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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딸 괴문서) 트레이너를 사랑했던 한 우마무스메.txt

킹 헤일로.png

 

 

 

 

트레이너를 사랑했다.


그와 함께 목표를 향해 달려나가고, 그와 함께 G1의 우승을 하나씩 차곡차곡 쌓아가면서, 그와의 유대관계는 점점 더 커졌고, 그것은 사랑의 감정으로 발전했다.

 

그 역시도 나를 사랑했다. 나와 함께 하면서 그 역시도 보람을 느꼈고, 나에게 이성의 애정을 가지게 되었다.

 

우리 둘은 서로가 서로에게 없어선 안되는 관계로 발전했다.

 

우리 둘이 함께라면 이루지 못할 것이 없을 것만 같았다.

 

G1 우승을 쌓아가면 쌓아갈 수록 내 인기는 높아졌다.

 

많은 팬들이 나를 찬양했고, 칭송했다.

 

트레이너 역시 마찬가지였다. 담당 우마무스메를 최강의 자리로 이끈 최고의 트레이너라고, 그 역시도 떠받들어졌다.

 

우리 둘은 함께 최고를 향해 나아갔다.

 

하지만 인기가 많아질 수록, 나를 시기하는 이들도 많아졌다. 나의 기사가 뜰 때면 악성 댓글도 많이 달렸고, 동영상 사이트에는 나에 대한 근거 없는 비방이나 루머가 퍼졌다. 파파라치까지 줄기차게 따라붙었다.

 

트레이너를 비난하는 이야기도 늘어났다. 그 역시도 대부분은 아무런 근거도 없던 이야기였다.


그렇게 우리는 찬양과 함께 비난에도 시달리게 되었다.

 

비난 뿐만이 아니었다. 극성팬들은 나나 나의 트레이너를 스토킹하기까지 했다. 대부분은 트레센에서 사전에 차단해 주었으나, 그렇다 해도 모두가 걸러지진 않았다. 누군가의 눈빛이 늘 나를 지켜보는 것 같았다.


그런 상황이 되자, 우리 둘은 서로가 서로에게 더욱 더 의지했다. 함께 견뎌내고자 했다. 함께 싸워나가고자 했다. 그렇게 우리는 주변의 악의에 저항하며 계속해서 전진했다

 

그 와중에 사랑의 결실도 맺었다. 마방을 함께 한 뒤(umapyoi),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약혼을 하자고 맹세했고, 그에 따라 다음의 경기가 끝나면 서로 약혼반지를 교환하기로 했다.

 

그 날의 경기는 무척 치열했다. 나는 그 싸움에서 승리하여 나의 트레이너에게 승리를 가져다 주고 싶었다. 그리하여 우리의 약혼을 더할 나위 없이 꾸며주고 싶었다. 트레이너 역시도 나와 같은 마음이었다. 그는 나의 이름을 부르짖으며 나의 우승을 응원했다.

 

그렇게 나는 그 날의 싸움에서 승리했다. G1 11. 역대 최고의 성과였다.

 

그 날의 기자회견에서 나는 트레이너와의 약혼을 발표했다. 카메라가 트레이너를 향해 돌아가자, 트레이너는 웃음을 지으며 그것을 긍정했다. 그렇게 우리 둘의 약혼이 모두에게 알려지게 되었다.

 

하지만 그래선 안됐다. 약혼을 모두에게 알려선 안됐다.

 

나의 트레이너는, 그 약혼 때문에 덧없게도 목숨을 잃었다. 나와 트레이너간의 약혼이라는 사실에 이성을 잃은 악성 스토커로부터 나를 보호하려다가, 자신이 대신 칼에 찔렸다.


바보같이. 우마무스메를 보호하려 했다. 오히려 내가 그를 보호해야 마땅하건만. 내가 그에게 왜 그랬느냐고 울면서 묻자 자신도 모르게 몸이 나섰다고 한다. 나를 사랑했기에. 그것이 그의 마지막 말이었다. 그는 그 말을 끝으로 나에게 미안하다는 눈빛을 보이며, 그대로 숨을 거두었다.

 

그가 안장되는 날, 눈물이 나지 않았다. 너무도 많은 눈물을 흘려서, 더 이상 눈물을 흘릴 수 없을 정도로 눈이 완전히 메말라 버린 탓이었다.

 

그런 나의 모습을 파파라치가 찍었다. 다음 날 신문사는 그 사진을 인용하며 나를 비난했다. 약혼자이자 자신을 뒷바라지 하던 트레이너가 죽었는데 눈물도 흘리지 않고 슬퍼하지도 않는 냉혈한 우마무스메라고. 그 냉혈함이 그녀의 승리의 비결이라고.

 

예전 같았으면 그런 기사에도 멀쩡했을 것이다. 내 옆에 그가 있어 주었을 테니까. 하지만 내가 의지할 사람은 이제 내 옆에 없었다. 그것을 실감하자, 더 이상 싸울 수가 없었다.

 

그렇게 나는 은퇴했다. 나를 위로하고, 응원해 주는 이들이 있었지만, 나는 그 없이는 더 이상 현실을 견딜 수가 없었다.

 

 

딸을 낳았다. 나의 딸이었고, 나의 트레이너의 딸이었다. 난 그 아이를 안아들면서,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눈물은 이미 다 메말라버렸으니까. 그저 이렇게 다짐했다. 이 아이는 내가 겪은 일을 겪게 하지 않겠다고. 레이스 같은 것에 뛰어들어 나와 같은 꼴이 나지 않게 하겠다고.

 

'킹 헤일로'. 그것이 그 아이의 이름이었다.

 

은퇴 후 패션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적잖게 명성을 날렸다. G1 11승을 거둔 최고의 우마무스메 레이서의 디자인이라는 점이 큰 메리트가 되었다. 모두가 나의 옷을 고평가했다. 하지만 난 그 칭찬들이 공허하게만 들렸다. 나는 그들 백만명, 천만명의 칭찬보다도, 내가 사랑했던 남자의 칭찬이 그리웠다.

 

나는 나의 딸 역시도 이 분야로 오기로 바랬다. 레이스 같은 곳에 가지 않기를 바랬다. 하지만 그 아이는 패션 디자이너로서의 나의 명성보다 경주자로서의 나의 명성을 더욱 동경했다. 난 그 아이를 막으려 했지만 그 아이는 나의 뜻을 거부하고 트레센에 가기를 원했다. 누굴 닮아서 이런 성격인걸까. 아마 내 성격일 것이다. 그 아이의 아버지는 정반대였으니까. 따뜻하고, 부드럽고, 상냥했고, 온화했으니까.

 

결국 그 아이는 가출에 가깝게 나의 곁을 떠나버렸다.

 

몇 주뒤 내게 학부모 입학 동의서가 날아왔고, 전화도 왔다. 그 아이가 보낸 동의서는 아니었고, 그 아이가 건 전화도 아니었다. 현재 이사장 직을 맡고 있는 아키카와 야요이의 비서, 하야카와 타즈나의 전화였다. 킹 헤일로 학생의 입학에 동의를 하시느냐는 것이 그녀의 질문의 요지였다.

 

내가 한 마디만 해도 그 아이는 트레센 입학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돌아올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나는 '동의한다'고 말했다. 내 딸의 성격은 내 성격과 같기도 하다. 누가 누굴 말리겠나. 그저 현실을 깨닫기를 바랄 수 밖에.

 

그래도 어미로서, 다달이 용돈을 보내주었다. 처음으로 받은 용돈에, 그 아이는 툴툴대면서도 고맙다고 했다. 나는 그녀에게 어차피 성공치 못할 것, 그 용돈으로 추억이나 즐기라는 식으로 말했다. 그렇게 악역을 자처하는 나의 모습에, 그 아이는 나에 대해 항변했고 곧 전화를 끊었다. 그 말을 듣고 생각했다. 부디 현실을 깨달았으면 좋겠다고. 달리면 달릴수록 숨통을 조여가는 것이 그 세계인 것을 깨닫기를 바랬으면 좋겠다고.


얼마 뒤 그 아이와 전화 통화를 했다. 트레이너를 구했다고 한다. 인맥을 동원해 살펴보니 신입 트레이너였다. 생각보다 빠르게 현실을 깨닫게 될 것 같았다. 아니면... 나처럼 되거나 말이다.

 

'그 이도 신입 트레이너였지'

 

그런 생각이 떠올랐다. 동시에 그이와 처음 만났던 날이 떠올랐다. 어느 날 내가 훈련코스를 뜀박질 하고 있을 때에 홀연히 나타나, 훈련코스의 구석에 앉아 나의 훈련이 끝날 때 까지 나를 지켜보다가, 내 훈련이 끝난 뒤에 비로소 나에게로 걸어와 손을 내밀었지. 나와 함께 달려가고 싶다고... ...그 날이 아직도 기억난다.

 

데뷔전에서 1착을 했다는 전화가 걸려왔다. 사실, 전화를 하지 않아도 알고 있었다. 왜냐고? 그 아이의 시선이 미치지 않을 만한 곳에서 그 아이를 내려다 보고 있었으니까. 달리기는 나쁘지 않았다. 트레이너와의 관계도 나쁘지 않아 보였다. 처음으로 이긴 그 아이의 얼굴을 보면서 기쁜 감정이 올라왔지만, 곧 그 마음을 스스로 죽였다. 그리고 그 아이와의 통화에서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독설을 날렸다. 미안하지만 이게 내 방식이다. 난 내 딸이 내 전철을 밟길 원하지 않는다.


난 그 아이가 경기에 나서고, 경기에서 고배를 마실때 마다 독설을 계속했다. 사츠키상에서 2착을 했을 때에도, 일본 더비에서 14착을 하며 대패를 했을 때에도 계속해서 그녀에게 돌아올 것을 촉구했다. 언론이 그 아이를 '어머니의 재능을 이어받지 못한 우마무스메'라며 비웃고, 사람들이 그 아이를 '어머니의 절반도 따라가지 못하는 우마무스메'로 비웃고 있었기에, 더 이상 상처를 받지 않기를 원하면서 내 선에서 일을 끝내기를 원했다. 나만 미움받음으로서 그 아이가 상처투성이 왕도를 포기한다면, 그것으로 되었다.

 

하지만 그 아이는 나의 독설에도 아랑곳 하지 않았다. 계속해서 나아갔다. 어째서 계속해서 나아갈 수 있는 걸까? 그 이유는 별 다른 생각 없이도 알 수 있었다. 그 아이의 트레이너. 그가 함께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치 내가 그이와 함께 하면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던 것 처럼. 그 아이도 트레이너와 함께, 아무리 패배해도, 패배해도, 패배해도, 꺾이지 않고 나아갔다. 그런 그 아이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가졌다. 혹시 이 아이라면 나와는 달리 자신을 짓누르는 세상을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단거리 노선으로 전환했을 때에도 모든 언론이 그 아이를 냉소하고 비웃었다. 나는 그것을 보고 그 아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대체 무슨 생각이느냐고. 그 아이는 이제 더 이상 나의 길을 뒤따르지 않겠다고 했다. 그리고 자신만의 길을 걷겠다고 했다. 나는 그런 아이에게 '혹시 이 아이라면...'이라는 생각을 가졌지만, 겉으론 내색하지 않았다.

 

그 아이는, 타카마츠노미야 기념에서 훌륭하게 1착을 해냈다. 그것을 경기장의 VIP석에서 선글라스를 쓴 채로 보며 생각했다. 결국 G1에서 1착을 해냈으니, 앞으로는 내 말을 더 듣지 않겠다고. 다만 이렇게 생각했다. 부디 나처럼 자신의 소중한 사람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야스다 기념, 스프린터스 S에서도 승리를 거둔 그 아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 아이는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가을의 텐노상에 출전한다고. 웃음 소리가 저도 모르게 나왔다. 단거리와 마일노선으로 트는가 하더니 다시 중거리라. 지금와서 말려봐야 들을 리도 만무했기에, 그 아이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럼 한 번 이겨보렴."

 

그 말이 자극이라도 되었던지, 아니면 트레이너가 뒷받침을 잘해주었기 때문인지, 그녀 본인의 노력인지, 그 모든 것의 복합적인 작용 탓인지 그 아이는 텐노상에서 훌륭하게 승리해 냈다. 그 다음으로 예정된 경기는 '아리마 기념'. 장거리 노선이자, 내가 G1 11승을 따냈으며... 그 아이의 아버지가 죽은 원인이었다.

 

그 날의 상처가 아려온다. 그 아이의 아버지, 내가 사랑했던 이의 마지막 표정이 떠오른다. 그렇기에, 이 경기는 반드시 현장에서 보리라고 생각했다. 내 딸을 위해서도, 나를 위해서도.

 

그 아이는, 아리마 기념에서도 훌륭하게 승리했다. 1착을 한 뒤 자신의 트레이너에게 달려가 안기는 그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옛날 나의 모습이 떠오른다. 나 역시도 아리마 기념에서 우승하면서 그에게 그렇게 안겼다. 그러면서 사랑한다고 속삭였다. 그 아이도 자신의 트레이너에게 그런 말을 속삭이고 있을까.


나는 아리마 기념이 열린 나카야마 경기장에 있었기에 그 아이를 따로 찾아갈 수 있었지만, 구태여 그러지 않았다. 대신 이전과 마찬가지로 전화를 걸었다. 그 경기장에 없는 척을 하면서.

 

그녀와 대화를 하다보니 이런 말도 나왔다.


"그야 나는 킹 헤일로. 당신의 딸이었던 우마무스메인걸. 그리고 조만간 세상이 당신을 '킹 헤일로의 어머니'라고 인지하게 할 존재지."


웃음이 나왔다.


"어머. 내 존재를 넘어서겠다고?"


내가 그렇게 말했다.

 

"그래. 언젠가 당신이 일류인 내게 자신이 만든 승부복을 제발 입어달라 부탁할 수 있는 권리를 주겠어."

 

나는 입안에서 흘러나오는 웃음소리를 참아내며, 이렇게 말했다.

 

"...정말 바보같은 딸이야."

 

그 아이는 그 말을 마지막으로 핸드폰을 본인의 트레이너에게 넘겼다. 처음으로 그 아이의 트레이너와 통화를 하는 것이었지만, 서로간에 대화는 없었다. 그가 얼을 타고 있던 참이었기 때문이다. , 그 아이의 아버지와 닮았다 싶었다. 끌리는 이가 비슷하다니. 이런 것을 보면 피는 못속이나보다.


나는 얼을 타고 있던 그에게 그 아이의 어머니으로서, 그리고 지금껏 쓸데없는 참견을 해온 사람으로서 이렇게 말했다.

 

"저 아이는 라이벌도, 트레이너도 사람 복이 있네요. 정말 즐거운 듯한 목소리를 내고서는 여전히 달리는게 정말 좋아보여요. 내가 해온건 모두 쓸데없는 참견이었나봐요... ...앞으로도 신세 많이지겠습니다. 저 아이를 잘 부탁드립니다."

 

"... 저야말로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러한 트레이너의 목소리는 좋은 울림이 있었다.


그래. 사윗감으로 딱 적합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 아이가 나와 마찬가지로 트레이너와 맺어지게 되는 것에 대해, 트레이너를 잃었던 사람으로서 꺼림직하지 않느냐고? 아니.

댓글

  • r에이브이enark
    2022/10/30 16:05

    왠일로 스윗한 문서지

    (t9FCus)


  • 미하엘 세턴
    2022/10/30 16:05

    본인특) 순애 스윗 괴문서만 씀

    (t9FCus)


  • 밥잘먹는식충
    2022/10/30 16:06

    이렇게 뇌내보정하지 않으면 정신병자가 되어버리는 육성스토리

    (t9FCus)


  • Dr.BB
    2022/10/30 16:07

    감동이네..

    (t9FCus)

(t9FC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