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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짓는다는 것 -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작년 3월에 집터 닦기 부터 시작된 집짓기가 이제야 끝났습니다.
사소한 보수작업이 몇 가지가 남아있긴 합니다.
그 동안 소음과 분진을 날리며 집을 짓다 보니 이웃들께 무척 송구했습니다.
가장 큰 피해가 윗집과 아랫집입니다.
다행히 두 분 모두 바다와 같은 마음으로 이해해 주셔서 어찌나 감사했던지..
윗집에 목사님 내외분이 사시는데 바로 윗집이야말로 가장 큰 피해자일 겁니다.
살면서 기독교인들의 독선에 대해 질린 적이 많았습니다만
목사님 내외분을 보면 '아, 종교인은 저런 모습이시구나.'를 새삼 깨닫게 해주십니다.
마주칠 때마다 "시끄럽게 해서 정말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면
한결같이 "신경쓰지 마시고 멋지게 집 지으십시오."라며 흔쾌하게 정말 흔쾌하게 말씀해 주십니다.
아래집에는 은퇴하신 노부부이신데 "죄송하다." 말씀드리면
"집 짓는데 그 정도 소리 안나는 집이 어디 있느냐?"며 괜찮다 하십니다.
정작 '옆 전망이 가려진다'는 도로 건너편 이웃으로부터 잦은 항의를 받았습니다.
그 집도 2층집인데 그 집의 바로 윗집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집을 지었습니다.
그 집의 바로 윗집에 사시는 교수님은 저에게
"앞집이 집을 지은 후 우리는 망했다."며 한숨을 쉬며 하소연하셨습니다.
건축자재 내리는 크레인이 올 때마다 미리 문자를 보내드립니다만
경황이 없어서 깜빡 잊고 보내 드리지 못한 적도 있었습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도대체 언제 끝나느냐?"며 화를 내기도 하십니다.
이렇게 항의하시는 이웃 중 한 집은 집을 두 번이나 짓고 허물고 했으며
(당연히 그 집의 집짓기는 하루 이틀에 끝나지는 않았음.)
2천평 가까이 되는 땅의 정원공사를 일 년이 넘도록 진행했습니다.
다른 한 집 역시 복토용 흙을 들이거나 소나무 전정할 때 크레인 불러서 도로에 고정하고 작업하기도 했습니다.
당연히 저희는 나갈 일 있어도 미루고 기다려드렸습니다.
그렇다고 저희 집이 이기적으로 땅을 높혔다든가
3층집을 지었다든가 영업용 팬션을 지은 것도 아닙니다.
그 분들도 집을 지었듯이 비슷한 규모로 비슷한 높이로 지었습니다.
경사진 집터를 편편하게 조성하면서 앞쪽은 복토를 하고 오히려 뒤쪽은 상당 부분을 깎아냈습니다.
뒤 쪽을 깎아내니 뒷집 진입로 하단의 콘크리트 옹벽 기초가 드러나 레미콘을 부어서 보강했을 정도입니다.
그 두 집이 집을 지을 때 건축주께서 청소에는 도통 관심이 없으셔서 도로 청소를 제가 했습니다.
혹시 못이라도 떨어져 타이어 펑크라도 나면 이웃 간에 배상해 달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인지라
집게 들고 다니면서 작업자들이 버린 담배꽁초와 작업용 장갑, 음료수병과 일회용품을 줍곤 했습니다.
저희 집 건축 기간 동안 저는 하루도 빼먹지 않고 도로 청소를 했습니다.
일 년의 기간 동안 집을 지으면서 건축주로서 정말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이 어찌 안 들겠습니까?
저희 동네는 개발업자가 바둑판식으로 분할한 단지가 아니라서 각 필지들이 넓직한 편입니다.
그렇다해도 근처에 집을 짓는 현장이 있다면 당연 불편하고 괴로우시겠지요.
인위적으로 자기 땅만 높인다면 이웃들로부터 지탄을 받아 마땅한 일이겠지요.
저희 마을은 산 중턱에 자리하고 있어서 완만하게 경사져 있긴 합니다만
앞집이나 옆집이 집을 지으면 일부 전망이 가려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푸른 수목만 보다가 집이 떠억하니 가로막고 있으니 저였어도 속상했을 겁니다.
그러나 이 현실을 받아들이기 싫으면 앞, 뒤, 옆 땅을 모두 매입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나는 되고 너는 안 된다.'는 건 전형적인 내로남불.
이미 설계도면이 관청으로부터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적법하게 허가를 받았고
항의한다고 결정된 집짓기를 멈출 수도 없는 일이고 서로 감정만 상하는 일일 텐데..
집을 다 짓고 난 후에 드는 정말 아쉽고 아쉬운 대목입니다.
이런 세태에도 불구하고ㅡ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 주신 윗집 목사님 내외분과
아랫집 어르신 내외분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본디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운 법인데..
나이들어 갈수록 '사람보다 자연이..'가 되어 갑니다.
사람에게 지친 마음을 토닥여주고 품어주는 너그러운 자연에 감사함을..
아래 편지글과 함께 마을에 떡도 돌렸습니다.
안녕하세요.
작년 4월부터 시작된 집짓기가 이제야 마무리 되었습니다.
그 동안 소음과 분진을 견뎌주셔서 송구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넓으신 아량으로 이해해 주심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웃의 배려로 지어진 집에서 잘 살겠습니다.
모쪼록 건강하시고 가정에 행복이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2022년 4월 *** ***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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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집사람은.그럴꺼면 외딴 산골오지에나살지..
고생하셨습니다
앞 집 아니고 8미터 도로 길 건너 옆집입니다.
경사져 있는 땅이라 옆집이 신경쓰일 정도는 사실 아니거든요.
감사합니다. ^^
꼬박 1년이란 시간을 소비하셨군요,,,암튼 고생하셨네요
본채는 작년 11월 말에 준공이 났는데 뒤편 창고 증축때문에 늦어졌어요.
양평은 시골이라 허가 받지 않고 창고나 보일러실을 만들어 사용하는 실정입니다.
양평군청에 문의했더니 농촌지역이라 무허가 창고를 단속하지는 않지만
민원이 들어오면 단속한답니다.
그래서 정식으로 증축 허가 받고 짓느라 공기가 늘어났습니다.
감사합니다. ^^
어딜가도 자기만 생각하는 그런 사람 있습니다. 어쩔 수 없죠.
어쨌든 공사 잘 마무리되셨으니 축하드립니다. 집이 아주 멋져보입니다^^
축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그 집 규모와 높이가 저희 집 규모와 높이와 거의 같거든요.
집들이 하셔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