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샤인머스켓 품질이 박살난 이유

1. 최악의 기상조건

작년 가을부터 올해 봄까지 이어진 가뭄. 우리동네는 거짓말 안하고 빗방울 한 두 번 떨어지고 끝났다. 

6월엔 35도를 넘어가는 이상고온.

7,8월은 흐린 날이 많아서 강수량은 작년보다 낮은데도 일조량은 더 낮음.

날씨가 이 모양이니 일반 노지에서는 착과량이 적지 않은 이상 절대로 제때에 당도가 나올 수가 없다. 가온 하우스도 작년보다 성숙기가 밀렸을 거다. 

포도는 비료가 아닌 광합성으로 당도가 오른다. 그런데 날씨가 엉망이면 방법은 둘 중 하나다.

적게 달거나 오래 달아 두거나.

그런데 올해 추석이 9월초였지? 대목 지나면 과일 공판장 가격은 눈에 띄게 떨어지기 시작한다. 그래서 익지도 않은 노지포도 미리 냈다가 소비자 신용도가 박살나 버렸다.

2. 이제야 나오기 시작하는 신생 샤인들.

교육 받으러 가면 강사들이 흔히 하는 말이 샤인은 심고나서 3년간 유목이다라는 말을한다.

3년동안 얘는 어린나무이니 포도좀 작작 달라는 말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유투브나 주위 사람들이 2년차 600평에 10000송이를 달았네 뭐네 하는 글보고 대박의 꿈을 꾸며 신나게 달아제꼈다.

까놓고 말해서 낙화 후 1차 비대기인 6월에 질소비료랑 물, 지베렐린 + 더크리or풀메트 때려넣으면 포도알은 잘 커진다.

문제는 알만 잘커졌지 절대 당도도 잘 오른다는 말은 아니다.

애초에 어린나무 = 부실한 뿌리 인데 위에 그렇게 치렁치렁 달아놓아 봤자 나무가 뭔 재주로 포도를 숙성시키나. 참고로 광합성은 잎에서 일어나지만 그 탄수화물을 이동시키는 역할은 뿌리에서 흡수한 영양요소들이 한다.

3. 잘못된 관행농법

샤인 = 거봉처럼 크게 키울수 있는 대립계이면서 당도도 높아 상품성이 매우 뛰어난 제품 이라는 선입관을 가지고 있는데 그건 어디까지나 규격을 지켰을 때의 이야기다. 국내 포도 협회에서 제시하는 고품질 규격은 한송이 700~750g, 과중 15g인데 요 과중 15g이 어느정도인가 하면 저 포도알의 가장 두꺼운 면을 잘랐을때 이 면이 500원 동전과 같거나 조금 크면 얼추 15g이 나온다. 

그리고 나무잎은 한 가지당 최소 12잎 이상을 확보해야 하는데 이게 기존 MB나 흑포도 비가림 시설에서는 공간 확보가 힘들다.

적당한 크기에 적당히 달아야 맛있는 포도가 나오는데 이 샤인 특징 중 하나가 나무의 세력이 강하다는 거인데 물이랑 비료 주면 그냥 밑도 끝도 없이 쑥쑥 자란다... 이게 진짜 샤인의 함정이다. 농부들은 어이쿠 이렇게 탐스럽게 잘달리니 대박이구나 하는데 얘는 절대 그렇게 키우면 안된다. 나무가 올릴수 있는 당도는 정해진 한계가 있는데 그 한계를 넘어 착과를 하면 그 포도들 당도는 뭐 하늘에서 뚝 떨어진다냐.

하여간 진짜 이놈의 샤인가지고 이야기 하자면 끝이 없지만 글 길어지면 지겨우니 이만하고 3줄 요약하면

- 기상이변으로 인해 농사 난이도가 헬난이도

- 그런데 어쩄든 잘 크는 놈이라 비료 때려박아서 크게는 키워놨는데 당도가 안오름

- 그럼 숙성될때까지 기다려야 하는데 9월 추석 빠르다고 익지도 않은걸 시중에 내놓음

유머는 저 포도 2키로 가락시장 경매가가 10000 ~ 12000 인게 유머. 

사실 샤인 가격 꼬라 박을거 다 예상은 하고 있었다만 이정도는 아니었지.

ㅅㅂ 원산지인 일본보다 우리나라 샤인 경작지가 더 넓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