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양왕 - "이색을 판문하사로, 변안열을 영삼사사로 임명하오. 소임을 다해주시오"
변안열 -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이색 -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정도전 - "전하. 전하를 왕으로 옹립한 일등 공신은 이성계 대감이옵니다."
"헌데 어찌하여, 이색과 변안열을 그보다 더 높은 자리에 임명하시는 것이옵니까?"
조준 - "전하, 임명을 거두어 주시옵소서. 저 둘은 신돈의 핏줄인 신우와 신창을 옹립하려던 자들이옵니다."
윤소종 - "전하. 어찌 이리 독단적인 인사를 행하시옵니까?
"이성계 대감을 비롯한 소신들과, 미리 협의를 하시었어야 하옵니다."
"아, 그렇소? 이성계 대감한테 허락을 받지 않으면, 관료를 임명할 수가 없는 것이오?"
".........."
"수시중이 대답해보시오. 그렇소?"
이성계 - "아니옵니다 전하."
"헌데 왜들 이러는 것이오? 다시 대답해보시오 수시중. 왕이 누구요?"
".........."
"왜 대답이 없소? 왕이, 누구요?"
"전하시옵니다."
"그럼, 수시중은 뭐요?"
".........."
"대답해 보시오. 수시중은 뭐요?"
이지란 - "전하!!!!! 지금 뭐하시는 겁니까?!!!"
이색 - "무엄하오!!! 어느 안전이라고 큰 소리를 내는 거요?!"
변안열 - "경청하시오! 전하께서 말씀하시는데, 감히 누가 끼어드는 겁니까?"
"아니, 이 자들이!!!"
"그만들 하시오."
"어서 말해보시오. 수시중은 나한테 뭐요?"
"신하이옵니다."
"잘 안 들리오. 다시 말씀해 보시오."
".........."
".........."
"아. 어서요."
"신하이옵니다..."
공양왕의 이미지를 유약하고 힘 없는 바지 사장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좀 의외겠지만, 저게 실제 역사를 최대한 반영한 부분임.
공양왕은 자신을 왕위에 앉힌 이성계 앞에서게 그렇게 호락호락하고 만만하게 보인 인물이 결코 아니었음.
실제로 저항할 수 있으면 최대한 저항했었고, 그저 무늬만 왕이라고 할지라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어떻게든지 다 하려고 했었던 왕임.
그래서 이성계는 그런 공양왕에게 당황하고 짜증을 낼 수 밖에 없었는데, 이성계 입장에서는 "가짜 왕을 폐하고 진짜 왕을 세운다."는
'폐가입진'의 논리를 내세우며 우왕과 창왕을 신돈의 아들과 손자인 가짜 왕이라는 명분을 들이밀면서 강제로 폐위시켰거든.
그래서 공양왕을 옹립할 때 태조 왕건을 비롯한 고려의 열성조들에게 제사를 지내고 진짜 왕씨인 공양왕을 왕위에 옹립했다는
형식적인 절차를 다 갖추고 왕씨로서의 정당성을 확보시키면서 공양왕을 옹립한 이유는 진짜 왕인 공양왕에게서 얌전하게 선위를 받으려는 목적이었음.
하지만, 공양왕이 저렇게 강하게 나오고 저항할 수 있는 수단은 다 동원해서 최대한 저항을 하자 이성계 입장에서는 공양왕을 폐위할만한
마땅한 명분이 없었기 때문에 3년간 폐위도 못 시키고 있었음.
결국 정몽주가 죽고나서 정식적이고 합법적인 절차를 거치면서 공양왕에게서 선위를 받기는 힘들겠다는 판단을 한 이성계와 그 세력들은
대비 안씨에게서 '지금의 임금은 부덕하므로 폐위시킨다."는 명분이 매우 부족한 교서를 받아내고 공양왕을 억지로 폐위시킬 수 밖에 없었지.
이랬기 때문에 공양왕에게서 합법적인 절차를 통해 선위를 받지 못한 이성계는 명분과 정통성 부족의 문제 떄문에
정도전의 주도 하에서 왕씨 학살을 벌일 수 밖에 없었음. 즉, 이성계의 계획을 삐끗하게 한 것은 공양왕이 최대한 발악했기 때문이야.
그래서 나중에 죽었지. 얌전히 물러줬으면 조비와 헌제처럼 천수를 누리고도 남았는데
항상 사회에서보면 자기 진짜위치모르고 감투하나 줬다고 나대다가 쫒겨나가는사람들 은근 많았지
어디까지나 확실한 명분을 갖추기 위해서 선양을 받으려고 한 거야. 그렇게 분석을 하는 사학자들도 많음. 좀 좋게좋게 좋은 그림으로서 선위를 받는다고 해서 나쁠 건 없잖아.
뷁곏뱗륎 2021/12/19 17:03
그을쎄다... 나는 이성계가 진짜 선양을 받으려고 했는지는 의문이라 생각함. 애초에 이성계가 선양을 받기에는 당시 조정에 남아 있던 세력들이 너무 쟁쟁했음. 애초에 그 최영이 살아 있는데 이성계가 선양 받는다?
그래서 딱 저 시점에서 이성계의 노림수는 그냥 최대 협천자고 권신 노릇이 한계점이었다 생각함. 정확하게는 화령 땅에서 벗어나 전주까지 이어지는 한반도 내 세력권 형성이 목적이었을 것이고.
대전 1988 2021/12/19 17:05
어디까지나 확실한 명분을 갖추기 위해서 선양을 받으려고 한 거야. 그렇게 분석을 하는 사학자들도 많음. 좀 좋게좋게 좋은 그림으로서 선위를 받는다고 해서 나쁠 건 없잖아.
뷁곏뱗륎 2021/12/19 17:10
내 말은 이성계가 정말 저 시점에서 '조선건국'이라는 왕의 지위를 얻을 마음이 있었나 하는 거임.
아무리 봐도 정작 조선 건국 하고 나서 손 놔 버리듯 던져버리는 꼴을 보면 외려 이성계는 왕의 자리 까지는 원하지 않았다고 생각함.
사우디아라비아 2021/12/19 17:04
결과적으론 힘도 없으면서 아집만 부려서 일가 친척들 다 죽게 만든 왕이네
뷁곏뱗륎 2021/12/19 17:05
그건 아님. 권신 견제하기 위해서 저런 행동을 하는건 왕으로서 당연한 행동이긴 함.
헌데 그 수단과 방법이 세련되지 못했음. 저기서도 나오는 것 처럼 좀 우악스럽게 주도권 가져오려 하는 바람에 외려 역풍 맞음.
만사가아주귀찮아 2021/12/19 17:07
그래서 나중에 죽었지. 얌전히 물러줬으면 조비와 헌제처럼 천수를 누리고도 남았는데
항상 사회에서보면 자기 진짜위치모르고 감투하나 줬다고 나대다가 쫒겨나가는사람들 은근 많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