던 외국인 남자의 핏기 없는 손이 자꾸 생각납니다.
그 퍼런 시신팩들이 생각이 납니다.
계속 생각이 듭니다.
그때 내가 2시간만 일찍 가서 자리에 있었다면 달라졌을까
아니 나는 죽어도 다른 한 사람을 살았을까.
이런 생각이 듭니다.
미안합니다. 계속 비난 하십시오.
앞으로 여기에도 글을 적어내기 힘들 것 같습니다.


댓글
  • 비엘티 2022/10/31 04:39

    자게는 광인 천지가 되었습니다.
    여기는 와도 가끔 들러는 곳이어야 합니다.
    영혼이 썩는 기분이랄까요?
    자주 가는 다른 네이버카페는 지금 이 현실을 안타까워 하고
    여성 cpr 도 막상 현실에선 그래도 해야 하지 않냐하는
    따뜻한 글들이 넘쳐 납니다.
    자게는 피해의식에 찌들어 있는 사람이 믾은 것 같아요.
    나와 생각이 다르면 적?
    그리고 절반 넘는 글이 무슨 정치글
    암튼 자게는 너무~ 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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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위10프로 2022/10/31 04:45

    충격이 크셨겠네요… 그런 쓰레기같은 새끼들이 하는 글은 1도 신경쓰지 마세요, 그딴글에 힘들어하는 님이 안따까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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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티븐슨 2022/10/31 04:52

    님은 아무런 죄 없습니다.
    외상후스트레스 도움을 꼭 받으셔야겠습니다.
    부디 힘내시고 용기 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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