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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선 아직도 팩스 많이 쓰인다네요 ㄷㄷ

팩스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이웃나라인 일본에서는 여전히 팩스를 이용해 다양한 공적 업무처리를 할 수 있다. 올해 6월 일본 정부의 행정개혁회의는 정부 부처 내 팩스 이용을 중단할 것을 제안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재택근무가 이뤄지고 있는 와중에도 팩스를 보내거나 받기 위해 공무원들이 출근해야 하는 불합리한 행정을 쇄신하기 위해 이메일을 이용하라는 권고였다.
담당 장관인 고노 다로(河野太郞)가 위와 같은 제안을 발표하자 수백 명의 공무원이 정부 업무에서 팩스를 완전히 퇴출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반발했다. 보안 문제에 대한 우려가 반대의 주요 논거였다. 개인정보나 국가기밀 등 외부로 유출돼서는 안 되는 정보를 다룰 때는 수십 년 동안 검증된 보안 통신선을 통해 팩스로 문서를 주고받는 것이 안전하리라는 것이었다. 결국 행정개혁회의의 팩스 퇴출 계획은 무산되고 말았다.
이는 일본 사회, 특히 일본 공무원 사회의 보수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받아들여진다. 지난 40여 년 동안 디지털 기술의 눈부신 발전으로 팩스가 수행할 수 있는 기능 정도는 컴퓨터와 스마트폰상에서 손쉽게 구현할 수 있게 됐지만 오랫동안 유지해온 업무 방식을 바꾸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부 부처에서만이 아니다. 2020년 일본 총무성에서 조사한 ‘정보통신기기 보유상황’에 따르면 50대 이상 고연령층의 절반 정도가 여전히 가정에 팩스 기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일본 사회에 팩스가 여전히 깊숙이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특히 정보통신 기술에 있어 일본 사회가 이른바 ‘글로벌 스탠더드’에 따르지 않고 독자적인 행보를 취하는 모습을 보통 ‘갈라파고스 신드롬’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2021년 현재까지 팩스가 그동안 사라진 다른 통신기기와 달리 쉽사리 사라지지 않고 그 명맥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이 기술이 단순하고 직관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전화선을 이용하고 중앙집중적인 관리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점이 중요하다. 무선호출기나 2G 이동전화의 경우 제공 업체에서 서비스를 일방적으로 중단하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팩스는 전화 서비스 자체를 중단하지 않는 이상 ‘퇴출’시킬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내 명함에 담긴 팩스번호를 이용한 적은 없지만 한동안 그 자리에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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