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평화로운 트레센 학원.
학원의 공원 안쪽으로 빽빽한 나무들 사이에서 트레이너와 우마무스메 사이로 은밀한 속삭임이 오고 갔다.
"맥퀸! 경기까지 2주도 안 남았다고!"
"윽... 하지만 역 앞 베이커리 슈크림이 4개 묶음에서 6개 묶음으로 이벤트를..."
"4개건 6개건 지금 1개도 먹으면 안 되는 거 몰라?!"
국화상을 앞두고 체중감량과 하드 트레이닝을 강행하겠다던 아가씨는 어디가고
역 앞의 베이커리에서 산 슈크림을 인적 드문 숲 속에서 먹다 걸린 소녀가 돼도 않는 변명을 하고 있었다.
메지로 맥퀸.
메지로 가의 영애로만 알고 있었던 그녀는 중증 야구광에 단 것을 무척이나 사랑하는 소녀였다.
우연히도 응원하는 팀이 같고 좋아하는 영화도 같아 운 좋게 트레이너까지 될 수 있었다만
사생활은 사생활이고 커리어는 커리어다.
"압수! 슈크림은 압수야!"
"어떻게 그럴 수가! 트레이너씨도 알잖아요? 이번 슈크림은 2개 더 들어간 데다 20g씩 더 많아졌다고 했단 말이에요!"
"어떻게 그걸 알아?! 얼마나 평소에 자주 눈여겨봤으면 개당 g수도 기억하고 있는 거야!"
압수하는 내 마음도 편치 않다.
체중 감량이 고달픈 건 나 또한 잘 알고 있으니까.
"됐어요. 오늘 트레이닝은 쉴 거에요!!!"
정말이나 먹고 싶었는지 눈가의 눈물이 어린 채로 기숙사를 향해 쿵쿵 발을 구르며 갔다.
진흙 바닥에 새겨진 편자 자국을 보니 그 동안 참아왔던 것의 반동이 아녔을까.
착잡한 마음으로 집에 도착했다.
일단 뺏은 슈크림은 냉장고에 뒀다 줄까 생각도 했지만...
2주나 묵혔다 준다고 좋아할 리도 없고 베이커리의 이벤트는 다음주면 끝난다고 했다.
어떤 좋은 방법이 없을까.
맥퀸의 다이어트를 같이 겪는 마음으로 산 0kal 젤리를 먹던 도중 생각했다.
비교적 저칼로리의 간식은 괜찮지 않을까?
아니, 지금 잔뜩 토라진 맥퀸에게 시중에서 파는 걸론 부족하다.
직접 만들어보자!
그렇게 찾아보던 중 물방울 떡, 한천과 물로만 빚는 간식을 발견했다.
평소에 즐기는 양과자와는 거리가 멀지만 칼로리도 낮고 생긴 거도 귀여우니 괜찮을지도 모르겠다.
아직 시간은 있다. 빨리 마트로 가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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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천을 준비하고 같은 양의 설탕을 준비...라고 하지만
설탕이 젤라틴 반응에 필요한 물질이 아니므로 자일로스로 대체,
한천 양의 40배정도 달하는 물을 부어서 한천이 녹아 보이지 않을 때까지 저어준다.
끓기 시작하면 틀에 넣고 냉장고에 30분.
야밤에 뭘 만들려니 귀찮고 배고프지만
레이스를 뛰는 맥퀸은 더 힘들었겠지.
냉장고에서 잘 굳은 물방울 떡을 보니 내심 뿌듯해진다.
..6개는 만들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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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이닝이 끝나면 할 말이 있어. 읽는다면 트레센 학원 정문으로 와줘.'
문자를 보냈지만 아직까지 읽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오늘 보는 건 무리일까...
기다리고 기다려도 맥퀸은 오지 않았다.
맥퀸이랑 사이가 좋은 말딸은 없으려나...
"오! 거기 트레이너! 망부석 데뷔라도 하려는 거야?"
돌아보니 키 크고 무엇인지 모를 모자를 쓴 우마무스메가 보였다.
맥퀸과 죽이 맞았던 모습을 생각하니 그녀라면 이 간식을 전해줄지도 몰라.
"저기 몇 번 안 본 사이에 부탁하긴 그렇지만..."
이야기를 들은 그녀는 불현듯 배시시 웃더니 꽤나 미려한 동작으로
"이 스위츠는 제가 접수받았사와요." 라는 말과 함께 부탁받은 간식을 들고 부리나케 기숙사 쪽으로 뛰어갔다.
다행이다, 맥퀸이 기뻐해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