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아짱! 정말로 한국 맥주는 일본 맥주보다 맛이 없어?"

"뭐야~ 유게이쿤, 그런 것도 모르는 거야?"

"한국 맥주는 일본의 맥주보다 맛도 밍밍하고 끝맛도 지저분한 저급품이라구!"

"오, 정말?"

"어째서 한국 맥주는 맛이 없는거야? 사람들 말로는 북한 맥주보다 맛이 없다고 하던데..."

"그걸 알기 위해서는, 우선 술의 원재료를 법적으로 제한하고 있는 주세법을 살펴봐야해!"

"법...? 법까지 알아야 하는거야?"

"당연하지! 기업은 법에 맞춰서 제품을 생산하고, 여러가지 꼼수를 통해 이익을 남기는게 당연하잖아!"
"아무튼, 그래서 한국의 주세법 시행령 제3조제3항의 별표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이 맥주의 원료를 제한하고 있어."

'원료곡류 중 발아된 맥류의 사용중량은 녹말이 포함된 재료,

당분 또는 캐러멜의 중량과 발아된 맥류의 합계중량을 기준으로 하여

100분의 10 이상이어야 한다.'

"원료 곡류...? 맥류...? 잘 모르겠어 노아짱!"

"정말, 이 노아짱이 하나하나 차근차근 설명해줄테니 제대로 들어놓으라구!"

"유게이쿤은 맥주를 뭘로 만드는지 알고있어?"

"그거야... 보리?로 만드는거 아니야?"

"맞았어! 정확히는 반만 맞춘거지만!"

"맥주는 보리(맥류)를 싹틔운(발아시킨) '맥아'를 주 재료로 해서 만들어.

그리고 그 맥아에 다른 곡류를 섞기도 하고! 밀맥주라는 맥주, 들어봤지?"

"오, 그럼 그건 밀만 넣어서 만든 맥주가 아니라 맥아에 밀을 섞어서 만들었다는 뜻이겠구나?"

(최고(古)의 양조장에서 만들어지는 걸로 유명한, 대표적인밀맥주 '바이엔슈테판')

"바로 그거야! 그리고 그 외에도 다양한 곡물들을 넣어서 맥주에 다양한 맛과 향을 주고있어!"

"하지만..."

"하지만?"

(크림처럼 부드러운 바디감을 위해 귀하다는 귀리(oat)를 넣은 맥주. 저 작은 한 병에 만원 가까이...)

"맛을 좋게 만들기 위해 맥주에 다른 곡물들을 섞으면,

아무래도 일반 보리맥아만 사용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쓰게  되어버리는거야."

"사실 대부분의, 정확히는 '싸고 잘 팔리는' 맥주들은 전부 원가절감을 위해서 전분가루 같은 것들을 섞어."

"그렇게 넣은 재료들은 맥주 맛에 별로 안 좋은 영향을 주는거야?"

"아아앗! 그런 발상은 위험하다구 유게이쿤! 맛은 항상 주관적인 거야!"

"뭐... 아무래도 원재료의 질을 후순위로 미루는 선택인 만큼

품질이 떨어지는 맥주가 생산되는 건 불가피한 일이라고 해."

(맛 없다는 말 맞잖아...)

"맥아가 많을수록 품질이 좋은 맥주... 잠깐, 그렇다면 한국 맥주가 맛없는 이유라는게 혹시..."

"그래! 지금 생각하고 있는 바로 그 이유 때문이야!"

"한국의 주세법상, 맥주의 곡물원료에서 100분의 10 이상,

즉 10프로만 맥아가 들어가고 나머지 비율을 싸구려 전분 가루로 채워도 맥주라는 이름을 붙여 팔 수 있는 거라고!"

"원래는... 다른 나라는 어떻게 만들어지는데?"

"일본은 맥아함량이 최소 50 퍼센트는 돼야 맥주라고 부를 수 있고,

맥주로 유명한 그 독일은 특정 지역 외에는 맥아 100 퍼센트인 것만을 맥주라고 부를 수 있다고!"

"그럼... 내가 여태 맛있다고 먹었던 카스와 테라는 맥아 함량이 얼마 안 되는 싸구려 맥주였다는 거야?"

"맞아! 그러니 지금부터라도 일본 맥주를..."

"ㅡ잠깐."

"엣?"

"노아짱. 조금 전에 한국 맥주는 맥아가 극소량만 들어가기 때문에 저급 맥주라고 했지?"

"그럼! 이렇게 주세법에..."

"60-70%"

"유게이쿤...?"

"70% 이상"

"그, 그게..."

"ALL MALT BEER"

"맥아함량이 높은 맥주도 오래 전부터 잘만 팔려오고 있었잖아! 노아짱! 날 속였어!"

"...... 맞아. 유게이쿤."

"사실 맥아의 함량과 맥주의 품질 사이에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하더라도,

한국 주세법상 10%의 맥아만 들어가더라도 맥주라고 분류가 되더라도,

그만한 미량의 맥아와 대량의 전분으로는 제대로 된 맛을 낼 수 없기 때문에

한국 맥주는 세계적인 맥주와 비교해도 맥아 비율에서 밀리지는 않아."

(왼쪽의 점수는 '모든 스타일의 맥주와 비교한 상대점수', 오른쪽의 점수는 '동일한 스타일의 맥주들과 비교한 상대점수'.)

(아사히가 좀 돋보이는 것 처럼 보이지만 스타일 상관없이 점수를 보면 전부 개판이란 얘기다.)

"또한, 유명 맥주 평가 사이트인 beeradvocate나 ratebeer에서는 한국 맥주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부가물 라거(맥아 이외의 곡류를 섞은 라거 맥주)가 처참한 평가를 받고 있는 실정이기도 하지."

(다시는 한국 맥주를 무시하지마라.)

"심지어 해당 사이트에는 100% 몰트인 수 많은 유명 맥주들이

100점 만점에 80점조차 넘기지 못하는 것들도 너무나 많아."

"아마도 흔히 알고 있는 '황금빛의, 투명하고, 청량한' 스타일 자체가 맥주를 대표하는 이미지는 맞지만,

맛적으로는 좋지 못한 평가를 받고 있다는 말일거야."

"그러니까 정확히는, 한국 맥주가 맛이 없는게 아니라 일반적으로 우리가 마시는,

황금빛의 투명하고 청량한 맥주들이 전부 '맥주로서는' 맛이 없다는 말이 차라리 맞을지도 몰라."

"어째서... 어째서 이런 거짓말을 한거야 노아짱?"

"...치만..."

"응?"

"킹치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유게이쿤! 나랑 일본 맥주 마셔주지 않는걸!"

"무슨 소리야 노아짱. 노아짱은 미성년자라서 당연히 술을 마실 수 없..."

"......"

"아잉! 몰라몰라!! 노아짱은 시원한 아사히 맥주 마시러 갈거야!!"

??? : 이 간나... 한반도 맥주를 이바구하는 자리에 우리 인민-맥주를 빼놓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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