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도리가 샬레의 당번이 되는 날, 선생의 집무실 문은 평소보다 일찍 닫힌다.
그 이유를 아는 것은 단 두 명.
"선생님도 참...♡ 조금은 어른스럽게 참으실 수 없나요?"
"미안, 하지만 벌써 사흘이나 참았단 말야…!"
현재 두 마리의 짐승처럼 서로의 몸에 얽혀드는 미도리와 선생이 그 주인공이었다.
집무실 안에서의 질척한 밀회를 누구도 알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
굳이 할 필요 없는 업무를 가져오고,
둘이서 처리할 수 있는 양이라며 다른 학생들을 하교시키고,
핸드폰이 꺼져 있었다는 핑계를 대기 위해 배터리를 인위적으로 방전시키는 등의 노력은 매번 하고 있지만…
솔직히, 이제 와서는 그다지 의미가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미도리의 차례가 될 때마다 한 번의 예외도 없이 그런 일이 생긴다면 부외자라 해도 그 이유를 단박에 알아차릴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거기에 더해, 다음날 이상하리만치 깨끗해진 집무실과 깔끔하게 비워진 쓰레기통을 본다면 바보가 아닌 이상에야 일의 전후관계를 유추해낼 수 있으리라.
다른 학생이 낌새를 눈치채고 추궁한다면 곤란한 점이야 있겠다만, 그것도 꽤나 짜릿해서 좋을 것 같다.
이제 와서 얄팍한 세간의 인식이나 도덕을 운운하며 멈추기에는 너무 멀리 와버렸다는 것을 둘 다 알고 있기에, 두 짐승은 그 배덕감과 죄책감마저도 쾌락의 연료로 삼아 서로를 불사르는 실정이었다.
둘의 거친 숨소리와 질척이는 타액교환이 한동안 이어진 후, 사락이는 소리와 함께 선생의 소우주가 겨우 시원한 바깥 공기를 쐐게 되었다.
"엄청 기대하고 계신가 봐요, 선생님♡"
미도리가 검지 손가락을 구부려 선생의 분신을 톡, 하고 가볍게 두드린다.
가지런한 그녀의 손톱이 스치는 촉감에, 선생의 하물은 분하다는 듯 한 방울 눈물을 흘리고 마는 것이었다.
"후~"
미도리가 입술을 오므려 숨결을 내뱉는다.
스스로의 열기로 녹을 지경이었던 선생의 아랫도리는, 목마른 자가 한 방울의 물을 갈구하는 것마냥 세차게 껄떡이며 욕망의 해방을 요구하였다.
맥박이 육안으로 관찰될 정도로 팽창한 흉물이 짙은 수컷의 냄새를 풍긴다.
"으읏..."
본능 외에는 남지 않은 하반신과 달리 이성을 필사적으로 붙잡는 선생의 얼굴. 당장 미도리에게 달려들고 싶음에도, 허락이 떨어지기 전까지 인내하기 위해 입술을 짓씹고 책상을 부서져라 쥐는 그 노력이 못내 사랑스럽다.
"잘 참고 계시네요."
마치 잘 훈련된 개와도 같은 그 모습에, 미도리는 우월감으로 찬 미소를 내보였다.
"어제 보낸 모모톡, 진심이예요, 선생님?"
그런 선생에게서 두어 걸음 물러난 미도리가 묻는다.
"오늘은 저보고 언니인 척 연기해달라고 한 거, 진심이냐구요."
짓궂은 표정을 지은 미도리가 그리 묻지만, 그 안에 힐난의 기색은 없다.
"으응… 안될까?"
"우와, 최악♡
저 하나로는 부족해서 제 언니까지 자빠뜨리려구요, 선생님?
저는 언니랑 하기 전 거쳐가는 연습 상대라는 건가요?"
미도리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선생의 양심을 쿡쿡 후벼판다. 바보같은 말을 한 것은 아닐까 뒤늦게 불안해진 선생이 미도리의 눈치를 살핀다.
"농담이예요, 농담. 그런 표정 짓지 마세요."
다행히 장난이었던 모양이다. 불안했던 마음이 진정되는 즉시 한층 팽창해 침을 흘려대는 선생의 물건을 보며, 미도리는 쿡쿡 웃음을 흘렸다.
-또각, 또각.
미도리가 선생의 주위를 반시계 방향으로 돌기 시작한다. 규칙적으로 울리는 그녀의 힐 펌프스 소리마저도 쉬이 넘길 수 없는 자극이 되어 연신 거친 숨을 몰아쉬는 선생.
"그거 알아요, 선생님?
저희 언니, 요즘 선생님 좋아한다고 아주 노골적으로 티를 내고 다녀요."
여전히 원을 그리고 있는 미도리가 조곤조곤한 어투로 말한다.
"게임을 살 때는 선생님이 좋아하는 장르로만, 2인용 이상인 게임을 고르고요."
단지 정보를 전해주는 것만이 목적이라는 것처럼.
"선생님이 한번이라도 재미있다고 얘기한 시리즈는 예약구매까지 해서 구한다고요. 그저께 부실에서 했던 게임, 언니가 웃돈까지 줘서 샀다고 얘기했던 것 기억해요?"
하지만 선생도 미도리도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전하는 이 말 역시 요리를 한층 돋보이게 할 향신료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이건 비밀인데… "
미도리가 키득인다. 이 말이 에피타이저의 마지막이 될 것이라는 신호다.
"저한테도 안 보여주는 비밀 시나리오집에, 누가 봐도 선생님을 모티브로 한 남성이 나온답니다?
언니를 모델로 한 여주인공과 뭘 하는지는… 나중의 재미를 위해 말씀드리지 않을게요."
선생의 배후로 다가온 미도리가 자신의 상체를 선생의 등에 갖다댄다.
"벌써부터 이렇게 흥분하시면 어떡해요.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야릇하게 귓가를 간질이는 미도리의 말소리. 그 안에 담긴 숨결이 선정적일 정도로 질척인다는 것은 자신의 뇌가 만들어낸 망상인 것일까.
"지난번처럼 꼴사납게 가버리시면 안 돼요, 선생님?
오늘은 조금 길게 즐기고 싶은 느낌이니까요."
오늘도 빠뜨리지 않고 건네는 도발. 허나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기에, 선생은 분하다는 듯 이를 악무는 수밖에 없었다.
"뭐, 저는 꼴사나운 선생님도 좋아하지만요♡"
그 말이 둑을 터뜨리고야 말았다. 마침내 폭주한 본능이 선생의 이성을 잘게 조각내었기에, 그는 몸을 돌려 건방진 암컷의 양 어깨를 붙잡았다.
"...!"
헌데 그 손아귀에 잡혀있는 것은 모모이였다. 붉은 옷을 입고, 붉은 헤드셋을 낀… 특유의 아이스러운 표정을 한 모모이였다.
"정말, 이렇게까지 해주는 학생은 이 키보토스에 나밖에 없을 거라구!"
모모이와 똑같은 목소리가 똑같은 어투로 튀어나온다. 특유의 만화적인 제스쳐도 마찬가지였다.
"오늘의 빚은 안 잊고 꼭 받아낼 거니까, 선생님!"
얼어붙은 선생을 안심시키려는 듯, 그녀의 눈매가 샐쭉하게 휘어진다. 선생은 그제서야 눈동자와 헤일로가 녹색이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잠깐 자신의 시야 밖으로 나가있는 사이에 변신했단 말인가. 미도리의 준비성에 솔직하게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뭐야, 그 반응은. 기껏 해달라는대로 해줬더니 겁먹었어?"
그 잠깐의 틈이 마음에 들지 않은 모양이다. 미도리가 모모이의 목소리로 말했다. 눈썹을 비스듬하게 세운 것을 보면 화났다는 감정을 표현하는 듯했다.
"선생님, 그렇게 안 봤는데 허접이네♡"
더이상 아무런 말도 할 필요가 없었기에, 선생은 모모이 모습을 한 미도리에게 달려들었다.
---
"좋았어요, 선생님."
"응, 나도. 고마워, 내 억지 들어줘서..."
"헤헤, 뭘요."
짐승같이 서로를 탐닉한 후의 필로우 토크는 나른하다. 거센 탈력감이 온몸을 짓누르는 기분 좋은 감각에 취해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다음날 아침이 찾아오곤 한다.
"...선생님."
선생의 팔을 베고 누운 미도리가 진중한 목소리로 말한다. 대답 없이 고개를 돌려 미도리를 바라보니, 무언가 각오를 한듯한 그녀의 표정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선생님을 언제까지고 제가 독점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언젠가는 저희 언니와, 또 언젠가는 다른 학생들과 선생님을 공유해야만 하겠죠."
평소와 다르게 선생의 품 안으로 한층 깊게 안겨드는 미도리.
"그치만 전 욕심쟁이라서요. 최소한 선생님의 모든 첫경험을 제가 독차지하고 싶어요."
두 사람이 애써 피하는 주제를 굳이 꺼낸 의도는 무엇인가 했더니 이 얘기를 하고 싶었던 것일까. 선생이 피식 웃으며 미도리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다른 누군가와 손을 잡아도, 입을 맞춰도, 데이트를 해도..."
미도리 역시 선생을 마주안으며, 얼굴을 가까이 대었다.
"몸을 겹치더라도, 절 떠올리시도록… 선생님의 몸 구석구석에 지워지지 않을 제 흔적을 새길 거예요."
"...윽."
선생이 침음을 흘린다. 미도리가 얼굴을 기댄 옆구리에 따끔한 통증을 느꼈던 탓이었다.
"선생님이 원하신다면 뭐든 되어드릴 수 있어요.
무엇이든 하는 저급한 창부도 될 수 있고, 첫경험을 하는 풋풋한 여학생이 될 수도 있고, 갓 결혼한 새신부가 될 수도 있고… 선생님만을 위한 ja위기구가 될 수도 있답니다...♡"
아프게 해서 미안하다는 듯, 자신이 만든 키스마크 위에 가볍게 입을 맞추는 미도리.
"선생님의 어리광, 받아 드렸으니까,
앞으로도 계속계속 받아드릴 테니까..."
미도리의 입맞춤이, 자그만 통증따위는 순식간에 덮어버리는 화끈하고도 야릇한 감각을 선사한다.
"선생님도 제 어리광, 받아주셔야 해요?"
어느샌가 자신의 위를 점해 배에 손을 받치고 있는 미도리가 색정적인 미소를 짓는다.
"...꿀꺽."
신장이 자신과 머리 두개는 차이나는 미도리가, 오늘은 어째서인지 거대하게 느껴진다.
한 팔로도 거뜬히 들 수 있는 무게이건만, 태산과도 같이 무겁게 느껴지는 이유는 어째서일까. 마치 그 무게에 질식할 것만 같다.
하지만 미도리의 무게에 짓눌려 죽는다면 그 또한 나쁘지 않은 최후라는 생각이 들었기에-
선생은 그녀의 섬칫한 웃음을 담담히 눈동자에 담으며 불나방처럼 그녀의 열기에 기꺼이 뛰어드는 것이었다.
선생의 입가에 떠오른 웃음은, 놀랍도록 미도리의 것과 닮아 있었다.
---
조금 전 미도리 임신짤을 올려주신 유게이님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요망이 넘모 야해
클럽 말랑말랑 2022/04/11 19:29
이제 그려와
서울토마토 2022/04/11 19:29
요망이 넘모 야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