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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의료 시스템이 삶의 질을 어떻게 떨어트리는지 알려드릴께요

의료 민영화 때문에 말이 많은데요, 단순히 수가가 올라가는 것 자체는 토론의 여지가 있다고 봅니다. 돈을 더 내더라도 더 양질의 서비스를 받고자 하는 사람은 분명히 있기때문에 이건 단순히 국가가 막는다고 하면 장단점이 있기 때문이죠. 캐나다의 예만 봐도 무료 의료가 무조건 좋다고만은 할 수 없잖아요? 


1. 비싼 의료비 

미국 의료비 비싼거 다들 잘 알고 계시죠. 

 

2. 비싼 의료보험. 

이것도 다들 잘 아시고 계시죠. 저희가족 의료보험 직장가입 수준으로 가입하면 한달 2200불 정도 나옵니다. 치과 별도로요. 


3. 복잡한 billing system. 

병원, 의료보험, 의사들 세 곳에 의해서 치료비가 결정되니 치료받기 전에 받는 견적서는 말 그대로 예상치일 뿐이고 보통 몇십%, 심하면 두세배까지 차이가 납니다. 또한 medical billing 시스템이 뒤죽박죽이다 보니, 같은 치료나 검진을 받아도 간호사가 어떻게 billing을 하느냐 또는 의사가 오더를 어떤 코드를 쓰느냐에 따라서 의료보험이 적용될 수도 있고 적용이 안 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볼께요. 올 초에 건강검진을 갔는데 의사가 C형 간염 검사를 추천한다며 얘기를 했습니다. 10년간 미국에서 살면서 의료비 눈탱이를 많이 맞아본 저는 당당히 '의료보험 커버 되니?' 라고 물어봤고 된다는 대답을 들은 후에 피검사를 하고 집에 왔습니다. 한달 후에 청구서가 날라왔고 다행히 의료보험이 적용되어서 오만원 조금 안되게 돈을 냈습니다. (코페이 $35불, 피검사 보험 적용후 $7불) 여기까진 문제 없죠. 

 

그 다음달 제 아내가 똑같은 병원에서 "다른" 의사에게 건강검진을 받을 때 똑같은 C형 간염 얘기를 듣고 검사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한달 후에 날라온 청구서에는 약 $400불의 금액이 찍혀 있었습니다. 미국에서 병원에서 받는 의료비 청구서 수준 치고는 적은 금액에 제 아내는 그냥 의심 없이 $400불을 전부 냈고, 나중에 제가 발견해서 병원에 전화해서 따졌습니다. 알고보니 의사가 피검사를 오더할 때 "C형 간염 검사" 코드를 건강검진에 딸린게 아닌 일반적인 검사로 집어넣어 보험사에서 보험적용을 reject 했었습니다. 보험사, 병원 빌링 디파트먼트, 의사 모두 서로 책임전가하는 턱에이거 고쳐서 다시 돌려받는데 거의 세달 걸렸습니다. 

 

이렇게 같은 치료를 받아도 중간에 핸들링 하는 사람의 실수나 방법에 따라서 내는 금액이 천차 만별로 달라집니다. 병원 견적서와 청구서 금액이 워낙 다르니 건당 백만원 안쪽의 금액은 그냥 '크게 나오진 않았네' 하면서 확인 없이 내는게 습관이 됩니다. 

 

문제는 2 때문에 요새 보험적용이 적게되는 싼 의료보험사와 상품이 수없이 많다보니 병원에서도 이제는 보험사에 전화해서 미리 보험적용 가부나 범위를 알아보지 않습니다. 이게 문제 3과 만나면  환자 입장에서는 아파서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기 전에 내가 얼마를 내야 하는지 정확히 알지 못합니다. 흔한 질병이나 치료는 경험에 의해서 대략적인 금액이 습득이 됩니다. 아이들 치과치료 이빨 하나당 대략 10-20만원 뭐 이렇게요.  

 

비싼 의료비와 내가 얼마를 내야할지 정확히 모르는 두려움이 합쳐지면 진짜 죽을병이 아니면 병원에 가지 않게 됩니다. 보험으로 100% 커버되는 정기검진은 말 그대로 의사 얼굴 보고 "아프니?" "아니" "그래 그럼 내년에 보자" 수준이고 어디가 아프다고 호소하면 무조건 돈을 내게 되는 시스템이라 조금 아픈 수준이면 지례 겁먹고 병원에 안가서 병을 키우는 경우도 부지기수고요. 

 

의료보험 눈탱이 맞지 않으려면 절차가 아래와 같습니다.

 

1. 보험사에 전화해서 보험 적용되는 스페셜리스트 병원 리스트

2. 병원에 전화해서 약속 잡고 검진에 필요한 메디칼 코드와 검진비 견적받음

3. 보험사에 전화해서 메티칼 코드 불러주고 검진비에서 몇% 보험 적용 되는지 확인

4. 치료 혹은 검진 후 보험 적용 전 청구서 금액 확인해서 견적서 예상 금액과 확인

5. 보험사에서 3번 정보대로 보험 적용 되는거 확인하고 최종 금액 병원에 지불

 

이런 환경에서 10년 넘게 살다보니 이제 아프면 이런거 할 생각에 짜증부터 납니다. 미국에서 차에 치여서 피 철철 흘리면서도 '엠블란스는 안돼' 라고 외쳤다던 일화가 남일 같지 않거든요. 

댓글
  • 라이노르 2022/05/14 01:56

    존나 개ㅂㅅ들밖에 없군요

    (7Ik0BP)

  • 까부남 2022/05/14 03:09

    절대 의료 전기 수도 가스 공항 철도 민영화 안됩니다. 집값때문에 미칠지경인데 거기다 기름 붓는격이지요

    (7Ik0BP)

  • 독대갈 2022/05/14 05:54

    님 같은 경우도 있다곤 들었지만,
    제가 가지고 있던 보험과 지역은 그렇게 까지 어렵진 않았어요.
    요샌 그냥 온라인 검색하면 network 다 나오고, 아님 주치의 referring 해주면 받고 검진비 견적도 따로 안받았어요.
    보험 회사도 많고 종류도 많고 다 알기는 복잡하지만 그냥 보험료 적게 내면 복잡하거나 코페이 많고 제약 많고.
    보험료 많이 내면 그 만큼 편해지고 그러는거 같아요.
    물론 우리나라 보험하고 비교할 바는 안되고요 ㅎ
    하지만 장점이라면 좋은 보험이나 (주로 학교 보험 엄청 좋아요, 가격도 많이 안비싸고요)
    그러면 정말 많은게 공짜거나 거의 돈을 내지 않습니다.
    응급실이나 수술이나 뭐 렌즈 마추거나 마사지, 피티컬 테라피 같은거 하는데 거의 돈을 안냄.

    (7Ik0BP)

  • 아이스하키 2022/05/14 06:38

    미국 개인 파산 원인 1위가 의료비 때문입니다. 제약회사 - 병원 - 보험사가 공고하게 구축한 이익 극대화 시스템에서 개인의 희생 - 불편함이나 돈 - 은 당연한 수순이겠죠. 의료는 보편 타당한 서비스가 되어야 되지 않을까요? 국민이 가난 때문에 굶어죽거나 아파죽거나 하는 상황을 정부나 사회가 막아줘야죠. 그러려고 세금 내는 것이니까요.

    (7Ik0BP)

  • todaydream 2022/05/14 09:02

    예전에 와이프가 후진하던 차량에 치인적이 있는데, 직원이 신고했는지
    엠뷸런스를 타게 되었고 몇가지 검사를 하고선 당일 퇴원했는데 약 10만불
    가량 청구 되었더군요. (한화로 1억 2천...)
    변호사 선임해서 상대 보험사에서 의료비는 다 처리 했는데, 합의금은
    딱 변호사 수임료로 다 쓰고 끝나더군요... 후에 들은 이야기는 왠만하면
    엠뷸런스는 부르지 말라더군요.
    아직 미국에 정착한지 얼마 안되서 변호사 없이 일 처릴 하지 못해서 위로금
    마저 수임료로 다 나가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여튼 과실이 조금이라도 있었
    더라면 큰일 날 뻔 했습니다;;;

    (7Ik0BP)

  • todaydream 2022/05/14 09:05

    회사에서 내주는 것 포함 월 개인당 800불씩 보험료 내는데,,
    본문에서 지적된 것 처럼 뭐 할 때마다 연락하고 알아보고
    잘 못 하면 청구되고... 그래서 보험료를 내면서도 편치가 않습니다.
    한국처럼 아무 생각 없이 편히 이용할 수 있는 그 자체로
    비교가 안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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