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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의 첫만남 썰2편

1편



설렁탕을 먹고 난 뒤 우리는 배불러서 기분 좋은 상태로 행사장으로 이동했다.


온리전 행사장에 도착한 후 우리는 왜 서로 첫 컨택트가 당황스러울 수 있었는지 알 수 있었는데, 

대한민국에서 온리전이란 동인행사는 거의 십중팔구 여성향이기 때문이었다.


나는 당연스레 건담이니까 남덕이 훨씬 많을 거라 예상했지만 여덕들은 항상 즐길거리를 찾아내고 더블오라고 예외는 없었다. 누님 또한 마찬가지였다.

누님은 커플링을 즐기는 쪽보다는 그냥 성우 팬인 쪽이라서 겸사겸사 건프라를 사서 만드는 정도의 라이트 팬이었다.(참고로 첫 건담은 TV로 본 G건담이었다고)


아무튼 누님은 당연히 여성향 행사이니만큼 남자가 덧글 달 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고, 그래서 처음 연락되었을 때 이성인 걸 알고 당황했더라는 것이었다.

당황은 나도 마찬가지긴 했지만...


원래 누님은 행사에 혼자 오게 될 예정이 아니었다. 고등학교 동창인 덕친구가 한 명 있었는데, 그 친구가 그 날 불참할 일정이 생겼고 그래서 동행인을 구하던 것이라 했다.

그 동행인이 여차저차 내가 되고 5년 뒤 결혼할 줄은 그때 당시엔 아무도 몰랐다.


행사장은 2010년대 초의 여느 다른 여성향 동인행사장과 다를 바 없는 분위기였다.

남자는 일단 나뿐이었고(...) 나는 누님의 전리품의 포터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면서 같이 졸졸졸 다녔다.

누님이 TL씨는(실제로는 이름으로 불렀음) 뭐 살 거 없어요? 이러는데, 여성향 중심 행사장에서 나는 진짜 살 게 없더라


코믹을 가도 메카닉 팬시(故질풍17주 님 현역시절)를 사거나 둘리동인지(꼬리전문주인님, 현재 소장중)를 사는 정도밖에 안하는 정도라 여성향 가면 진짜 내가 먹을 게 없었기 때문이었다.

 

딱히 살 게 없어서 그냥 구경만 하는 거고 주말 오후에 어차피 심심한데 누님이랑 이렇게 보라매공원 노니는 것도 좋네요. 이랬더니,


"그럼 나도 살 건 다 샀는데 뭐라도 마실까요? 내가 살게요."라고 해서 우리는 대충 정리하고 공원 밖으로 나왔다.


2월 중순이긴 하지만 날도 꽤 풀리고 한낮이어서 그런가 따듯한 느낌이 물씬 풍기는 가운데 나란히 걸어가다보니 노곤하니 기분이 좋더라

근데 길 걷다가 뿜은 게, 그날 우리가 들른 행사가 건담 더블오 동인행사였는데 지나가다 우연히 본 까페 이름이 두나미스였다(...)


이건 들어갈 수밖에 없잖아??






당일 나의 패션.jpg


세미힙합패션을 매우 사랑하지만 힙합의 힙도 몰랐던 나는 그냥 따뜻해서 저 옷을 진짜 징하게 자주 입었다.

그래도 저 날은 저거 세탁해서 입고 나간 날인데, 나중에 누님은 대체 왜 그 옷을 입고 나온 건지 모르겠다고 굉장히 디스했다.


이름은 두나미스지만 건담 더블오와는 아무 연관도 없는 그냥 평범한 까페였기에 대충 뭐 시켜 마시면서 잡담하다가,

당시 내가 헌혈해서 받았던 피자할인 상품권으로 피자를 싸게 먹을 수 있단 게 생각나서 누님에게 제안했다.


"조만간 피자 먹으러 한번 갈래요? 나 헌혈해서 할인권 있음 ㅋ"

나중에 사귀고 나서 이 때의 일을 언급했는데, 대체 그때 내가 왜 그렇게 의기양양해했는지 이해가 안되더란다.(...)

어차피 학생이 돈도 없을텐데 피자 정도는 그냥 자기가 사 줄 수 있는데 헌혈해서 받은 할인권으로 할인해서 사준다는 상황이 매우 기묘했다고...


암튼 그래서 그렇게 애프터가 정해졌다.


바로 3일 뒤, 2월 14일 화요일에 만나기로 했다.


평일이었지만, 다행히 누님도 문제 없다고 했다. 

그리고 그 날은 발렌타인 데이였다.



-3편에 계속-






1편이 어떻게 베스트도 올라가고 추천주시고 2편 내놓으시라는 분들이 계셔서;;

오늘 오전 아이 등원시키고 바로 일정 치르러 가야 하는 상황이라 아이 밥먹이고 부리나케 썼습니다.


이게 벌써 10년도 더 전 일이라 기억만으로 재구성하는 게 쉽지 않은데, 가능한 한 MSG없이 수필처럼 쓰려고 노력중입니다.

재밌게 봐주시는 분들껜 감사드리고...개인적 신상이 문제되지 않는 선까지는 이야기 풀어낼께요.

별 거 없는 이야기인데, 재밌게들 읽어주셔서 다시금 감사합니다.


3편은 주말 내로 쓸 수 있도록 할게용




댓글
  • 혼의란 2022/04/08 08:47

    아이 등원 시키고 쓰는 후기라니. 생생함이 배가 되네요


  • 혼의란
    2022/04/08 08:47

    아이 등원 시키고 쓰는 후기라니. 생생함이 배가 되네요

    (98ICEs)


  • 이안율
    2022/04/08 09:04

    그래서 행복하시죠?
    아니면 사진에 얼굴을 가리고 그림을...이미 하셨네!

    (98ICEs)


  • 채용비리
    2022/04/08 09:04

    커플은 인정못하지만 부부는 축복합니다

    (98ICEs)


  • 루리웹-4950397832
    2022/04/08 09:05

    빨리 다음편 줘요!

    (98I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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