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님, 자넨가?"
"아르님?"
"잠깐!"
"문은 이 쪽에 있습니다."
"아아, 예."
"졸라 박사를 찾는데, 보셨소?"
"아아, 졸라 박사요? 아니요 못 봤습니다. 아무도 없던데."
"아, 죄송합니다."
"우리 만난 적이?..."
"어, 없어요. MIT에서 왔습니다."
"아, MIT. 이름이?..."
"하워드요."
"기억하기 쉽겠는데요?"
"하워드, 포츠요."
"난 하워드 스타큽니다."
"예..."
"손가락은 뽑지 마세요."
"아, 예..."
"안색이 안 좋아 보이는군요? 포츠 씨."
"괜찮아요. 업무량이 많아서요."
"흠, 나가실까요?"
"....."
"포츠 씨?"
"아 예. 저 그게...".
"저 쪽입니다."
"알았어요."
"가방 가져가야죠."
"혹시 당신도 비트족입니까?"
"꽃다발에, 절인 양배추까지. 오늘 데이트 하세요?"
"아내가 임신 중이라서요. 꽃은, 야근에 대한 사과고요."
"축하드립니다."
고마워요."
"잠깐만요."
"아, 주세요."
"얼마나 됐죠?"
"아, 글쎼요. 아... 내가 쩝쩝거리는 소리도 못 참는 단계에요."
"오늘도, 구석에서 저녁을 먹을 것 같아요."
"저는 딸 하나에요."
"딸이면 좋겠네요. 날 빼다박을 확률이 적을테니까요."
"아니 닮는 게 어때서요?"
"나를 닮으면, 남보단 자기의 이익이 더 중요하겠죠. 자신이 먼저일겁니다."
"아기의 이름은, 정하셨습니까?"
"아들이 태어나면 '앨몬조'가 좋겠다더군요."
"하! 시간이 많으니 신중하게 생각하시죠."
"알겠소."
"아, 하나만 물읍시다. 애가 태어날 때, 긴장 됐나요?"
"엄청요."
"아하."
"자격은 있는 것 같았고요? 어떻게 하면, 그 애를 잘 다룰 수 있는지 알겠던가요?"
"아 그건, 겪다 보니까 어떤 건지 알겠더군요. 우리 아버지가 하셨던 걸, 생각해 보면."
"우리 아버진 매로 모든 걸 해결하는 분이었소."
"우리 아버지도, 엄하셨죠. 지금 생각해 보면, 좋은 면만 기억나요. 좋은 말씀도 꽤 해주셨고요."
"그래요? 예를 들면?"
"한 번 놓친 기회는 억만금으로도 살 수 없다."
"현명하시네요."
"열심히 사셨죠."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지만, 걔를 위해서 뭐든 할 거요."
"만나서 반가웠소."
"저도요, 하워드. 다 잘 됄 겁니다."
"모든 게 다, 고마워요. 나라에 큰 일을 하셨어요."
"자비스."
"저 사람 본 적 있어?"
"워낙에 지인들이 많으셔서..."
"너무 낯이 익어. 수염도 웃기고."
'어벤져스 : 엔드 게임'에서 가장 감동적이고 여운이 많이 남는 장면이라는 나는 이 장면을 꼽고 싶은데, 토니 스타크가 평생을
마음 속의 무거운 짐과 응어리를 진 채로 살아왔던, 아버지에게 자신의 진심어린 마음을 전하는 부분을 해소하고 갔기 때문임.
어찌 보면 오로지 자기 자신만을 위해서 이기적인 삶을 살아왔던 토니 스타크가, 1970년도의 과거의 아버지를 만나게 되면서
가치관을 확립하고 남들을 위해서 숭고한 희생을 하게 된 계기가 되었기도 하고. 그래서 나는 저 씬이 참 감동적이고 여운도 많이 남았어.
게다가 라워드 스타크가 아버지로서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라서 어쩔 줄을 몰라할 때, 아들인 토니 스타크가 그걸 조언해 준 부분은
상당히 훈훈한 장면이었고. 엔드 게임의 런닝 타임이 매우 길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라고 하면 나는 저 부분을 꼽음.
특히 오늘이 어버이 날이기도 한지라 하워드와 토니 부자의 해후는 뭔가 여운이 많이 남더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