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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아카)아코가 제발로 센세의 암캐가 되었으면 좋겠다











-자, 손! 앉아! 누워! 굴러!

-으응? 개가 사람 말을 할 수 있던가?

-오, 뭐야. 그만두게? '그' 아마우 아코가 자기가 한 말을 어긴다고?


선생의 손에 의해 개 행세를 한 것은 아코에게 크나큰 굴욕이었다.



일평생 -그리 길다고는 할 수 없는 인생이긴 하지만- 엘리트로서 타인의 위에 서는 것이 당연한 아마우 아코에게 있어, 인간 이하의 존재인 개로서 그 능글맞은 남자에게 아양을 떨었다는 사실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지워버리고 싶은 치욕이었다는 말이다.








"뭐 잘난 것도 없는 남자 주제에...!

감히, 게헨나의 선임 행정관인 이 아마우 아코를!"




하루에도 몇 번이고, 그 날의 기억을 곱씹으면 치솟는 분노에 이를 으득하고 악무는 그녀였지만.


'후우... 참자, 참아.'


그날의 일에 자신의 책임도 아예 없다고는 할 수 없었던 데다가, 선임행정관으로서의 체면 탓에 누구에게 하소연하지도 못했기에.


'됐어, 그냥 어쩌다 사고에 휘말린 것 뿐이야.'


아코는, 그렇게 말하며 분을 겨우겨우 삭이는 것이었다.





'잠이나 자자, 잠이나. 내일도 할 일이 산더미야.'


그녀는 그리 되뇌이며 눈을 꼭 감았다.





꿈 속에서 그녀는 다시 한 번 선생의 개가 되었다.

네 발로 걸으며, 배를 드러내어 아양을 떨고, 어쩌다 한번 쓰다듬으면 그저 기뻐 왕왕대는, 반박의 여지가 없는 암캐 그 자체가 되었다.



창문 틈새로 새어들어오는 햇살이 아코를 깨웠을 때, 아코는 하복부에서 은근하게 느껴지는 열기와 함께 이유 모를 황홀감을 느꼈다.


지난밤 꿈에 대한 기억은 깨끗하게 휘발되어 사라졌지만, 그 꿈이 남긴 흐릿한 흔적은 적잖은 황홀함을 남겼기에, 그녀는 자연히 그것이 좋은 꿈이라 여겼다.


아코는 간만에 기분 좋은 꿈을 꾸었다고 싱긋 웃으며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하였다. 


그렇게 그녀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욕실로 향하며, 야릇한 냄새를 풍기는 속옷을 세탁바구니에 집어넣었다.






"네, 그 서류는 만마전에 전달을...

저번주 회의록좀 찾아와 줄래요?

히나 위원장한테 이쪽에 서명을 받아와 주세요."


그날 아침, 이런저런 잡념은 머리 한구석으로 밀어놓고 능숙하게 업무를 처리해나가는 아코.



"와아, 행정관님, 오늘도 멋있어...!"

"역시 히나 위원장의 총애를 받는 No.2야!"

"나도 행정관 밑에서 일하고 싶다아..."

주위의 일반 학생들의 눈빛 속에 숨길 수 없는 존경의 기색이 서린다.


'후훗.'

새삼 일일이 반응하기도 힘들 만큼 일상적인 반응이라, 아코는 남몰래 우월감에 취해 입꼬리를 살짝 틀어올렸다.




"흥, 히나 위원장의 눈에 운 좋게 띈 덕인 주제에..."

"천박한 옷차림이나 하고서는..."

때때로는 아코를 질투하는 학생도 적잖이 존재했지만, 그런 학생들이 존재한다는 사실 역시 아코의 우월함을 증명해 주었기에 그녀는 한층 더 우월감을 만끽했다.



'그으래. 이게 바로 내가 받아야 할 올바른 대접이지.

그 글러먹은 남자한테 그딴 대접을 받을 내가 아니라고.'



어쩌다 샬레의 선생에게까지 사고가 닿는다.

자신이 한 손가락으로 제압할 수 있을 정도로 힘도 없고, 

일머리도 없어서 학생들에게 도움이나 받고, 

골목길의 스케반 두셋에도 겁먹어 벌벌 떠는 글러먹은 어른.


그런 주제에 자신을 한껏 바보 취급한... 그런 짓을 하고서도 얼굴조차 비치지 않는, 그 인간의 찌꺼기 같은 선생.


구깃, 하고 서류를 쥔 손에 무심코 힘을 주고 말았다.


조금 중요한 서류긴 하지만, 아랫것들을 시켜 다시 가져오게 하면 될 일이다.





"자, 여러분. 이동하죠. 급양부에서 할 일이 있으니..."


수행원들과 함께 교정을 이동하는 그때, 멀찍이서 소란이 일어난다.


-와아아아~

-선생님! 저 기억하세요?

-잘생겼어!


휘말리고 싶지 않아 조금 멀찍이 돌아가려 하던 그때, 도저히 넘길 수 없는 단어 하나가 귀에 들어오고 만다.



선생? 

선생이라고?


나한테 그딴 짓을 하고서 코빼기도 비치지 않더니, 며칠만에 게헨나에 와서는 교정에서 농땡이 피우고 있다고?


내게 직접 와서 사죄하는 것도 아니고, 선도부실로 찾아오는 것도 아니고, 교정 한복판에서 소란이나 피우고 있다고?




아코는 순간 터져나오는 분노를 주체하지 못해, 잔뜩 몰린 인파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



주위의 학생보다 머리 하나 둘쯤 커서 유독 돋보이는 남자가 그제서야 시야에 들어온다. 특유의 능글맞은 미소를 짓고 있는.


그리고 그 주위에는, 하나같이 얼굴을 붉히고 있는 여학생들만이 가득하다.



그래, 써먹을 것 없는 글러먹은 자식이긴 하지만, 유일하게 얼굴은 조금 봐줄만 하긴 하지.

외모에 혹해 달려온 년들. 

저 속에 어떤 쓰레기가 있는지 너희는 모르겠지, 바보같은 것들.



어째서인지, 아코는 순간 분노가 섬뜩하리만치 차갑게 식어버려 우뚝 발걸음을 멈춘다.


'쓸데없어.'


다시 발길을 돌려 원래의 목적지로 향하던 그때, 거짓말처럼 선생의 눈이 자신을 포착한다.




'...!'

사자 앞에 놓인 토끼가 된 것처럼, 순간 숨쉬는 것조차도 잊어버린 아코.


-히죽

입꼬리를 기묘하게 휘어 섬뜩한 미소를 지은 선생은, 오른손을 자신의 코트 자락에 가져다 댄다.


그리고 정확히 자신만 볼 수 있는 절묘한 각도로, 선생의 코트 옷깃이 슬쩍 들어올려진다.


그 안에 숨겨져 있던 것은, 개 목걸이였다. 

며칠 전 자신이 착용했던.



안색이 새하얘진 아코가 고개를 들어 선생의 얼굴을 바라본다. 그러자 선생은 한 손을 입가에 대고, 소리 없이 '멍, 멍.' 하는 것이었다.



"아하하, 당연히 기억하지~. 

오, 나 주는거야? 고마워~"


그러고서 그 남자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뻔뻔하게 몸을 돌려 등을 보이고 다른 학생들과 즐겁게 이야기를 하였다. 




"........."


선생의 등을 황망히 바라보며, 아코는 휘청이는 몸을 쓰러지지 않게 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녀는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인정할 수 없었다.


저 글러먹은 남자를 보고서 자신이 반가움을 느꼈다는 것을.

자신에게 먼저 찾아오지 않아 서운함을 느꼈다는 것을.

다른 여자들과 놀아나는 것을 보고 질투심을 느꼈다는 것을.


그리고, 그리고... 그 목줄을 보고서, 숨길 수 없는 기쁨을 느꼈다는 것만은, 자신만이 그의 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도 기뻤다는 것만은.


인정할 수 없었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날 밤, 선도부실. 

업무가 남았다는 거짓말로 다른 학생들을 전부 보낸 후라 싸늘한 적막만이 감돈다.




-멍. 멍.


-손, 앉아, 굴러...


-개가 사람 말을...


-그래그래, 착하다 착해.


터질듯이 쿵쿵거리는 심장소리와 함께, 그 비열한 남자의 목소리가 윙윙 울린다. 


질끈 감은 아코의 머릿속에 붉은 개 목걸이가 아른거린다. 

그 목걸이에 연결된 줄은, 역시나 그 비열한 남자의 손에 들려 있다.




그 빌어먹을 남자가 명한대로 샬레에 간다면 무엇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까.


떠올리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며칠 전 그랬던 것처럼, 자신은 그 남자의 개로서 재롱을 부려야 할 것이었다.


네 발로 걷고, 명령대로 손을 내밀고, 구르고, 배를 드러내 헥헥대고, 개밥그릇에 얼굴을 쳐박고 밥을 먹어야 할 것이었다.



아니, 어쩌면 그것보다 더한 것을 시킬지도 모른다. 

제발로 찾아왔다는 것을 핑계로 상상조차 하지 못할 추잡한 짓을 강제할지도 모르는 일이지.


자신이 이제껏 쌓아온 엘리트로서의 모든 것을 내버려야 할지도 모른다.

공공연하게 자신이 이 남자의 암캐가 되었다고 퍼뜨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째서일까. 아코는 그것이 그다지 나쁘지 않은 일이라 느껴졌다.



'웃기지도 않아...'

이제껏 쌓아놓은 자신의 모든 것이 허물어질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오싹오싹한 전율을 느끼는 자신이 한심해야 정상일텐데.

너무 늦으면 주인님이 화를 낼지도 모른다며 불안해하는 자신이 있을 뿐이다.


자신은 처음부터 그의 암캐가 되기 위해 태어난 걸까? 이제껏 쌓아온 모든 것은, 단지 그의 눈에 띄기 위한 통과점일 뿐이었을까?



생각하는 시간조차 아깝다- 그렇게 결론을 내린 아코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선도부실을 뚜벅뚜벅 가로질렀다.



'안돼, 안돼! 이대로 가면 안 돼!'

자신의 마지막 한 조각 이성이 아코의 발목을 붙잡는다. 그녀는 문고리를 붙잡은 자세 그대로 잠시간 굳어버리고 만다.




하지만 아코는 그곳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를 붙잡고자 하는 이성이 절규하지만, 그런 것따위, 조금도 중요하지 않다.



개는, 주인의 명에 따라야만 하니까.

주인의 명에 따르는 것만이, 개의 행복이니까.





(끝)


댓글

  • 루리웹-3835818215
    2022/04/09 19:27

    암소가 어떻게 암캐가 되나여??

    (rVtzjl)


  • 린시드
    2022/04/09 19:28

    개추!

    (rVtzjl)


  • Esper Q.LEE
    2022/04/09 19:28

    행정관님, 목에다 워낭을 달아놓고 그런 얘길 하셔도 아무 소용 없습니다.

    (rVtzjl)


  • 深く暗い 幻想
    2022/04/09 19:30

    나나와 카오루 가 아니라 아코와 선생님 이 돼버렸어ㅋㅋㅋㅋㅋㅋㅋ
    조만간 소프트SM을 즐기며 석♂️션/땡큐썰! 을 외치겠군

    (rVtzjl)


  • 이루실선관위
    2022/04/09 19:35

    와.. 오랫만에 정독함
    그런데 이런게 여기에 와도 되나...?

    (rVtzjl)

(rVtzj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