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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아카) 괴문서) 훈남 선생한테 함락되는 코하?루가 보고 싶다

 





 그 나잇대 남학생들은 성에 관심이 많다.
 그리고 그건 여학생들이라고 해서 썩 다를 건 없는 모양이었다. 하기야 십대 중반 학생들이 막 성에 눈을 뜨는 것에 성별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이건 선을 조금, 아니 꽤 많이 넘은 것 아닐까. 눈 앞에서 와르르 쏟아진 외설물을 보며 선생이 떠올린 생각이었다.


 선생은 입술을 비집고 나오려는 한숨을 집어 삼켰다. 고개를 푹 숙이고 한껏 움츠린 채, 존재감을 최대한 죽이려 제 몸을 구겨넣으며 눈치보고 있는 학생 앞에서 할 행동은 아니었다.
 그야 그럴 법 했다. 차라리 눈 앞에 있는 학생이 하나코─그러니까 그 트리니티의 걸어다니는 외설물이라면 차라리 마음 편하게 푹푹 한숨을 내쉬며 "자중하는게 좋지 않겠니." 라며 툭 정리하는 것으로 끝낼 수 있겠지. 그리 말해도 어차피 하나코는 방글방글 웃으며 "네에, 그럴게요, 선생님."하고 되받아치고 말 것이고.


 하지만 마주 앉아있는 그녀가 하나코가 아니란 게 문제였다.


 잠시간 입술을 떼었다 붙였다, 말을 고르던 선생이 눈 앞에서 안절부절하지 못하는 학생의 이름을 나지막히 불렀다.
 "코하루."
 코하루를 부르는 선생의 목소리가 그녀를 나무라는 것처럼 들렸던 것일까, 소파에 파묻힌 그녀─시모에 코하루의 몸이 크게 튀었다. 눈동자가 이리저리 굴러가는 것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 지 쉬이 알 수 있었다.


 선생은 머리를 긁적였다. 애시당초 선생은 이런 것들을 가지고 혼낼 마음도 없었지만, 분위기가 분위기인지라 지금 무슨 말을 꺼내봤자 역효과가 날 게 뻔했으니.
 코하루의 앞머리께에 달린 작은 날개가 퍼덕이더니, 고양이마냥 눈을 치뜬 코하루가 선생을 바라보며 변명을 내뱉었다.
 "내, 내 거 아냐! 압수한 거야!"
 그 말에 기어코 선생이 가벼운 한숨을 내뱉고 말았다. 같은 말을 들은 게 세 번째였다. 그것도 지금 이 시간이 아닌, 서로 다른 장소, 서로 다른 시간에서.


 그 말인 즉슨 코하루는 세 번이나 선생에게 외설물을 가지고 다니는 것을 들켰다는 이야기였다. 선생이 보충수업부에 들러 보충수업부 학생들에게 지도를 해준 것이 이번으로 여섯 번째였으니, 따져보자면 두 번에 한 번 꼴로 걸린 셈이었다.


 그렇다고 선생이 매번 소지품 검사라도 했냐고 하면 그것도 아니었다. 선생은 학생들의 사생활을 존중하고 또 이해했다. 되돌아보면 자신이라고 그 나잇대에 남들과 다르지도 않았다. 오히려 남학생들은 더 심했을지도 모른다. 전자사전으로 성과 관련된 단어를 검색하며 히죽거리고 친구들과 뒤집어져라 웃어대기 일쑤였으니.


 게다가 실제로 일을 저지른 것도 아니고, 고작 음란물 좀 봤다고 심각한 일탈이라고 할 것도 없지 않은가. 그러니 선생은 내 눈 앞에서 너무 대놓고 걸리지만 마라, 그런 마음 가짐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니 정리하자면, 코하루는 두 번에 한 번 꼴로 선생의 앞에서 대놓고 외설물을 보다가 걸렸다는 이야기였다.
 맙소사.
 오죽하면 하나코에게 악영향을 받은 게 아닐까, 하고 넌지시 하나코를 떠본 적이 있을 정도였다.


 그리고 돌아온 답변은 선생에게 두 번의 충격을 안겼다.


 "그, 선생님, 저를 의심하는 건 굉장히 타당하긴 하지만……, 저는 정말로 결백해요."
 하나코답지 않게 쓴웃음까지 짓고 있었던 것이 첫 번째 충격이었고, 코하루의 그 과격한 취미가 진짜라는 게 두 번째 충격이었다.
 그래, 과격한 취미였다. 선생은 탁자에 놓인 잡지와 책들의 면면을 쓱 훑었다. 선생조차 혀를 내두를만한 표지들이 꽤나 있었다. 살색의 향연 정도라는 표현은 무른 정도였다. 나에겐 없겠거니, 하고 생각했던 선생 내면의 유교 본능이 슬그머니 고개를 들며 꿈틀거렸다. 


 표지를 바라보는 선생의 모습에 코하루가 이때다 싶었는지 눈에 불을 켜고 빼액 소리를 질렀다.
 "변태! 하, 학생 앞에서 뭘 보는 거야! 문도 닫아놓고, 나, 나한테 그렇고 저런 걸 할 생각이지! 다 알고 있다구!"


 턱 밑까지 치고 올라오는 한숨을 삼키려 선생이 손으로 얼굴을 쓸었다. 코하루의 매도도 세 번째가 되니 덤덤해졌다.


 네 가방에서 나온건데. 그런 의미를 담아 선생은 코하루의 가방을 쓱 바라보았다. 그런 선생의 시선에 코하루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벼, 변태. 사형, 사형이야!"
 이럴 땐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이 상책이었다. 선생은 코하루의 말을 한 귀로 흘리며 그 책들을 갈무리했다. 다 모아놓고 보니 꽤나 두꺼웠다.


 공부를 이렇게 했다면 진작에 보충수업부에서 나가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선생은 그러려니하고 갈무리한 책들을 코하루에게 밀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서로 서로 마음을 가라 앉힐 것이 필요했다. 선생은 제게 주어진 작은 교무실, 그 구석에 놓인 커피 포트로 향했다.
 드륵거리며 커피콩을 갈아내는 핸드 그라인더의 소리가 울려퍼졌다. 선생은 아직도 떽떽거리는 코하루에게서 등을 돌린 채 한참 동안 커피콩을 갈았다. 코하루는 책상 위에 놓인 책과 그녀를 등진 선생을 번갈아가며 바라보았다.
 책상 위에 갈무리 되어있는 책, 그리고 아무 말 없이 커피콩을 갈고 있는 선생.
 저번에도 그랬다. 선생은 코하루에게 "성인물은 성인이 보라고 만든거다." 라며 정론을 말하기는 했다만은 거기에 그녀를 질책하는 의도는 없었다. 그다지 눈치가 없는 코하루조차도 그런 선생의 말에서 다 이해하니 걸리지만 마라, 라는 그의 의도를 쉽게 눈치챌 수 있었다.
 선생은 그녀가 처음 만난 제대로 된 어른이었다.
 핸드 그라인더가 돌아가는 소리는 꽤나 컸다. 적어도 책을 가방 속에 넣는 소리따위는 묻어버릴 수 있을 정도로.
 커피콩을 가는 소리가 멈추니 이어 물이 끓는 소리가 났다. 보글거리는 소리는 가방이 닫히는 소리 정도는 가볍게 지워냈다. 그 때까지 선생은 코하루를 바라보지 않았다.
 "우유 넣을래?"
 "각설탕, 하나만……."
 "그래."
 선생은 각설탕 두 개를 코하루의 커피에 넣었다. 정적이 내려 앉은 자리는 커피를 준비하는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채웠다. 설탕이 다 녹고 커피가 준비되고 나서야 선생은 등을 돌렸다.
 탁자 위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뜨거우니까 천천히 마셔."
 깨끗해진 탁자 위를 짐짓 모르는 체 하며 얌전히 고개를 끄덕인 코하루가 양 손으로 커피잔을 받아들이곤, 조심스레 입에 커피 한 모금을 머금었다. 쓴 맛을 티도 못내고 그대로 마셨던 먼젓번과 달리, 이번에는 알맞은 온도에 적당하게 달콤하고 쌉싸래한 커피가 코하루의 입맛에 꼭 맞았다.


 "저기, 선생님."
 "응."
 소파에 등을 기댄 선생이 무심하게 답했다. 머그컵을 한 손에 든 채 커피를 마시는 모습이 코하루의 눈길을 빼앗았다.
 깔끔한 정장과 대비되는 조금은 흐트러진 넥타이가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길쭉한 손가락, 관절이 은근히 튀어나와 있지만 보기 싫지는 않았다. 우수에 젖은 듯 가라앉은 눈빛으로 각설탕 하나 넣지 않은 쌉사래한 커피를 눈살 하나 찌푸리지 않고 마시는 모습. 조금은 부스스한 머리가 도리어 그 분위기에 어울렸다.


 코하루가 그리는 이상적인 어른이었다.
 "그, 내가 이상한 걸까?"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는데. 커피 한 잔 달라고 온 거 아니었어?"
 코하루의 말에 선생은 정말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듯 답했다. 코하루의 눈동자가 빙글빙글 돌아갔다.
 "아니, 아무 것도 아니야."
 "그래, 커피 마시면 돌아가. 숙제는 꼭 해오고. 낙제는 면해야지."
 "서, 성적 이야기는 하지 마! 노력하고 있다고! 두고 봐, 내가 한 달 안으로 정의실현부로 돌아갈 테니까."
 빽 소리를 지르는 코하루를 바라보며 선생이 픽 웃었다. 코하루는 한참을 투덜거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사라졌다. 잔은 깨끗했다.
 일곱 번째 보충수업부 방문 때였다. 모두가 돌아간 교실에서 마지막으로 나가려는 참이었다. 미처 닫히지 않은 코하루의 가방 속에서 외설물 하나가 툭 떨어졌다. 제 버릇 개 못 준다는 속담이 딱 들어맞았다.


 나 야한 책이요, 라고 자기 주장을 하듯 빨간색 표지였다. 한 구석 작게 적힌 19세 미만 판매 금지라는 문구가 선명하게 눈에 띄었다. 교복을 입고 있는 여학생이 뒤에 있는 선생에게 묶여 농락 당하고 있는 표지였다.
 과격한 취향이구만. 선생은 마음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선생과 코하루가 눈을 마주쳤다. 코하루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압수한 거지? 고생이 많네."
 이번엔 선생이 먼저 선수를 쳤다. 그러면 코하루는 늘 그렇듯 변명을 하며 저 책을 가방 속에 쑤셔넣고는 부리나케 교실을 나가겠지. 서로 서로 시간을 뺏길 일 없는 최선의 해결책이었다.


 그랬을 텐데.
 "아, 아니, 내 거 맞아."
 달칵, 교실 문이 잠겼다. 시간도 멈췄다.


 교실 문 앞에 선 코하루는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선생을 바라보며 말했다.
 평소와 다른 코하루의 답에 선생이 당혹스러운 시선으로 코하루를 바라보았다. 코하루는, 그녀에게 미안한 이야기지만, 성적이 조금 부진했지만 눈치가 없진 않았다. 방금 그 말이 선생의 배려라는 것을 모르진 않을 터였다.
 그런데 왜?
 떨어진 책을 손에 든 코하루가 주춤거리며 선생에게 다가왔다. 그녀는 소중한 것이라는 듯 책을 꼭 쥐고 있었다. 코하루의 손가락 끝이 구겨진 표지의 제목을 은근히 가리키고 있었다.
 치욕의 교실~저 더럽혀졌어요~
 이해할 수 없는 싸구려 성인 영화같은 센스였지만, 일단은 어른인 선생조차도 조금은 낯뜨거운 제목과 표지였다.
 선생은 다시 뒤돌아서서 아무 말 없이 칠판을 닦기 시작했다. 방금 정리를 끝내 깔끔한 애꿎은 칠판 위로 도리어 지우개 자국이 남았다. 이정도로 대놓고 행동하고 있으면 코하루도 물러갈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코하루는 물러서지 않고 말을 이었다.
 "내 거 맞아. 수업 시간에……, 보려고 가져왔어."
 코하루의 목소리가 바들바들 떨렸다. 시야 한 구석에 비치는 코하루의 얼굴이 터질 것처럼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선생은 애써 그 모습을 시야에서 밀어냈다.
 그런 선생의 노력이 무색하게 코하루는 묻지도 않은 답을 줄줄 읊기 시작했다.
 "서, 선생님이 해주는 보충 수업 시간에, 읽으려고……. 교실에서, 다른 아이들은 모두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데, 선생님도 열심히 우리를 가르쳐주고 있는데, 나, 나는 이런 책이나 읽고 있었어."
 그리 부끄러우면 말을 안해도 될 터인데, 코하루의 말은 끝나지 않았다. 뚝뚝 끊기는 말이 그녀의 부끄러움을 여실히 드러내주고 있었다.
 "나, 나 이런 나쁜 아이니까……. 버, 벌이 필요하겠지? 응?"
 그제야 선생이 코하루를 돌아보았다.


 벌이라니. 그따위 걸로 학생에게 벌을 주는 사람으로 보였던 걸까. 어린 시절 겪었던 포악한 교사의 모습이 문득 떠올랐다. 치기 어린 반발심에 오히려 그가 선생의 길을 걷게 만들었던 사람이었다.
 "흐익……!"
 나른하게 가라앉아 있던 눈매가 조금 사나워져있던 탓일까, 코하루가 숨을 들이키며 눈을 질끈 감았다. 선생이 참아온 한숨을 푹 내쉬며 코하루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미안, 못 볼 꼴을 보였네."
 눈을 질끈 감았던 코하루가 슬그머니 눈을 떴다. 늘 그렇듯 차분하게 가라 앉아있는 선생의 눈이 가까이서 보였다. 머리를 쓰다듬는 손놀림이 서툴지만 부드러웠다. 코하루의 얼굴이 점점 흐늘거리며 풀어졌다.
 "벌 같은 이야기는 하지 말고. 난 벌 주는 거 싫어해. 그리고 관심이 생길 수 밖에 없는 나이잖아. 그렇게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자, 오늘은 늦었으니 빨리 들어가. 복습도 하고, 숙제도 해야지. 그래야 정의실현부로 돌아갈 거 아냐?"
 선생이 코하루의 머리를 쓰다듬던 손을 멈추고 창 밖으로 시선을 흘긋 던졌다. 천천히 노을이 지고 있었다. 자, 이제 이대로 코하루가 돌아간다면 별 일 없이 넘어갈 수 있을 터였다.
 그래, 이대로 돌아간다면.
 하지만 코하루는 돌아가는 일 없이 책을 들어올려 슬그머니 입가를 가렸다. 그게 일반적인 책이었다면 귀여운 그림이 되었을텐데, 새빨간 책 표지가 자그마한 체구와 더없는 불균형을 이루고 있었다.


 "그치만, 보충수업부를 졸업하면, 정의실현부로 돌아가면…, 선생님을 못 만나잖아."

 책 너머, 웅얼거리는 소리로 코하루가 말했다.


 눈치채지 못하는 게 이상한 일이었다. 왜, 라는 질문은 하지 않았다. 그 나잇대 여고생들이란 선생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존재들이었다. 어디를 보아도 여학생 뿐인 이 키보토스에서 선생은 아직도 여학생에 익숙해지질 못했다.
 다만 걱정인 것은 이것이 잠깐의 충동이 아니길 바라는 것 뿐이었다. 그래서 그 나름 가볍게 떠본다고 떠본 것인데, 코하루는 물러서지 않았다.
 후우, 한숨을 내쉰 선생이 코하루를 불렀다.
 "코하루."
 "응, 응……."
 "진짜야?"
 책에 반쯤 가려진 코하루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이쯤되니 책의 빨간색 표지와 코하루의 얼굴 경계선이 구분되지 않을 지경이었다. 선생은 아무 말 않고 코하루의 말을 기다렸다. 한참 뒤에야 코하루가 고개를 끄덕이곤 점점 작아지는 목소리로 말했다.
 "네, 버, 벌을 주세요……, 선생님."
 좀 더 진지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는 모양이었다.
 노을지는 적막한 교실에서 옅은 ㅅㅇ소리가 울렸다.
 코하루가 벌을 달라하는 것을 볼 때, 그녀가 들고온 책은 그녀가 원하는 행위를 그린 것이었겠지만, 선생은 우선 그 책은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기로 했다.
 그야 선생의 품 안에 들어오는 이 작은 소녀에게 어떻게 그런 짓을 한단 말인가.
 가볍게 입술을 맞대는 것만으로도 두려운 듯 몸을 바들바들 떠는 꼴이다. 오히려 코하루의 그 넘치는 지식─그러니까 간접 경험이 독이 될지도 몰랐다. 힘으로는 선생은 한 손으로 쉬이 제압할 수 있을 터라도, 지금 눈 앞의 코하루는 깨질 것 같이 연약한 유리병을 만지는 것처럼 대해도 모자랐다.
 가느다란 허리를 선생의 팔이 감싸고 다른 손이 드러난 어깨를 천천히 매만졌다. 코하루는 눈을 감은 채 머그컵을 잡고 있던 선생의 손가락을 떠올렸다. 관절이 툭 튀어나오고, 길죽하고 펜을 잡는 곳에 굳은 살이 박인 조금은 거칠어 보이는 그 손가락.
 맞닿은 입술이 떨어졌다. 혀를 섞지도 않았고, 별다른 전희가 있지도 않았다. 그저 허리를 가볍게 휘어감고 어깨를 감싼 채 입을, 입술을 맞대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도 코하루의 눈동자는 몽롱하게 풀려있었다.
 "선생님, 변태에……, 야한 건 안돼, 사형……, 사형이야."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선생의 품 안에서 제 있을 곳을 찾는 것이 기대감에 찬 몸짓이었다. 딱딱하게 굳어 두려움에 떨었으면 차라리 그만두었을 텐데, 코하루는 힘이 빠져 흐늘거리는 몸을 선생에게 기댔다.


 그러면서도 머리께와 허리에 달린 작은 날개가 열심히 퍼덕거리고 있었다. 그 차이에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벌을 원한 건 코하루잖아."
 품 안에서 색색거리며 숨을 내쉬는 코하루에게 선생이 속삭였다. 몇 번이고 듣던 목소리인데 왜 귓가에 직접 울리니 감미로운건지, 코하루의 허리가 움찔거렸다.
 "변태……." 말버릇처럼 그리 웅얼거리면서도 선생에게서 벗어날 생각조차 않고 품 안에서 움찔거리는 코하루의 모습, 선생의 머릿속에 만감이 교차했다. 선생과 학생이라는 관계에서 남자와 여자의 관계가 되는 마지막 기로였다. 한 걸음만 더 나아갔다간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경계선이었다.


 코하루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선생이 침을 삼켰다. 풀어질 대로 풀어진 그 얼굴은, 선생이 알고 있던 새침데기 학생의 얼굴이 아니었다.
 "야한 건, 안 돼. 안 되는데……. 선생님이라면……."
 돼.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선생이 코하루와 다시 입을 맞췄다. 이번엔 코하루가 까치발을 들며 선생의 목덜미를 먼저 끌어 안았다. 좋은 향기가 났다. 여고생이란 본래 남자와는 생물학적으로 완전히 다른 그런 존재인 것일까.
 작게 벌어진 입술 사이로 코하루의 혀가 먼저 들어왔다. 서툰 혀놀림은 간접 경험의 한계일까. 선생이라고 해서 그닥 경험이 많은 건 아니었지만, 적어도 코하루를 기쁘게 할 정도는 될 듯 했다.
 선생은 코하루의 허리를 휘감은 팔에 가볍게 힘을 주어 품 안으로 코하루를 더 끌어들였다. 어느새 주도권은 선생에게로 넘어갔다. 가빠진 숨소리, 그리고 설육이 섞이는 소리가 선생의 품에서 반향되어 귓가에 울렸다.
 입술이 떨어졌다. 미처 삼키지 못해 넘쳐 흐른 타액이 턱선을 따라 길을 그리고 있었다. 코하루는 제 몸을 갈무리할 생각조차 않고 가쁜 숨을 내쉬며 선생을 바라보았다. 언제 움직였을까, 선생을 벽을 마주보고 손을 뻗어 코하루를 벽 쪽으로 가두고 있었다.
 선생 몰래 수업 시간에 보았던 책의 내용이 떠올랐다. 도망칠 곳 없는 여주인공, 아무리 도움을 요청해도 그 누구도 들어주지 않고, 그대로 상대방에게 거칠게 능욕당하는…….
 "드디어 본성을 드러낸 거야?"
 이어진 말은 코하루의 입에서 나온 말이 아니었다. 언젠가 코하루가 선생에게 했던 말이었다. 선생이 조금은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코하루를 바라보며 빙긋 웃고 있었다. 코하루와 시선을 마주친 선생이 옆을 향해 슬쩍 눈짓했다.


 그 눈짓을 따라 고개를 돌리자 보이는 것은 교실 한 구석에 걸린 거울.


 노을빛으로 물든 교실, 벽에 걸린 거울에 비친 그녀의 얼굴은 발갛게 달아오른 암컷의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렇게 야한 건 안된다며 부르짖고 변태라도 매도하던 그 얼굴이 도리어 가장 야한 얼굴을 하고 있다니.
 어쩌면, 가장 야한 건 나였을지도.
 "선생님, 변태."
 코하루가 웃었다. 거울 속 코하루도 따라 웃었다. 남자를 유혹하는 미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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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하디 추한 재업


코하?루는 키보토스에서 선생이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몇 안되는 학생 중 하나일듯

댓글
  • 우사기상레볼루션 2022/09/07 21:51

    재업? 니가썼다는 이야기지? 빨리 뒷이야기 더써와


  • 우사기상레볼루션
    2022/09/07 21:51

    재업? 니가썼다는 이야기지? 빨리 뒷이야기 더써와

    (Ou4879)

(Ou48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