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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학원에 보내지 않으면서 불안에 떨지 않는 저만의 비법(?)

전 14살 아들을 두고 뒤늦게 둘째를 임신해서 
회사도 때려치고 집에서 입덧생활을 누리는 중년입니다.
입덧으로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멍때리다 문득
난 왜 애가 중1인데 미친듯이 노는데도 불안따위 없나
심심해서 정리해봄(무뜬금 음슴체)
1. 지금까지 사교육
태권도, 수영, 피아노, 과학교실, 플룻 등 본인 취미생활로
보내달라고 하면 '성실히' 다닐 것을 약속받고 보내줌
그 외 10살에 학교영어 수업 어렵다고 스스로 보내달라고 해서
영어학원 6개월 보냄. 6개월 후 이제 된 거 같다고 해서 끊음.
5학년 방학 때 두달, 지금 세달 본인 요구에 따라 수학과외 해봄.
2. 전제 
 우리 부부는 교육철학을 철저히 공유함. 바로..."흥 대학따위...가고 싶거나 필요하면 가는 것. 스카이 = 성공의 발판 공식따위 개나줘" 마인드 철저. 자동으로 교양교육 외 대학입시를 위한 모든 과정은 우리 소관 아님. 애가 필요하다고 요청하면 해줌
3. 대화
이게 핵심.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부터 아이에게 훈계식 대화 안함. 아이가 걸어오는 말에 뻔한 교육적 대답도 내놓지 않음. 그러면 재미없어서 부모랑 말 안하게 됨. 친구랑 아무 말 대잔치하듯이 그냥 쉽게 떠들고 노는 수준이 되어야 함. 대화는 거의 농담과 유머, 아이 학교생활 들어주면서 맞장구로만. 그러면 애가 부모랑 대화하는 게 지겹거나 짜증스럽지 않음. 점점 자기 고민도 말하게 되고 자기 생각을 점점 더 말해줌. 본인 취미생활도 적극 말해줌(내가 관심없는 분야인 힙합, 애니, 마술, 자전거 얘기할 땐 허벅지 찔러가며 들어줌. 지겨워 죽음ㅡ.ㅡ 들어주는 게 보통 어려운 일 아님. 하지만 우리 부부가 해주는 유일한 인내심이 이거임) 어느새 아이는 본인이 새로운 기쁨을 발견하면 가장 먼저 말해주고 싶은 사람이 아빠나 엄마가 됐음. 
4. 대화로 유추하는 아이의 지성수준
아이가 엄빠랑 어떤 얘길해도 거부감이 없다는 게 느껴지면 한번씩 수업시간에 뭘배우는지 물어봄. 이번 주 수학시간 주제가 뭐였냐, 과학시간은? 국어는? 영어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한과목씩 물어보는 거 같음. 그러면 뭘 배우는지 말해줌. 들어보면 알게 됨. 얘가 이해하고 말하는지 잘모르는지....수업시간에 집중해야 효율적이라는 말은 자주해줌. 그때 한눈 팔면 무식하고 교양없어진다고 협박함. 또 뉴스보면서 사회적 이슈가 있을 때마다 그에 대한 역사적 사회적 배경 얘기도 자주함. 그때 아이의 반응이나 생각을 유심히 들어봄. 어느 정도의 사고력을 갖춘 상태인지. 
그 결과 우리 아이는 14살에 수준으로 잘 배우고 있다는 확신이 듬. 이런 마당에 시험성적이 절대 가치일 수가 없음. 성적이 부수적이라고 생각하면 학원을 보낼 이유도 없음. 그리고 시간도 없음 ㅋㅋㅋ 10시에 자는데 그 전에 운동가고 자전거 묘기 익히고 게임하고 저녁 먹으면 진짜 시간 없음.
5. 결론
혹시, 저희처럼 좋은대학이 꼭 중요한 것 같지는 않은데 다들 학원을 보내니 불안해서 안 보낼 수도 없고 헷갈린다 싶으신 부모님이시라면
1. 아이랑 말장난 많이해서(절대절대 제발 가르치지 말 것) 대화량을 극도로 높인다. 2. 대화를 통해 아이의 수준을 가늠해본다. 3. 부족한 게 느껴지면 같이 관련 책, 영화 보면서 또 대화를 한다.
이러시면 됨. 그럼 학원 안 보내고 팽팽 노는 걸 봐도 아이고 저 자식이 학력부진으로 똥멍충이가 되려나 불안하지 않음. 

댓글
  • 난? 2017/06/08 12:59

    저도 비슷한 마음으로 방법으로 키우는 중1엄마입니다. 우리 아이는 엄마아빠 안 싸우고 시험 성적에 안달 복달 안하는 엄마아빠가 고맙고 자랑스럽다며 미친듯이 노네요^^ 참고로 우리아이는 그림이 취미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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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리하다 2017/06/08 13:26

    엄청 현명하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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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lyhigh 2017/06/08 13:43

    이렇게 키우고 싶은 부모로서 많이 도움이 되는 글입니다. 고맙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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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ns0218 2017/06/08 14:04

    특히나 3번 공감해요 저희 부모님도 저나 제 동생한테나 본인얘기도 많이하시고 저희얘기도 빠짐없이 들어주세요 시시콜콜한 얘기 조금은 껄끄러운얘기가치관 정치얘기 모두다요 조금 과장하자면 비밀없이 거의모두 얘기하려고 노력해요 그러니까 전혀 부모님과 대화하는데 있어서 거리낌이 없어요 어떤얘기던지 부모님은 들어줄 준비가 되신 분들이라는 생각이 밑바탕에 깔려있거든요 생각이 맞지 않을 때에도 그냥 다른 생각을 인정해주세요 넌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이렇게요..지금은 저도 결혼해서 아이 키우느라 바빠서 전만큼 자주 대화나누지는 못하지만 오랜만에 뵈도 전혀 거리감이나 어색함은 느껴지지 않네요 아마 오랜대화가 쌓여있으니 가능한거겠죠 작성자님  아드님도 저와같은 마음일거라고 생각해요ㅎㅎ내가 무슨얘길 해도되는 든든한존재 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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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꿈꿈 2017/06/08 14:57

    초2엄마인데 배우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대단하신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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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세자 2017/06/08 15:26

    큰아이가 고2입니다. 같은 마인드로 아이키우고 있어요.
    저는 다만 학력이 떨어진다 하여도 크게 상관하지 않습니다.
    아이가 셋인데 공부 하는놈도 있고 진짜 맘편히 노는놈도 있어요. 저는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모든 사람들이 다 서울대 가고 다 삼성가면 그렇게 갈 수도 없지만 나라가 잘 돌아가지 않는다. 공부 못해서 너희가 편한 사무직이 아니더라도 어떤일을 하는데 너희만 행복하면 된다. 설령 그 일로 결혼을 못하게 된다거나 하더라도 엄마는 게의치 않겠다. 대신 어느정도 나이가 됐을때 밥벌이는 해야한다. 공부 싫으면 기술 배워라. 이렇게 말해요. 우리집 고딩1. 중딩2인데 인생이 행복하다고 합니다.

    (ria5b9)

  • charge 2017/06/08 15:36

    우리 조카도 비슷한환경에 크고있어요.. 중1인데 수학이 많이 부족해서 수학 공부방 다니는것외에는 성우교실이라거나, 발레,피아노, 바이올린, 미니어쳐 만들기 등등 취미랑 관련있는 것들 위주로 배우더군요..본인도 꿈이 웹툰작가이고.. 본인이 그린만화 편집해서 유투브에 올리고, 일본애니에 막자막(번역막틀림 ㅋㅋ) 직접 달아서 올리고 하는둥.. 저희는 하지도 못하고, 할수도 없는일을 잘하는걸 보면 잘크고 있구나 싶어요..인생의 중심에 대학이 있다고 생각하지않으면 많은부분에서 자유로워 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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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이젠베르그 2017/06/08 15:46

    좋은 부모들 많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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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쁜말폭격기 2017/06/08 16:10

    진짜진짜 대단하세요! 제가 꿈꾸는 부모의 완벽한 버전인 것 같아요. 저도 비슷하게는(?) 키워졌지만 아무래도 세대가 다르다 보니 조금은 기존 교육을 중시하게 되더라구요. 물론 그게 나쁘다기 보다는 제가 그런 루트에 안 맞는 사람이었다면 제 어린 시절은 불행했을테니ㅠㅠ 학원 보내는 것도 비슷했어요. 중학교 이후로 종합학원을 다니긴 했지만...여튼 정말 대단하세요! 아이의 말을 들어준다는 것, 정말 중요하니까요. 작성자님 가족 언제나 행복하시길!!

    (ria5b9)

  • 미스터빅샷 2017/06/08 16:28

    애는 그럼 방과후에 머하는건가요
    요샌 공부 잘하라고 보내기보단
    부모는 맞벌이하느라고 학교끝나고
    가 있을곳을 만들어주려고 보내는 경우가 많아서

    (ria5b9)

  • 젤유♡ 2017/06/08 16:29

    진짜 제 워너비세요♡-♡
    우래기들 이렇게 키우고싶네요~~!!
    글 지우지말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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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꼴뚜기2 2017/06/08 16:30

    대단하세요
    6세 남아인데 어렸을때 이웃 엄마가 애들 영어 흘려보내기를 하루에 한시간은 해줘야된다는 말부터 시작해서
    주변에서 사교육 시키는 얘기 들려올때마다 시키지는 않지만 계속 내가 애를 방치하는것 아닌가 하는
    막연한 두려움에 떨면서 살고 있어요 ㅜㅜ

    (ria5b9)

  • 슬픈다람쥐 2017/06/08 16:38

    좋은정보 감사드립니다.

    (ria5b9)

  • ▶CONTAX_S2◀ 2017/06/08 16:39

    7세 2세 아빤데요
    저위에 씌여진 것과 공부가 과연 양립이 어려울까요.... 고민입니다.

    (ria5b9)

  • pubrock 2017/06/08 16:45

    근데 공부는 본인의 의지가 중요한 것 같아요.
    저도 학원 다녔는데 생각해보면 영어 수업은 항상 잘 듣고 또 잘했음. 그리고 수학 수업은 기억도 안나고 들어도 모르고 못했음.
    학교에서도 마찬가지였고 생각해보니 제가 영어를 좋아하고 잘한건 제 흥미 사항이었고 즉 저의 의지였음. 수학시간에 집중못하고 못한건 제가 흥미가 없었고 따라서 의지도 없었음.
    그냥 엄마가 학원 가라니깐 간것이었음...
    제가 수학을 잘해야겠다는 의지가 있었더라면 학원에서도 잘 들었을거였음...ㅜㅜ
    결론은 자기가 학원 가고 싶어야지 효과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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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조]능구렁이 2017/06/08 16:52

    문제는 사회는 국영수로 아이들 지식 수준을 측정해요.
    부모님 생각은 올바른데 사회 제도는 그렇지가 못해요.
    전 갈수만 있다면 유럽쪽으로 가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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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멋진돼징 2017/06/08 16:52

    역시 부모가 똑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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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까만안경 2017/06/08 16:55

    5세 아빠입니다 집에서는 무조건 놉니다. 대신 애 엄마가 놀이방 테이블위에 책이나 그림그릴수있는걸 올려놓습니다.
    그러면 애가 관심을 가지면 하고 아니면 안하고 그런식으로 교육하고 있어요~
    한글도 웅X에서 일주일에1번 한 15분 정도 선생님이 오셔서 가르쳐주시는데 아이 의견을 물어보고
    하고 싶다고하고 하는데 재밌어해서 하고 그 이외에는 놀립니다~~
    저도 크면서 못하는 공부 공부 소리가 실증나서
    애는 애답게 놀면서 키우고 싶은 애아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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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래기엄마 2017/06/08 17:02

    정말 제가 추구하는.바대로 가르치시고 계신 인생선배님 말씀같아서 스크랩했습니다^^ 지우지 말아두세요~~ 우래기아빠랑 같이 볼께요^^ 더불어 순산하시길 기원하겠습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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