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사용이 빚어낸 한국 언론의 병크 (feat. 80년대)

198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신문에서는 한자를 졸라 섞어서 썼다

왠만큼 한자 좀 읽는다는 유게이들도

7080 신문 집어다 주고 읽으라면 귀찮아할 정도

근데 한자 자체가 눈깔 4개 괴물 창힐이 만든 글자라는데

눈깔 2개인 사람이 어떻게 그걸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을리가

획도 겁나 많고 복잡한 걸 어떻게 능수능란하게 쓰냐는 문제가 컸음

그래서 주변국들은 2차 대전 이후에 각자 한자를 줄여서 간략화해 쓰기 시작했음

일본에서는 신자체, 중국에서는 간체자로

우리나라는 한자생활을 계속 했는데

막상 한자 자체에 대한 규정이 없다보니

공식적으로는 정자로 쓰는데 민간에서는 약자가 겁나 많이 쓰이고 있던 상황이었음

그러던 1981년

아 한자 한 번 쓰기 겁나 귀찮네

우리도 그냥 이참에 한자 편하게 줄여서 쓸까?

그래서 우리 조선일보에서는 라는 기사를 내면서

귀찮게 정자만 고집하기 말고 한자도 약자를 써서 읽고 쓰기 편하게 하자고 주장했음

위의 표가 조선일보에서 간략화해서 쓰자고 주장한 한자들의 모음인데

일본말을 배웠다 하는 사람들이라면 아마 눈에 익은 한자들이 많이 보일 것임

실제로 저 약자로 제시된 글자들 중에는 일본자와 통용되는 것들도 여럿 있었음

그러자...

???

야 조선일보 너네 그 한자 약자

일본식 한자 아냐????

그건 또 무슨 소리임?

너네 이번에 약자 사용하기로 했다며

그거 우리가 찾아보니까 일본에서 만들어진 일본식 한자던데?

너네가 ㅅ벌 친일신문이란 건 알고 있었지만

이젠 하다하다 못해 일본 한자까지 가져다 쓰냐?

ㄹ얼 자존심 어디?

??????

이게 일본에서 만들어진 한자라는 증거가 어딨음?

증거 내놔 

자 여기 ㅅ벌아

너네가 쓰는 한자 약자가 일본제 한자라는 증거 갖고 왔음

이제 할 말 없지?

경향신문은 조선일보가 채택한 한자 약자가 일본에서 만들어진 글자라고 기사를 내면서

이들 한자가 일본어 히라가나, 가타가나에서 모양을 딴 거라고 주장함

나아가 조선일보를 '국적 없는 신문'이라고 까기에 이르렀음

음....

시도는 좋았는데

너네 핀트를 완전 잘못 짚었어

? 그건 또 뭔 개소리여

너네가 일본제 약자랍시고 내세운 한자들

전부 우리나라랑 중국 고전에 다 나온 한자던데?

?????????

누가 그래? 증거 갖고 와

옛다 증거 갖고 왔다

너네가 일본 글자라도 하도 지1랄할까봐

우리나라 고전이랑 중국 고전이랑 대만에서 만든 중문대사전까지 다 뒤져왔다 

어......

참으로 그러했던 것이

경향신문이 일본제 한자라고 언급했던 글자들은

모두 우리나라 고전이나

대만에서 편찬한 세계 최고 권위의 한자사전인 에

모두 그 출전이 나와 있던 것들이었음

조선일보는 그 한자들이 사용된 용례를 전부 뒤져다가

약자가 일본식 한자가 아니고 전부 우리나라, 중국에서 사용됐던 글자라는 걸 증명하면서

경향신문의 주장에 강하게 반박하고 나섰다

자 이제 누가 바보지?

....

그렇게 이 싸움은 결국 조선일보의 승리로 끝났고

조선일보는 한자 약자를 사용할 결정적 명분을 얻은 것으로 그렇게 병림픽은 끝나게 됐음

근데 정작 얘내들도 10년 정도 약자 쓰다가

별 의미 없는 짓이란 걸 깨달았는지

아무 공지도 안 하고 도로 정자로 돌아가버림 ㅅㄱ

세줄요약

1. 옛날에 조선일보는 한자를 약자로 썼다

2. 일본식 한자인줄 알았는데 우리도 쓰던 글자였다

3. 근데 별 의미가 없어서 걍 도로 안씀 ㅅㄱ