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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시절 겪은 장산범 이야기.txt

 

군대 시절 겪은 귀신? 장산범?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저는 공군 총무가 3군 통합 꿀 of 꿀이라는 선배형의 말에 공군에 입대했다가

훈련소 시험을 망치는 바람에 공군 3대 기피 특기 중 하나인 방공포를 받고

경상도 쪽의 깊은 산 속에 위치한 방공포 사이트로 자대를 받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인간만사 새옹지마라고 했나요,,

사이트가 깊은 산 속에 있어서 검열 기간만 아니면 훈련도 그리 빡세지 않았고,

부대에 한 명씩은 꼭 있다는 꼽창들도 없어서 생활관 생활도 매우 할 만했습니다.

더군다나 기수까지 풀려가지고 자대 배치 받은 지 3개월 만에 후임을 받기도 했습니다.

 

무튼 제가 말년병장의 위용을 한껏 뽐내고 있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전 말년휴가 바로 전 날에 걸린 마지막 당직근무를 위해 당직사관실에서 밤을 새게 되었습니다.

당직사관이 잠깐 자리 비웠을 때 마지막 불침번인 후임이 상번 신고하러 왔길래 좀 놀다가 보냈는데요.

보내기 전에 조금 잘테니 이따 하번 신고하러 올 때 깨워달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그렇게 책상에 엎드려 잠이 들었고, 정신없이 자고 있는데 후임의 목소리가 들리더군요.

 

후임 ' 이병장님, 일어나셔야 합니다.'

 

근데 이상하게 눈은 떠졌고 목소리만 들리고 몸이 안 움직여지는 겁니다.

아 이거 가위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눈만 뜬 상태로 몸을 못 움직이고 있는데 후임놈은 그것도 모르고 계속 저한테

 

후임 ' 이병장님, 일어나셔야 합니다. 이병장님, 일어냐셔야 합니다.'

 

하는 겁니다. 근데 이상한 게 사람이 못 일어나면 흔들어서라도 깨워야 하는데

계속 일어나라고 옆에서 이야기만 하는 겁니다.

저는 가위는 누가 건들거나 하면 풀리니까 속으로 좀 흔들어서 깨워줬으면 했습니다.

근데 후임놈은 제 속도 모르고 계속 이병장님, 일어나셔야 합니다.’만 반복하더군요.

 

그렇게 계속 후임 목소리만 들렸고 저는 조금 이상했습니다.

아까부터 후임이 다른 말은 안하고 계속 같은 말만 반복하는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이병장님, 일어나셔야 합니다. 이병장님, 일어나셔야 합니다. 이병장님, 일어나셔야 합니다...’

게다가 더 무서운 건 소리가 점점 제 귀 쪽으로 가까워지고 있던 겁니다.

그러다가 소리는 바로 제 귀에 대고 속삭이는 것처럼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진심 그런 가위는 난생 처음이었습니다.

 

목에 힘을 주면 가위가 풀리기도 하니깐 혹시 몰라 최대한 힘을 줘봤더니

움직여지긴 하더군요. 그래서 소리가 나는 쪽으로 목을 좀 돌려봤는데요...

진짜 미치는 줄 알았습니다.

 

옆을 보니 얼굴 전체가 흰색 털로 뒤덮여진 어떤 남자가 저를 보면서 섬뜩하게 웃고 있었습니다. 근데 그보다 더 무서웠던 건 입은 움직이지 않는데

이병장님, 일어나셔야 합니다. 이병장님, 일어나셔야 합니다. 이병장님, 일어나셔야 합니다...’ 이 들리는 겁니다...

정말 제 인생 통틀어서 그때가 제일 무서웠던 것 같습니다.

 

근데 갑자기 남자가 문 쪽을 흘기더니 도망치듯 사라졌습니다.

사라지기 전에 무슨 말을 남기더군요.

 

다행히 이후에 누군가가 저를 흔들어줘서 가위에서 풀릴 수 있었습니다.

다들 예상하셨겠지만 저를 깨워준 건 하번 신고를 하러 온 제 후임이었고,

당직사관이 있을까봐 먼저 밖에서 노크를 했는데 대답이 없자

그냥 들어왔는데 저 혼자 자고 있어서 깨워줬다는 겁니다....

 

아까까지 계속 저한테 일어나라고 말한 게 후임이었는데...

너무 무섭고 황당하기도 하고.... 소름이 돋았습니다...

제가 정신 못 차리고 있으니까 후임이 악몽 꿨냐고 놀렸고

저는 제가 겪은 일을 후임에게 해주었습니다.

제 이야기를 들은 후임은 표정이 바뀌더니 주임원사한테 들은 이야기를 해주더군요...

예전부터 이 지역에 사람 목소리나 동물 소리를 흉내 내서 사람을 홀려 잡아먹는 귀신이 있다고.... 그 소리에 홀려 실종된 사람만 여럿이라고...(찾아보니 장산범이란 명칭이 따로 있더군요..)

더 무서운 건 그 귀신은 집착이 엄청나서 한 번 찍은 사람은 웬만하면 놓치지 않는다고....

만약 귀신을 보거나 말소리를 듣게 되면 반응하면 안 되고 만약 눈을 마주치거나 했다면 반드시 그 지역 자체를 떠야한다고....

 

얘기를 듣자마자 소름이 돋고 눈물까지 맺히더군요.

후임이 해준 귀신 이야기가 아까 제가 본 그 남자와 너무나 일치했고 그 남자가 사라지기 전에 제게 했던 말까지 생각났기 때문입니다.

남자는 후임의 목소리로 제게 이렇게 말한 뒤 사라졌습니다.

쟤가 조금만 늦게 왔으면 넌 죽었어

 

다행인지 불행인지 저는 그 날 바로 말년휴가여서 한동안 부대를 벗어날 수 있었고

무사히 제대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무사히 살아있는 걸 보면 그 귀신한테서 벗어난 것 같기도 하구요.

 

혹시나 가위에 눌렸는데 익숙한 사람의 목소리로 여러분을 계속 불러댄다면...

절대 눈 뜨지 마시고 반응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댓글
  • 곧3 2017/05/22 02:43

    장산대에 있는 그곳인가요? 산속 깊은 곳에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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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불덮고자자 2017/05/22 09:30

    이병장님 그동안 찾고 있었습니다. 이제 일어나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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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잠실돌맹이 2017/05/22 10:28

    범 = 호랑이 라고 알고있었는데
    '범'이라는 우리말이 사람 해치는 동물 전반을 일컫는 단어라더군요..
    각설하고...실화라면 진짜 무섭네요 ㄷㄷㄷ
    부대에서 죽은 사람은 없을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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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스패밀리 2017/05/22 12:53

    이 병장님...제대하신줄 알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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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화보는사람 2017/05/22 12:58

    지금 기억나는게 쿵쿵쿵 병철이에요 도 그렇고 엽호판에서 본 글도 그렇고 귀신들은 왜 같은말만 해요? 사자어랑 우리말이 달라서 많이는 못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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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응아니야그거 2017/05/22 13:39

    강원도 산골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는데 놀이친구인 아이들이 그런 비슷한 이야기를 해줬죠.
    처음 들었을 때 너무 무서워서 누구한테 들은 이야긴냐 물으니 자기네 언니들이 그랬다고 했었는데, 그 내용이 밤에 누가 자기 이름 부르면 아는 사람 목소리라도 세번째 까지는 절대 대답하지 말라고 하더군요. 밖에서 부르는 게 사람이 아닐수도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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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퀸프레디 2017/05/22 13:39

    일월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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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가가 2017/05/22 14:32

    범: 이병장님, 일어나셔야 합니다.
    작성자: 이미 일어났는데? 아랫도리가
    범: 앗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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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ishCutlet 2017/05/22 23:27

    가위...평생 한번도 눌려본적 없어요.
    침대 맞은편 창문 커튼 묶어놓은게 거꾸로 매달린 사람같이 보여서 새벽에 자다가 깨서 보고 흠칫 놀랐던게 제 평생 귀신 비슷한 것 때문에 무서웠던 유일한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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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arasate- 2017/05/22 23:28

    왠지 우리부대 같다는...
    장산포대 혹은 그 밑에 대대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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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이니 2017/05/22 23:30

    여기있었네...?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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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핫뇽핫뇽 2017/05/22 23:33

    무섭당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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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라산대폭발 2017/05/22 23:39

    쿵쿵쿵 형 저 병철인데요!
    공군인이라면 다 안다는 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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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르고13 2017/05/22 23:40

    92년 2월에 전역후 93일동안 전국여행 하던중...충북어디선가 새벽에 마을 초입에 들어섰다가 갑자기 쏟아지는 장대비에 희끄무리보이는 움막집에 들어감...한창 혈기왕성할때라...주위는 아랑곳안고 버너에 불피워 라면 두개끓여먹구 1임텐트치고 개꿀잠...잠결에 주위에서 여러사람들 목소리가 들리는데...마치 시골장터마냥 시끄러움...그때 들리는 또 다른 목소리..." 이 잡놈들이~~!! 손님 자는데 시끄럽게 왜 떠들고 지랄 들이여~~!! 어여 썩 나가지들 못해~~!! " 그러자 곧 조용해지고...계속 꿀잠...
    담날 아침에 일어나니 마을 상여집...
    공동묘지규모는 아니지만 주위에 꽤 많은 무덤들...
    아마 내 수호령이 다쫓아내신듯...
    지금은 그냥 배나온 아재...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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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hrisis 2017/05/22 23:48

    더웠는데 덕분에 시원해졌어요. 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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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없e맑은boy 2017/05/23 00: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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