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딩때 만든 유리폭탄이 아킬레스건을 썰 뻔한 썰.txt

 

 

이제 놀랍지도 않겠지

 

또 나다

지난 글에선 게틀링 폭죽을 만들려다 회전살상병기를 만든 썰을 다루었다

이 이야기는 그 사건이 터진지 1주일 뒤의 이야기다

 

 

 

 

우리는 한때 밤에 모여 폭죽을 터뜨리는 죽음의 의식을 벌이곤 했다

누가 더 큰 폭죽을 터뜨리는지, 얼마나 간지나게 터뜨리는지로 그날의 mvp가 정해진다

 

그러다 가끔 돌이킬 수 없는 짓을 벌이곤 했는데

이쯤되면 우리가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세상에 이런일이에 나가기 전에 뉴스에 나오지 못했는지 궁금해질 지경이다

 

다행이다

 

 

 

 

그날은 왠 친구 하나가 겁나게 큰 깡통 폭죽을 들고와서 터뜨렸다

 

오색찬란한 빛줄기랑 로켓 같은게 날아가서 빠바방 터지는데 겁나게 멋있더라

막 해외에서 갖고온 폭죽이니, 삼촌이 사다줬다느니 유세를 떨더니 불이 멎을때까지 아가리도 멎질 않더라

 

근데 생각해보니 왠만한 폭죽은 다 해외산 아니냐

 

아무튼 난 그 폭죽을 보고 굉장히 멋있다는 생각과

 

 

 

깊은 열등감을 가지게 되었다

'지까짓게 시팔 폭죽 좀 잘갖고왔다고 자랑을?'

근데 나도 쟤같은거 갖고왔으면 존나 자랑했겠지. 애새끼의 간사함이란 이런것이다

 

아무튼 나는 쟤보다 더 간지나는 폭죽을 만들겠다고 다짐하고 실험을 시작했다

 

폭죽을 '만들겠다고'

난 이 결심으로 인해 한번 더 저승사자를 샤라웃하게 된다

 

 

 

 

팽이폭죽이라고 하던가

 

동전같이 생긴 물건이었는데 심지에 불붙이면 빙빙 돌면서 삐이이이 소리내던거

나는 이걸로 엄청난 물건을 만들겠다고 생각했고

 

 

 

 

먹던 주스병에 팽이폭죽을 넣고 터뜨리면 병이 아주 이쁘게 돌거라고 생각했다

돌아버린건 내 대가리였지만

 

열등감은 날 강하게 만들었다

 

그래도 저번주처럼 동네 테러는 하지 말자는 생각에 혼자서 공터 구석으로 가 실험했다

불을 붙이고, 유리병에 넣은뒤, 살짝 거리를 두고 지켜봤다

 

 

 

 

그랬더니 시벌!

병에서 팽이폭죽이 격렬하게 돌며 용광로같은 자태를 뽐내는 것이었다

난 이 만들기도 쉽고 멋지기도 한 자작 폭죽의 성공을 잠시 자축하고 있었는데

 

 

 

옘병 시발

 

내가 만든건 유리 지연신관이었다

병이 화약을 못이기고 짜작 짜작소리를 내며 좇된다고 경고하고있었다

 

 

 

그리고는 짜아앆! 소리를 내며 터졌다

 

나는 하도 당황해서 으아아아악! 소리를 내며 친구고 뭐고 좇까고 집으로 바로 뛰어갔다

한밤중에 으아아아악! 소리를 내며 달리는 내 모습은 민폐 그자체였을것이다

 

 

 

용맹한 나의 모습 상상도

 

 

 

 

 

 

당시 집엔 아무도 없었고, 나는 집으로 오자마자 내 침대로 달려가 이불 속에 숨어, 패닉을 가라앉히려 했다

그리고 그대로 잠에 빠져버렸는데

 

 

 

 

볼일보고 오신 어머니가 돌아오셨다

 

어머니는 나를 찾으셨지만 나는 반응이 없었고

 

대신 어머니를 맞이한건

 

 

 

내 방까지

 

 

 

 

 

 

쭉 이어진

 

 

 

 

 

 

 

혈흔이었다

 

 

 

 

 

 

 

 

어머니는 당황하셔서 방에 들어가 내 이부자리를 걷어버렸는데

내 발에 생긴 상처가 바닥을 촉촉하게 만들고있었다

 

 

 

 

 

 

 

당시에 유리조각이 이렇게 박혀있었다

좀 더 깊게 박혔으면 으아아악 하고 뛰지도 못했을거같다.

 

 

진짜 무지하게 흥분해서 고통이고 뭐고 느끼지 못한채 달려서 자버린것이다

 

아킬레우스는 어머니가 발목잡고 물에 담궈서 약점이 생긴 탓에 죽어버렸는데

나는 어머니가 어디서 그 물 샘플로 받은거 발목에다만 모이스쳐라이징 해주셨나보다 

 

그 이후로 나는 유리와 폭죽은 가까이 두는 게 아니라는 교훈을 얻었다

 

 

 

하지만 누구도 나와 폭죽을 가까이 두는 게 아니라는 교훈은 얻지 못했다

이 리틀 몽키 봄버맨은 나중에 또 폭죽으로 피를 보게 된다

 

 

 

 

 

 

폭탄마 썰 4번째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