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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 죽고 싶습니다

거의 눈팅만 하다가 글은 참 오랜만에 써보는 것 같습니다.

 

어딘가에는 해야 할 푸념을 남기는 목적이므로

그냥 지나가실 분들은 패스하셔도 좋습니다.

 

자, 그럼 복기를 좀 해볼까 합니다.

 

코로나로 인한 패닉이 한창이던 재작년 8월,

저는 사업을 자그맣게 시작했습니다.

 

코로나였으니까,

손세정제를 하면 되겠지 생각했고

사입 계약을 하고

다니던 회사를 그만 두고

대출을 받고

사무실을 얻고.

신났고, 기뻤습니다.

뭔가를 내 힘으로 해내고 있구나 싶어서

복잡한 서류 처리와 오가는 거래 중에도

늘 뿌듯했습니다.

 

어떻게 됐냐구요?

네, 지금도 그 때 사입한 물량의 70% 가까이가 남아있습니다.

 

페이스북이 코로나 관련 아이템들의 홍보를 원천 차단하면서

인스타그램이라는 큰 매체를 잃었습니다.

경고장 없이 삭제부터 시키고

아예 광고 결제 자체를 막으면서 사유조차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대행사에 다니는 후배에게 부탁해 페이스북 담당자에게 남긴 문의에

'아마 코로나 관련한 아이템들은 홍보를 못하게 하고 있는가봐요'

라는 추측성의 답변을

그나마도 구두로 받았다며 전해준 후배의 말을 듣고

수화기 쥔 채로 한 5분 쯤 선 자리에 멍하니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차 싶어 네이버 키워드 광고 플랫폼에서 키워드 가격을 확인해보니

손세정제는 클릭 당 5천원이 넘어 있었습니다.

유튜브로 가볼까,

블로그로 가볼까.

그래도 조금씩은 홍보비를 넣었지만

그 와중에도 사업 경력이 없던 저는 갈팡질팡했고

시간이 흐르면서 상환 압박만 커져갔습니다.

 

그렇게 다 손 놓아버린 것처럼 반쯤 포기한 채로 여기까지 와버렸네요.

 

아르바이트를 다니고 다시 직장에 다니려고 원서도 넣고

그러다가

더 이상은 안되겠다 싶어 자동차를 정리해 생긴 돈도

몇 가지 상환하고 나니 그마저 없어지고..

 

신용점수가 월요일을 기해 500점을 깨고 그 밑으로 내려갔습니다.

한때 910점이던 신용점수가

불과 2년만에.. 500점 가까이 떨어졌습니다.

'2등급에서 9등급으로'

무슨 신문 헤드라인 같은 일이 제게 벌어졌습니다.

 

해볼 것을 안 해본 것도 아니고,

힘이 들지 않았던 것은 더더욱 아니고.

 

그러나 사업이 처음인 저는 결단력에서 모자랐습니다.

 

진작 접었어야 하는 건데 하는 후회만 가득한 지금 스스로를 보면

마음까지 피폐해져있구나, 하는 것을 깨닫습니다.

그리고

왜 그렇게 죽자고 버텨댔느냐고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어차피 버티지 못할 거면서..

 

정말,

저 열심히 살았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월급쟁이의 견지에서일 뿐,

스스로가 야생으로 내던져진 애완동물이나 다름없다는 것을

이제 깨닫고 있습니다.

 

정말.. 정말 힘듭니다.

책상에 쌓인 정신과 약들을 보면서

스스로가 안쓰럽다는 느낌이 이런 거구나

자기 연민이 이렇게 비참하고 서글픈 것이구나

이 짧은 몇 분 간에도 수십 번 씩 안 좋은 생각이 싫어 고개를 털며

글을 마칩니다.

 

살려주세요.

댓글
  • 염소네 2022/02/23 06:24

    토닥토닥..
    지금은 주무시겠지요
    전 아들이 적응을 못하고 힘들어서
    6년사이에 이사만 4번 하면서
    2002년에 전재산 5천만원으로
    아주  오래된 주택가 간신히
    전세로 버텼어요
    그 때는 솟아날 가망이 없었고
    소원이 저 세상 힘들게 사는
    아들과 내가 교통사고라도 당해서
    갔으면 좋겠다 생각한 적도 많았어요
    그래도, 어찌어찌
    버티고 버티고..
    할 수 있는 일이 생기면 그냥
    살길이 이거다, 좀 손해보더라도
    그냥 열심히 하자 했더니
    좀 나아졌어요
    큰  시련이 오면 그냥 죽고만 싶었는데
    살아지더라구요
    지금이 바닥이다 생각하시고
    할 수 있는 일부터
    그냥 시작하세요
    하루하루, 그냥 해보세요.
    처음엔 너무 막연하고 길이 없더라도
    살다보면 그게 내 길이였어요
    사기 당한거 아니고
    사고 당해서 몸 상한거 아니면
    그래도 큰 불행은 비껴간거죠
    힘내세요
    어떤 말이 위로가 될지 몰라..
    사실 자정부터 글만 여러번 읽다가
    용기내어서 댓글 써봅니다

    (4nSvpd)

  • 라즈니 2022/02/25 08:35

    저도 통장 잔고 57만원까지 떨어지면서 정신이 나갔던 적이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버텼고 몸을 움직였습니다.
    일단 먹고 살 돈만 만들자로 시작했습니다.
    우울증 약도 많이 먹었었죠.
    마음을 굳게 먹으셔야 합니다.
    응원하겠습니다.

    (4nSvpd)

  • Tyler_Durden 2022/02/25 09:19

    저는 뷰티업계 수출쪽 사업하는데 코로나로 전세계가 락다운되면서 수출길이 막혀서 수입 제로인 나날을 보내면서 업종에 마케팅도 추가하고 진짜 국내유통으로 푼돈벌면서 좀 될라니까 사무실에 불나서 전소되고...ㅎㅎㅎ
    지금도 아직 복구중이지만 희망을 보고 있습니다.
    희망이 없어서 더 힘든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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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나★ 2022/02/25 09:27

    힘내셔요 ㅠㅠ
    원래 사업이라는게 인고의 시간 끝에 열매를 얻는거 같습니다..
    저도 스타트업 하다가 빚더미에 앉았었어요..
    7년이 지난 지금도 그 빚을 갚느라 허덕이고 있지만 잃은건 돈 뿐이라 많이 배웠다고 생각하고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궁금해 하시는 광고 차단 이유는 미국 플렛폼 기업들이(애플/구글 포함) 코로나를 홍보 및 상업적으로 사용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Covid, Virus등 코로나라고 사람들이 인지할수 있는 단어가 전부 빠져야 허용됩니다.
    모쪼록 적절한 광고를 다시 제작하셔서 홍보 한번 해보셔요.
    예를 들면 아기도 사용할수 있는 손세정제 같이 포커싱을 아예 아기 쪽으로 돌리는것도 방법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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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리대제 2022/02/25 09:35

    새로운 틈새시장이 아닌 기존의 업자들이 일하고 있는 시장에
    초보자가 들어가서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죠.
    말씀하셨듯 굳이 세정제가 아니라도 다른 많은 시도를 해보세요.
    우리가 알고 있는 세계의 대기업들도 원래 자신이 시작했던 일 하고 있는 경우는 드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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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원방구쟁이 2022/02/25 10:01

    500만원짜리 창업을 하든 1억짜리 창업을 하든, 5년이상 버티는 회사가 10% 정도밖에 안되더라구요
    자본금 1억으로 경험없이 창업을 시작한다면, 1억짜리 사업을 하는것보단 1천만원 사업을 10번 하면 성공한다더라구요.
    저도 무자본 창업으로 시작하여 3년동안 고생해서 자리를 잡았는데 단통법으로 폐업했던적이 있습니다
    그나마 손실은 크지 않았지만 일자리를 잃게되어 한동안은 힘들었었네요.
    힘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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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쇠깎이 2022/02/25 11:20

    술마시지 마시고 담배도 좀 노력해보시고.
    밥 한끼 든든하게 드시고 하루 한시간 정도 동네를 걸어보세요
    마음도 정리가되고 복잡했던 머릿속도 정리가 될겁니다
    아무리 힘든세상이라지만 사업 실패했다고 마냥 자살하게끔 만드는 나라는 아닙니다 회생 알아보시고 재기를 노려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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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섬 2022/02/25 11:46

    제가 살아보니 살아날길이 또생기곤하더군요
    포기하지안는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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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ian2grey 2022/02/25 12:17

    힘내세요. 라는 말밖에 드릴 수 없어 안타깝습니다.
    이 모든 시련이 지금 너무도 가혹하시겠지만
    신이 게시다면.. 아니 인간 만사 앞일을 아무도 알 수 없듯이
    조금만 더 참으시고 버티시면.. 그리고 해법을 찾아가는 하루하루를 살아가시다 보면
    기쁘고 행복한 일이 반드시!! 찾아올겁니다.
    지금의 눈물이 앞으로의 큰 기쁨을 위한 자양분이 될 것입니다.
    다시 한번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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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닥치고행복 2022/02/25 13:02

    혹시 술,담배를 잦은빈도로 하시나요? 다른게 아니라
    저도 한때 나쁜생각했던 사람으로서 지나고보면 일부어떤문제가있었냐하면
    상황이힘든건 힘든건데 이 술담배가 처음엔 위로가되다가 결국
    제 자신을 나약하게 몰아가더라구요. 나중에는 충분히 극복가능한 다른문제들도 마냥 쳐낼수없게 의지를 빼앗더라구요
    술담배 많이 안하시면 상관없는 얘기지만서도, 여튼 심신이 단련되어야
    여튼 재기할수 있습디다. 저는 한동안 걸었어요 걷고 또 걷고 생각하고
    스스로 치유하는 시간을좀 가졌습니다.
    행복할귄리있으시구요, 하나의 축복된  섕명이자 삶 .
    그리 쉽게 죽으란법 없더이다. 아무것도 얀한자보다는 몇십곱절 승자에요
    당신. 지금이 고난이 분명히 자양분이 되서 성공의꽃이 활짝 피게되실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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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늙고푸른질서 2022/02/26 10:27

    오유엔 마음씨 고운 분들이 정말 많습니다..
    남일을 내 일같이 여겨주시는 좋은 분들.. 훈훈해지고 갑니다 작성자님. 해뜰 날도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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