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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딸) "다이아몬드한테 들켜선 안될걸 들켰다." (괴문서)




내가 훈련장 근처 벤치에 두고 온 핸드폰을, 대신 찾아다 가져다주겠다며 다이아몬드가 나선지 벌써 5분이 다 돼 간다.
다이아의 트레이너가 된지 벌써 2년. 부잣집 영애님이 갑자기 나보고 트레이너로 고용하겠다며 들었을땐, 역시 온실 속 화초라 제멋대로고 거만할 줄만 알았다.
그런 내 생각은 그야말로 편견이었다. 예의바르고 싹싹하고 날 엄연히 어른이자 교육자로 대해준다. 별거 아닌 부탁도 들어주고, 이따금 아이처럼 어리광부리며 부탁도 해온다. 선생된 입장에서 이런 학생이 어찌 귀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러니, 그저 근처 벤치에 갔다오겠다는 애가 한참을 돌아오지 않으니 걱정이 안되겠나?
"다이아! 어디갔어~!"
큰 소리로 찾은게 부끄러울 정도로, 다이아몬드는 굉장히 뻔한 곳에 있었다. 내가 핸드폰을 두고 온 장소 그 자리 그대로였다.
물론 뜻 밖의 모습이었다.
내 핸드폰은 벤치 위에 그대로 놓여있다. 그 앞에 다이아는 바닥에 쪼그려 앉아있다. 그리고 그녀의 옆에 떨어져 있는 것은 내 낡아빠진 지갑. 그것도 펼쳐진 채였다.
'어라, 그러고보니 지갑도 같이 두고 왔던가.'
이따금 말딸들이 트레이너의 소지품을 뒤적거리는 일이 있단건 알고 있다. 그저 소녀의 호기심 때문이기도 하고, 트레이너의 소지품을 부적으로 삼고 싶다고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가끔 독점욕이 강한 말딸들은 트레이너의 일거수 일투족을 통제하려고 그러기도 한다고.
다이아몬드도 아마 호기심이 동했겠지. 홀로 놓여있는 핸드폰은 잠금이 걸려있다고 쳐도, 지갑은 그냥 손대면 펼쳐지니까. 그래서 아마 내 지갑을 만지작 거린 모양이었다.
그런데, 쪼그려 앉은 다이아몬드는 한 손으로 입을 틀어막은채 놀라고 있었다.
'내 지갑이 생각보다 돈이 적어서 놀랬나?'
부잣집 아가씨라 그런가, 하고 좀 더 자세이 다가가보니, 다이아의 반대편 손에 들린 물건이 어렴풋 보였다.
'...아뿔싸!!!'
몇 달 전 트레이너 연수를 갔다온 일이 있었다. 1박 2일에, 연수원에서 제대로 된 숙소를 제공해주지 못해서, 근처 숙박업소에서 하루 묵은 일이 있었다. 난 내 친구랑 같이 돈을 나눠, 가까운 모텔에서 묵은 적이 있었다.
그때 모텔 방에 비치되어 있는 걸 주웠다. 콘돔을.
친구가 그걸 발견하곤 박장대소하며 나에게 던져주었다. 어따 쓰냐고 욕을 해주니, 그걸 지갑에 넣어두면 금전운이 들어온다는 속설이 있다고 알려주며, 내 지갑에 억지로 쑤셔넣었다.
그러곤, 잊어둔채 지갑에 넣어뒀었는데...
그 콘돔을, 다이아가, 발견했다.
"다이아몬드!!!"
난 허겁지겁 달려갔다. 다이아도 날 발견하곤 놀라 엉덩방아를 찧었다.
"그, 그, 그.... 그건...! 그!"
"트, 트, 트... 트레이너 씨...! 이, 이건...?"
다이아가 여전히 콘돔을 쥔 채로 일어서며 나에게서 멀어진다.
"이건, 그... 성인분들 끼리... 그거...죠?"
"그렇긴 한데..."
"설마, 트레이너씨... 교제하시는... 여성분이랑..."
다이아의 얼굴이 순식간에 납빛이 된다. 수치심을 느끼는 거구나 싶었다.
"아, 아냐! 교제라니! 난 여자친구도 없고..."
일단 실제로 그 행위를 위한게 아니란걸 못 박아야겠다 생각했다. 실제로 여친도 없거니와, 그런 행위를 조금이라도 암시했다간, 이 중학생 소녀에게 끔찍한 성희롱으로 느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 그건 애초에 내가 넣은게 아니라 내 친구가...!"
난 허겁지겁 콘돔을 지갑에 넣으면 금전운이 들어온다는 속설이 있다고 설명했다. 굉장히 바보같은 속설이지만, 그런 이유로 친구가 콘돔을 내 지갑에 넣었고, 그대로 까먹었다는 설명이었다.
"그, 그러니까! 다이아가 생각하는 그런... 그, 그런 일이 아니니까! 너무 놀라지 말고..."
"그런 거였군요..."
고개를 푹 숙인채 다이아는 가만히 있다. 여전히 창피해하는 것도 같다.
"그랬군요... 후훗."
여전히 들고있던 콘돔을, 갑자기 손에 꼭 쥐며 다이아가 웃는다.
"다이아...?"
"후훗, 뭐야 그런거였어요? 어머, 후후... 여자가 아니라... 그저 돈이었군요?"
"다이...아...?"
"후후훗. 금전운이라니. 후후후후후후후후후..."
다이아가 수상할 정도로 웃어댄다. 조곤조곤한 그녀라 그렇지, 지금 이 정도면 박장대소에 가깝다.
"진작 말씀하시지. 돈이 필요하신 거였군요? 그 정도면 어려울 것도 없죠."
다이아가 슬금슬금 다가온다.
"정말이지, 걱정했지 뭐에요? 트레이너씨는 그런 거에 휘둘리지 않으면 어쩌지, 하고. 게다가 이런게 있으니, 이미 성인 여성과 함께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다가온 다이아가 한 손으로 내 가슴팍을 쓰다듬는다. 이 소녀에게 성희롱하려는 걸 피했는데, 이젠 내가 성희롱 당하고 있다.
"그런 문제라면 걱정 안 하셔도 되는데. 돈이 필요하시다구요? 그런 걸 위해서 이런 물건까지... 후훗. 제가 해결해드릴게요."
"...네?"
"돈이야 얼마든 드릴게요. 차마 다 세어보지도 못할만큼 금전을 지갑에 넣어드리죠. 거기다 더불어 이 물건..."
다이아가 콘돔을 들어보인다.
"이 물건도 제 용도를 찾게 도와드릴게요. 후후훗."
다이아가 내 손을 잡고, 콘돔을 쥐여준다. 그러곤 날 끌어당기기 시작한다.
"자, 트레이너씨? 부끄러워마세요. 여기 있잖아요? 당신의, 금. 전. 운? 끌어안고 놓지 마시라고요?"
콘돔을 지갑에 넣어두면 금전운이 들어온다는 속설이 있다고 한다. 난 그날, 분명히 엄청난 금전운을 내 안에 품었다. 아니, 금전운이 나를 품었다. 아마 다신 빠져나가지 못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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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돔에는 유통기한이 있으므로, 지갑에 오래 넣어두고 방치하면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고 합니다.



ps.

아이디어 떠올라서 무작정 괴문서 쓰는건 좋은데 쓰고나면 이게 뭔가 싶음

댓글
  • 배니시드 2022/08/19 21:28

    그게 바로 괴문서임


  • 사토노 다이아몬드
    2022/08/19 21:21

    올ㅋ

    (NpE05I)


  • 루리웹-2932565409
    2022/08/19 21:23

    누가 망가로 그려줬으면!!

    (NpE05I)


  • 배니시드
    2022/08/19 21:28

    그게 바로 괴문서임

    (NpE05I)


  • 루리웹-6885585758
    2022/08/19 21:29

    사토노 가문이 말딸 세계관 내에서 명문 메지로 가문도
    한 수 접는 초유력 가문이라던데 거기 잡혔다면...

    (NpE05I)

(NpE05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