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쇼 문물 논란에서 제일 웃긴게 뭐냐면

이 점

"왜 옷과 음악만 가지고 걸고 넘어지냐"

다이쇼 시대에 유행하거나 시작된 옷차림과 음악을 보거나 들으면 눈에 불을 켜면서 난리지만

다이쇼 시대를 탄 나츠메 소세키 문학(대표작,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살짝 일찍 걸침), 아쿠타카와 문학(대표작, [라쇼몽] 거의 걸침)을 걸고 넘어지진 않으며

당연히 그들을 영화/드라마/연극화 한것도 암말 없다.

다이쇼 시대에 시작된 돈까스, 고로케, 카레라이스를 불매하진 않으며

다이쇼 신인형극들,다이쇼 시대의 화풍을 탄 하야미 교수, 쓰치다 바쿠센, 요코야마 다이칸 그림들이나 그 그림풍들

다이쇼 시대부터 어린이 장난감을 넘어서게 된 코케시 인형 공예

다이쇼 시대의 건축방식인 일본에 최초로 자리잡은 유럽풍 흉내낸 건물들이 배경에 나오는 것은 모르고 넘어간다.

귀멸의 칼날이나 바람의 검심이나 사쿠라 대전, ... 이건 그냥 말을 말자.

그런데, 의상 같은건 다이쇼 시대 유행 옷을 살짝 리폼하거나 그 느낌을 따라한 옷만 봐도 바로 발작 버튼이 눌러질 정도로

높은 순혈주의를 강조하지만

그 기준을 문학, 만화, 음식, 건축, 서예, 놀이문화, 공예에서는

놀랍도록 관대한 기준을 적용한다.

나는 '다이쇼 시대가 우리나라의 압제 당하던 시절을 밟고 올라온 화려한 번영의 시대인 만큼 그 문물은 배격하고 싶어진다'

는 논지에도 동의할 수 있다.

그런 관점 역시 나름의 정당성이 있고 설득력이 있다.

단, '다이쇼 시대고 뭐고 신경 안쓴다, 단 내 눈에 다이쇼 복식과 음악만 걸리지 마라'

는 것은 앞에서 말한 그런 순수한 의도가 아니라 다른 의도가 본심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든다는 말이다.

정말로 그런 의도로 다이쇼 문물을 배격한다면,

군국주의의 배격하자는 논지를 펴는 분들이 거의 필수적으로 우리나라 일제 치하 역사에 대해서 능통한 것처럼

다이쇼 문물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능통하고 하나하나 배격하고

그것이 현대적으로 리폼 된 것들도 하나하나 다 찾아서 배격해야 이치에 맞지 않을까?

문화/문물이라는 것은 그렇게 편협하게 일러스트로 가시성을 과시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거대한 흐름의 한 과정이라서 그런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