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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접종한 날의 흔적

3차 접종 예약 일이 어제였다. 오전 10시,
20분 일찍 갔는데도 병원은 이미 대만원이다.
알고보니 예약 없이 문 열자마자 들이닥친 사람들이다.
예약한 난 10시 반이나 되어서 접종을 했다.
좀 바보가 된 기분.
***
아침 7시 반경 밖을 나가보니 포근했다.
이렇게 포근하면 빛이 별로인데?......
아직 어두운 동녘 하늘을 보니
푸른 어둠 속에서 아주 연한 붉은 빛이 어른거렸다.
아침 하늘에 붉은 기운이 있으면 그날 날씨는 맑다.
저녁 황혼이 지나치게 붉으면 그 다음날 흐리거나 비가 온다.
접종을 하면 팔이 퉁퉁 붓는다던데...
열이 펄펄 나서 며칠 누워있어야 한다던데...
어쩌면 며칠 아침 산책을 못할지도 몰라서
21mm를 달아놓은 넷스7을 가볍게 목에 걸고 아파트를 나섰다.
사는 곳이 시장통이다.
황해도 순대집 뒤로 괴물처럼 솟은 건물은 1년 전에만 해도 없었다.
저긴 용두동 청과물시장 자리에 들어서는 상가오피스텔.
청량리 시장 건너, 용두동 어시장이 들어 선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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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종을 하고, 몸 상태를 확인하려고 충무로에 나가서
교정을 맡긴 렌즈를 찾아왔다.
지하철 계단을 오르내리며 몸 상태를 확인, 별 이상이 없었다.
그럼 그렇지, 1,2차 때에도 아무런 증세가 없었는데
3차라고 달라지겠어? 아스트라던, 모더나던 그게 그거지.
찾아 온 렌즈를 M3에 장착해서 집 안에서, 아파트 정원에서 36컽을 소모하고
다시 충무로 현상소로 갔다. 칼라던 흑백이던 집에서 하면 되는데, 좀 귀찮았다.
'영화용 필름이라 현상 내일 나와요'
'아 영화용인가요?'
필름을 확인도 하지 않고 촬영하다니? 이런 적이 없었는데?
내가 생각해도 좀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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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소 계단을 내려오면서 약간 이상한 느낌이 왔다.
다리에, 아니 무릅인가? 기운이 약간 빠진 느낌?
해는 이미 서쪽으로 많이 기울었다.
퇴근 시간이라 충무로 4호선은 대만원일거다.
그래서 종로까지 걸어서 가기로 했다.
가는 길에 오랫 만에 서울 야경을 구경하자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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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년 동안 즐겨갔던 을지로 3가 철공작소 골목이 사라졌다.
20여 년 전에는 토요일마다 라이카 매니아들이 충무로 커피샵에서 만나서
이곳을 순례하듯 한 바퀴 돌고, 다시 충무로로 올라와서 저녁 겸 맥주를 마시곤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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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아직 건재하다. 그들 중 고인이 된 사람들도 있지만 아직 많은 이들이
라이카로 사진놀이를 즐기고 있다. 예전처럼 토요일마다 모이지는 않지만
각 자의 공간에서 사진을 찍어서, '살아있다!'는 걸 증명하고 있다.
같은 공간에서 사진을 보여주지는 않지만 관심을 가지고 찾아보면 보인다.
인스타나 페북, 그리고 몇몇은 아직 클럽 공간에서 잘 놀고 있다.
지난 주 끝난, 클럽 창립 20주년 기념 전시에 사진은 걸지 않았어도
전시장에 오랫만에 얼굴을 보여준 회원들도 있었다.
라이카라는 기기로 모였지만 결국 인간관계다.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인정하고, 이해하면서 관계를 이어간다.
홀로, 옛 추억을 되새김하며,
별로 친근하지 않았던 회원들까지 떠올리며
무지막지하게 변하고 있는 을지로 3가 철공작소 골몰을 내려다보다가
모자를 벗에 난간에 올려놓고 인증샷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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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로에서 청계천 상가로 건너오던 중, 비로소 몸이 예사롭지 않음을 눈치챘다.
열이 오르고 있었다. 340도는 아니라도 37도 정도는 되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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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 3가에서 1호선을 어떻게 탓는 지, 집에는 어떻게 왔는지
경로는 중요하지 않다. 집에 무사히 도착했고, 오자마자 누웠고,
그리고 아주 긴 잠을 잤다.
주사 맞은 팔은 부었고, 열은 나고 있다.
그런데 견딜만 하니까 글을 쓴다.
*21mm elmarit
댓글
  • MellowㆍCandle 2021/12/22 08:26

    무채색렌즈님의 이야기와 함께 읽고 보는 것이 아주 재미있습니다~~
    갑자기 나타난 사진이 아닌, 이야기속에 묻혀있는 사진이라서 더 전달을 잘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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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채색렌즈 2021/12/22 10:25

    재미있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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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산노래방 2021/12/22 08:32

    라이카라는 기기로 모였지만 결국 인간관계다.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인정하고, 이해하면서 관계를 이어간다.
    이 말씀에 정말 동의합니다. 이곳 포럼에 많은 분들이 거쳐가고 우리 곁에 수많은 장비들이 스쳐가지만 결국 남는건 사람이죠. 우리가 찍는 가장 아름다운 피사체도 사람이고, 사람이 사는 곳이니까요..
    어제 선생님 책을 다 읽었습니다. 고흐의 이야기, 파리 이야기 속에서 자신을 찾아가는 이야기가 참 마음에 와 닿습니다! 좋은 책 좋은 사진, 오늘도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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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채색렌즈 2021/12/22 10:25

    책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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