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남자들을 스스로 군대에 들어가게 만든 전설의 황제.jpg

예나 지금이나 군대에 끌려가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으리라.
하지만 직접 전방에서 구를 일이 없는 높으신 분들에게
현역대상이 모자라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노릇이다.
그리하여 세상에 온갖 기상천외한 징집법이 생겨나기 시작했으니,
전쟁의 역사는 곧 징집의 역사라고도 부를 수 있는 것이다.
이번엔 그 중에서도 러시아에서 있었던 특이한 사례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지금으로부터 300년 전인 대북방전쟁 시절,
러시아와 스웨덴은 부동항을 두고 싸우고 있었다.
요즘이라면 스웨덴이 러시아에 바로 압살당할...

어.... 아무튼 쉽게 막아내긴 힘들겠지만,

이 시절의 러시아는 아직 개발도 안 된 3류 국가에 불과했다.
그에 비해 스웨덴은 30년 전쟁으로 잔뼈가 굵어진 베테랑들이 꽉꽉 들어차 있었고
이러니 숫자만 많고 죄다 제대로 훈련도 안 된 러시아군은
스웨덴의 기습 한 방에 작살이 날 수밖에 없었다.

얼마나 심했냐면, 4만 러시아군 중 8천이 죽고 2만이 포로로 잡히는 동안
스웨덴군이 낸 전사자는 고작 500명 뿐일 정도였다.
기세등등한 스웨덴은 수르스트뢰밍을 씹어대며 모스크바로 진격했고,

러시아인들은 점점 가까워지는 생선 비린내를 맡으며 공포에 질렸다.

러시아는 이대로 망할 수 없다며 신병들을 고기방패로 쓰려고 했으나,
두 가지 문제점에 가로막혀 이 방법도 써먹을 수 없게 되었다.

그 중 첫 번째는 전쟁사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는 재정 문제였지만

후자의 경우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심각한 일이었다.

일단 누굴 징집해야 하는지, 징집이 가능한 조건인지부터 알아야 하는데
당시 러시아에는 주민등록증은 커녕 토지장부 하나 없었다.
분명 사람은 있는데 징집을 못한다.
영장을 보내려면 최소한 주거지 주소라도 알아야지.
주민등록도 안 된 사람한테 영장을 들이밀어봤자 어쩔 셈인가?
이 답도 없는 산 넘어 산인 상황에서, 당시 러시아를 이끌던 표트르 대제는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기상천외한 아이디어를 낸다.

"야 아예 걔네들이 군대로 오게 하면 어떠냐?"

한 마디로 자원입대를 받자는 것이었다.
당연히 바보같은 생각으로 들렸다.
당연히 누가 아쉬워서 군대에 제발로 들어가겠냐는 따짐이 들려오자

이에 표트르는 참 러시아스러운 대답을 내놓는다.

"아쉬운게 없으면 아쉬운 걸 만들어주면 되지."

그리고 곧 술에 죽고 술에 사는 러시아인들 입장에서는
지구종말과 다름없을 정도의 대재앙이 일어난다.

전 러시아의 가정에서 보드카의 생산이 금지되어

국가가 모든 제조와 판매할 권리를 독점해버린 것.

그런데 보드카를 먹지 못해 미쳐 날뛰는 러시아 사람들에게 어느 순간부터

군대와 노동현장에서는 무료 보드카가 배급된다는 명령서가 곳곳으로 퍼져나간다는 소식이 들려왔고...

이내 러시아의 모든 호국요람이 꽉꽉 차다 못해 터질 지경이 된다.

그렇게 수르수트뢰밍을 씹어대며 당당히 쳐들어온 스웨덴군은
보드카를 물고 달려드는 꽐라들에게 그야말로 개박살이 나버린다.

죽여도 죽여도 끝이 없다.

한 꽐라를 쏴도 그 자리를 열 명의 꽐라가 대신하는 판국이니
전술이 아무리 우월해도 보드카병 러쉬에 버틸 수가 없었다.

그렇게 표트르 대제는 보드카 제조 통제를 통해

세금과 병사 확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 손으로 잡게 되었다.

아무튼 보드카 파워로 러시아 꽐라들은 대승리를 거두었다.
디스 이즈 러시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