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넋두리...

한 십여년 만입니다. 집 앞이 아닌 곳에서 직거래 하겠다고 짊어 메고 나갔다가 바람 맞은게요.
그땐 멋 모르는 20대였고, 사람을 너무 믿었죠.
퇴근시간 2호선 지옥철을 뚫고 직거래하러 가서 플랫폼에서 한시간을 기다리면서
잠수 타버린 구매자를 미워하며 다신 팔러나올때는 멀리 나가지 않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 원칙을 지키면서 마음의 평화를 잘 유지해왔습니다. 집 앞 직거래야 뭐 상대방이 펑크내도
잠시 기다린 시간만 아깝지 몸이 피곤한 것도 아니요. 오랜시간을 버린것도 아니니까요.
오늘 그 원칙을 깼습니다. 얼른 처분하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것 같고
두 가지 물품을 한번에 사겠다는 제안에 솔깃했던 것 같습니다.
누구나 그렇듯 판매가는 이미 손해를 보고 시작했지만 네고도 몇만원 해주었습니다.
카페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30분 동안 상대는 연락조차 없었습니다.
오고 있냐는 문자에도 답이 없었습니다.
일어서면서 취소하는 말 한마디가 그리 어렵냐고 마지막 문자를 보냈는데 거기에 답이 오네요.
급한 일이 생겨서 죄송하다면서, 지금 가면 언제 도착하는데 혹시 가능하시냐면서.
저도 압니다. 사람이 급한 일이 생길 수도 있죠. 저도 상 치르면서 아예 거래를 까먹어버린 적도 있습니다.
회사 생활하다보면 이런저런 일 생길 때도 있습니다. 이해는 합니다.
하지만 상대에 대한 배려가 있다면 일이 터짐과 동시에 거래를 취소하자고 했었어야겠죠.
마지막에 늦게라도 가겠다는 문자를 보니 거래 장소에서 1시간반 정도 떨어져 계신 분인 것 같은데
그럼 8시반 약속이면 7시에 이미 출발했어야 하고, 거래 취소를 하거나 양해를 구할 시간도 1시간 반이나 있지 않았겠습니까.
연이 아닌 것 같다고, 일 마무리나 잘 하시라고 답장을 보내고 집에 돌아왔습니다.
저는 이 약속에 간다고 저녁도 못 먹었습니다. 아내가 냉동피자 데워서 맥주 따라주고 아이 재우러 들어갔습니다.
헛된 약속을 지킨다고 저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게 더욱 못나게 느껴집니다.
올해 불혹이 되었는데, 제대로 유혹에 당하고 말았습니다. ㅎㅎㅎ


img033.jpg
@ 부여 홍산현 관아 객사 앞
bessa r2s, 21 biogon, vista200, 팔레트 현상소, v700 스캔
댓글
  • 그레하 2022/06/20 22:37

    저런류는 살생각이 없는 사람들이에요ㅜㅜ
    그리고 아무리 급해도 판매자는 구매자쪽으로 가는게 아닙니다
    저도 직거래 몇번 바람맞고 절대 깨지 않는 원칙입니다
    직거래 파토내는 사람들 꼭 저런식으로 반응하더라구요(99.9%)
    연락 안되는 순간 선택을 해야되죠
    연락안되서 구매의사 없는걸로 알고 돌아간다고...
    웃긴건 그 문자에 답장 안오던 일을 겪었죠
    똥 밟았다 생각하시고 푸욱 쉬시길...

    (zJ6SR3)

  • 우리소리 2022/06/20 22:42

    네 저도 하루 이틀 짬은 아닌데, 이번에 뭐가 씌었는지 혹했다가
    보기 좋게 나가 떨어졌습니다. ㅎㅎ 뭐 딱히 아주 급한 것도 아니었는데요.
    십여년 만에 룰을 깼다가 좋은 꼴 당했으니 앞으로 잘 지켜야죠.
    그래도 조언의 말씀 감사합니다.

    (zJ6SR3)

  • LEICA 2022/06/20 22:41

    정말........에휴.......
    고생하셨습니다.

    (zJ6SR3)

  • 우리소리 2022/06/20 22:43

    사람이 약아지면서 잘 안겪던 일이었는데요. ㅎㅎ
    위로 말씀 감사합니다.

    (zJ6SR3)

  • 해피네 2022/06/21 10:13

    아직 직거래에서 그런일을 겪어보지 않았으니...저는 좋은 분들만 만나고 있는거군요.
    부여에는 좋은 곳이 많은거 같습니다.
    즐감합니다~

    (zJ6SR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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