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타의 황소를 붙잡는 헤라클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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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메스 : 나그네의 신)
다시 얘기를 시작해보자꾸나
첫째로는 신격모독을 행한 왕과 그의 암말에 분노한 이야기였고
둘째로는 술김에 이놈 저놈 스승님까지 죽이는 바람에 말 꺼내기가 부끄러운 이야기였지?
(헤라클레스 : 힘과 영웅의 신)
...굳이 언급하실 건 없는데
그럼 마지막 얘기를 들어보자꾸나
크레타 섬의 미쳐버린 황소 말이다
가는 김에 네레이드라도 두들겼니?
...아뇨 그런 일은 없었습니다
술먹거나 그러진 않아서 말이죠
그럼 황소를 잡는데 며칠을 고생이라도 한 건가?
아뇨
그냥 메다 꽂아서 진정시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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놔!
놓으란 말이다!!
내가 어떤 몸인지 알기나 하는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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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들어보면 어려운 건 없어보이는데
그 놈을 생포해서 미케네까지 가는게 문제였습니다
그 놈이 얼마나 역겨운 소리를 하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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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타의 황소)
짐을 어디 끌고 가는 것이냐!
이건 반역이다!!
내가 헛소릴 듣고 있네
크레타가 왜 니 땅이냐 이 정신나간 녀석아
크레타야말로 황소의 땅!
에우로파가 황소와 정을 맺어 건국한 나라인 걸 모른단 말이냐?
...그건 아버지 제우스가 황소로 변해서 행한 일이시고
넌 그냥 황소잖아 임마
내가 그냥 황소로 보이더냐?
나는 땅과 바다의 신 포세이돈이 만든 피조물
이른바 그 분의 아들이라고도 할 수 있지
놀고 자빠졌네
내가 신이면 내가 만든 이 올리브나무 몽둥이가 내 아들이겠냐
그럼 그게 네 아들이 아니란 말이냐?
(대화가 안 통하는구만)
나의 아내는 하늘의 주인 제우스의 피를 받은 아들 미노스 뿐만 아니라
바다와 땅의 신께서 만든 나와 접하여 위대한 아들을 낳으려 한 것이다
...?
잠깐 뭐라고?
크레타의 여왕 파시파에를 모르는 건가?
내가 제물로 올려지기 전에 나의 가치를 알아보고 날 살리고서는
나와 접하기 위해 스스로 의체를 써 나와 정을 맺었지
이 신성에 접하기 위한 위대한 행위를 모르겠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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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시파에 : 크레타의 여왕)
오...
나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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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까...너랑 여왕이...그...
내가 접하기 편하도록 의체를 써 나의 씨앗을 받았단 말이다!
지금은 위대한 나의 아이를 뱄지
얌마 스톱!
이 새끼가 듣자듣자하니 아주 미친 놈이었구만
멈춰야 할 건 네놈이다!
어서 빨리 날 크레타로 돌려보내ㄷ...엌...
널 미케네로 데려가 생포한 것을 알린 뒤
크레타에 곱게 보내줄터이니
얌전히 있어라
내가 시끄러운 걸 싫어해서 까딱하면 쥐어터트릴지도 모르니까
(조용)
그래 이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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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이 소에게 반한 것을
소가 생각하기에 스스로가 신성에 달했다 여긴 거였구나
크레타에서 날뛴 이유도 비슷한 이유였을 겁니다
자기 땅에 있는 인간들에게 자신이 어떤 위치인지 알리고 싶었겠지요
그래서 크레타에 얌전히 살려 보냈느냐?
그 문제 때문에 크레타에 도착한 후 미노스 왕을 만나 이야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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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노스 : 크레타의 왕)
정말이지 소 한마리 때문에 욕보는 일이 한 두가지가 아니구만
크레타의 왕이나 되시는 분이
지중해 모든 섬을 다스리시는 바다의 신을 업신여긴 것에 대한 죄인 걸 아실텐데요
이런 말 해봤자 안 믿겠지만 나도 나름 최선을 다한 거야
왕비가 미쳐서 황소를 붙잡고 놓치를 않으니
외국에서 그나마 비슷한 흰 황소를 사와 제물로 바쳤고
크레타의 가장 높은 둔덕에 황소를 풀어 포세이돈님에게 들키지 않게 한 건데
이 놈의 소가 도시 한복판까지 내려와 깽판을 칠 줄이야
...그거말고 다른 일도 있지 않습니까?
...자네도 결국 소에게서 들었구만?
아닌게 아니라 황소가 왕비를 회임시켰다고 동네방네 떠들어대니
다른나라까지 소문이 나서 내가 얼굴 들고 다닐 수가 없어 진짜
...그런데도 살려두실 겁니까?
왕비가 소가 없는동안 얼마나 히스테리를 부렸는지
다행히 자네가 와준 덕에 한 번만 더 내려와서 사고치면 자네가 온다 일렀으니 더 이상 문제는 없을 거야
...왕비님께서 임신하셨다는 건?
미쳤기로서니 진짜 소의 아이를 뱄을까봐
이제껏 낳아온 내 자식들처럼 내 자식이겠지
아무리 소에게 반했다하더라도 그건 아닐 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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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낳고보니 진짜 소의 자식인 미노타우로스를 낳았고
끝내 테세우스에게 황소와 미노타우로스 둘 다 죽음을 맞이했지
웃긴 건 파시파에가 진짜 소의 자식을 낳고
크레타가 주변나라들에게서 포로를 받아낼 만큼 강대한 국가가 되었단 사실입니다
황소는 죽기 전까지 자신이 신의 자식이라 믿으며 나라가 강해진 것도 자기 덕이라고 생각할테니
역겹기 그지 없더군요
본디 말하기가 귀에 걸면 귀걸이요 코에 걸면 코걸이니
너무 신경쓰지 말거라
네가 쉽게 해냈다는 과업들 뒤에 이런 일이 있었단 걸 알렸으면 된 것 아니냐
어느 거 하나 쉬운 일이 없었으니 과업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누가 딱히 알아줄 건 아니지만요
글쎄
당장은 몰라도 먼 훗날에 너의 고충을 알아줄 사람들이 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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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입니다
코로나 걸려서 어제 못 올렸네요
다들 몸조심하세요
황소가 혀가 길구나.
우설구이가 양이 많겠어
청새리상어 2022/04/11 11:41
황소가 혀가 길구나.
우설구이가 양이 많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