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유게 베스트에 그런 글 올라왔었지
대학생인데 부모들이 대학교에 전화하고 찾아와서 일일히 신경쓰는거
서비스직이 다 그렇듯 나 역시 인간에 대한 혐오감이 가득했던 시기가 있었다.
트레이너로 일을 할 때 바로 이 순간이 그러했다.
선생님도 취직 안돼서 이런 일 하시나요? 체대 나오면 할 거 없나요? 와 같은
같잖은 질문에 상처도 받고 스스로를 치유 하며 일을 하고 있을 때
난 그렇게 마마보이를 만났다. 이 친구는 의대를 다니고 있었고
정확한 대학교를 몰랐지만 옷을 말쑥하게 차려 입고 어울리지 않는
동그란 금테 안경에 무척 마른 몸을 가지고 있었다.
첫 등록에 이 친구가 했던 잊혀지지 않는 한마디가 있었는데
'저도 한 두달 하면 마른 근육 가질 수 있겠죠' 였고
데스크에 앉아 다이어트와 매출에 지쳐 걱정하던 여자 트레이너가 그 얘기를 듣고 조용히 나를 쳐다봤다.
나는 당연히 자본주의 미소를 머금고'열심히 하시면 노력으로 다 수술 할 수 있습니다.' 라고 했지만
오랜 시간 앉아서 공부만 하던 친구에게 인바디 기록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고 운동 시작 15분만에
에어로빅 스텝 운동 3세트를 하자마자 퍼져버렸다.
그리고 그렇게 2주가 지나 그 친구 어머니에게 전화왔다.
카랑카랑한 목소리와 따지는 톤 익숙했던 진상의 기운이 가득 느껴졌다.
'선생님 정확한 커리큘럼이 있으신지요. 우리 아이가 의사 되는데 운동이 방해가 되는게 아닌가요.?'
'선생님 자격은 있으신가요?', '제가 직접 수업에 참관하러 가겠습니다.'
나는 뭐 당연히 거짓말을 하지는 않았고 참관 수업에 대해 매니저와 대표에게 보고 하고
바로 다음 주 오후에 회원과 어머니가 오셨다.
난 당연히 하던데로 GX실로 데려가 동적 스트레칭과 소도구를 이용한 맨몸 운동을 시켰고
유전 터지듯 뿜는 육수를 흘리며 흐느적 대는 멸치를 열정적으로 가르쳤는데
수업 종료 후 어머니가 한 마디가 나를 무척 자극했다.
그 내용은 즉...
왜 우리 애는 저 밖에 있는거(웨이트 머신) 안시키시죠? 왜 저런 도구(저중량 핑크 덤벨)만 시키나요?
수업을 원래 이렇게 안에서만 성의 없이 하시나요?, 우리 애 지쳐보이는데 이게 맞나요?
지체없이 바로 우리 의대멸치를 데리고 필드로 나갔고 체스트 머신에 앉혀
간단한 고립 동작과 몸에 맞춰 세팅해주고 10kg를 들어보라고 했다.
얼굴이 터지려고하며 한개를 간신히 들어올리던 아들이 이내 쪽팔렸는지
아니면 당신의 아들이 온실 속 화초처럼 자란게 민망했는지
말을 잇지 않으시고는 다음부터는 운동 강도는 공부에 방해 안되게 해주세요.
라고 하시고 주차권 발부 받고 퇴실 하셨지만
아드님과 함께 레인지로버를 타고 나가던 그 모습에 난 가슴 속 한 가지를 깨달았다.
난 절대로 저렇게 키우지 않으리...
그리고 의대 멸치는 50세션 중 10세션 후 40세션에 대한 환불을 한 후 다신 만날 수 없었다.
몇 년이 지나 지금쯤 그 의대생은 이제 레지던트 생활이 끝나갈지도 모른다.
어디선가에서 실무를 하고 있겠지만 어머니 곁을 벗어났는지
핑크색 덤벨을 떠나 중량 벨트를 허리에 감고 머신과 프리웨이트를 병행하며 땀을 흘리고 있을지
그토록 원하던 마른 근육을 가졌을지 생각하며 난 글을 줄인다.
적당한 페이닥터가 됐길 빈다
거울눈 2022/01/28 23:42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그닥다그닥다그닥 2022/01/28 23:44
적당한 페이닥터가 됐길 빈다
Rose 2022/01/28 23:47
저것도 어느정도 보면 병이 아닐까 싶음
포키몬 2022/01/28 23:47
저런 거 진짜 극혐임
여기서도 엄마가 입대해서 훈련소 막 들어간 아들한테 홍삼 주는 거 깜빡했다고 사람들 다 모여있는데 쑤셔들어가서 주고 갔다는 썰 봤는데
댓글들은 하나같이 엄마가 아들 걱정해서 그럴 수 있지 그러더라
그딴 행동이 아들 인생 망치는 행동이라는 걸 모르나?
도벨메이드 2022/01/28 23:48
아들이 먼 잘못이 있겠어 어머니가 극성인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