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은 진짜 판타지 장르의 치트키죠.
그냥 개 멋있어요.
판타지라는 장르 특유의 로망을 잘 채워줍니다.
제가 용을 그릴 때 가장 좋아하는 부위가 눈가입니다.
용이 살아온 세월을 반영한 자글자글한 주름이 진짜 그리기 재밌습니다.
주름 쪽에서는 자글자글했던 용비늘이 멀리 갈수록 커지고 단단해지는 묘사.
그림 그리는 사람이 겪기 쉬운 병은 바로 현실 레퍼런스 안 따르기 병입니다.
사실적인 그림을 그려야 하는 사람에겐 치명적인 병이지요.
현실의 대상을 관찰하는 버릇을 들이지 못하고
다른 사람의 그림만 참고하거나, 최악은 아무것도 보지 않고 그리기만 하는 것.
'아무 것도 안 보면서 상상으로 이렇게 잘 그릴 수 있다니!'라는 칭찬에 잠식되는 것.
그 병에 걸리면 결국 발전에 한계가 생깁니다.
잊지 마세요.
현실에 기반하지 않는 한 예술은 결코 흥미로워질 수 없습니다.
이제 뿔을 그립시다.
지금까지 비늘을 바위같이 그렸다면
뿔은 보다 나이 많은 고목처럼 그려나갑니다.
뿔의 방향을 따라 결을 그립니다.
사실 뿔도 비늘처럼 그릴 수 있긴 한데 그러면 죽어요 진짜.
힘들어
그(him)를 들어
딱딱하고 돌같던 묘사에서 다시 살점 비스무리한 묘사로.
눈가와 마찬가지로
입을 자주 벌려야 하니 움직임이 많아져 턱 주름이 지게 되고
딱딱한 비늘의 비중은 조금 줄어들 수 밖에 없죠.
이제 여러분은 용과 싸울 때 약점을 파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재수 없이 용과 마주치면 어떤 부분의 피부가 부드러울지 쉽게 알 수 있곘죠.
"아, A.Shipwright 작가님의 글을 본 덕분에 용한테서 살아남을 수 있었어!"
늘 감사하십시오.
사실 제 작품에서 용을 묘사할 때 여러모로 고민이 많습니다.
현재로서는 용을 초월적인 존재로 설정했는데 또 이게 어찌보면 너무 싸구려 설정 같고
가끔은 또 진짜 잡짐승 유해조수같은 용도 표현하고 싶거든요.
그래서 나름대로의 답을 내놔봤습니다.
스포는 안할게요.
용에게서 달아나는 것과 같이
거칠어지는 사인.
이세계에 가서 드래곤 슬레이어가 된다면 꼭 기억하겠습니다
아, A.Shipwright 작가님의 글을 본 덕분에 용한테서 살아남을 수 있었어!"
로르샤흐 테스트 2022/02/20 21:34
이세계에 가서 드래곤 슬레이어가 된다면 꼭 기억하겠습니다
아, A.Shipwright 작가님의 글을 본 덕분에 용한테서 살아남을 수 있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